삘리리~~ “핼로우~~”
반세기 동안 남의나라를 떠돈 나그네
습관이 수염에 붙은 불 끄듯이 튀어 나왔다.
“삼춘 저예요.”
두 살 아래 칠촌 조카의 목소리였다.
“엥, 그대가 웬일이랴?”
“다친 몸은 어때요? 혼자 계시는데 식사는 잘 하세요?”
“뭐~그작 저작 어슬렁거리며 목구멍에 거미줄은 안쳐.”
“호호 거미줄 치면 안 돼져. 끼니 거르지 마세요.”
“알~써, 건 그렇고 왜 전화했는가?”
“삼촌 있지요. 암탉이 4개의 알을 품었는데 3개는 까치가
물어갔고 1개만 깨었어요. 그런데 저는 안양에 와있고 남편은
차를 몰고 전국을 돌아다니기에 당장 집에 못 들어가거든요.”
“......,”
“그러니까 삼춘이 우리 집에 병아리 물 좀 주시고,
텃밭에 상추 뜯어서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씀드려요”
대답은 “알~써~ 걱정 마”라고 했지만, 다리 아픈걸 알면서
고작 병아리 한 마리 물주고 텃밭에 상추까지 뜯어 주라고
병든 삼촌을 동원해? 고시랑거리며 집을 나섰다.
회관 마당을 가로지르고 텃밭을 가리는 오동나무
그루터기를 지나 쇠줄로 걸어놓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헛간이 너무 커서 병아리가 있을만한 곳을 한참 만에 찾아냈다.
병아리가 못 나올 정도로 높이가 꽤나 되는 둥지 속에서
노란 어린 생명이 삐악거렸다.
수돗가에서 막걸리 대접만한 플라스틱 용기에 맑은
물을 담아 어미닭의 주둥이 공격을 피해 넣어주었다.
처음엔 무언가하고 쭈뼛거리더니.. 그게 물이라는,
저에게 당장 필요한 생명수라는.. 쪼르르 달려와 물그릇
위에 올라서 물을 먹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세 번….....
신기해서 병아리가 고개를 하늘로 향할 때마다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물이 넘고 서른이
넘었는데도 병아리는 물그릇에서 내려오지를 않는다.
“오마이갓! 도대체 얼마나 목이 마른 거야?”
이제는 올림픽 신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를 보듯이 하늘 보는
숫자를 세다가 마흔 번이 넘어버리자 숫자 세는 것도 잊고
녀석 오른쪽 목 부위가 점차 부풀어 오르는 것만 쳐다보았다.
가슴보다 더 커져버린 목 언저리를 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녀석 저러다 터지는 것 아닐까. 아니면 오바이트라도?
저것 봐라 이제 목 무개 때문에 앞으로 넘어지려 하네.”
(병아리 오른쪽 목이 불룩해졌다. 위 사진과 비교)
녀석도 이제는 물을 마시다 지쳤나 보다. 처음엔 바로 바로
하늘을 쳐다보더니 점차 하늘 보는 간격이 길어짐으로써
나를 바라보는 시간 또한 길어졌다.
얼마나 물이 필요했으면, 목이 말랐으면, 목 아래쪽이
볼록하도록 마시고도 물그릇에서 내려오지 않은 거냐.
내가 귀찮다고 조카의 부탁을 거절했더라면, 어린 솜병아리는
지금도 영문 모른 채 30센티 둥지 밖에 어미가 마시는 물 냄새를
맡으면서도 둥지를 벗어날 수 없어 타는 속을 안고 울고 있었겠지.
내 병아리도 아니기에, 내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한없이 물만 마시고 있는 녀석을 보노라니 내가 이 세상
모든 죄를 다 지은 것 같아서 돌아서고 말았다.
‘허!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번 했댜. 잘 좀 기르지.’
뇌까리며 헛간을 나서는데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양계장이라서 떠 오른 걸까? 아니면 물먹는 횟수가 거듭할수록
간격이 길어져서일까? 여튼, 그걸 쿨리지 현상이락 한다지.’
-2-
미국 30대 대통 캘빈 쿨리지 부부가 양계장을 방문했다.
대통 부부가 왔는데도 짝짓기에 열중인 수탁을 보고
영부인이 양조장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장 저 수탁은 하루에 몇 번이나 짝짓기를 하나요?”
