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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Europa/LPSd/5925 1편 쿠미코와 레이나의 관계정립 과정
http://cafe.daum.net/Europa/LPSd/5931 2편 트럼펫 솔로의 게임
울려라! 유포니엄은 큰 사건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을 다룬 사건 중심 서사와 인물 개인의 감정선과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인물 중심 서사를 모두 볼 수 있는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다른 애니메이션은 서사 중심이나 인물 중심 중에서 한 쪽을 집중해서 다루는 일이 많은데 인물 중에서도 노조미와 미조레 덕분에 두 서사를 모두 갖추게 된 것입니다.
유포니엄 소설 2권과 2기 1화~4화와 극장판 리즈와 파랑새에서 다룬 노조미와 미조레 에피소드는 쿠미코 시점에서 다루는전국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취주악부 서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중 하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거리로 다루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사인 교토 애니메이션에서도 그걸 알았기에 둘을 주인공으로 극장판을 만들었고요.
일그러졌던 취주악부
이야기는 노조미와 미조레가 중3 때 콩쿠르에 나갔다가 취주악부가 전국대회 진출에 실패했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잘 하는 학교가 더 많았기에 은상을 받은 미나미중 취주악부는 고등학생 때를 기약해야 했고, 노조미와 미조레 및 유코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나츠키도 데리고 기타우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취주악부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취주악부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3학년은 수가 많았지만 연공서열로 대회에 참가할 A군 우선순위 1순위였기에 굳이 힘들여 연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2학년도 선배들 눈치를 보느라 직접 항의하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문을 맡았던 음악 교사(부고문인 마츠모토 미치에 선생은 아니며 2권 115페이지를 보니 출산 휴가를 받고 후임으로 타키가 부임합니다)는 온순했지만 그뿐이라서 방임주의 방침을 택해서 늘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전국대회 금상은 힘들더라도 최소한 교토부 대회 금상은 받고 싶었던 노조미는 3학년들에게 연습에 힘쓸 것을 부탁했지만 꿀빠는 3학년들은 그냥 흘려듣기만 했습니다. 이런 꼴을 보다 못한 나츠키도 3학년에게 일침을 놓지만 3학년은 후배들을 은따시키는 걸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다가 콩쿠르 인원을 뽑을 때 관례대로 연공서열에 따라 3학년이 우선순위로 뽑히고, 1학년은 물론이요 카오리와 하루카처럼 2학년 중에서 잘 하는(3학년 때 타키 선생의 오디션에 뽑힌) 학생들이 B군으로 밀리자 노조미를 따라온 미나미중 1학년들은 거의 다 그만두고 경음악부(밴드부)로 옮기거나, 노조미처럼 지역 취주악단에 들어가거나 유코와 미조레 및 나츠키처럼 남게 됩니다. 그만두려던 노조미를 말린 사람은 아스카였는데, 아스카는 몇 달만 버티면 졸업할 3학년을 못 참고 그만둘 때까지 기다리지 않느냐, 나중에 돌아오고 싶어진다 해도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노조미는 그대로 그만둡니다.
1)전 이 부분을 읽고 보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병태가 반의 부조리를 바꿔 보려다가 좌절하던 걸 떠올렸습니다. 한병태는 방치형 담임에게 눈먼 권력을 위임받은 엄석대와 끄나풀들이 지배하는 반에 서울 학교식으로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고 싶어했지만 적어도 같이 가입하고 탈퇴할 중학교 동기가 있던 노조미와 달리 편들어주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3학년 선배들에게 서클 분위기를 어지럽하는 문제아였던 노조미처럼 한병태는 엄석대 체제에서 문제아로 취급받았고 상관에게 찍혀서 좌천된 아버지는 그나마 현실적인 조언을 했던 아스카와 달리 꼬우면 너도 힘을 키우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2)반에서 저항을 계속할 것인지, 엄석대에게 굴종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던 한병태는 취주악부를 그만두면 3학년 선배들과 연이 없어질 노조미보다 상황이 더 나빴습니다. 결국 한병태는 굴종을 선택했고 6학년 때 바뀐 담임에 의해 엄석대는 몰락했으나, 반을 바꿀 기회가 왔을 때 한병태는 관망자 역할을 선택했습니다. 취주악부가 '정상화'된 뒤 돌아오면 반겨 줄 친구가 적어도 셋은 있고 아스카를 빼면 굳이 반대할 부원이 없던 노조미와 달리 한병태는 전학생에 확실한 친구도 없어서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큰 이유는 엄석대 밑에서 아첨하던 측근들이 언제 그랬냐는 둥 입을 씻는 걸 보며 위선이라고 여겼던 것이었지만요.
