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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네 텃밭도서관(전통놀이 체험장)
 
 
 
 
 
카페 게시글
정자나무 아래 앉아서(자유게시판) 스크랩 비단장수 왕서방과 조또 아저씨 이야기
나먹통아님 추천 0 조회 331 08.11.13 09:43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단양 고수동굴앞 고수대교
 
이곳 단양 고수대교앞 강변길은 내가 충주에서 영월이나 제천으로 갈때나
아니면 제천에서 영월을 거쳐 충주로 갈때 잠시 쉬었다 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늘같이 이렇게 스산한 가을날에는 남한강변 산책로에 철푸덕 주저앉아
갈바람 안주삼아 쇠주 한병씩 마시고 가는 장소이기도 하죠
 
갈 바람 스산한 단양 고수대교
 
이날도 나는 쇠주 한 병 옆구리에 꿰차고 남한강변으로 시적시적 걸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 야심한 밤에 웬 솨람이 철푸덕 주저 앉아
훌짝 훌짝 술을 마시고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
 
가까이 가 보니 그는 다름아닌 비단장수 왕서방이었죠
 
단양 고수대교 강변 산책로
 
요즘 단양읍은 한창 가을관광 여행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모두들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고수부지는 이렇게 고요 적막속에 휩싸여 버립니다
 
때문에 단양 고수부지는 저 비단장수 왕서방이 완전히 접수를 해 버렸죠. 저 비단장수 왕서방은
충주시장에서 별 재미는 못 봤지만 이곳을 접수했으니 그리 손해본것은 아닙니다
 
 
저 왕서방도 나와같이 이장, 저장, 그장, 요장을 환장하게 싸돌아 댕기며 장사하고 있는 비단장수인데
이날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나와 정통으로 빡치기 해 버린것이죠
 
전장에서 패하고 적군들에게 ?겨온 패잔병들끼리 이 단양의 변방에서 만난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조심 스럽게 물어봤죠
 
이 야심한 밤에 잠 안자고 왜 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냐구...
 
그때 저 비단장수 왕서방은 술 잔을 내게 권하면서 아주 비장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더군요
이것이 자신에게는 최후에 만찬이라고...
 
그 순간 이 솨람이 혹시 술 마시고 남한강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죠
 
양말도 꼬질꼬질한 것이 한 보름동안 세탁도 않하고 신고 다닌것 같았습니다
보아하니 남한강변에 철푸덕 주저앉아 무슨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것 같은데
이제 술 좀 고만 마시고 벌떡 일어나 잠자리에나 들지 왜 저러고 있는지 당췌 알 수가 없네요
 
당신은 무신일로 그리 합네까 ?
온 종일 강바닥에 주저 앉아서...
 
이렇게 한 번 더 물어 보고 싶었지만 워낙 분위기가 엄숙해서리 아무것도 물어 볼수가 없었습니다
어서 들어가서 일찌감치 잠 자고 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돌아 다녀야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집에 들어갈수 있을 텐데...
그래야 마누라 한테도 대접받고 환영 받을수 있을텐데...
 
아무래도 저 비단장수 왕서방 오늘 좀 걱정이 되네요
 
단양 고수대교 아래서 술 마시고 있는 비단장수 왕서방
 
저...왕서방...한 잔 만 더 마시고 들어가자고 했더니
지금 들고 있는 저 술잔이 자신에게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소리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저런줄도 모르고 집에서 목빠지게 기다리는 마누라는 걱정을 하겠죠
" 아이고우...이 사람...지금쯤 추운날 돈 한 푼 더 벌겠다고 을매나 고생이 많을까...? "

그리고는 장바구니 들고 시장에서 몸 보신거리를 사 가지고 왔는지도 모르죠  

 

 

 쯧쯧...저 솨람...이제 완전히 자리잡고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네요

저렇게 장사 나와서 밤새도록 술타령이나 하다가 집에 들어가
마누라한테 공갈치는건 아닌지 물것습니다
 
" 당신...장사 잘 됐어 ? "
" 아니...어제 하루 웬종일 쎄빠지게 돌아 다녔는데 글씨 말이여...완전히 꽁쳐 버렸지 뭐여 "
 
어이...이 솨람 !
자네...장사 나와서 밤새도록 술 퍼마시는거 내가 다 봤응께
집에가서 밤 늦은 시간까지 쎄빠지게 장사 다녔다고 공갈칠 생각 말드라고...
 
