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호 : 261/264
입력일 : 2001/06/20 1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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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왕건" / 6월 23일 (토) 129회] 1
<태조 왕건 129회>
씬길 최승우 일행들이 힘없이 가고 있다. 능애와 신검형제들도
함께 가고 있다. 얼마쯤 가다가 최승우가 한탄을 한다.
최승우 능애장군.
능애 예, 파진찬.
최승우 아무래도 이제 더는 가망이 없어보입니다. 아자개 어르신
말씀입니다. 폐하께서도 할만큼 하셨습니다. 더는 희망이
아니보여요.
능애 (한숨) 어찌하겠습니까. 일이 그렇게 된 것을요. 지금에 와
서 말이지만 고려에서 영약이 오지 않았다고 해도 아버님을
백제로 모시기는 어려웠을겝니다. 워낙이 성미가 고약하신
분이니까 말입니다.
최승우 앞으로가 걱정이올시다. 어찌해야할지 말입니다.
능애 글쎄요... 더이상 형님폐하께오서 세상에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터인데....
최승우 나는 어르신의 그 말씀이 걱정이 됩니다. 어딘가 가실 곳이
있다고 하신 그 말씀말이옵니다.
능애 가실 곳이라... 괜히 해보는 말씀이시겠지요. 평생을 상주
에서 사셨는데 어디로 가실 곳이 있으시겠습니까. 생각같아
서는 차라리 ...... 차라리 그냥 돌아가신 것이 나을 뻔 했
습니다.
최승우 허허허.. 글쎄요.
신검 숙부님. 일이 이렇게 되면 결국은 아버님께서 어찌하실까
요? 자연히 할아버님은 고려쪽으로 기우실테니 말입니다.
능애 그래서는 아니되지요. 일이 그리된다면 중대한 일이 벌어질
것이옵니다. 전쟁밖에는 없지요.
최승우 그것을 피하고자 지금까지 노력들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허
이거
참.... 가서 폐하의 용안을 어찌 뵙는단말입니까, 허허 이거
참.....
씬 아자개의 방
아자개가 일어나 앉아있고 계모와 대주, 용개 형제, 그리고 박술희와
최응, 의원1이 함께 해 있다.
박술희 상부어른. 이제 한 말씀 해주실 때가 된 것 같사옵니다.
아자개 한 말씀이라니?
계모 (눈치보다가) 나으리께서 일어나셨으니 이제 약속을 지켜야한
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사옵니까.
아자개 약속?
용개 그렇사옵니다, 아버님. 어차피 백제의 형님께서 보내신 조카
들도
다 돌려보내셨사옵니다. 뭔가 결정하셔야하옵니다.
대주 그래도 고려는 아니되옵니다.
아자개 (갈등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약속을 했다. 이제 와서 목
숨을
건졌다고 해서 다른 말을 할 수 없지 않느냐, 대주야.
최응 소인이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실은 상부어른께오서 드신
그 영
약은 고려의 황후마마께오서 드실 것이었사옵니다.
모두들 .........?
최응 지금 고려의 황후마마께오서는 병이 중하시어 사가로 나가 요
양 중
에 계시옵니다. 만에 하나 그 약을 썼더라면 나을 수도 있으
셨사옵
니다. 하오나 폐하께오서는 여기 박술희 장군께서 간곡히 청
하셨으
므로 상주로 그 영약을 보내신 것이옵니다.
계모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박술희 사실이옵니다. 이 사람의 정성을 저희 폐하께오서 보시고 내
리신
영약이었사옵니다.
최응 어르신께서 하신 약조이시옵니다. 어찌하실 것이온지요.
대주 아버님....... ?
침묵이 흐른다. 한동안 모두들 말이 없다. 그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아
자개에게 가있다.
박술희 상부어른. 편히 모시겠사옵니다.
아자개 (끄덕인다) 이미 ....... 그렇게 약속한 일이었네. 갈 수밖
에....
아니, 가야지. 이젠 나도 쉴 곳을 찾아야지.
대주 아버님.......?
아자개 내 병이 나았다하지만 그래도 늙은 것은 속일 수가 없다. 견
훤이는
느이들도 알다시피 너희 어머니와 뜻이 맞질 않는다. 용개와
보개
도 이미 견훤이의 눈밖에 나있을 것이다. 아니 그러냐.
용개 그럴 것이옵니다, 아버님.
대주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아버님.
계모 왜 그렇지가 않아. 이미 다 아는 일이다. 참으로 말씀 잘 하
셨습니
다, 나으리.
아자개 이미 결정을 한 일이다. 대주도 이 아비의 뜻을 따르거라.
대주 아버님!
아자개 몸을 좀 더 추스리자면 한 며칠은 걸릴 것일세. 이보게, 술
희.
박술희 예, 상부어른.
아자개 나는 자네를 믿어. 자네는 내 자식이야. 고려로 가겠네. 그리
알
게.
박술희 (감격하여 엎드리며) 상부어른.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소장의
마음
을 헤아려주시니 감격 또 감격하옵니다. 맹세컨대 평생을 잘
모시
겠사옵니다, 상부어른. 하오면 황도 철원으로 파발을 띄우겠
사옵니
다.
최응이 웃는다. 대주는 눈을 꼭 감는다. 용개 보개 계모들도 웃고 있
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서 ......
씬 길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등에는 전령기를 꽂은 박술희 부장이
다. 그렇게 급히 달려 사라지면
씬 백제 황궁 외경
견훤(E) 무엇이 어쩌고 어째?! 그냥 쫓겨와?
씬 동, 조당 안
신료들이 가득히 모여있다. 견훤이 흥분하여 떨며 일어나 주먹을 꼭
쥐고 있다. 능애와 최승우, 태자들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견훤 세상에. 그걸 지금 말이라고들 하고 있는겐가? 어떻게 구한
약재인
가. 그것이 얼마나 피땀흘리며 찾아낸 약인가.