타키 선생과 6학년 담임은 노조미와 한병태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으나, 다른 선택과 결과가 나온 건 소설 속 배경과 설정의 차이가 있음도 고려해야 합니다. 서클을 그만두면 적어도 취주악부에서 선배들을 마주칠 일이 없는 노조미와 달리 한병태는 아버지 임지를 따라 전학 온 거라 엄석대를 피할 순 없었으니까요.
레이나는 쿠미코에게 노조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도망친 거라고 생각을 말했지만, 노조미에게는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3)유포니엄 애니를 방영했을 때와 그 전후로 쿄애니에서는 학교 서클을 다룬 아니메를 여럿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유포니엄 이야기가 나올 때 단골로 불리던 아니메는 케이온이었습니다. 케이온 1기 9화에서 아즈사는 경음악부 선배들의 연주에 반해서 가입했지만 막상 본 모습은 연습은 둘째치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음악부 고문인 사와코도 그런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고요. 연습에 집중하자고 말하는 미오도 분위기에 휩쓸리곤 합니다.
아즈사는 왜 미오가 굳이 경음악부에 있는 건지, 처음에 그런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진 못해서 차라리 학교 밖에서 밴드를 찾아볼까 생각했지만 눈에 차지 않았습니다. 분명 겉보기에는 노는 밴드부인데 실력은 적어도 학교 축제 때 라이브를 열고 환호받을 만큼은 됐으니까요. 그래서 잘 모르겠다며 우는 아즈사에게 미오는 함께 연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즈사는 경음악부에 남아서 선배들이 졸업할 때까지 함께합니다.
유포니엄 2권에서 쿠미코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던 노조미는 당시 고문이었던 '리카코'가 다 같이 사이좋게 서클활동을 하자는 명분으로 연공서열로 뽑았다고 말하며 그 때만 생각나면 화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케이온 세계관과 유포니엄 세계관의 차이가 있습니다.
유포니엄 세계관은 전국 학교에 있는 취주악부가 콩쿠르, 지역대회, 전국대회를 거치며 서로 경쟁하는 곳이며 서클에서 활동하는 부원들의 군상을 다룹니다. 케이온 세계관은 전국 밴드대회나 교내 밴드대회가 있어서 경쟁하는 설정이 없고, 1기 OVA에서 리츠의 중학교 동창들이 모여 밴드를 만들고 활동하는 장면 및 사와코 선생이 경음악부 선배라는 설정, 라이브하우스에서 라이브에 참가하거나 학교 축제 때 라이브를 열 때 주인공 밴드인 방과 후 티타임이 참가하는 설정을 통해 경쟁 과정 자체보다는 주인공들에게 초점을 둡니다.
두 세계관 중에서 어느 쪽이 마음에 드는지는 독자 및 시청자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므로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사쿠라고 경음악부는 노조미가 고1 때 만난 3학년처럼 학년이 앞선다고 아즈사를 은따시키진 않고 평등하게 대했습니다.
