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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세레메쩨보 공항을 출발한 러시아 항공은 인천 출발때와는 다르게 거침없이 밤하늘을 가릅니다.
제법 멋진 노을도 연출하며, 작디작은 비행기가 젖먹던 힘을 내느 모양으로 고요한 밤하늘을 힘차게 날아갑니다.
아쉬운...모스크바 곳곳의 명소를 뒤로 한채 마드리드로 향하는 길. 그 길은 다시금 고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4시간 가까운 비행 후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내린 후, 바로 남부 터미널로 이동 후 세비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죠.ㅎ
3일 연속 야간 버스에서 밤을 맞이해야하는 대단한(?) 일정의 시작입니다.
다행히 등만대면 바로 잠이오는 유용한 체질이라 좁은 이코노미 좌석의 불편함 따위는 별로 게의치 않네요.ㅎ
마드리드 현지 시각 10시를 훌쩍 넘겨 바라하스 공항에 도착합니다.
모스크바와 다르게 후덥지근한 느낌이 스멀스멀 다가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모스크바와 달리 이 곳은 늦봄에서
여름으로 향하는지 제법 후끈한 느낌입니다.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을 빠져나온 후, METRO 표지판을 쳐다보며 발바르게 이동합니다.
에9 에9 ㅎ 뭔놈의 지하철이 이리도 먼지....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하철까지 50리터 배낭과 함게 걸어갑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나 프랑크푸르트 공항처럼 코 앞에 붙어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지하철의 등장은 희망고문의 또다른
이름입니다.ㅎ
지하철을 찾은 후 매표소로 향합니다.
yo quiero ir a la estacion autobus del sur.
나는 남부 터미널로 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마드리드에서의 첫마디를 시작했습니다.
dos euros!
2유로
이렇게 얘기하며 옛날 우리네 지하철 표를 건넵니다.
지하철 요금은 1유로지만...공항에서 이동하는 것은 별도 1유로가 추가되네요.ㅎ
지하철로 이동한 후 남부 터미널로 향합니다.
남부 안달루시아를 비롯해 국제 버스노선의 출발지인 남부터미널은 지하철 6호선 mendez alvaro역과
이어져있습니다. 버스터미널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느낌이라 대합실에 도착하자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인포메이션에서 소시버스(socibus) 매표소를 물어본 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진 채 창구로 향합니다.
컴퓨터의 이상인지 온라인 얘매를 못해 자칫 티켓이 없으면 어떻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새벽1시행 버스표가 여유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할겸, 새벽 1시행을 선택합니다. 무리해서 12시행을 선택할 수 있는데, 왠지 새벽 6시에 세비야 도착한 후
캄캄한 상황이라 당황할 것 같아 휴식도 취할겸 19.몇 유로...채 20유로가 안된 가격으로 세비야행을 발권했습니다.
잠시 주변도 살피고, 차나 한잔 하며 휴식을 취하려 했지만....캄캄한 어둠만이 가득할뿐...그 흔한 찻집하나 없는 동네였습니다.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버스를 기다립니다.
바로 옆에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닌자거북이 등껍질처럼 딱 달라붙은 커플이 눈에 보입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들은 서로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기라도 하는듯, 다정스런 눈빛과 애정어린 말투로 서로를 향해
달짝지근한 상황을 계속 연출하더군요.ㅎ
근데 전광판에 세비야행 버스 플랫폼도 시간도 계속 안나타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른 버스들은 다 나오는데...세비야행
버스만 정보가 없는지...티켓에도 플랫폼 번호가 적혀있지 않아 살짝 긴장을 합니다.
할수 없이 애정행각 중인 그들에게 물어봅니다.
conoces que donde esta el autobus a sevilla?
세비야행 버스는 어디인지 아시나요?
한마디 건네자 귀염상의 여자친구가 다정스러운 말투로 대답해줍니다.