모두들 ........
견훤 그런데, 그런데 아버님께서 보시지도 않고 내쫓아? 정말 그랬
단 말
인가? 이보게, 파진찬 말 좀 해보아. 정말 그랬어?
최승우 용서하시오소서, 폐하. 그렇사옵니다.
신검 아바마마, 할바마마께오서는 소자가 생각해도 이제 어쩔 수
없는
분이시옵니다. 크게 미련을 두지 마시오소서, 아바마마.
능환 폐하. 어르신께서는 일찍부터 그런 분이셨사옵니다. 지금의
일로
하여 유달리 속상해하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어찌
하실까 하시는 일이옵니다.
견훤 어찌하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아버님께서 저리 노망을
부리시
니 자식인 나도 막나가라 그런 말이야? 그런 것이야, 이찬?
능환 그런 것은 아니옵고 단지 신은 상주의 일이 갈수록 더 험악해
질 것
이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하여야 한다 하는 말이옵니다.
견훤 그러니까 어찌하자는 것이냐 이말이야. 전쟁을 하자는 것인
가?
능환 그렇사옵니다, 폐하. 잘못하면 어르신도 잃고 세상에 웃음거
리가
되고 게다가 영토까지 잃사옵니다. 바야흐로 이제는 강하게
나서실
때가 되었사옵니다, 폐하.
애술 이찬의 말씀이 지당하시옵니다. 수십년을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
어르신 사정을 살펴드리다가 우리 군은 낙동강 일대까지 전선
을 후
퇴하였사옵니다. 이제 더는 아니되옵니다.
최필 신도 이제는 군을 움직여야한다 생각되옵니다. 헤아려 살피시
오소
서, 폐하.
견훤 싸우라..... 아비와 자식간에 싸우라.... 허허 이런.....
신덕 폐하. 신 신덕 아뢰옵니다. 싸움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옵니
다. 수
십년을 참고 또 참아오신 폐하시옵니다. 세상과 백성들은 그
런 폐
하의 효심을 모를 리 없사옵니다. 이제와서 군을 움직이시면
그간
에 보이신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옵니다. 좀 더 기다리시
오소
서.
박영규 신 박영규, 신덕 장군과 생각이 같사옵니다. 잠시 노여움을
참으시
고 좀 더 사태를 관망하시오소서.
능애 그렇지않사옵니다. 폐하. 이미 관망하는 것으로는 아니되옵니
다.
군대를 보내시오소서.
애술 그렇사옵니다. 아무리 기회를 드려도 변할 분들이 아니시옵니
다.
신에게 선봉을 명하시오소서. 반드시 상주를 찾아 폐하께 올
리겠나
이다.
김총 신 김총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군사를 일으키시오소서, 폐하.
최승우 폐하. 신은 신덕장군의 이야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
되옵니
다. 폐하께오서는 오래 참아오셨사옵니다. 조금 더 여유를 두
시오
소서. 전쟁은 아니되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참고 또 참아
야하
는 것이 자식의 본분이옵니다. 어느 세상에 자식이 일어나 칼
로써
어버이를 칠 수가 있사옵니까. 삼한의 모든 눈들이 보고 있사
옵니
다. 살펴 헤아리시오소서, 폐하.
견훤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그러니 어떻게 해... 경들도 보았을
것이
야.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가. (울듯이) 억울하이............
나는
정말 억울해......... 너무 억울해...........
모두들 ............
최승우 폐하. 노여움과 분함을 누르시오소서. 반드시 좋은 때가 올
것이옵
니다.
능환 좋은 때라니? 언제 그걸 기다리고 있는단 말인가. 고려도 그
렇고
우리고 그렇고 목표는 삼한의 통일이야. 기회를 다 잃어버리
고 나
서 어느 때 무얼 한단 말인가.
최승우 아무리 답답하고 급해도 세상의 인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
옵니
다.
능환 어르신께서는 이미 망령이 극에 달하신 분일세. 저러시다가
정말로
고려와 손이라도 잡는다면 ........ 이것은 더 큰 일을 초래
하는
것이야. 그렇게 되면 파진찬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도
없
어. 파진찬은 늘 그저 좋게 좋게 라고 하였어. 그 결과가 지
금 이
렇게 된것이란 말일세.
최승우 물론 할말은 없사옵니다, 하오나........
견훤 그만들 둬, 그만들. 지금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때인가. 그
래. (이
를 악물며) 이번 한번만 더 파진찬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지.
또 한
번 참아보자고. 아프지만 또 한번.... 참아보자고........
씬 동, 황후전
박씨와 고비가 함께 있다. 박씨가 푸념을 한다.
박씨 내가 뭐라고 했나. 뭐라고 했어? 그 노인네가 글쎄 그렇다니
까.
고비 ........
박씨 자식이 죽을 고생을 하면서 그런 귀한 약을 찾아 올리면 고맙
다 하
고 받아도 시원찮을 터인데, 문전박대를 해?
고비 그러게 말이옵니다.
박씨 그 계모님때문이야. 그 계모님이 오셔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
었어. 오늘날 이렇게 된 건 다 계모님 탓이야.
고비 .........
박씨 모두들 저 망령든 노인네가 혹시나 고려로 가면 어떻게 하나
하고
전전긍긍들 하는 모양인데 내 생각같아서는 차라리 가시는 게
낫겠
구먼. 두고두고 속썩이시는 것 보다 가시는 게 나아. 사람이
되어
서 어찌 그러실 수가 있을꼬.
고비 ........
박씨 자식 얼굴에 똥칠하시고 계시는 게야. 어떻게 백제의 적국을
좋아
하실 수 있는가 말이야. 부자간에 아무리 틈이 있다고 해도
그렇
지. 어떻게 백제의 적인 고려를 좋아하실 수 있어?
