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법문 >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어
글 | 보선스님
(대흥사 조실, 조계종 원로의원)
지구와 자연은 국경, 인종, 문화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지난겨울 뉴욕에 내린 눈이 금년 서울의 봄비가 됩니다.
국가와 인종과 문화우월주의는 집착의 산물에 불과합니다.
인류가 차별 없이 도우며 화합할 때 지구는 희망이 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자연재난과 질병, 전쟁 그리고 불필요한 국가 간 경쟁으로 고통의 시간을 경험해 왔습니다.
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했다는 오늘날에도 국가와 인종과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다투며 불필요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다툼은 고스란히 나와 내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며, 우리의 후손에게 고통으로 되돌아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금강반야바라밀경」을 통해 이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구도자 또는 훌륭한 사람들은 집착 없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인가 집착된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형태에 집착된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소리나, 냄새나, 맛이나, 감촉이나, 마음의 대상에 집착된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참으로 현재 인류에게 절실하고 귀중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에게 있어 이 가르침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개인이 특정한 어떤 것에 사로잡혀 집착하게 되면 결국 그것이 탐욕이 되어서 스스로를 해하게 되고 다시 그것이 원인이 되어 더 넓고 평화로운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게 됩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출세를 했거나 사업으로 부와 명예를 이루었어도 우리 각 개인은 그 부와 명성에 집착하기보다 그렇게 쌓아온 것들을 널리 세상의 이익을 위해 조건 없이 베풀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가르침은 또한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의미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각자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행태를 경계하는 가르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전 인류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인들이 모두 평화롭고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큰마음으로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인류가 이룩한 모든 문명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가치이기에 각자 보존에 힘쓰는 한편 서로 사이좋게 베풀고 나누어 후대에까지 잘 유전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의 편리성과 이익에만 집착을 하면 지구는 병들고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들도 터전을 잃게 되니 사리사욕의 집착을 버려야만 지구가 살아납니다.
집착은 우월주의와 선민주의를 잉태하고 남을 멸시하게 되며 종내는 자신을 병들게 합니다. 오늘날 인류는 나의 이웃임에도 인종과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하거나 극단적으로 되어 살해하는 범죄를 자행하기도 합니다.
일부 국가는 자국이 세계 최고 강대국이 되려고 군사력 등 무한 경쟁을 하고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어리석은 집착에서 기인합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 또는 강제하거나,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를 지배하거나, 인간이 자연환경을 지배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그러한 일이 허용돼서도 안 됩니다.
현재 우리는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최악의 재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류가 어려움에 처한 때 일수록 더 많이 배운 자, 더 많이 가진 자, 더 힘이 강한 나라들은 무엇이 스스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조건 없이 베푸는 보살행의 자세입니다.
“이기주의와 탐욕의 원천인 집착을 버려라, 나와 남이라는 그 분별과 집착의 벽을 허물어라, 국가와 인종을 분별하는 경계의 벽을 허물어라!” 이것이 석가모니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여 전 인류의 안락한 삶을 위해 우리 각자가 행하여야 할 바에 대해 일러 주신 가르침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동산의 맑은 공기를 회복합시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걸어가신 구세대비자의 길을 다 함께 따라갑시다.
그리하여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지구촌을 함께 장엄해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