연인과 둘만 얘기해서 입에 단내났는지, 거침없이 마구잡이로 시속 150km 속도로 마구마구 말을 하는데,
시차때문에 살짝 비몽사몽인 저는 혼수상태가 되었습니다.
에스파뇰라(스페인 여성)들의 친절함과 사교성이란 어느 곳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느낌입니다.
게다가 남자친구까지 거들다 보니 정신사나움은 두배로 증가하더군요.ㅎ
친절한 커플은 14번 플랫폼을 알려주며, 헤맑은 얼굴로 반겨줍니다.
'키스'라는 이름의 마시멜로우 과자도 건네주고, 같이 사진도 찍고 한밤에 급 흥분모드가 되고나니 어느덧 버스가 등장합니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왕 더듬이 버스. 세비야까지 인도해줄....우리의 침대이자 버스....왠지 등을 기대자 바로 잘것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버스. 이제 세비야로 향합니다.
스페인 광장....스페인 각 도시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
무어인을 몰아 내고 차지한 땅이지만, 그들의 유산으로 먹고사는 아이러니한 곳. 바로 안달루시아
단체 관광객에게 점령된 스페인 광장. ㅎ
세비야 대성당....그 웅장함과 내부의 화려함이란....
내부의 화려한 장식
오렌지 주스( el zumo de narangja)가 너무도 맛있는 스페인. 그리고...츄로스와 초콜라테.
세비야에 도착하자 조금씩 어둠이 사라지려 합니다. 대합실에는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 다음 버스 얘매도 하고, 잠시
대기하며 다음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배낭을 처리해야하는 상황이라 코인 라커로 향합니다.
이거 왠걸...다른 곳은 3유로 넣고 레버를 돌려 키를 빼면 그만인데...이곳은 그런 시스템이 아니네요.ㅎ
한참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하다가 주의사항을 읽어봅니다. 쭈글쭈글한 토큰 입구를 보면서, 순간 돈을 넣으면 별도의
토큰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코인라커 옆 기계에 동전을 넣어 봅니다.
허걱~ 어설프게 찌그러진 희안한 토큰이 나옵니다. 그 녀석을 열쇠구멍 위의 홈에다 넣고 열쇠를 돌리니...드르륵...
코인라커가 작동을 합니다. ㅎㅎㅎ
생존 본능은 어니데에서나 빛을 발휘하네요.ㅎ
짐을 넣은 후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 개시입니다. 화장실에서 세수와 머리감기를 후다닥 마무리한 후 한 여름의 세비야를
거침없이 거닐었습니다.
지도만 보아도 견적나오는 느낌. 저에게 세비야는 딱 알맞은 하루 코스였습니다.
과달키비르 강을 오른손을 잡으며 설렁설렁 걸어갑니다.
제일먼저 갈 곳은 스페인 광장.
김태희의 사이언 광고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지마, 무엇보다도 스페인 각 도시를 상징하는 타일모양이 궁금한 터라
제일먼저 그곳을 가려했습니다. 햇살이 조금씩 다가와질무렵....짙푸른 녹음과 어우러진 멋드러진 스페인 광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강한 햇살에 미간이 찌뿌려지지만....멋지다라는 탄성말고 다른 표현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아...저 정교한...문양...그리고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아술레주(파란 타일)...감탄과 함께 연신 셔터를 눌러봅니다.
이미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점령한 그곳은 아침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북적북적되고 있었습니다.
일본어 공부 써먹는 셈치고...
샤싱오 토루 . 오네가이시마스. ㅎ
(사진 좀 찍어주세요. 플리즈ㅎ)
노인 관광객 중에 나름 매력 발산 중인 여성에게 살짝 부탁해봅니다. 웃으며 드러나는 드라큘라 덧니가 살짝 웃기지만
시간만 많으면 맥주 한잔 하자고 말한번 건네고 싶더군요.ㅎ
곳곳의 멋진 장면 중에 각 도시의 상징들을 봅니다.