씬 고려 철원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박술희 부장이 서있다. 왕건이 가득히 기쁨을 띤 표정으로 장계를 보
다가 부장을 본다.
왕건 그 일을 성공시켰구먼. 그예 그 일을 해냈어.
부장 예, 폐하.
왕건 이보시오, 왕학사. 그리고 이보게, 태평낭중.
두사람 예, 폐하.
왕건 (흥분해서) 술희아우와 최응이가 해냈어요. 아자개가 우리 고
려로
오겠답니다. 고려로 오겠다고 했어요.
왕유 믿기지않사옵니다, 폐하. 그런 엄청난 일을 성사시키다니요.
태평 역시.... 최시랑이옵니다. 그리고 박술희장군이옵니다. 두 사
람이
역사에 남을만한 대 사건을 만들었사옵니다.
왕건 하하하..... 으하하하하하...... 이런 일들이 있기는 있구먼.
솔직
히 나는 설마했소이다.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아.... 이런 일이 있다니.
왕유 하늘이 폐하를 돕고 계심이옵니다. 그렇지않고서야 어떻게 이
렇게
엄청난 일이 현실로 올수가 있겠사옵니까. 감축드리옵니다.
태평 감축드리옵니다.
왕건 조회를 열어야겠소이다. 이 일을 전 신료들에게 알려야겠어
요. 즉
시 조회를 열도록 하시오. 어서요.
왕유 예, 폐하.
왕건은 흥분했다. 사뭇 고조된 그 표정에서 ...
씬 조당
문무신료들이 가득히 모여있다. 왕건은 옥좌에 앉아 말한다.
왕건 경들은 들으오
모두들 예.
왕건 이미 소식이 빠른 이들은 오늘의 조회가 왜 열렸는지를 아실
게요.
백제 견훤왕의 아버지인 아자개 상부께서 우리 고려를 택하셨
소이
다.
모두들 .........
왕건 일찍이 나는 그 분을 상부로 뫼신 적이 있소이다. 백제 왕의
아버
지가 고려로 온다는 것은 우리 고려가 그만큼 이 삼한의 유일
무이
한 정신적 지주임을 말해주는 것이오. 이 아니 기쁜 일이겠소
이까.
신료들 그러하옵니다, 폐하.
김행선 폐하. 이제 고난의 세월은 가고 기쁜 일들만이 거듭되고 있사
옵니
다. 실로 그러하옵니다. 백제왕의 아버지가 고려로 귀부한다
는 것
은 세상 인심이 폐하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옵니다.
박지윤 그렇사옵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었사옵
니다.
백제로써는 불행한 일이겠으나 우리 고려로써는 역사에 남을
만한
대 사건이며 또한 승리라 할 수 있사옵니다.
유금필 폐하. 이번 이야기를 들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기는 하오나 반
대로
생각할 때 고려와 백제 사이가 더욱 긴장되는 사건이기도 하
옵니
다. 그에 따른 조치가 있어야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능산 당연하고 또 당연한 이야기이옵니다. 아자개라는 분이 고려로
오게
되면 백제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김락 어차피 백제는 우리의 적이옵니다. 전쟁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옵니다.
배현경 그렇사옵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군을 전진배치시키고
상중
일대를 특히 강화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삼가 영을 내리시오
소서.
원극유 한동안 이 삼한 땅에 전투가 없었사옵니다. 앞으로는 그러나
다시
또 무슨 이유로든지 싸움은 계속될 것이옵니다. 이 차제에 전
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폐하.
홍유 폐하. 이번 사건은 분명히 세상의 인심이 폐하를 달리 보는
계기가
될 것이옵니다. 이 기회를 크게 살릴 필요가 있사옵니다. 군
을 적
재적소에 다시 배치하시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시오소서.
박질 그러하옵니다. 삼한 백성 모두가 이 일을 알아야하옵니다. 폐
하의
크나크신 영도력을 보이시오소서.
왕건 아니그래도 많은 생각을 하였소이다. 나는 아자개 상부가 오
는 것
을 아주 대대적으로 맞이할 것이오. 전 신료들 또한 그 어른
을 모
시는 데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아니되오. 이는 국가적인
행사
올시다. 아시겠소이까?
신료들 예, 폐하.
왕건 대대적으로 하오. 문무신료들 모두 나와 함께 나아가 우리의
국빈
을 맞이할 것이오. 또한 경들의 말처럼 만약에 사태가 있을
수 있
으니 병부와 순군부는 서로 협력하여 경계를 소홀히 말도록
하오.
그들 예, 폐하.
왕건 장군 배현경과 홍유는 유긍달 대부와 함께 함께 군사들을 데
리고
상주로 떠나 만약에 있을지 모를 백제군의 동태를 경계하도록
하
오.
두사람 예, 폐하.
왕건 또한 장군 유금필과 능산, 김락은 상주로 가서 아자개 어른을
모셔
오도록 하시오. 아주 극진히 말이오.
그들 예, 폐하.
왕건 병부령은 순군부와 함께 아자개 어른을 모시는 행사를 연습하
도록
하시오.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아니되오.
원극유들 예, 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왕건 이 일은 짐이 황제에 오른 이후 가장 큰 사건이며 또한 행사
가 될
것이오. 또한 짐이 직접 행사에 관한 연습을 주관하겠소이다.
소홀
함을 보이는 자는 누구든 엄히 그 책임을 묻겠소이다. 새삼
명심들
하길 바라오.
신료들 예, 폐하.
씬 길
배현경, 홍유, 유긍달이 군대를 이끌고 가고 있다. 그들과 함께 유금
필, 능산, 김락들도 가고 있다.
배현경 허허허.. 유대부.
