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이수종
또 한 해 저문다고 세밑에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를 받는다
그래 아직도 기억되고 있구나
고마운 일이지 그랬었지
그때 정지해버린 내가 버려둔 날들이 아직 남아있었구나
너였구나
그러다 말더라도
애써 외면하고살아온 흔적 지우고
그 위에 덧살 입히며
불꽃 속을 찾아드는 하루살이처럼 면벽面壁하고
더러는 잊고자도 했던 허망한 망각들
아직 살아 있었구나
너였구나
그때 두고 온 회억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나를 잊고 살았을까
얼마나 많은 내가 그들 속에서
수없는 잔상으로 지워졌을까
내가 그때 그어 둔 일단정지선 앞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안부들이
몇 년이 지나 찾아온들
살아있다는 기별을 듣는다는 것은
생을 끌고 가며 우리가 앞선 세상으로
또 한 해를 같이 한다는 것
수년간 소식 없다 보내온 인기척을 끌어안으며
건재함을 확인시켜준다는 것
살아있음으로 복 많이 받는 일인 것을
아무려면 어떨 것인가
우리 모두가 살아 이렇게 따뜻하면 되지
뜨거운 손길로 가슴속에서 기억되면 되지
잊었을 수는 있어도
결코 버릴 수는 없었던
소중한 날들의 초상이여
기억이 먹먹해지고
사람 사이에 난 길이 무디어져
자꾸 어두워지려 할 때
물고기 가시 같은 겨울나무로 날아든
한 마리 새
너였구나
[출처] 이수종 시인 12|작성자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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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안부 / 이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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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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