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듣기는 했었습니다. 한국 산악인 5명이 히말라야에서 사망했다고.
그리고 그들의 등반을 돕던 현지인 셰르파도 4명이나 죽었구요.
이 주소에서 그들에 관한 기사를 읽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81019191052777?d=y
‘셰르파’는 티베트어로 ‘동쪽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인데
16세기 티베트에서 네팔로 이주한 히말라야 고산 민족을 일컫는 말이라는군요.
이들의 후손 중에는 성이 아예 셰르파인 사람도 많고
지금 셰르파는 ‘일로서 등반을 돕는 사람’이라는 말로 널리 쓰이네요.
이들은 대개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등산 안내인으로 활동을 한답니다.
초창기에 외국 원정대의 짐을 운반하는 단순한 일만 했지만
최근에는 등반 기술을 익혀 사실상 대원 역할까지 수행하는 사람도 많구요.
오늘 읽은 기사에는 '직업사망률' 통계자료가 등장하네요.
미국 노동통계국 통계에서 사용하는 직업 사망률(풀타임 십만명 당 사망자 수):
미국 광부(2000~2010년) : 25명
미국 어부(2000~2010년) : 124명
알래스카 지역 비행기 조종사 ‘부시 파일럿’(1990~2009년) : 287명
이라크전 참전 미군(2003~2007년) : 335명
갈수록 사망자 숫자가 늘지요?
그런데...에베레스트 셰르파(2004~2014년) : 4053명
4053명???
믿기지 않는 숫자입니다. 정말일까?
고개가 흔들어 집니다.
그런데 아웃도어 전문매체 <아웃사이드>는 2014년,
셰르파라는 직업이 이라크 전쟁에 미군으로 참전하는 것 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결론을 냈다니
사실인 모양인데...
산도 수없이 많고 오르는 사람도 그렇게 많은가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높은 산, 8000m급 14개 봉우리를 등반하다가 사망한 사람이
현재 위키피디아에 총 981명이 올라 있다네요.
이 가운데 네팔 국적자는 207명로 전체의 21%이고
에베레스트만 따로 떼어 보면 사망자 297명 중 114명이 네팔 사람이었구요.
세 명 가운데 한 명 꼴.
에베레스트 등반객 안내는
짐을 대신 지고
베이스캠프까지 스무 번을 넘게 왕복하는 고되고 위험이 큰 일인데
‘엘리트 셰르파’가 한 시즌 약 두달 간 등반객을 안내하고 버는 돈은 5000달러 가량으로,
네팔 1인당 국민소득 750달러의 여섯 배가 넘는답니다.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1인당 국민소득을 20000달러만 쳐도 여섯배이면 120000달러,
1억 2천만원이 넘는 거지요. 두달 일하고 말입니다.
물론 모든 셰르파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다른 일거리보다 엄청나게 많은 보수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셰르파를 하는가봅니다.
1990년대부터 일반인도 돈을 내면
셰르파와 전문 산악인 도움을 받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상업 등반’이 활성화되었고
초기에는 에베레스트 입산에 제한을 두던 네팔 정부도 막대한 관광수입 때문에 입산 제한을 계속 풀어왔답니다.
2006년에 네팔 내전이 끝나면서 히말라야 등반이 급증하자 셰르파 수입도 늘어나서
자녀를 미국 등지로 유학 보내고 법률가, 사업가, 의사 등으로 전업하는 사례도 일부 나왔구요.
우리나라의 유명 산악인인 엄홍길은
1985년부터 22년 동안
38번을 도전해
2008년까지 14좌를 완등했고
이에 속하지 않지만 8000m를 넘는 2개 봉우리를 더 올라 2008년 ‘16좌 완등’ 기록을 세웠군요.
그 과정에서 산악인 6명, 셰르파 4명 등 모두 10명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었구요.
특히 결혼한 지 넉 달밖에 안된 열 여덟살 짜리 셰르파를 추락사고로 잃고는
후회와 자책감으로 심장이 오그라들었고 다시는 히말라야에 오르고 싶지 않도록
두렵고 무서웠다하네요.
참...
제가 정말 인상 깊게 봤던 산악등반영화가 'Vertical Limit 버티컬 리미트'입니다.
정말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절절하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
산이 정말 두려운 존재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는 영화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구요.
그런데 그렇게 위험한 산을
왜 오르는 것일까?
정말 오래 전부터 의문이었습니다.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가지?
산이 거기 있어 간다고 한 사람도 있었군요.
그 말을 한 사람도 결국 에베레스트에서 실종된 모양이구요.
영적존재와 교류하는 능력이 있는 보살을 따라 산기도에 따라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산신 山神 이야기를 했습니다.
산마다 神이 있다는 겁니다.
어떤 산신은 고기 먹는 사람들도 허락하지만
어떤 산신은 그런 사람들을 싫어한답니다.
그래서 기도하러 가려는 산에 따라 음식도 가려 먹데요.
하루는 그 보살이 앞장 서고 다른 사람들이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분이 뱀을 보았나봅니다.
놀랬지요.
잠시 후에 하는 말이
'아하, 내가 멸치를 먹었었네!'
????????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멸치도 생선?
피가 붉은 고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살아있던 생물이긴 하지요.
이런 생각은 듭니다.
그래,
아무나
아무 산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모든 것은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믿네요.
산도 각각의 고유한 에너지가 있을 것이구요.
그 에너지가 산신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교류될 수 있는 사람
교류가 안되는 사람
화합이 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높은 산의 에너지는 정말 강할 것이구요.
그 시점에
허락 받은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으리라.
이리 믿네요.
아무나 오를 수는 없는 것.
왜 그리 위험한 곳을 가는가?
그 엄홍길대장은 그랬군요.
“자석처럼 마음을 이끄는 힘”이 히말라야에 있다.
산이 부르는가봅니다.
산신이?
사람마다 자석처럼 이끄는 힘이 부르는 곳이 다르지요.
시점에 따라 다르구요.
누구는 위험한 줄 번연히 알면서도
특정 기간 높은 산에 이끌리고
요즘 저는
기타 들고 노래하는 것에 끌리고 있구요.
사실 생각해보면 위험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요?
거리에 나서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자동차이고
감전 사고가 날 수 있는 전기에
폭발 사고가 날 수 있는 가스에
무슨 짓을 할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특히 나 자신까지 )
가득한 세상입니다.
산을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하다 할 수는 없는 것.
그 산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
그들의 선택임을 이제는 아네요.
그 시점에
그 지점
그 상황을
택해 떠나다.
그렇게 떠난 분들
아마 다시 이 땅에 돌아와도 또 산에 끌릴 겁니다.
등반가가 되던지 셰르파가 되던지
아니면 동네 뒷산이라도 매일 올라야 하지 않을까?
항상 떠난 분들 걱정은 안되고
남은 분들이 걱정입니다.
그 빈 자리를 감당하며 살아낼 무거움 때문에.
그것도 그분들의 공부이지요.
홀로 서는 공부.
떠난 분들이나
남은 분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이 채워지기를
기도하네요.
끌림을 느끼는 모든 분들이
그 끌림을 충분히 사용해서 잘 살아내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