유긍달 예, 장군.
배현경 참으로 즐거운 일이올습니다. 전쟁을 하러 간다기보다는 이거
꼭
놀러가는 기분이올습니다.
유긍달 왜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하긴 옛날부터 그 아자개라
는 노
인은 우리 고려의 호의적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요.
홍유 그게 다 따지고 보면 박술희장군이 오래도록 공을 들인 결과
올시
다. 거 대주 낭자라는 처녀와는 어찌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금필 모르긴 몰라도 그리 쉽게는 아니될겝니다. 그낭자가 보통이
아니거
든요.
능산 그렇습니다. 아주 당찬 낭자지요. 그 무예가 또한 일품이구
요. 옛
날에 술희아우가 아주 혼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김락 이야기들었습니다. 그 뒤로 박장군이 넋을 빼앗겼다면서요?
능 그렇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이뤄진게 아무것도 없는
모양
이올시다.
유금필 대주 낭자보다는 그 아자개라는 노인과 더 친해져버렸답니다,
글
쎄.. 허허허허......
모두들 함께 웃는다. 그렇게 길게 꼬리를 물고 지나쳐가고.......
번 호 : 262/264
입력일 : 2001/06/20 14:45:41
자료량 : 655줄
제 목 : ["왕건" / 6월 23일 (토) 129회] 2
씬 황궁 수인의 처소
수인이 아기를 안고 어르고 있다. 득의만만한 표정이다.
수인 호호호... 우리 아기님. 어쩌면 이리 폐하를 꼭 닮으셨을꼬.
영락
없이 폐하를 닮으셨어요.
김상궁 그렇사옵니다. 마마. 꼭 닮으셨사옵니다.
수인 아버님께서 장군들과 함께 충주로 떠나셨다고?
김상궁 예, 마마. 그 곳에서 상주로 넘어가 백제왕의 아버지를 모셔
온다
하옵니다.
수인 암. 이번에 그 일도 다 아버님이 하신 일이 크셨기 떄문일세.
우리
충주는 늘 중요한 일을 많이 해왔어. 따지고 보면 박술희 장
군도
다 아버님 덕을 본 것이야. 하긴 옛날에 폐하께서 장군으로
계실
때도 그러하셨지.
김상궁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사옵니다.
수인 하긴 그래. 폐하께서 어디 우리 가문에 신세만 지셨는가. 나
주 형
님댁의 신세도 지셨고 또 황후마마인 정주 큰 형님의 신세도
지셨
지... 그러고 보면 폐하께오서는 참 처가집 복도 많은 분이실
세.
김상궁 얼마나 좋은 일이옵니까, 마마.
수인 암 그렇구 말구. 이제 황실에 폐하의 아드님은 두 분이 되셨
네. 나
주 형님께서는 은연중에 태자 무가 다음 보위를 이으신다고
자신하
시더구먼. 하지만 글쎄. 꼭 장자만 보위를 잇는다는 법이 있
는가.
그야말로 좀 심한 꿈이신 것 같네 그려.
김상궁 예, 마마.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일이옵니다. 변화가 많
은 세
상일을 누가 알겠사옵니까.
수인 그렇구 말구. 자네는 참 옳은 말만 하네 그려. 호호호
호.......
씬 동궁
태자 무가 왕유의 지도 아래 책을 읽고 있다. 그 먼발치에서 오씨가
박상궁을 데리고 숨어보고 있다.
왕유 태자 마마. 다음 장을 읽어보시오소서.
무 예, 사부님. (책을 읽는다) 무교일욕유방하고, 긍긍업업이니,
일일
이일에 만기니이다. 무광서관이니, 천공을 인기대지니이다. (
無敎逸慾有邦 兢兢業業 一日二日 萬機. 無曠庶官 天工 人其代
之.)
왕유 허허허 잘 읽으셨사옵니다. 하오면 태자마마, 이것이 무슨 뜻
이옵
니까? 일러보시오소서.
무 옛날 순임금 때 신하였던 고요라는 신하의 말이옵니다.
왕유 이르시오소서.
무 관리를 임용하는 일에 대하여 지켜야할 일을 말한 것이옵니
다. 탐
욕만 부리고 안일에 빠져있는 사람을 제후의 자리에 봉하거나
능력
이 없는 자를 관직에 임용한다면 결국은 민생을 도탄에 빠뜨
리고
정무를 처리하지 못하여 정치를 황폐하게 하며 나라를 혼란과
쇠퇴
의 길로 치닫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는 말이옵니다.
왕유 그렇사옵니다.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처지에 있는 사람은 사
욕이
없어야 하며 하늘을 대신하여 일을 한다는 소명이 있어야하옵
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쓰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지 않
으면
안되옵니다.
무 예, 사부님.
왕유 태자마마께서도 먼 훗날 언젠가는 백성을 다스리는 자리에 서
시게
되옵니다. 오늘의 공부를 부디 잊지마시오소서.
무 예, 사부님, 명심하겠습니다.
왕유 잘하셨사옵니다. 참으로 태자마마께서는 총명함이 뛰어나오십
니다.
허허허...
오씨가 멀리서 보다가 돌아선다. 아주 기분이 좋은 오씨다.
씬 그 곳
오씨가 박상궁과 함께 가며 흐뭇해서 말한다.
오씨 자네도 보았지? 왕학사가 우리 태자를 칭찬하는 것 말이야.
박상궁 예, 마마. 소인이 뵙기로도 참으로 영명하시옵니다.
오씨 호호호....... 훗날 황제가 될 태자일세. 적어도 저쯤은 되어
야하
지 않겠는가.
박상궁 그러하옵니다, 마마.
오씨 황실에서 사내 아이를 낳는다고 어디 다 태자라 할 수 있겠는
가?
