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사전청약이지 토지보상도 덜 됐는데 언제 아파트 짓고 입주까지 완료되겠어요. 그 긴 시간동안 전세난민, 월세난민으로 서러운 무주택 기간 버틸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분양에 당첨돼도 전세를 놓을 수 없고 바로 입주해야 하니, 분양가 9억 이하 아파트도 최소 분양 가의 50%가량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죠.”
“4인 가족이 살 만한 서울 30평대 아파트 분양가는 9억원이 넘어서 중도금 대출조차 안 나와요. 마치 정부가 저에게 ‘언감생심 감히 서민이 서울 아파트를 가지려고 해?’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매번 아파트 청약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역대급 경쟁률이 회자된다. 내막을 뜯어보면 경쟁률 이면에 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뒤엉켜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청약을 넣으려는 실수요자들은 막연한 입주시기로 인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하남 교산지구 청약을 준비중인 A씨는 “토지보상이 80%가 이뤄진 곳도 주로 아파트 건설 용지에서 뿐이고, 다른 용지는 훨씬 더 지지부진하다더라”면서 “만약 당첨돼도 입주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는 이들이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세나 월세로 살아야 한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00주가 넘도록 오르고 있고, 그마저도 점차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일반 청약시장에선 분양가상한제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집주인이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하는 것도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분양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실거주 의무 기간이 있는데,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이면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이다. 실거주 의무 기간은 최초 입주일부터다.
이 때문에 전세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충당하지 못하게 됐고, 분양가액의 40%~100%를 자기자본으로 갖고 있는 이들만 청약 문턱을 밟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B씨는 “여유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 입주 때는 세입자를 받고, 이후 자금을 모은 뒤 가족이 들어가 살 계획이었다”면서 “당장 내후년에 실입주해야하는데 그 때까지 돈을 융통할 수 있을지 걱정에 잠이 안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 청약조차 ‘그림의 떡’이 되어버리자, 실수요자들은 구축 매수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10% 포인트 완화가 이뤄지면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보다 0.03%포인트 커진 0.15%로 재작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