결국 노조미는 그만두지만 미조레에게 사정을 말하지 않아서 오해를 사게 됩니다. 쿠미코는 오보에 연주자인 미조레만 A군으로 뽑혀서 질투한 건 아닌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보다 복잡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온도차
미조레가 노조미를 알게 된 시점은 늦게 잡아도 중학교부터였습니다. 중학교 때도 미조레는 말수가 적고 낯선 사람 사귀기를 피해서 쭉 혼자였는데 노조미는 미조레에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미조레는 노조미를 따라 취주악부에 가입했고 하루하루가 즐겁게 바뀌었습니다. 노조미를 만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활달한 성격인 노조미는 그 때도 따르는 친구가 많았고 미조레만 챙겨 줄 수 없었습니다. 미조레에게 확실히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노조미뿐이었고 유코와 나츠키는 노조미를 통해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올 때까지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노조미가 그만둘 때 미조레에게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미조레는 노조미가 서클을 그만둔 걸 오보에 부원이 적었던 것도 있고, 서클에서 일어나는 파벌에 끼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서 나중에 3학년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알게 됩니다. 그러자 미조레는 노조미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및 서클 탈퇴라는 큰 일을 알리지 않았다는 생각, 노조미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과 함께 충격에 빠집니다. 악기 연주만이 미조레가 생각하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노조미와의 인연이었기에 취주악부에는 계속 남았고 2학년 때도 오디션에 뽑혔지만, 2학년 여름방학 때 타키 선생이 초청한 강사 하시모토에 따르면 로봇이 부는 것처럼 무감정한 오보에 소리만 남았습니다.
미조레는 그런 현실을 알기 싫어서 계속 노조미를 피해 다녔습니다. 또 노조미가 부는 플루트 소리만 들어도 구역질 나서 토할 것 같다고 느끼고 노조미에게 집착하는 내가 소름끼친다며 쿠미코에게 말했습니다. 하시모토와 함께 초청받은 목관악기 강사 니이야마도 연주 실력은 좋지만 듣다 보면 괴로운 느낌이 나니 좀 더 즐겁게 불 것을 권하며 개인 지도를 맡았습니다.
이렇듯 미조레를 설명하고 미조레 서사를 읽고 볼 때는 노조미를 보는 미조레의 생각과 온도차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조미도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면서 서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게 됩니다.
해명
기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가 교토부 콩쿠르 대회에서 금상 및 관서대회 진출권을 얻었을 때, 노조미는 관객으로서 보러 왔습니다. 그리고 아스카를 찾아와서 재가입을 신청했지만 아스카는 내 권한 밖의 일이라고 거절했습니다. 노조미는 타키 선생이나 하루카 부장을 찾아가서 재가입을 신청할 수도 있었고, 오디션이 끝난 뒤여서 직접 참가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3학년 때 기회가 한 번 있었으니 복귀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아스카는 거절했는데 한 명뿐인 오보에 연주자였던 미조레가 신경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 나츠키는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느 서클에도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 노조미를 따라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미가 그만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아스카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부탁했지만 아스카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노조미는 미조레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했지만 미조레는 노조미를 보자 바로 도망쳤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는 유코와 나츠키, 쿠미코도 있었는데 유코는 쿠미코와 함께 연극부 부실로 쓰던 방에서 미조레를 찾았습니다. 미조레가 걱정됐던 유코는 달래던 중에 노조미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너는 나를 동정해서 같이 있을 뿐이라고 미조레가 말하자 그럼 나는 뭐가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유코는 노조미가 탈퇴한 뒤 미조레를 챙겨주고 있었는데 자꾸 노조미만 찾으니까 짜증났던 겁니다.
유코는 누가 싫어하는 애랑 같이 다니겠냐고 말한 다음 노조미 때문에만 계속 남았는지, 콩쿠르가 괴롭기만 했는지, 교토부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관서대회 출전권을 땄을 때 기쁘지 않았는지 미조레에게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기뻤지만 그만둔 애들이 생각나서 티낼 수 없다는 답에는 기뻐할 때는 기뻐해야 한다고 달래며 미조레를 일으켰습니다. 전 이 때 유코의 본성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곧바로 노조미도 아스카가 챙겨 준 미조레의 오보에를 챙겨 나츠키와 함께 도착하고, 용기를 낸 미조레에게 그만뒀던 사정을 설명하며 사과했습니다. 노조미는 1학년 때부터 꿋꿋이 연습해서 A군에 뽑힌 미조레가 자기를 따라 그만두는 걸 원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을 말하지 않았기에 미조레는 따돌림받은 건지 의심했고 노조미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면서 교토부 콩쿠르 때 네가 정말 멋있었다며 칭찬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끌던 노조미와 미조레의 오해는 풀리고 일단 화해했지만, 1년 뒤에는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새장
유포니엄 애니는 교토부 대회와 관서 대회,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원들의 군상극을 다루는데, 세 번째 극장판인 리즈와 파랑새는 부원 중에서 노조미와 미조레의 감정선과 온도차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학교에 와서 노조미를 기다리던 미조레는 엑스트라 3학년이 올 때는 관심없는 표정이었지만, 노조미가 올 때는 음악도 분위기에 맞춰 잔잔하게 바뀝니다. (글로는 연출을 다 설명하지 못하니 넷플릭스 1달 결제하고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상황에 맞춰 자극적이지 않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쓰는 것과 손동작/발동작으로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기법은 늦게 잡아도 케이온부터 시작된 야마다 나오코식 연출입니다. 이 연출 방법은 감정선을 표현할 때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수다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걸 억제하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다룰 때 쓰이더군요. 아무튼 리즈토리는 노조미와 미조레가 3학년이 되고 나서 함께 콩쿠르에 참가할 A군에 뽑힐 무렵이 배경이며 둘에 집중했습니다. 배경도 학교를 벗어나지 않고, 학교 밖에서 있었던 일은 폰에 담긴 사진이나 대화로 암시만 주어집니다.