그만큼 자질이 있어야하고 또 자격이 있어야하지. 잘못하면
공연히
화를 당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지. 옛날 사서에 보면 말일세.
가세
나. 가서 시원한 식혜나 한그릇 해야겠네.
박상궁 예, 마마.
오씨 그렇게 의기양양해서 가고.....
씬 황궁 어느 뜰
왕건이 군사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김행선은 물론 광평성 원로들
도 다 나와있고 또한 내군의 무장들이 복지겸의 지휘아래 움직이고 있
다. 전체를 주관하는 것은 김행선이다. 원극유가 함께 해있다.
김행선 자 똑바로들 서시오. 이보시오, 병부령, 뭘 하는게요. 병부와
순군
부의 군사들은 저쪽으로 열을 맞춰야지.
원극유 예, 시중어른. 열을 맞추시오. 문신들은 저쪽으로 서시고, 무
신들
은 이쪽으로 어서어서들 서봐요.
태평 열을 맞추시오. 상부어른께서는 저쪽으로 들어오실 것이오.
문무대
신들은 이쪽과 저쪽에서 예를 올리게 될 것입니다.
왕건 .........
김행선 자 다시들 해보십시다. 열들을 맞추시오. 어허, 이렇게들
원... 열
들을 맞추라니까.
수많은 문신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숱한
장군들이 도열해있고 내군의 군사들이 끝없이 깃발을 들고 늘어서 있
다. 한쪽에선 대북을 울리고 있고 수백 필의 기마대가 황제의 깃발을
들고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오늘날의 의장병 사열과 같은 것이다. 왕
건이 계속해 중앙의 자리에 앉아 보고 있다. 그러나 천여 명이 어울리
는 집단 행사이다. 잘 되지가 않는다. 왕건이 인상을 찌푸린다.
왕건 이런 쯔쯔쯔........ 이보시오, 복장군.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이래가지고서 어찌 귀빈을 맞을 수가 있단 말이오. 저렇게 행
동이
모아지지않고서야 이런 쯔쯔쯔.......
복지겸 송구하옵니다, 폐하. 곧 바로 잡힐 것이옵니다.
왕건 처음부터 다시 해보라 하시오. 저쪽에서 아자개 어른이 들어
오시게
되면 이쪽에서 짐의 근위병들이 기를 들고 환영할 것이 아니
겠소이
까.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저쪽에서 대북을 치고 소라를 불고 각 군대들이 열을 지어 위
엄을
보여야 할 것이외다. 그리고 문신들은 저쪽에 서서 일제히 황
제를
대하는 예로 그 어른을 모셔야 할 것이야.
복지겸 예, 폐하. 처음부터 다시 해보이겠사옵니다.
복지겸이 단 아래를 향해 소리친다.
복지겸 처음부터 다시들 하랍시오. 다시 하오, 다시들 하오.
원극유 알겠소이다. (큰소리로) 자, 제자리들로 가시오. 어서들 가시
오.
그들 그렇게 다시 원위치로 돌아간다. 한동안의 소요가 있고 다시 대
북이 울리고 소라가 운다. 소라를 든 병정들만 수십 명이고 대북을 치
는 군사들 또한 셀수가 없다. 깃발들은 하늘을 덮을 듯 하고 기마대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계속 울리는 북소리 그리고 소라소
리들. 도열해 있는 군사들이 일제히 군호를 외기 시작한다.
그러자 문신들 쪽에서 신료 두 사람이 비실거리며 눈치를 보고 왕건이
앞에 가서 허리를 숙인다.
왕건 경들은 누구인가.
김행선 광평남중 류문율과 직성관 주성길이옵니다.
그들 ....... (떨고 있고)
왕건 이런 못난 자들이 있는가. 내 분명히 말하였다. 소임을 다하
지 못
하는 자들은 책임을 묻겠다고. 이보게 내군 장군.
복지겸 예, 폐하.
왕건 이래가지고 어떻게 짐의 위엄이 서겠는가. 이 행사는 삼한의
모든
백성이 본다고 하였어. 이자들을 당장 원주로 유배시키도록
하오.
어서!
복지겸 예, 폐하. 내군들은 뭐하는가. 당장 이자들을 끌고 가라.
그들 망극하옵니다, 폐하. 용서하시오소서.
왕건 어서 끌고가라.
그들은 용서를 빌면서 장수장과 장일의 내군들에게 끌려간다.
왕건 처음부터 다시 하오. 다시 하오.
모두들 예, 폐하.
김행선 폐하께서 처음부터 다시 하랍시오. 모두 제자리들로 가오. 다
시 하
랍시오.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라소리. 그 연습장의 소요에서
왕건의 얼굴로 이어지며 해설.
해설 왕건의 노여움. 그것은 노여움이 아니었다. 그가 황제가 오른
직후
삼한의 인심을 바꿔놓는 결정적 계기를 맞는 일이었다. 참으
로 중
요한 행사였던 것이다. 아자개의 고려귀부는 그만큼 사건 중
에도
대 사건이었던 것이다. 당시 왕건의 모습을 실록은 이렇게 말
하고
있다. 태조가 구정(격구장)에서 상주적사 아자개의 귀부의례
를 연
습하였다. 그 도중에 광평낭중 류문율과 직성관 주성길이 서
로 자
리다툼을 하다가 귀양을 갔다 라고..... 왕건이 얼마나 이 연
습에
심혈을 기울였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씬 사불성 외경
아자개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씬 동, 성 안
아자개는 기분이 좋다. 이제 몸이 제법 원기를 찾은 것이다.
아자개 허허허....... 날아갈 것 같애요. 거 참 산삼이 좋기는 좋다.
계모 천년짜리라 하옵니다. 천년...
아자개 압니다, 알아요. 아아...... 그렇게 괴롭던 것이 씻은 듯이
나았
어.
