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ng Quartet No.15 in A minor, Op. 132 - Esmé Quartet
베토벤 - 현악사중주 15번 A단조, Op.132
Beethoven | Streichquartett Nr. 15 in a-moll op. 132 - Esmé Quartet
Beethoven - String Quartet No.15 in A minor, Op. 132
I. Assai sostenuto - Allegro (00:00)
II. Allegro ma non tanto (09:47)
III. Molto adagio (18:08)
IV. Alla marcia (33:22)
V. Allegro appassionato (35:30)
[Esmé Quartet]
Wonhee Bae (배원희) - Violine
Yuna Ha (하유나) - Violine
Jiwon Kim (김지원) - Viola
Yeeun Heo (허예은) - Violoncello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염원 가운데 으뜸이었다.
그러한 인류에게 병은 두려운 존재였다. 병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늙게 하고 심하면 죽게 만든다.
그러나 병을 앓다가 치유됐을 때 사람은 어떤 의미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고통과 두려움을 맞이하면서 숭고함을 찾고 전과 같지 않은 새로운 사람이 되기도 한다.
요즘말로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가벼운 감기에서부터 생과 사를 넘나드는 큰 병까지 이 같은 치유와 정화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친근한 일들이다.
건강을 회복한 뒤 신에게 감사하는 신성한 노래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5번은 이렇게 ‘다시 태어난’ 베토벤이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마음이 서려 있다.
교향곡과 관현악곡에서 외향적인 늠름하고 씩씩한 기상을 발휘했던 베토벤의 음악세계에서,
그 이면에 위치한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촛불처럼 움직이는 내성과 마음의 정서는
현악 4중주와 바이올린, 첼로 소나타, 피아노 소나타 등 실내악과
독주곡을 통해 표출됐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다.
베토벤의 실내악을 들으면 평소에 굳게 잠겼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작곡가의 진심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곡은 현악 4중주 1제2번, 제13번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갈리친 공작을 위해 작곡에 착수했다.
원래 4악장 구성을 의도했는데, 1825년 4월에 제1악장과 제2악장을 쓴 베토벤은
병으로 앓아누워 작곡을 일단 중단하게 됐다.
이후 완전히 회복한 후 제3악장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작곡에 임하게 되었는데,
이 제3악장을 쓰면서 베토벤은 악보 서두에
‘Heiliger Dankgesang eines Genesenen an die Gottheit, in der lydischen Tonart’
(건강을 회복한 자가 신에게 감사하는 신성한 노래, 리디안 선법을 따름)이라고 직접 표시했다.
이 제3악장은 이름 그대로 신성하면서도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실로 베토벤의 모든 4중주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악장이다.
예정에 없던 제3악장이 만들어지면서 곡은 5악장 구성으로 완성됐는데,
제3악장을 중심으로 제1악장과 제5악장이 대응하고 제2악장과 제4악장이 대응하는 아치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러한 베토벤의 작품 설계는 훗날 벨러 버르토크에게 영향을 주었다.
1825년 11월 6일 슈판지히 4중주단의 연주로 초연됐다.
순수 절대음악의 세계를 지향 ‘베토벤의 현악 4중주’
현악 4중주를 비롯한 실내악은 교향곡이나 피아노 소나타와 함께 베토벤 창작의 중추였다.
베토벤을 통해 현악 4중주는 18세기의 오락음악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나
순수한 음향에 의한 절대음악의 세계로 들어섰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과장이 없는 음악 그 자체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다른 장르보다 창작 시기 구분이 용이하다.
1798~1800년에 쓰여진 Op.18의 여섯 곡은 초기, 1806~1810년의 다섯 곡은 중기,
1822~1826년 죽음을 앞두고 작곡한 다섯 곡의 4중주와 대 푸가는 후기를 대표한다.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이 곡들은 베토벤 양식 특유의 성격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베토벤의 내면적 사유와 성찰을 음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이후 작곡한 베토벤의 작품은 교향곡적인 화려함이나 외면적인 호소력은 없지만
악장 수가 확대되었고 기존의 주제와 동기 발전 서법이 희박해졌으며,
성부들의 짜임새도 대위법적인 부분과 단순한 부분으로 대조적인 양상으로 변화한다.
이런 음악적인 난해함 때문에 베토벤의 4중주는 듣는 이들에게 긴장감과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제1악장 Assai sostenuto Allegro 2/2박자 A 단조 4/4 박자
여덟마디로 이루어진 느린 도입부는 마치 강에서 안개가 스물거리는 듯 최저음 성부에서 솟아 오르는 2분음표들의 신비스러운 진행이다 (Marx는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고뇌'를 느꼈을 것이다). 일종의 불안감이 이들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는 화음들에 묻어나는데, 이 화음들은 가단조와 마 단조의 7화음들이다. 각 성부들의 진행, 특히 비올라의 진행이 주목할만하다.
제2악장 Allegro ma non troppo A장조 3/4 박자
형식상으로는 스케르조 악장에 상당하는데, 밝고 부드럽게 흐르는 대단히 투명한 느낌을 지닌 후기의 독특한 음악이다. 제1부는 이 주제가 분석적으로, 서로 모방하는 형태로 흘러 진행되어 담담한 표정을 만들고 있다. 초속적이라고해야 할까? 중간부에서는 오르간풍의 음색 효과를 보인다. 매우 독창적인 악상이다.
제3악장 Molto Adagio 4/4박자
제3악장은 "병으로부터 회복된 자가 하느님께 바치는, 리디아조의 감사의 노래 (Heiliger Dankegesang an die Gottheit eines Genesenen, in der Lydischen Tonart)"란 부제가 붙어잇다. 2소절의 서주뒤에 리디아조의 코랄이 천천히 노래하는 선율이 아릅답다. 전주의 부분은 다음 간주의 역활을 하게되며, 코랄은 5회노래된다. 제2부는 안단테 라장조 3/8박자 "새로운 힘을 느끼며"라는 표시가 되어 있고 뒤에 '가장 깊은 정서를 가지고"라고 되어있다. 생생한 리듬의 주제가 나오며, 점차 부드러운 리듬의 유동적인 악장으로 되어 간다. 그 후 제1부와 제 2부의 한층 촘촘한 재현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제1부가 크게 확대되어서 재현된다.
제4악장 Alla marcia, assai vivace A장조 4/4박자
제4악장은 행진곡풍으로 되어 있다. 이 악장은 짧으며 형태도 단순한데 앞에서 서술한 생의 기쁨 뒤의 행진곡조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다시 한번 음악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쁨의 강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전진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힘찬 악상 마지막 부분은 알레그로의 레치타티보로 되었으며, 프레스토로 템포를 더해 종악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제5악장 Allegro appassionato A단조 3/4박자
베토벤이 병을 앓고 난 후에 한줄기 높은 생의로의 찬가를 실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악장은 서정적, 감정적이다. 2소절의 서주뒤에 론도 주제가 연주된다. 이 주제는 근심을 포함하면서도 고아하고, 게다가 훌륭한 역동감과 정열을 숨긴 명선율이다. 이 주제를 축으로 론도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었으며, 코다는 전개부와 같이 충실하다.
Esmé Quartet
2018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 사중주 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으로 구성된 에스메 콰르텟이 1위 및 앨런 브레들리 모차르트상과
브람 엘더링 베토벤상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최초 입상이자 우승인 것은 물론이고,
동양인으로서도 최초 우승이어서 이들은 전 세계 음악인들 및 관계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