“그거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열 번은 넘을 것입니다.”
답을 들은 영부인이 양계장 주인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그 사실을 제 남편에게 똑똑하게 말해 주세요.”
얘길 들은 쿨리지 대통이 양계장 주인에게 물었다.
“저 수탁이 한 마리 암컷하고만 짝짓기 합니까?”
양계장 주인이 손 사례를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어데요. 저기 있는 암탁들 모두와 짝짓기를 합니다.”
“부디 그이야기를 제 아내에게 똑똑히 알려주시오.”
암수(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다)가 짝짓기를 하면 처음엔
-빈도가 높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휴식 시간이 길어진다.
그런데 암컷을 바꿔 주면 수컷의 성적 자극이 올라가므로
흥분되어 다시 처음처럼 빈도가 높아진단다. 즉 빨라진다.
이걸 의학 용어로 쿨리지 효과 내지는 쿨리지 현상이라 한다.
‘권태기’가 사람 이름만이 아니었다. 쿨리지 현상을 놓고 보자면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예견 못하고
창조한 전지전능하신 분을 원망 해야지 왜 애먼 남자들을
탓하시는가. 남성들이여 쫄지마시라. 그것은 본능이란다.
솜병아리 한 마리 물 떠준걸 가지고 되작거리다가
오늘 내가 얼마나 터지려고, 비 오는데 먼지 나도록…,^^
(어미따라 나들이ㅡ할베 안뇽!)
첫댓글 어릴적에는 모든생명이 너무 이쁘지요~~~
어린시절 기억으로 암탉이 보통 20개 정도 알을 품으면
서너개 빼고는 부화를 하더라구요~~
마당에서 텃밭에서 어미닭 따라서 쪼로르~~~ 몰려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어미닭 과 병아리 풍경 정말 오랜만에 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들빼기님 일찍 기침하셧군요.
나이가 들면서 아침이 빨리 오는걸 실감합니다.
오늘은 비올 확률이 30~40%라고 해서 월출산에
들어 머위를 캐 즙을 내리려고 단두리하고 있습니다.
첫 답글 감사드리면서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_()_
병아리가 목이 탔나 보네요
애처롭네요
하테스님 안가셨으면 큰일 치룰뻔했어요
세심하게 표현하셔서 더욱 재밌게 읽었어요^^
허걱! 남성 전용인데...
야단 맞을까 염려했는데...^^
리즈향님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잼나는 글 읽고 갑니다.
안개낀 아침 ㅡㅡ
조물주가 인간을, 동물을 잼나게 만들어 놓았읍니다
장마철에 건강 조심하세요
우람한 월출산이 안개에 가려져 버렸네요.
머잖아 안개는 사라지게 되어있지요.
하테스 또한 안개 거칠날이..하하
먹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쳐놓은
줄이 안개에 노출되어 버렸네요.
거미 이녀석 어디서 요수고 있나...
녀석이 저 물방울을 털어야 할텐데...
오늘 크게 복 받을 일 하셨습니다
한 생명 구하셨잖습니까
저 닭 어미는 귀하게 얻은 새끼 항개 잘키울거 같습니다 ㅎㅎ
어미닭 다리사이에서 요리저리 나를 쳐다보더라고요.
뭘 아는 것인지.. 위험인물이 왔다고 엄마가 경고를 했는지.
닭대가라더니 머저리 같은 엄마, 입으로 머금어서 먹여주면 될것을...ㅉ
네 맞아요. 예전에 책 읽어요. 그 중에 암수 나와요
하! 먼저 알고 계셨군요.
우리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될텐데 말입니다.
쿨리지 현상... 이 용어 자체를 잊고 있었네요.
요샌 뭐든 기억이 오래가지 않아요. ㅎ
기억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윈도우님 답글 감사합니다. 너무 많이 들어있으면 뻥 터질까봐 별로 사용하지 않은건 지워 버리나 봅니다.
혼자 있다는 게 안쓰러워
병아리 열 마리 쯤 넣어주고 싶네요.
그리고 큰 닭이 되었을 때
쿨리지 현상도 보고..................~^^~
보고...~^^~그담에
백숙에 쐬주 한잔..하하
매일 사람에게 계란 빼앗기고 언젠가는 밥상에 오늘텐데... 허긴 우리라고 언제까지나 온전한게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