1492년 그라나다를 수복하며 완성된 레 콩키스타 (정복)가 각 도시 상징에 반영이 되어 있더군요.
특히나 안달루시아 지역의 말라가, 코르도바, 그라나다등을 비롯 레 콩키스타 시기에 수복된 도시들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많이 그려놓았습니다.
스페인 회화의 거장. 벨라스케스의 그림 중. 네덜란드 '브레다의 함락'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하려는 네덜란드가 브레다에서 패배한 후 승장 스피놀라 장군에게 성의 열쇠를 건네는 장면이
그림의 핵심인데, 무엇보다도 이와 유사한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드리드는 나폴레옹 시절의 저항 장면을 담은 것 같고, 남부 지역은 대부분 전투에서의 승리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el perro de catolico (카톨릭의 개들)라는 네덜란드 군의 대사가
가끔 생각나는데, 종교라는 미명아래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신대륙 발견과 더불어 더욱 심화되기 시작합니다.
상공업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부르조아들이 구체제의 귀족들과 성직자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등장시킨 신교,
그리고 구체제를 지키기 위해 추위에 얼어죽는 이가 널러있어도 종교재판을 통해 화형이 난무했던 구교.
이들의 격전이 바로 이 시기에 심화되기 시작하고, 결국 영국혁명, 30년 전쟁....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옷을 갈아입게 됩니다.
스페인은 2차세계대전 전 프랑코의 쿠데타로 내전이 발생하고 이후에 완전히 독재정치에서 벗어날때까지
카톨릭의 위새가 대단하게 됩니다.
스페인 광장을 뒤로 하고, 대성당으로 향합니다. 유럽에서 3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대단한 이곳은 외부의 웅장함
못지않게 내부의 화려함이 두눈을 번쩍뜨이게 합니다.
로마 산 베드로 성당, 파리 노틀담 성당, 프라하 비타성당 못지 않게 정말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특히나 은의 제단은
그 정교함과 화려함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또 바로 옆에 위치한 히랄다탑은 세비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
세비야에 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다 들리는 곳...바로 이곳이 대성당입니다.
대성당을 본 후, 세비야 대학 근처의 바에서 아침겸 점심을 즐깁니다.
꼭 먹어야하는 츄로스 y 초콜라테를 비롯해 먹음직스러운 것들을 시켜봅니다.
배가 고팠는지...막 먹게되고...ㅎ 특히나 오렌지 생주스는 왜이리 맛있는지...갑자기 세비야가 급 호감으로 다가오네요.ㅎ
역시나 금강산도 식후경인가 봅니다.
아...이제 점심이 지났는데.......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갑니다.
시원한 helado(아이스키림)를 먹어도 지끈지끈한 두통...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전해주는 불청객입니다.
그늘아래 시원한 녀석들을 들이키지만 겨울에서 봄을 건너띠고 여름으로 향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혼수상태로
바뀌네요. ㅎ
어여 빨리 기운차리고..플라멩코도 보고...맛난 파에야도 먹고...리스보아로 향할텐데....아 기운없어...헥헥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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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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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환상적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다...안돼는...몽환적인 시츄에이션!. 여행은 이렇게 해야 하는데.ㅜㅜ (-ω-`)**(?ω?´)o○
이제 보름 지났는데...자꾸 또가고 싶네요.ㅎ 이 죽일놈의 방랑벽이란 ㅎ
생존본능 ㅋㅋ 여행짠밥으로 다 아는거죠 ㅋㅋ 스페인 역시 건물들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최고네요^^
스페인 건축물...특히 압권은 안토니 가우디의 바르셀로나죠.ㅎ
ㅋㅋㅋ 밤에 안보길 잘했네 휴~~
큰일날뻔했당 ㅎㅎ
???
끙...음식때문에요. 한밤중에 냉장고를 안보려고 하는 1인임다.
이번 여름휴가 스페인으로 가려하는데, 기대하며 후기 계속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