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죽음과 사랑이야기
이경혜의‘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202110777 우지원
내가 죽는다면 나의 세상은 어떻게 될 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내 세상은 내가 중심이지만, 나 혼자만이 아니다.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 모두가 내 세상 안에 살고 있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 세상은 계속 나아간다. 나는 이렇게 내가 없는 나의 세상을 떠올리면 문득, 삶의 덧없음과 함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재준이도 그러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재준이는 밤 중에 몰래 오토바이를 타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 그의 단짝인 이성친구 유미는 세상을 잃었다. 누구보다도 가까웠고, 그랬기에 믿기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재준의 어머니가 유미를 찾았다. 그러곤 파란 일기장을 건네주었다. 유미가 재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것이다. 재준의 어머니는 도저히 일기장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 유미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일기장의 맨 앞장에는 이렇게 써져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문장. 어머니는 이 문장을 읽고 더 이상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유미가 일기장을 받아오긴 했지만, 유미라고 읽을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유미는 재준을 정말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일기장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기장을 읽으며 유미는 깨달았다. 재준이 일기장 앞 장에 남긴 문장은 자신의 사고를 암시하고 쓴 것이 아닌,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죽음을 가정하고 쓴 일기였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의 눈을 통해 보면 하루 하루 일분 일초가 소중하고 가족과 친구는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할 것이다. 재준이는 자신이 죽었다고 가정한 후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그 과정을 일기장이 남긴 것이었다. 그리고 유미는 재준이의 일기장을 힘겹게 읽어 나가며 친구의 삶을 더듬고 이해한다. 재준이가 얼마나 충실하고 아름답게 주어진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자 유미는 비로소 죽음도 삶의 일부로서 감싸안을 용기를 낸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고 꽉 막힌 학교였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글을 읽었을 때 재준이와 유미의 성별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읽는 데 난감했다. 재준이는 남자같은데 유미는 여자같고. 둘이 분명 친구라고 했는데. 친구는 무조건 같은 성별일텐데 재준이가 여자인 건가, 아님 유미가 남자인 건가? 놀랍게도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 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건데, 나는 그게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죽음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에게 죽음은 너무 두려운 사실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당시인 중2 때는 더욱 막연하면서도 무서운 존재로 자리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죽음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라고 확실히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무기력하게 사는 것이 아닌, 당연하게 생각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죽음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을 중2 때 읽게 된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잘못된 성관념을 바로잡아주고,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줬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가장 헤멜 수 있는 문제를 현명하고 잔잔하게 풀어나가주었다. 나는 이 책 덕분에 더 깊은 생각을 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만약 청소년기의 아이를 곁에 두고 있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또한 나도 이 책을 두고두고 읽는 만큼, 꼭 청소년기의 아이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삶이 무기력해질 때 나는 또 다시 이 책을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