근디 그 소리 한 마디 했더만 저 왕서방이 시큰둥하게 돌아 앉아서 남한강만 바라보고 있네요
이 솨람...이러다가 정말 저 남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스산한 바람에 이 가을도 뉘엇뉘엇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마른 풀잎들도 가을바람에 강물따라 흘러가고 있고
저 솨람도 강물이 흘러가듯...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고요적막한 남한강변의 이슥한 밤입니다
 
발꼬락 냄새가 갈 바람에 ~
지도옥 하더어라아 ~
 
오늘도 풀잎을 입에 물고
백토마 세워진 개울가에서
 
많이 팔면 같이 웃고 ~
꽁을 치면 같이 울던 ~
 
왕서방 그 맹세에 ~

 갈날은 가아안다 ~

 

 

밤이 이슥해질 무렵

드디어 저 비단장수 왕서방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 났군요
 
저 왕서방도 이날 충주시장에서 이곳 단양으로 왔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오늘 나하고 코스가 비슷하네요
 
충주 무학시장 개천변에는 욕재이 아저씨가 하는 이불매장이 하나 있는데
저 비단장수도 오늘 그곳에 들렸었다고 합니다
 
그 욕재이 아저씨는 우리 비단장수 세계에서 조또 아저씨로 통하기도 하죠
나이는 50대 중반정도 되는데 "조또"라는 말을 빼면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죠
 
나도 이날 이곳 단양에 오기전에 충주 무학시장의 그 집에 들려서 "조또" 소리를 한 열번...
아니...스므번도 더 들었을겁니다
 
충주 무학시장 XX 이불매장
" 안녕 하십니까 ? 오늘 뭐 필요한거 없심니껴 ? "
" 조또...요즘 뭐 팔리는게 있어야지 "
 
" 색깔이 이번에 아주 잘 나온 침대 매트리스커버가 있는데 그거 함 놔 보시죠 ? "
" 여긴 그거 조또 안 팔려 ! "
 
" 그럼 춘추차렵이 아주 싸게 나온게 있는데 그걸 놔 보시죠 ? "
" 이제 곧 겨울인데 그런 이불 팔리나 ? "
 
" 매트리스카바도 안 팔리고 춘추이불은 추운날씨 때문에 안 팔리고...글면 요즘 머 파신대요 ? "
" 그러니까 요즘 팔리는거 조또 없어 "
 
충주의 XX이불가게 아자씨는 이불장사를 무슨 개장사 하듯 합니다
스타일도 개장사 스타일이죠
 
아지매가 장사 할때는 그래도 좀 상냥한 편인데 이 아저씨는 완전히 개장사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장날 장바닥 난전에서는 힘 안 들이고 술렁술렁 잘 팔기도 하죠
 
" 그럼 싸구려 패드는 워때유 ? "
" 그거 조또 안 팔려 "
 
" 그럼 현장 기숙사 이불은요 ? "
" 그것도 조또 안 팔려 ! "
 
이때 그 조또 아저씨가 차 안에 있는 연두색 이불과 핑크색 이불을 보고 그것이 뭐냐고 물어 봅니다
극세사 패드이불 셋트라고 했더만 그거 얼마씩 놓느냐고 하데요
 
그래서 그건 좀 비싼 물건이라 가격이 ㅇㅇㅇㅇㅇ 라고 했죠
그랬더니 대끔 그거 네 셋트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지도 않게 그 조또 아저씨 한테 고가품 셋트 4셋트와
침대 매트리스카바 6개를 순식간에 팔아 버렸죠
 
오는길에 증평시장에서 조금 팔았고 음성시장에서도 쫌 팔았고
충주 무학시장의 조또 아저씨네 집에서는 생각지도 않게 고가품을 팔았으니
이날 장사는 그래도 성공한 셈이었죠
 
