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0. 16;30
이런~~ 내가 군인이라니,
삼립 크림빵 한 개를 먹고 바디프렌드 안마의자에 올라 수면모드를 눌렀다.
꿈에 양구 동면 원당리 여인숙이 보인다.
군화를 벗어 툇마루 아래에 가지런히 놓고 약간 허리를 굽혀 여인숙 방으로
들어간다.
변변한 식당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의 '삼거리 여인숙',
마장동에서 하루 한차례만 있는 시외버스를 장장 6시간이나 타고 양구
동면 원당리까지 둘째형이 면회를 온 거다.
이등병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벗고,
여인숙에서 차려준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사제 쌀밥 두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후식으로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 온 20봉의 삼립 크림빵을 11개째 먹고
있는데, 내가 얼마나 불쌍하게 보였는지 형이 벽을 바라보고 훌쩍훌쩍 울던
장면이 빵 위에 오버랩(overlap)된다.
증평 신병훈련소를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이등병 생활,
모든 것이 생소하기만 하고 어설펐으며, 추위에 손은 여기저기 트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최전방이라 제대로 목욕도 하지 못하던 졸병 시절
가족이나 친구 누구라도 면회를 오면 그날은 천국도 부럽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까지 삼립 크림빵 20개를 다 먹어치우고 받은 용돈으로 이것저것을
사서 들고 부대로 복귀하며 낮잠에서 깬다.
예전엔 특별한 간식거리가 없어 삼립 크림빵이 인기가 좋았다.
내 기억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동대문에서 효자동까지 전차 요금이 2원 50전,
시내버스 요금이 5원일 때 삼립 크림빵 1개가 10원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 후 삼립 크림빵이 자취를 감추고, 삼립호빵이 나타나 50년 인기를
누리던 중 자취를 감췄던 삼립 크림빵이 수년 전 다시 나타나 레트로
(retrospective) 향수를 느끼게 하더니,
오늘 친구가 챙겨준 삼립 크림빵은 나를 50년 전 파릇파릇했던 청년으로 되돌아
가게 한다.
17;30
어둠이 몰려오고 그쳤던 겨울비가 다시 내린다.
창문을 흔드는 겨울비 바람에 괜히 마음이 쓸쓸해진다.
암팡지게 내리는 비도 아니고 겨우 땅만 젖을 정도로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세상을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보호조약이 있던 해,
온 나라가 침통하고 어수선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는데 그 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검색해보니 코스트코에서 12개들이 삼립호빵을 세일해서 7800원에 파는데
인터넷 쇼핑몰과 별반 차이가 없다.
두 박스 정도 냉동보관을 해 수시로 쪄서 먹으면 맛있는 겨울을 보낼 수
있겠기에 코스트코를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다.
2021. 12. 10.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나두 삼립뻥을 즐겨 먹은 덕분에 '뻥돌이' 별명과 함께, 오늘 아침에 당뇨수치를 체크하였는데 그 수치가 공복에 154이니. 우울하네
당뇨가 있다면 관리해야겠네.
삼립호빵 쬐금씩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모르겠다
크림빵이다. 먹고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