계모 그래도 이 삼일 더 몸을 추스리고 가시오소서. 철원까지는 먼
길이
옵니다.
아자개 그래야지, 그래야지. 그래도 이젠 다 나았소이다. 갈 만 해
요.
박술희 좋아지신 모습을 뵈오니 참으로 소장도 기쁘옵니다.
용개 박장군의 공이 참으로 큽니다. 고맙소이다.
박술희 무슨 말씀을. 다 어르신의 복이시옵니다.
아자개 그나저나... 우리가 가면 이 성은 누가 맡는가?
용개 소자가 맡을 것이옵니다.
박술희 당연히 그래야하지 않겠사옵니까. 이 성은 영원히 어르신의
것이옵
니다. 그러자면 용개장군께서 맡으셔야지요.
계모 보세요. 얼마나 깊은 배려를 하고 있습니까.
아자개 암암. 정말 그렇구먼. 헌데... 대주는 어디를 갔나?
용개 아까 마당에 있는 것을 보았사옵니다만은....
계모 아이구, 그 애는 정말 내 아이같지가 않아. 어떻게 그 모양인
지
원.....
씬 성 안 마당 일각
대주가 서서 먼 산을 보고 있다. 보개가 저만치서 다가온다.
보개 여기서 뭘하시우 누님.
대주 글쎄다.....
보개 아버님께서 이제 완전히 기력을 찾으셨습니다, 누님.
대주 그래. 안다. 아버님은 목숨을 건지셨지만 견훤오라버니는 평
생 치
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으셨다.
보개 어쩔 수 없는 일이우. 우리도 살아야하니까요. 누님도 생각을
바꾸
시오. 오죽하면 우리가 고려로 가겠습니까.
대주 (눈물 글썽이며) 내가 안타까운 것은 아버님이나 우리 생각처
럼 견
훤오라버니가 그렇게 나쁜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개 .........
대주 그래도 그동안 오랜 세월, 오라버니께서 무던히도 참아주셨
다. 우
리가 고려로 간다면 이제 정말로 의절을 하는 것이야. 남남이
되는
것 말이다.
보개 어쩔 수 없어요. 가슴아픈 일이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구
요 누
님. 누님도 준비를 하시구려. 이 성은 용개형님이 맡으십니
다. 우
리는 모두 고려로 가는 거예요.
대주 그래. 아버님이 결정을 하셨으니 일단 가기는 가야겠지. 그러
나 나
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백제인이라고 말이다.
보개 누님?
대주 나는 백제인이야.
씬 백제 황궁 외경
씬 동, 대전
견훤이 머리를 감싸고 앉아있다. 그러다가 울화를 참는듯 큰 잔에 술
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킨다. 능애와 박영규가 함께 있다.
견훤 (마시고) 생각할수록 울화통이 터져. 참으려고 해도 너무 속
이 상
해.
능애 폐하. 어제 오늘 보시는 아버님이 아니시옵니다. 속을 버리시
니 독
주는 그만하시오소서.
견훤 아우야. 우리 형제가 도대체 아버님에게 뭘 잘못했단 말이냐.
그
계모님 한분으로 해서 이 지경까지 되어야한단 말이냐? 이것
봐 사
위.
박영규 예, 폐하.
견훤 자네가 내 사위지만 알아둘 일이 있어. 여자들 말이야, 너무
그 말
에....... 특히나 나쁜 말에는 귀를 기울이질 말어.
박영규 ......
견훤 그 입초사에 모든 일들이 그냥 산산조각이 난단 말씀이야. 이
번 일
은 작게는 우리 가족의 얘기지만 크게는 나라 전체가 망신을
당하
는 일이야. (계속 마시며) 생각해봐. 아버님께서 고려로 가실
지도
모른다는게야. 그렇게 말했지, 아우야.
능애 그렇사옵니다. 분명 다른 곳으로 가실 곳이 있다는 말씀을 하
셨사
옵니다.
견훤 다른 곳....... 다른 곳? 그게 고려 아니면 어디겠는가. (하
다가)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아버님이야. 설마 자식인 내 얼굴을
생각
해서라도 왕건이가 있는 고려로 가시겠는가? 그렇진 않겠지?
능애 모를 일이옵니다, 형님폐하.
견훤 모른다... 모른다고? 만약에 ...... 만약에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
면 그거는 참을 수가 없지. 아무리 아버님이라 하시지만 군대
를 보
낼 수밖에.
능애 그러하옵니다. 이제 체면 따위를 찾을 시기는 아니옵니다. 군
대를
일으켜 아버님이 가시는 길을 막고 상주를 찾아야하옵니다.
견훤 그럴 것이야. 고려로 가신다면 그렇게 할 것이야. 당장 병부
에 전
하라. 전군은 비상대기하라고 하라. 짐의 영을 기다리라고 하
라.
사위가 가. 가서 내 영을 전하라.
박영규 예, 폐하.
박영규가 일어나 나간다. 견훤은 또 잔을 털어넣는다. 그의 눈에 독기
가 펄펄 일고 있다.
씬 황궁 어느 일각
최승우와 능환, 일길찬 민합, 신검, 양검, 신덕, 김총, 애술이 모여있
다.
능환 파진찬. 왜 아자개 어른께서 고려로 가실 것이라는 이야기는
미리
안해드렸는가?
최승우 확실한 것도 아니고 해서...
능환 능애장군이 상주에서 있었던 일을 보다 소상히 말씀드리는 모
양일
세. 폐하께서 지금 독주를 드시면서 괴로워하신다네.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다는 것이지.
최승우 그래도 전쟁은 아니되옵니다.
능환 망령든 노인네가 적국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 아닌가?
차라
리 군대를 보내 그 목숨을 거두는 것이 나을 것이야. 나라를
위해
서는 말일세.
