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나. 자주 만나거나 웬만한 공감대를 갖지 못할 경우 한동안 입을 닫고 관망만 하는 나. 그것도 근 2 년여 동안의 공백은 반가움과 달리 자연스러운 만남과 대화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전체의 평균연령을 높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민망하기도 하다.
약속시간에 광화문역 2번 출구에 다다르니 구리구리님과 빙고님이 나란히 앉아 있다. 곧 있으니 하늘신발님의 얼굴이 보이고, 참석한다는 댓글도 없이 나타난 하얀자전거님, 즐거운독자님 부부가 등장한다. 마침내, 막내이기엔 나이가 적지 않은 빈빈님이 합류하자 우리들은 1020번 버스를타고 부암동을 향한다. Cheers는 우리 앞에 세 손님이 대기중이고, 우리는 네번째 대기자가 된 채 건너편 클럽 에스프레소에서 커피를 사들고 마냥 기다린다. 30여 분 기다린 후 방으로 안내되어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한다.
윤대녕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이게 선물을 준비한 빈빈님의 질문이다. 비틀즈의 "Cross the universe"도 아니고, 대체 뭐람. 힌트는 벌. 비지스의 "Holiday"도 등장하지만 작가의 생일 (5/1)과 관련있다는 결정적 힌트. 비지스의 "First, May"라고 말하니 땡! 선물은 즐거운독자님에게 돌아간다. "First of May"란다. "5월 1일"이 아니라 "5월의 첫 날"이란 뜻인가? 그 이후 8월의 MT 얘기가 나오고 각자 애장품을 가져와서 나누자는 얘기도 오간다. 300불이 넘는 몽블랑펜을 가져온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한 빙고님은 드립커피 풀서비스를 위해 필터, 서브, 포트 등 일체의 장비와 함께 모든 종류의 커피를 가져온단다. 장소 및 기획은 MD이기도 한 빈빈님의 몫. 늦게 합류한 지젤님이 등장하자 8월에 MT! 내 년 8월? 과연 우리가 한 달 후 재회할 순 있을까. 짜잔, 반야님의 선물이 공개되다. 앙증맞은 비즈 휴대폰고리. 딸에게 선물했다. 우리가 모여서 청원으로 불시에 들이닥치자는 얘기가 나온 게 그 즈음이다.
모임 전날 미국에서 한 달간 머무르다 귀국하신 즐거운독자님의 울 카페 사랑은 대단하시다. 치료를 잘 견뎌내셨는지 다소 야위었지만 건강한 모습이라 다행이다. 땅콩집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 입 밖으로 두꺼비집이 튀어나오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신 하늘신발님이 고마웠고, 요즘은 책선물이 별로 달갑지 않다는 세태는 조금 충격이다. 우리 카페도 이원화되어 20 대 모임이 따로 있지 않을까라는 기발한 생각도 나눴다. Cheers를 나와서 캔을 하나씩 들고 세종문화회관까지 걷는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불쾌하기도 할 텐데, 모처럼의 호젓한 산책은 색다른 즐거움과 오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한 후 다음 날 약속으로 먼저 가게 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끝까지 남은 적이 없다. 다만,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내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나는 만족한다. 부디 잊지 못할 세종문화회관 뒤풀이였기를.
첫댓글 뒤풀이가 아니라 시작,이었어요. 다들 이른 아침에 빗속을 뚫고 귀가했지요. 괜찮들하신지?
외우, 정말? 아직도 혈기왕성한 그대들에게 박수를! 형님이 나오셔야 나도 좀 귀여운(?) 채 할 텐데. 8 월 MT 땐 대기업 후원을 받아 형님가족도 모시고 한바탕 화려한 문학의 밤을 보냈으면 좋겠다.
혈기는 미약한데 의욕만 앞서서 하루종일 젖은 빨래마냥 겔겔겔.... 여운이 가실려면 일주일은 걸릴듯. 먼저 가신 것 정말 아쉬웠어요. 엠티를 기약해요.^^
MT 만이 살 길입니다. 가야만 하는 사람과 보낼 수 없는 사람의 아픔 ㅠ
두꺼비집을 쭈꾸미집으로 듣고도 땅콩집을 유추해내는 순간, 어찌나 뿌듯하던지! 퀴즈 맞춘 것만큼이나 씐났답니다 ㅎ 책 선물, 감수성 동지인 울 카페 식구들끼린 통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