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상에서는 알기 쉬운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어나 외래어, 인터넷을 통해 등장한 국적 불문의 외계어까지 잘못된 표기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병원이나 약국, 관공서에서 조차 우리의 글 한글이 소외받고 있다.
# 소외된 한글 =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천시와 각 구·군, 경찰서 등 관공서마다 홈페이지를 개설, 각종 민원을 홈페이지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손쉽게 민원인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높지만 이 곳에서 조차 한글은 외면받고 있다.
인천시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란에 오른 민원 글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답변 글 대부분은 알기 쉬운 한글 표기가 아닌 '익일(이튿날, 다음날)', '∼양해하여(~이해하여)', '회시하오니(답변하니)' 등의 한자어 투성이었다. 지난 2일 공원내 애완견 출입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 관계자는 '귀하께서 건의하신 ~에 대해 방견금지~'라며 사전에도 없는 잘못된 한자어를 사용했다. 또 지난달 29일 시내 버스 교통편을 묻는 민원인의 질문에 시 관계자는 해당 부서를 안내하면서 '~로 민원을 제기하시면 되겠읍니다'라고 답변했다. '~읍니다'는 '~습니다'로 이미 지난 1980년대 말 국어학회에서 표준말 정리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바꼈지만 정식 공문에 시관계자가 잘못된 한글 표기를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각종 채팅을 통해 국적불문의 외계어가 등장하면서 한글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Øどじギ∽㉧!!¿♪♬♬ヲヲヲヲ(안녕)', '?肴?˛じナじ┧┃。└├│┐├。ワぎヱ㉻눙Ðё∽∽¡¡¡(너네 내가 경고하는데~~!!!)' 등이 대표적인 외계어다.
# 상가 간판도 외래어 투성이 = 시내 상가 간판도 한글이 아닌 외래어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천의 대표적 번화가인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 뒷편 상가 밀집지역 상가들의 간판은 외국어 일색이다. 'T-house'(티셔츠 상점), 'Yes'(여성 속옷 상점), 'The Face Shop'(얼굴 화장품류 판매점), 'G Gold'(액세서리점), 'phone & fun'(휴대폰 판매점) 등 외국어로만 된 간판이 즐비하다. '김밥클럽'이나 '드라마안경'등 외국어와 한글을 섞어 쓴 간판도 많다. 부평역 맞은편에서 시작해 부평시장 입구에 이르는 부평의 '명동'지역을 비롯해 인천시 중구 신포동 번화가, 주안역 앞 상가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번화가는 예외없이 외국어 간판들이 가득 들어 차 있다.
# 의료계에서도 '외면' = 약국이나 병원에서도 한글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약국이나 병원에서는 알기 쉬운 우리말이 아닌 대부분 일본식 한자어나 영어로된 전문용어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약품을 사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불편을 겪고 있다.
국소마취(부분마취), 경구투여(먹는다), 개구(구멍), 감약(줄여 사용), 골(뼈), 고관절(엉덩이 관절), 경추(목뼈), 대퇴골(넙적다리 뼈), 부종(부기), 염좌(삠) 등이 약국과 병원에서 쉽게 접하는 전문용어이다.
이같이 어려운 전문용어가 일상에 그대로 쓰이는 데는 의사와 약사들이 의학·약학 전공서적을 통해 배운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전문용어가 적힌 의약품 대부분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송원용(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우리말 다듬기 사업을 펼쳐야 할 관공서 마저 한글 사용을 꺼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세계적으로 최고로 평가받는 한글을 가꾸고 보호하는 데는 적극 사용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호·김지환·박석진 기자 blog.itimes.co.kr/jayoo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