다른 산악회에서는 잘 가지않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산들과 지맥,단맥을 위주로 산행하는
한마음산악회와는 거의 10년 가까이 연을 이어가면서 산행을 같이하고 있는데
지난 3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산행일로 고정하는 바람에 3월에는 수요일날 산행을 할 사정이 아니었던 관계로
거의 한 달만에 다시 산행에 따라 나선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황사 위기경보'가 발령되었지만 계획된 산행을 말리지는 못한다
산행코스 : 용진정사 주차장 - 내왕산 - 우제봉(석봉) - 용진산(토봉) - 까작골산
- 간나봉 - 신보래산 - 용진정사 주차장 (원점회귀)
용진산(聳珍山)은 광주 서쪽을 흐르는 황룡강 건너 장성군과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봉우리는 암반으로 뾰족하게 생겼으며 2개의 쌍봉이 남북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남쪽 봉우리를 석봉(石峰), 북쪽 봉우리를 토봉(土峰)으로 부른다
구 한말 용진산과 이웃의 어등산을 중심으로 나주·광산 의병들의 활동무대였다고 한다
12:10 광주시 광산구 왕동 용진정사 주차장 출발
첫 봉우리로 내왕산을 오르기 위해 용진정사 주차장에서 오던길로 200여m 되짚어 내려가다가
순천 박씨 문중묘역 옆으로 산길을 타고 오른다
묘역을 지나자 길은 없어지고 내왕산 정상까지는 없는 길을 헤쳐나가며 치고 오른다
내왕산을 오르는 도중 쳐다보이는 우제봉(석봉)
12:23 내왕산(內旺山) 정상 / 산행시간 : 13분
우제봉에 가까워지자 하나 둘 바위 암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초반부 산행 보폭을 같이 하였던 한마음산악회 회장님
우제봉(석봉) 직전의 이 암봉은 타고 넘어갈 수는 없고 .....
왼쪽 옆으로, 발 하나 겨우 디딜수 있는 흙길을 밟으며 암벽을 붙잡고 암봉 허리를 돌아가야 하는데
바로 아래는 사람 키 두세 배는 됨직한 벼랑이라 위험천만이다
그 아래를 살피니 조그만 토끼길이 보여 옳타구나 하고 그 길을 따라 갔지만 그 길도 얼마 안가 끊기고 만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가 위험한 암벽길을 조심조심 한 발 두 발 내딛고 진행을 하니
이번에는 수직의 바위 암벽을 타고 오르는 밧줄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밧줄을 잡고도 암벽을 타고 오르는게 만만치가 않다... 겨우겨우 올라서니 .....
용진정사에서 올라오는 길의 나무데크길이 나온다
위험구간을 무사히 벗어난 안도감에 잠시 휴식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가진다
방금 지나온 위험구간의 암봉과
산 아래 지산저수지와 출발지인 용진정사 주차장도 보이는데
황사 위기경보 속의 조망은 깨끗하지가 않다
우거진 시누대 숲을 지나면
13:14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는 우제봉(雨祭峰)이 나온다
석봉(石峯)인 용진산(聳珍山)의 남쪽 봉우리가 우제봉이다
정상석에는 용진산으로 적혀 있다
우제봉/雨祭峰(용진산 석봉) 정상 / 산행시간 : 1시간 4분
비가 오지 않을 때 제(祭)를 지냈다고 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정상에서 휴식 겸 간단한 요기를 하고 일어선다
석봉에서 바라보이는 진행방향의 용진산 토봉 모습
암봉은 계속 이어지고
13:32 배넘어재에 내려서는데
오른쪽이 용진정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그러고보니, 용진정사에서는 용진산 석봉과 토봉을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수월하게 오를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토봉을 향해 가면서 뒤돌아보는 석봉의 모습
마치 스위스 알프스의 마터호른 같이 뽀족한 모습의 정상부가 위협적이다
13:45 용진산 토봉(聳珍山 土峯) 정상 / 산행시간 : 1시간 35분
86세의 노익장을 자랑하시는 권선생님이 먼저 와 계신다
근 한달만에 산행을 같이 하다보니 아침에 버스를 타면서 나를 보더니
"오래 안보니 딜라일라 니 얼굴이 보고 싶더라"고 농담을 하시면서 친근감을 보이셨다^^
토봉 정상의 삼각점과 돌무더기
여기에서 직진하여 몇발짝 가다가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는 몇몇을 따라가는 알바를 한다
나를 포함한 4명은 한참을 내려가다가 잘못된 방향임을 알고 또 한참을 되짚어 올랐다
까작골산으로 하산하는 길은 토봉 정상에서 오던 길을 20여m 되돌아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야 하였다
14:32 까작골산 정상
토봉에서 까작골산으로 가는 길도 제대로 된 길이 아니다
토끼길 같이 희미하게 보이다가 없어지곤 하는 길을 찾아찾아 아래로만 내려간다
14:38 곧 이어 만나는 간나봉 정상
이제부터 길은 제대로 된 다소 편안한 길이 나오고
키 큰 시누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제법 진행을 하면
평택 임씨 묘를 지나
14:57 농로로 내려 서게 된다
이제 마지막 남은 저 신보래산만 지나면 여정도 끝이나게 되는데.....
보기에는 유순하게 보이는 조그만 높이의 저 산이 산 아래에 가서 보니 오르는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또다시 가시덤불과 덩굴 사이를 뚫어가며 15분 여 땀흘리며 개척산행을 하니
15:21 드디어 신보래산 정상에 이르고
이제부터는 능선 위로 난 편안한 길을 따른다
왼쪽 아래로 왕동저수지가 보이는 평탄한 길을 따라 계속 가다가
이 이정표가 있는 지점 바로 앞에서 왼쪽 대나무 숲길 쪽으로 탈출을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5분여만 더 직진하면 용진약수터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용진정사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 있었다
도로로 내려서면서 올려다 보이는 우제봉(용진산 석봉)
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용진정사 주차장이 나오고
15:40 오늘의 짧은 산행을 마치게 된다 / 산행시간 : 3시간 30분(알바 포함)
산행시간은 짧았지만 길 없는 산을 개척산행하느라 또 알바하느라 결코 수월한 산행은 아니었다
주차장 마당의 이 동상은
용진정사(湧珍精舍)의 주인공인 한말의 도학자 오준선(吳駿善) 후손인 오중열(吳重烈)의 동상이다
산후 하산식으로 배를 어느정도 채우고 용진정사 답사에 나선다
광주광역시의 문화재자료 제7호인 용진정사(湧珍精舍)는
한말의 도학자 후석(後石) 오준선(吳駿善) (1851∼1931)이 강당(講堂)을 짓고
암울한 일제 치하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사당 입구에 커다란 동백나무가 있어 철지난 동백꽃이 무리지어 떨어져 있다
송두리째 떨어져 있는 동백꽃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느 오래전의 봄날, 욕지도에서 지천으로 뒤덮고 있는 동백꽃의 주검을 피해
발 끝을 세워 조심조심 돌아나오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용진정사(湧珍精舍)
용진정사(湧珍精舍)의 현판은 한말의 명필 석촌(石村) 윤용구(尹用求)의 필치다
용진산은 '솟을 聳'자를 쓰는데, 용진정사는 '샘솟을 湧' 자를 쓰고 있다
용진정사 동쪽에는 용진영당(湧珍影堂)이 있는데 출입문은 굳게 잠겨져 있다
용진영당(湧珍影堂)에는 후석(後石) 오준선(吳駿善)의 초상화와
아들 오헌수와 조카 오동수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담 너머로 카메라를 들이밀어 용진영당의 전경을 담는다
용진정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