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잎·오디로 만든 간편식으로 입맛 사로잡아

도예가 출신인 유씨는 도예 작업장과 체험장을 운영할 생각으로 고향에 내려왔다가 오디 농업인이 됐다.
“텃밭 농사 경험도 없어서 처음부터 농사지을 생각은 없었어요. 귀향한 첫해에 부여군 농업인대학에서 농업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시험 삼아 고구마와 지황·초석잠을 심었어요. 친환경 재배에 도전했다가 여름 내내 풀을 뽑느라 고생하고, 고구마를 400상자 정도 수확해서 지인들에게 판매했는데 인건비를 빼고 나자 50만 원 정도 손해를 봤어요.” [귀농 초기, 유통으로 소득 올리고 농사에 집중 투자] 첫해 농사 후 ‘농사는 생산보다 판매가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씨는 2013년부터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판매 채널을 활용해 농식품 유통을 시작했다. 부여 지역 농가들이 생산한 생작두콩과 작두콩차용으로 건조 가공한 것을 판매하고, 오디와 사과 등을 수매해 포장·배송하는 일을 맡아서 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스마트팜)를 활용한 농산물 판매 대행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연간 2억~3억 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유씨는 귀농 후 큰돈 들여 집을 짓는 대신 조립식 패널로 제작한 농막을 휴식처 겸 사무실로 활용하고, 농사에 집중해서 투자했다. 처음부터 으리으리하게 집을 지으면 자칫 동네 사람들의 위화감이 생기고 나중에 가서는 팔지도 못해 고생한다고 조언한다.
농사 초보였던 유씨는 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도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뽕나무 묘목 구입 외에도 배수 시설과 평탄 작업 등 토양 기반 조성과 관정·지주대 등 과원 부대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3000만 원 정도 들고, 냉동 창고와 작업장 등을 짓는 데 약 3000만 원이 들었다.
“초창기에는 농장 디자인에 대한 기본 개념도 모르고 무작정 굴착기 등을 대여해 농장 조성 작업을 했어요. 막상 오디 농사를 하고 보니 밭의 경사도 때문에 평탄 작업을 두 번이나 하는 바람에 경비가 더 들었어요. 배수는 농작물에 아주 중요한 부분인 만큼 위치 선정과 경사도를 철저히 신경 써야 해요.” 이제 유씨는 예비 귀농인과 농사 초보에게 농장 디자인과 귀농 정착에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위치가 됐다.
[수형 잡기 차별화로 다수확] 유씨는 2013년에 결성된 부여군오디양잠연구회(이하 오디연구회)에서 총무를 맡아 활동하면서 오디와 뽕잎의 매력에 빠져 뽕나무 재배에 도전했다.
“2014년에 처음 뽕나무를 심은 후 수형을 잡고 가지치기 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오디연구회의 선도 농가를 찾아서 뽕나무 재배 기술을 배워 큰 도움이 됐지요. 특히 충남도농업기술원의 오디 신품종 재배와 Y자형 가지 유인재배 시범 사업에 참여해 생산성 향상 효과를 톡톡히 봤어요.” 뽕잎용으로는 <수향> 품종, 오디용은 <대심>과 <청수> 품종의 뽕나무를 재배한다. 5월 말~6월 초 수확하는 청수는 당도가 17브릭스로 높고, 맛과 식감도 좋아 소비자가 선호한다. 6월 초부터 수확하는 대심은 일반 오디보다 2배 이상 크고 맛이 좋아 생과용으로 판매한다.
유씨는 아직 초보 농업인이지만 관행 농사와 차별화해 오디 생산량을 높였다. 기존 오디 농가의 수형 관리와 가지치기를 달리해서 3배 이상 많은 오디를 생산한다.
“기존 뽕나무 수형은 열매가지(결과지)가 10~20개여서 수확량이 적어요. 수확이 끝난 후 기존의 열매가지는 잘라내고, 새로 나오는 곁가지 40~50개를 열매가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오디 수확량을 늘렸어요. 그래서 뽕나무 한 그루당 최대 수확량이 7~10㎏으로 많아요. 지난해에는 오디를 5~7t 수확했어요.” 관행은 오디를 수확할 때 과원 바닥에 부직포 등을 까는데 유씨는 수확 작업이 편하도록 120~140㎝ 높이로 이동식 수확망므 설치했다. 또 비닐하우스 개폐기를 응용해서 간편하게 수확망을 설치하고 접을 수 있도록 해 인건비를 절약하고 작업 효율을 높였다. 이처럼 수확망을 설치하면 오디 품질이 손상되지 않아 상품성도 좋다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
[서리 맞은 뽕잎 상품화, 간편식 개발해 부가가치 올려] 오디는 수확 후 저장 비용이 만만치 않고 수확철인 6월에 생과로 팔면 가격이 좋지 않아 고민하던 유씨는 뽕잎의 효능에 주목하고 상품화에 나섰다.
“보통 오디 수확 후 뽕잎은 그대로 버려요. 저는 뽕잎을 1년에 3번 정도 수확해서 차와 분말로 가공해 판매하지요. 4~5월에 수확하는 연한 뽕잎이 부드럽고 차 맛이 좋아요. 오디 수확 후 7월에 뽕잎을 수확하고, 늦가을 서리 맞은 뽕잎을 또 한 차례 수확해 분말로 가공해요.” 유씨는 오디 부산물인 뽕잎을 활용해 부가소득을 높여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고서에 수록된 뽕잎의 효능을 스토리텔링한 ‘서리 맞은 뽕잎’ 분말을 상품화했다. 유씨의 설명에 따르면 한의학 고서인 동의보감에는 4~5월에 채취한 뽕잎을 그늘에 말려서 달여 먹으면 장수하고, 10월에 서리 맞은 뽕잎은 신선의 약이라 하여 귀하게 여겼다고 적혀 있다.
유?는 오디와 뽕잎 가공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2017년부터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간편식 개발에도 주력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사업화 기획 지원과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말 ‘서리 맞은 뽕잎 쉐이크’(상품명) 등 건강 셰이크를 개발하고 출시했다.
서리 맞은 뽕잎 쉐이크는 곡물이나 잎 분말 제품이 찬물에 잘 섞이지 않는 단점을 보완한 간편 대용식이다. 서리 맞은 뽕잎 분말(함유량 5%)과 우유, 혼합 곡물 파우더(현미·보리·흑미·백태·검정콩·서리태) 등과 통곡물(현미·흑미·보리 등)이 첨가된 분말 ?태의 가공품으로 부드러운 맛과 고소함이 일품이다.
또한 유씨는 “몸에 좋은 오디는 효능이 알려져 수요는 많지만 쉽게 물러서 저장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오디를 냉동 저장했다 판매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가공하면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로부터 잼과 반건조 오디 기술을 이전받아 오디 잼을 상품화했다.
최근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 인증을 받은 윤씨는 “앞으로 오디 소비 확대를 위해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간편식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오디와 뽕? 가공품을 출시해 소득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진랑 | 사진 조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