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규(1939 –2017)는 ‘ 독자적인 산문시 양식을 개척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939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고,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57년, 안성농업고등학교 재학 중 같은 학교의 김정혁, 박봉학, 홍성택 등과 동인 시집 ≪모화집(芽話集)≫, ≪바다로 가는 합창(合唱)≫ 등을 프린트본으로 간행, 이해 ‘학원문학상’을 받았다.
1958년, 고려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당시 교수이던 조지훈 시인의 문하를 드나들었다. ‘고대문학회’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이상시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등단작은 <나팔 서정(抒情)>이다. 번역으로 상징주의에서 현실주의까지 프랑스의 시세계를 섭렵, 현대시의 방법론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시 형식을 찾으려고 하였다. 결과로 시의 산문적 확장이라는 방법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현실에서 사용하는 삶의 언어를 시 언어로 사용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정진규 시의 특징이 시 언어의 산문화에 있은 것은 아니다. 그가 시를 산문화하려는 의도는 언어의 서술성을 이용하자는 의도였다.
실제로 시집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19770’ 이후로 그는 대담하게 산문 형식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산문으로의 전환은 그의 개인적 서정보다 대상으로서의 현실과 외부의 사물에 대한 인식으로, 그의 시적 주제를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시인 전봉건의 권유로 동인 ‘현대시’에 참가했다. 황운헌, 허만하, 김영태, 이유경, 주문돈, 김규태, 김종해, 이승훈, 이수익, 박의상 등과 제12집까지 활동했다. 고등학교에서 10여년 간 교직 생활했다. 딸 서영(栖英, 조각가, 서울대 강사) 태어났다.
<연필로 쓰자>
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 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다시 고쳐 풀 수 있으나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 쓸 수 있는 나의 생애 용서받고자 하는 자의 서러운 예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온전치 못한 반편 반편도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기, 잘못 간 서로의 길은 서로가 지워 드릴 수 있기 바랍니다. 떳떳했던 나의 길 진실의 길 그것마저 누가 지워버린다 해도 나는 섭섭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는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추고자 하는 비겁함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오직 향그러운 영혼의 냄새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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