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질문이 있답니다.
“만약 내가 바퀴벌레로 변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갑자기 부모나 친구한테 물어본다고 하는데, 상대방은 몹시 당황스럽겠네요.
엉겁결에 “밟아 죽여야지” “변기 물에 내릴래” “살충제 뿌릴 거야”라고 답해
경악과 분노를 선물하기도 하고,
“그래도 사랑할 거야” “예쁜 집에 넣어 기를게” “나도 바퀴벌레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겠지” 라고 하여
처음으로 가화만사성을 경험하기도 했다나 뭐라나.....
헛소리라고 핀잔만 줄 일이 아닌 듯합니다.
자못 깊은 의문을 갖게 합니다.
‘바퀴벌레로 변하면 나는 나인가, 바퀴벌레인가요?’
정신과 육체가 따로따로라 생각해온 우리는,
‘껍데기는 바뀌지만 나는 그대로’ 라고 느끼겟지요.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바퀴벌레는 껍데기일 뿐이고 그 속엔 변함없이 ‘나’ 가 들어앉아 있는 걸까요?
‘말’ 은 수시로 탈바꿈합니다.
주변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세심하게 자신을 바꾸잖아요.
예컨대, ‘쏘다’ 를 보십시다.
총을 쏘기도 하지만, 전파도 쏘고, 벌이 내 팔을 쏘기도 합니다.
이 셋은 같은가요, 다른가요?
생맥주는 톡 쏘는 맛에 마시지만, 무례한 사람에게도 한마디 톡 쏘아 주기도 합니다.
이 둘은 다른가요, 같은가요?
“내가 쏠게.” 할 때의 ‘쏘다’ 는 ‘총을 쏘다’ 와 같은 ‘쏘다’ 인가요?
말의 변신은 주변에 어떤 말을 만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불변하는 본질이란 없습니다.
변하지 않는 게 없는데, 사람이라고 다를 리 있나요?
자아의 경계를 계속 허물어 어제와 다른 나로 탈바꿈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내일 바퀴벌레로 변하는 것도 기대해봄 직한 일이겟지요.
어둡고 습한 곳을 안식처 삼아 더듬이 휘날리며......
엊그제 부엌에서 엄지손톱만한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행주로 내리쳐서 잡은 게 생각나네요.
그 행주를 계속 쓰기가 찝찝해서 버렸습니다.
요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어떤 이름들도 어쩌면 바퀴벌레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