최승우 그래도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옵니다. 때로는 한 나라보다도
자식으
로서의 도리가 더 중요할 수도 있사옵니다.
능환 그런 케케묵은 도덕따위는 이자리에서 맞지가 않네. 현실을
생각해
야지, 현실을 말일세.
애술 폐하께서 지금 속이 상하시어 독주를 드신다 들었사옵니다.
그러니
까 아자개 어른이 고려로 갈지도 모른다는 말씀은 조금 전에
들으
신 모양입니다.
능환 그렇다네. 펄펄 뛰고 계신다는게야.
그때 최필이 들어온다. 그러면서 긴장되어 말한다.
최필 이찬 어른. 비상령이 내려졌사옵니다.
모두들 비상?
최필 예, 폐하께오서 병부에 일러 모든 장졸들은 영을 대기하라 하
셨다
하옵니다.
애술 하하하하....... 전쟁입니다. 폐하께서도 이미 그리 결정을
하신
모양입니다. 그리 하셨어야지요.... 진작에 그리하셨어야지.
신덕 일이 상상 외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 일은 흥분하면 할수록
흥분하
는 쪽이 불리하게 되어있습니다. 파진찬 어른. 막으셔야하옵
니다.
최승우 그러게 말일세.
신덕 무엇이 더 나라를 위해 실리가 있는가. 냉철하게 생각해야하
옵니
다. 웅주에서 지금 모종의 일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사
옵니
다. 바로 그런 것이옵니다. 상주의 일이 한번 실패를 했다면
우리
는 다른쪽에서 역공을 할수도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 군사를
일으
키는 것은 다시 한번 고려해야하옵니다, 이찬 어른.
능환 무엇을 고려를 해? 더이상 무엇을 말인가. 이미 만신창이가
되도록
폐하께서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셨는데 무엇을 더! 웅주고 무
엇이고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니야. 문제는 상주지 웅주가 아니야.
씬 웅주 성 외경
씬 동, 성 안
공직과 이흔암이 마주앉아있다. 이흔암이 끄덕인다.
이흔암 허허..... 세상에. 그렇게 엄청난 일이 있었소이다 그려? 백
제 황
제의 아버님이 고려로 간다?
공직 이미 세상이 다 알게 되었소이다. 백제로서는 참으로 부끄러
운 일
이지요.
이흔암 아 군대를 보내서라도 저지를 해야지요.
공직 그쪽 일대가 모두 고려의 영역이니 그러기도 어렵게 생겼소이
다.
이흔암 허허허...... 재미있는 노인네올시다. 아니 제 아들이 황제인
데,
왜 고려까지 찾아가서 머리를 숙입니까, 숙이기를.... 허허
재미있
습니다, 그려... 이야기를 다 듣고 보니 고려 황제 왕건이가
황후
에게 쓸 약을 그 노인네에게 썼다는 것인데..... 왕건이는 그
럴 만
합니다. 겉으로는 유하지만 속으로는 아주 독한 사람이에요.
공직 그러게 말이올시다. 그나저나 어찌하실 것이오이까? 그만 우
리 백
제로 가시지요. 어차피 고려와는 끝난 일입니다.
이흔암 무슨 말씀을. 내가 그래도 명색이 평생 장수로 늙었소이다.
내 한
목숨 의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내 누님, 그리고 매
부의
원한은 갚아야하지 않겠소이까? 안그렇소이까, 장군?
공직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올시다.
이흔암 어차피 살만큼 살았소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해봐야지요. 마
침 잘
되었소이다. 백제의 그 노인네가 고려로 가는 날을 노려볼만
하지
요. 모두들 정신없는 틈을 보아서 왕건이의 목을 치는 겁니
다.
공직 하긴.........
이흔암 그런 일은 많은 군사들이 필요가 없어요. 고도로 단련된 정예
병 수
십명만 있으면 됩니다.
공직 우리쪽에서도 도와드리리다. 특별한 군사들을 뽑아 드리겠소
이다.
이흔암 고맙소이다.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라면 내게는 필요
하지
요. 기왕이면 오늘 중으로 떠날 것이니 서둘러 주셨으면 좋겠
소이
다.
공직 그리하리다. 내가 데리고 있는 정예들을 붙여드리겠소이다.
이흔암 고맙소이다. 뭐 내게도 일 이 십명은 충직한 부하들이 있소이
다.
그렇게 하십시다. 나도 이 밤으로 철원으로 가야겠소이다.
그런 이흔암의 표정에서..........
씬 황혼길
이흔암이 변복을 하고 이십여명의 무리들과 가고 있다. 그렇게 카메라
앞을 지나쳐 멀어지는 그들의 표정에서..........
씬 충주 어느 길 (밤)
배현경, 홍유, 유긍달이 군대를 이끌고 가고 있다. 그들과 함께 유금
필, 능산, 김락들도 가고 있다. 저만큼 충주장군 금식들이 마중을 나
와있다.
홍유 오, 저기 군사들이 보이는구려. 박장군의 수하들인 것 같소이
다.
금식 (가까이 와) 어서들 오시오소서.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유긍달 오, 금식장군이 아닌가? 전선에 별 이상은 없는가?
금식 예, 대부어른. 아직 이렇다할 조짐은 없사옵니다.
배현경 자 우리는 이 길로 홍유장군과 함께 전선을 지키러 가야겠소
이다.
유장군과 능산 장군은 아자개 어른을 모시러 가야하지 않소이
까?
이쯤에서 헤어져야겠소이다.
유금필 그래야겠군요. 조심들 하시오. 백제군이 지금 화가 단단히 나
있소
이다. 허허허.......
홍유 자, 대부어른. 우리는 전선으로 가시지요.
유긍달 그러십시다. 허허..... 자, 곧 또들 보십시다. 금장군, 앞서
시게.
