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 와 있는 8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다음 주에는 9월이 시작됩니다. 오늘까지는 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입니다. 하지만 토요일 일요일엔 비 소식이 없습니다. 여름 마무리, 가을 준비에 의미 있는 주말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가곡을 만나봅니다.
◉예술가곡은 문학과 음악의 만남으로 생겨났습니다. 기존에 있던 시에 곡을 붙인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19세기 주로 독일에서 등장했던 독특한 형태의 이 성악곡은 시와 피아노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시에서 받은 영감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가곡은 다양한 구조로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맞춰 피아노도 서정적이고 극적인 표현이 가능하도록 발전돼 왔습니다.
◉이 예술가곡의 대표적인 작곡가가 바로 슈베르트입니다. 그는 태어나서 겨우 31년 동안 이 세상에 머물다 갔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그는 63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대부분이 20세 전에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당대에는 가곡으로 빛을 못 봤지만 후세사람들이 ‘가곡의 왕’으로 부를만합니다.
◉독일 예술가곡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인들이 쓴 시의 토대 위에서 찬란헤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슈베르트는 그 가운데 특히 괴테의 열렬한 팬이어서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가곡만 70곡이 넘었습니다. 20대의 슈베르트는 자신의 작품을 괴테에게 헌정하고 만나려 했지만 60대의 괴테는 젊은 무명 작곡가를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슈베르트의 ‘들장미’는 1771년 괴테가 쓴 시 ‘들장미’(Heidenroslein)에 곡을 붙인 가곡입니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었던 비엔나 교외 초등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던 1815년에 작곡했습니다. 단순하고 꾸밈없는 소박한 감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곡입니다.
◉들장미는 산과 들에서 피는 야생장미를 말합니다. 이 노래 영상에 나타나는 넝쿨장미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찔레꽃을 들장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3절로 된 이 가곡의 각 절은 1절의 선율을 되플이합니다. 이 같은 형식의 가곡을 유절가곡(有節歌曲)이라고 부릅니다. 들장미는 바로 유절가곡의 대표적인 곡이기도 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바바라 보니 (Barbara Bonney)는 활동 중인 리릭 소프라노 가운데 가장 완성된 성악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페라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그녀지만 특히 가곡의 해석력이 탁월하고 완벽한 리릭 소프라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장미가 소년에게 가시로 찌르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나타내는 표현력아 인상적입니다. https://youtu.be/77rMy2VHnpU
◉아델라이데(Adelaide)는 알프스 산록에서 봄에 피어나는 야생화의 이름입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워서 여자아이의 이름으로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 베토벤의 예술가곡 ‘아델라이데’는 이 이름을 가진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내는 정열적인 찬가입니다. 베토벤의 86곡 가곡 가운데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곡입니다.
◉슈트트가르트 극장 지배인이었던 마티손의 글에다 곡을 붙였습니다. 시인의 시가 아니라 다소 유치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진솔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베토벤이 찬양한 불멸의 여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그라고 있습니다. ‘언젠가 올 기적이여! 꽃필 것이다. 나의 무덤에 꽃 한 송이가 타고난 재에서 선명하게 번쩍일 것이다’ 많은 성악가들이 불렀지만 프리츠 분덜리히가 부르고 후바트 기젠이 연주를 맡은 버전이 가장 매혹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https://youtu.be/oACZdxbGmqw
◉맨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Auf Flugein desGesanges)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곡 중의 하나입니다. 감미로운 선율이 한국 정서와도 잘 맞습니다. 맨델스존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폭넓은 교육을 받아서 요즘으로 말하자면 ‘엄친아’, ’금수저‘출신입니다. 어릴적부터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아온 탓인지 그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우아합니다.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의 날개 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토피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해하기 쉽고 서정적인 가곡입니다. 소프라노 강혜정의 노래로 들으면 더욱 친근감이 있습니다. 유연한 발성과 부드러운 고음에 표정까지 밝고 온화해서 ’한국의 보석 같은 소프라노‘로 평가받은 강혜정 계명대교수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만나봅니다. https://youtu.be/0fxms7wdQyM
◉토셀리의 세레나데 (Toselli’s Serenade)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곡입니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이란 제목으로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던 가곡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학창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작곡가인 토셀 리가 17살 때 만든 가곡입니다. 이탈리아 시인 실버스트리의 시에 곡을 붙인 이 가곡의 원제목은 ’탄식의 세레나데‘였습니다. 마리오 란자의 원곡을 만지작거리다 최희준의 번안곡을 선택했습니다. 1960년대 사랑을 받았던 ’하숙생’의 최희준이 떠난지 3년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친근한 그의 목소리를 들어 봅니다. https://youtu.be/6Pg0AIq3uus
◉이 곡에 나이팅게일 새소리가 들어간 연주곡은 ‘나이팅게일 세레나데’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지난 4월 새들이 함께 사는 집 조래헌(鳥來軒)를 소개하면서 들었던 연주곡입니다. 앙드레 류가 지휘하는 요한 스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새소리와 함께 듣습니다. 나이팅게일은 밤의 꾀꼬리로 불리는 참새목의 작은 새입니다. https://youtu.be/dXApBvgUNBQ
◉한밤중 연인의 창가에서 띄우는 세레나데는 대부분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합니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애잔하고 우울합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테레즈 그로오프에게 띄우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술집에서 셰익스피어의 시를 읽고 불현듯 떠오른 악상을 메뉴판 뒤에 오선지를 그려 곡입니다. 독일 시인 렐슈타드의 시에 이 곡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테레즈는 부모의 강요로 이미 결혼한 상황, 열리지 않는 창문으로 띄우는 그의 애절한 마지막 편지입니다. 이 세레나데는 국내 성악가 테너 배재철의 노래로 듣습니다. 2014년 영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백년에 한번 나올가 말까하는 리리코 스핀토로 각강받던 배재철은 갑상선 암으로 목소리를 잃었다가 본인과 가족의 힘겨운 노력으로 다시 목소리를 찾았습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노래하는 자체가 가쁨입니다. https://youtu.be/r8aOxEgDw5E
◉짧고 힘든 생을 보내고 떠난 슈베르트는 ‘이 세상에 흥겨운 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만큼 삶 자체가 고해였습니다. 떠나기 전에 남긴 연가곡집 ‘겨을 나그네’를 들어보면 그의 정서가 금방 이해됩니다.
◉앞서 그의 세레나데를 부른 배재철은 찾아온 힘든 시련을 본인의 의지에 사랑과 우정의 도움을 보태 이겨냈습니다. 이제는 흥겨운 노래도 다시 부를 수 있게 되면서 그의 음악 인생은 다시 진행형이 됐습니다. 슈베르트의 인생도 그렇게 될 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