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道 정자기행(5860)-화순 청강서실(淸江書室)
청강(淸江)에 우거한지 몇해나 돌아왔는가 / 가엾어라 밝은 달은 마음을 비쳐주누나
선생의 옛집에 끼친 향기 머물렀는데 / 때로는 제붕(諸朋)들과 강한 장막 열었도다.
○居淸江歲幾回 自憐明月照心來 先生古宅遺芬在 時與諸朋講帳開
전남 화순군 남면 절산리 절동에 있는 청강서실(淸江書室)에서 위계도(魏啓道)가 읊은 시다.
그는 서실에서 은거해 학구를 연구하면서 많은 시문을 이곳에서 남기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다 떠났다.
위계도는 한학자(漢學者)로 실학자 장흥의 존재 위백규(存齋 魏伯珪)의 후손으로 한국화가 금봉 박행보 등 많은 제자를 키우고 광주. 화순 일대에 많은 글을 남겼다.
지초(芝草)와 난초(蘭草)는 향기가 같고, 꾀꼬리는 꾀꼬리끼리 서로 화답을 구하는 법이라 했다.
훌륭한 사람과 훌륭한 사람은 기미가 서로 같다는 뜻이다. 만나 사귀게 되어 깊은 감화를 받았다는 말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선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마치 지란(芝蘭)의 방에 들어간 것과 같아 그 향기(香氣)는 못 맡더라도 오래 지나면 동화된다.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라고 하였다.
그들은 그곳에서 인간미 어린 고결한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향기를 나눴다.
명심보감明(心寶鑑) 11항 성심편 상에 '사향이 있으면 자연히 향기로울 것이니, 어찌 반드시 바람을 향하여 서겠는가? 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했다.고명한 인품을 지녔으면 저절로 향기 날 것이니, 무리한 수단을 써서 자신을 세상에 알리려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不經一事不長一智는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경험 특히 고난이나 역경을 통하여야 사리를 체득하고 지혜가 생긴다는 말로 그들이 정자를 지어 은거했던 이유다.
출처/ 매일신문/ 문화.오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