금식 예, 대부어른.
이들이 헤어진다. 유긍달, 배현경, 홍유는 금식에 의해 군사들을 이끌
고 강변 쪽으로 가고 유금필, 능산, 김락들도 부장의 인도 하에 길을
잡는다.
김락 자, 유장군. 우리는 내처 이 길로 상주로 가야하지 않겠습니
까?
유금필 그래야겠지요. 기다리고들 있을 겝니다. 가십시다.
능산 술희 아우가 지금쯤 가슴이 설렐 겝니다. 대주 낭자도 올 것
이 아
니겠습니까, 허허허.....
씬 강변 길
어둠 속을 금식과 유긍달, 배현경, 홍유들이 그렇게 오고있다.
금식 지금까지는 그래도 그 아자개 노인덕분에 이 곳 상주 일대에
전쟁
이 없었사옵니다. 그 어른이 고려에 귀부를 하신다니 앞으로
는 사
정이 많이 달라지겠사옵니다.
유긍달 그럴 것일세.
배현경 아무래도 백제군이 이를 갈고 있겠지요.
금식 그정도가 아닐 것이올시다. 견훤왕이 직접 군사를 몰아올 것
이 분
명해요.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홍유 그렇다면 잘된 일이올시다. 나는 아직 견훤왕의 얼굴을 보지
못했
어요. 이참에 한번 봤으면 좋겠소이다, 허허허.............
금식 대단한 사람이지요. 수백근 짜리 청동화로를 가지고 노는 사
람입니
다. 한번 볼 필요가 있지요 허허허.....
모드들 ........
씬 사불성 외경
씬 동, 성 안 아자개의 방
아자개가 완전히 회복해서 박술희와 장기를 두고 있다.
아자개 상장일세. 자네는 늘 내게 번번히 졌지. 이번 장기는 어떤가.
박술희 어르신께서 전보다도 기력이 훨씬 좋아지신 것 같사옵니다.
이번에
도 또 진 것 같사옵니다.
아자개 이런 이런...... 괜히 져주면서 그러지말어. 참, 이보시오 부
인.
계모 예, 나으리.
아자개 (마시는 시늉하며) 이게 있어야지. 머루주말이오.
계모 아이구.... 일어나신지 얼마 되셨다고 벌써부터 술을 찾으시
옵니
까? 참 못말리시옵니다.
아자개 아 그래도 그렇지. 지금 사람들이 나를 모시러 온다고 하지않
소.
내일 아침이면 길을 떠나야해요. 그래도 마지막 한잔은 하고
가야
지.
계모 나으리, 지난 병이 모두가 술때문이었사옵니다. 그래도 또 생
각이
나시옵니까?
아자개 아 그래도 한잔만 해..... 헤헤헤..... 어서요 부인.
계모 예, 나으리. 술희장군 봐서 가져오는 것입니다요. 애들아, 술
상들
여라. 술상 들여라.
그러면서 웃는 계모의 그 표정에서.. 아자개와 박술희도 웃는다.
씬 동, 성 안 마당 일각
최응이 뒷짐을 지고 먼 달빛을 보는데 누군가 다가온다. 대주다. 최응
이 흠칫하며 본다.
대주 자네는 의원의 하인이 아닌가.
최응 예, 아씨.
대주 (한참 살피다가) 이 밤에 여기서 뭘 하는가?
최응 달빛이 하도 좋아 보고 있었사옵니다.
대주 나는 처음부터 그대가 하인같이 보이지 않았네. 정말로 의원
의 하
인이 맞는가?
최응 하인으로 따라왔으니 맞지 않겠사옵니까?
대주 경우에 따라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로군 그래.
최응 (미소) 어쨌든 산삼을 책임지고 뫼셔와서 상부어른을 구했사
옵니
다. 분명 하인으로 왔으니 하인이옵니다.
대주 더는 따지지 않겠네. 도대체 고려에서는 아버님을 모셔서 어
찌할
생각이라던가? 자네는 혹시 아는가?
최응 잘 모실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옵니다. 그보다도 더욱 관심이
높은
것은 대주아씨와 박술희 장군과의 혼사이옵니다.
대주 공연한 소리. 그런 일은 없을 것일세.
최응 어쨌든 고려로 가시지 않사옵니까. 박술희 장군께서 아씨를
사모함
이 참으로 크시옵니다. 이제 그분의 마음도 아셔야 하지 않사
옵니
까.
대주 백제 황제의 누이일세. 내가 어찌 적국의 장수와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백제 사람들이 모두 내 아버님처럼 혼이 나간 사람들
인 줄
아는가? 또 보세.
휭하니 대주가 가버린다. 최응이 웃으며 도리질을 한다.
씬 백제 황궁 외경(밤)
견훤(E) 가신다고? 정말 가신단말이지?!
씬 동, 대전
견훤이 흡사 괴물같은 표정을 지으며 경악하고 있다. 그 앞에 최승우
가 죄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다. 능환과 능애가 보고 있다.
견훤 가신단말이지... 고려로 가시는 것이 확실해졌단 말이지?
최승우 예, 폐하. 첩자들이 보내온 장계를 보니 틀림없사옵니다.
능애 이미 신이 그럴 것이라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견훤 (발광처럼) 어우........ 이럴 수는 없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
다. 모두가 꿈만 같아.
모두들 .............
견훤 그게 확실하다고 하니, 그렇다면 막아야지. 노인네의 이 망령
을 막
아야지. 이보게, 이찬.
능환 예, 폐하.
견훤 그대는 날 보고 싸워야한다고 했다. 그렇다. 이제 그럴 수밖
에 없
다. 아버님을 강제로라도 뫼셔와야겠다. 군대를 출병할 것이
다. 짐
의 영을 전하라. 출병할 것이다. 출병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