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 ‘젊은 가수 사장님’들에게
‘젊은 가수 사장님’들에게…
재주도, 떡고물도, 함께 챙기려는 인기 스타들이 늘고 있다.
최근 급격한 팽창 일로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인기 스타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인기 스타가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일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당대 최고의 MC
서세원의 ‘(주)서세원 프로덕션’을 비롯해 이문세, 박상원의 `WAD PEOPLE'
등 최근의 흐름은 좀 더 기업화되어 그 양적, 질적인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
사실 국내 대중 음악계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수들이 후배 양성과 음반
제작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그 이름 자체가 브랜드화 되어버린 SM
엔터네인먼트의 이수만을 비롯해 녹색지대의 음반을 제작한 김범룡, 성진우와
A.R.T.의 제작자인 태진아, 소방차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N.R.G., TT.MA를 공동
제작한 김태형, 정원관 등은 이미 국내 대중 음악계에서 자리를 굳건히 잡은
케이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런 ‘노땅’(?)이 아닌 젊은 ‘사장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가수 사장님의 시초는 이승환…
이러한 흐름의 시초는 단연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이다. 이승환은 데뷔 시절
자신의 음반을 내주겠다는 레코드사가 없어 집안의 도움을 얻어 첫 앨범을
제작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후 세 번째 앨범, 정확하게는 2번째 앨범 활동의
후반기부터 본인이 직접 ‘사장님’으로 활동하게 된다.
TV 출연 없이 수십 만장씩 음반을 팔고, 국내 라이브 콘서트의 수준을 매번
한단계씩 올려놓아, 지난 10년 동안 가장 성공한 가수 겸 제작자로 당당히
인정 받고 있는 이승환…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소위 ‘꿈 공장’으로 불리는 스튜디오 겸
엔터테인먼트 회사 ‘드림 팩토리’를 만들어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음악적
색깔의 연장선 상에서 이소은의 앨범을 제작했고, 오는 7월 발표 예정으로 또
한 명의 실력파 여가수 김효수의 앨범을 준비중이다.
이런 이승환의, 괄목할 만한 제작자로서의 활동은 그의 음악 친구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윤종신은 군 제대 직후부터 ‘SHIN'S MUSIC’이라는 본인의
회사를 만들어 본인의 앨범을 두 장 제작했고, 실력파 송라이터인 하림의
앨범을 준비중이다.
또 이보다 조금 일찍 김종서 역시, 지난 96년부터 본인의 이름을 재미있게
해석한 ‘BELL WEST(종(鐘) 서(西)) 프로덕션’을 만들어 본인과 신인
하드코어 밴드 <실버 스푼>의 앨범을 제작한 바 있다.
이승환의 친우인 장호일도 `플래티넘 엔터테인먼트’라는 본인의 회사를 통해
영화 <인터뷰>의 O.S.T.를 비롯해 본인과 신인 가수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제작자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과시하는 신세대 가수들…
하지만 이는 본인의 앨범과 음악적인 친우들의 앨범을 제작하는, 보다
소극적인 제작자로서의 활동이었던 데 반해, 그것보다 큰 ‘빅딜’(?)은
앞에서 열거한 가수들보다 훨씬 후배들인 신세대 싱어송 라이터들이 저질러
버렸다.
지난해 봄, 국내 대중음악계의 이슈 중 하나는 태원 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
기간이 끝난 가수 박지윤의 향방이었다. 국내 유수의 레코드사와 명망있는
제작자들이 박지윤을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때, 그녀(물론 그녀의
어머니겠지만)가 조용히 손을 들어준 이는 가수 박진영이었다.
당시 박진영은 공익 근무요원으로 본인의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god의
프로듀서로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대표로 있는 JYP
프로덕션이 국내 굴지의 코스닥 상장 기업인 대영 AV와의 계약을 통해, 후배
양성과 제대 이후 본인의 가수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박진영과 함께 프로듀서로서 본인의 회사를 만들어 직접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사장님’으로 ‘룰라’ 출신의 이상민이 있다.
바로 5월말부터 활동을 개시할 가 그가 직접 제작한 첫 작품인데,
80년대 후반 추억의 래퍼 MC HAMMER가 참여했다고 해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이상민 역시 많은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i-STAR와 계약하여, 보다 체계적인 후배 양성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젠 가수들이 재주도 넘고, 떡고물도 챙긴다.
이렇게 가수들이 직접 본인의 앨범 뿐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후배 양성에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그들이 다른 누구보다 그 분야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소속 기획사와 레코드사, 혹은 방송사간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소외되어 ‘재주는 누가 넘고 떡고물은...’ 식의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가져온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가수가 직접 제작자로 나선다는 것이 단순히 금전적인 자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가수 이승환의 경우,
단언컨대 아마 본인이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콘서트에서의 그 엄청난 물량
투자와, ‘좋은 앨범’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 나라 라이브 콘서트의 수준이 한단계 발전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가수 이승환이 돈 버는 ‘사장님’으로 머물러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박진영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모한 일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미국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본고장 가수들의 앨범에 본인의
곡을 올리기 위해 용기있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그는 갖은 수모(?)
끝에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지금도 몇몇 가수들이 제작자로서의 겸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은 쉽지않은 일이고 그만큼 본인의 각오 또한 튼실하겠지만,
그것이 단순히 금전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들을 믿기에 노파심으로 하는 얘기지만, 그들이 직접 ‘사장님’으로 나서
보여주는 결과물이 뭔가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물론 그들도
그렇겠지만...
--- 정형진 (m.net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