노조미는 미조레에게 대회 때 연주할 자유곡 소재인 동화 '리즈와 파랑새'를 보여줍니다. 동화 내용은 숲속 동물들에게 밥 주는 것이 취미인 리즈가 파랑새로 변할 수 있는 파랑머리 소녀와 만나 친해지지만, 파랑새 소녀가 멀리 떠날 때가 되어 보내준다는 내용입니다. 리즈는 파랑새 소녀를 보내기 전에 '새장 문 여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을 한탄하지만 소녀를 속박하고 싶진 않았기에 보내 줍니다.
돌아온 노조미는 서클 활동에 적응했고, 따르는 후배들도 늘었고 선배들이 졸업하며 부장 자리를 물려받은 유코에게 나츠키와 함께 간부(부부장 나츠키, 총무 노조미)로 지명받았습니다. 미조레는 곧바로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3년 만에 오보에 후배 리리카가 생기며 혼자 오보에를 부느라 심심할 일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인 서로의 성격 차이는 남아있었습니다. 노조미는 그렇다 치고 미조레가 노조미를 통해 알게 된 유코와 나츠키를 제외하고 처음 친해진 후배인 리리카도 리리카 쪽에서 먼저 다가와서 친해진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리리카는 처음에 미조레가 자길 싫어하는가 생각했지만, 노조미를 통해 그렇지 않고 단지 말수가 적을 뿐이라는 걸 알면서 안심합니다. 나중에는 노조미 그룹(미조레 포함)과 함께 같이 수영장에도 다닙니다.
(참고로 소설과 애니에서 서클 캐릭터 비율이 여초일 뿐 기타우지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입니다)
문제가 불거진 시기는 오디션에서 노조미와 미조레가 합격한 뒤에 일어났습니다. 미조레는 2학년 때 개인지도를 받았던 강사 니이야마에게 음대 팜플렛을 받았는데 팜플렛을 본 노조미는 충동적으로 '나 음대에 원서 넣을 준비나 할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전까지 백지 진로조사표를 담임에게 냈던 미조레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노조미는 서클 활동에 충실한 것과 별개로 음악을 진로로 삼을 만한 재능이 스스로에게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미조레에게 음대 이야기를 꺼낸 것도 충동적으로 정한 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반대 입시를 준비했지만 유코에게 널 따라 음대에 지원하겠다고 한 미조레는 뭐가 되냐는 말도 듣습니다.
미조레는 미조레대로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유곡 3악장은 리즈와 파랑머리 소녀의 이별을 다루는데 제대로 연주하려면 노조미와 소리를 맞춰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리즈의 마음과 파랑머리 소녀의 마음을 이 때까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던 건 노조미와 미조레가 다를 것이 없어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1학년 때 미조레와 함께 A군으로 전국대회까지 갔던 레이나는 연습 시간이 다 되어 유코를 찾으러 온 김에 미조레에게 노조미를 의식해서 일부러 제 실력을 내지 않는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미조레는 노조미가 잘못한 건 없다고 말하나 '만약 내가 리즈였다면 파랑새 소녀를 보내 줬을까? 함께 있자며 붙잡아 뒀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건 노조미도 마찬가지였고, 서로 어색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사랑으로 내린 결단
서로 깨달음을 얻은 계기는 달랐지만 내린 결론은 같았습니다. 노조미는 유코, 나츠키와 진로 및 3악장 문제를 의논하다가 쿠미코와 레이나가 3악장 구간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파랑새 소녀를 보내준 리즈의 마음을 알았고 미조레는 니이야마와 상담하면서 '리즈는 친구인 파랑새 소녀를 속박하고 싶지 않았기에 보내 준 것'임을 깨닫습니다.
즉 파랑머리 소녀와 리즈는 서로를 만나기 전에는 모르는 사이였고, 만나면서 친해졌지만 리즈는 소녀가 속박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떠나고 싶어하자 보내 줬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유포니엄 속 노조미와 미조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조레는 노조미가 아니었다면 서클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악기를 시작하지도 않았으며, 노조미는 미조레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면 공통점이 생기지 않아서 친해질 일이 없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붙잡아 두고 싶다는 생각에 음대 이야기를 꺼낸 노조미였지만, 만약 미조레가 음대를 포기하고 노조미를 따라 일반대를 선택했다면 또다른 속박이 되었을 터였고 노조미가 정말로 음대 입시를 준비했다 해도 소설에서 확실히 음대에 합격할 만큼 재능이 있는 미조레와 달리 노조미가 반드시 음대에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기에 또다른 속박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은 미조레는 곧 열린 3악장 연주 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서 훌륭한 연주를 선보였지만, 미조레의 연주에 압도된 노조미는 연주하다 말고 말 없이 울었습니다. 속상했던 노조미는 연습이 끝난 날 오후에 미조레와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노조미는 미조레에게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애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조레는 노조미라면 다 좋다며 껴안으며 노조미는 중반에 미조레가 안으려 할 때 피했던 때와 달리 미조레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교길에 함께 하교하면서 각자 음대와 일반대 입시와 함께 다가올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서로 다른 점이 많은 친구였지만, 파랑머리 소녀와 리즈처럼 다르면서도 같다는 점을 고3 때 깨달은 것이지요. 확실하게 맺고 끊는 걸 좋아하는 세태와 노조미&미조레가 내린 결단은 거리가 있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퉁칠 수 있는 건 아니더군요.
그리고 리즈토리 시점에선 이미 졸업한 아스카와 2학년이 된 쿠미코는 1년 전 전국대회를 앞두고 서로 결단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첫댓글 저 극장판을 극장에서 봤는데... 사실 정말 지루했... ㅠㅠ
전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유포 보기 전이라 못 봐서 넷플릭스로 봤는데 굵직한 사건 위주가 아닌 미조레/노조미의 상호 인식과 주변 사람을 포함한 감정선 분석 위주로 진행하는 영화라서 극적인 사건을 좋아하시는 분들 취향엔 맞지 않겠단 느낌이 왔네요. 학교 밖에서 있던 일은 대화나 폰 사진으로 보여 주는 게 끝이고, 리즈와 파랑새 분량은 소설 5권~6권인데 유포니엄 소설은 애니로 나온 3권 이후로는 정발이 끊겨서 원작 소설에선 어땠는지 지금도 잘 모릅니다 ㅠㅠ
하지만 극장판 2(아스카 시점)와 맹세의 피날레(쿠미코 2학년)은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아서, 3권 이후를 다루는 매체가 이거 하나뿐이라 바이올렛 에버가든 보는 김에 같이 보니까 영상미는 확실히 좋았고, 여러 번 재탕해서 흐름을 파악하니까 내용이 눈에 보였습니다.
나는 너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기는데 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네가 받은 음대 팜플릿을 보고 음대에 지원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니 취미로서의 음악과 직업으로서의 음악은 다른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집착하고 있진 않은가? 미조레/노조미가 고민했던 것들은 현실에서도 양상만 다를 뿐 한 번씩은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보니까 보는 재미가 늘었네요.
정리하자만 유포니엄은 캐릭터 수가 제법 많아서 학년별로 비중 있는 캐릭터를 추려도 합쳐서 12명 안팎인데, 학생으로서 단체로 대회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큰 사건에 집중한 본편과 인물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리즈토리를 비교하니까 유포니엄 보길 잘 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