그런데 저 비단장수 왕서방은 충주시장에서 별로 재미를 못 본것 같습니다
그리고 밤 늦게까지 단양 고수부지에서 최후의 만찬이라고 하면서 혼자 술만 퍼 마시고
저렇게 시적시적 올라가고 있으니 한 번 따라가 봐야겠죠
 
혹시 다리위에서 뛰어 내릴지도 모르니까요
 
남한강변에서 최후의 만찬 ?? 을 마친 비단장수 왕서방이 다리위로 올라가고 있는 중
 
최후의 만찬 ?? 을 마친 비단장수 왕서방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중
 
고수대교쪽으로 시적시적 걸어가고 있는 비단장수 왕서방
 
밤이 이슥한 시간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비단장수 왕서방
 
 
오른쪽 어깨에는 보따리 하나 들러메고 왼손엔 무엇인가 들려 있었는데
왼손에 신주 모시듯 들고 있는것은 무엇인지 알수가 없네요
 
저렇게하고 고수대교 쪽으로 시적시적 걸어 가기에 어디로 가고 있나...
따라가 봤더니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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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고수대교앞에 있는 여관으로 들어가 가방에서 쐬주 한 병 꺼내놓고 또 술판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좀 전에 왼쪽 손에 신주 모시듯 꼭 쥐고 있던 은박지를 풀어보니...그건 주먹밥이었더라고요
단양 시장의 어느 식당에서 술 한 병 마시고 얻어온 주먹밥이라고 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저 비단장수를 수없이 보아 왔지만
저 왕서방은 비단장수를 하기전엔 무엇을 했던 솨람인지 그 이력을 알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날은 같이 쐬주잔을 기울이며 물어 보았죠
 
" 자네...비단장수 하기전엔 무엇을 했었나 ? "
" 나 ? 서울대학교 빠구리학과 석좌교수를 좀 했었지 ! "
 
" 빠구리가 뭔데 ? "
" 낼 집에가서 백과사전 찾아봐 !  거기에 보머 자세한 설명이 있을거야 ! "
 
그러고는 실실 웃으며 저렇게 쐬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얻어온 주먹밥 안주로 쐬주를 마시고 있는 비단장수 왕서방
 
어느 식당에서 얻어온 주먹밥 안주로 쐬주를 마시고 있는 비단장수 왕서방
 
눈물과 함께 주먹밥을 머거보지 않은 솨람들은 인생의 참 맛을 알 수가 읍따 ??
 
비단장수 왕서방 이불차
 
밤이 이슥해지는 단양 고수대교앞 남한강변
 
밤이 이슥해지는 단양 고수대교앞 남한강변
 
다음날 아침, 안개 자욱한 남한강변의 단양 선착장
 

단양에서 문경으로 가는 도중, 단양 상선암에서 잠시 쉬고 있는 왕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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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1.13 13:35

    첫댓글 북치고 장구치는디 이골이 났그마... 그리 벌어다가 어느 품에 앵기 줄라고 이리 쪼잔헌 술판을 벌린당가? 묵는 거시 남는 건디.. 담부텀은 오뎅국물이라도 좀 챙기다 놓코 묵소 이~! 속이 핀해야 한 장이라도 더 가제... ^^

  • 작성자 08.11.14 11:12

    글궤요 저 솨람 동네에서도 아주 소문난 노랭이라서...

  • 08.11.13 17:36

    네 ! 오뎅 국물이라도 함께하시면 좋겠네요 .. ㅋㅋ

  • 작성자 08.11.14 11:13

    눈물과 함께 주먹밥을 머거보지 않으머 인생의 참 맛을 모른다카는디...

  • 08.11.13 20:07

    비단장수 왕서방 언제나 존글 고마워 ^^ 나사장 코빼기 함 봐야 헐건디 ~~~ 잉

  • 작성자 08.11.14 11:15

    악 ! 마빡 행뉨 ! 동안 일양기체 하시고 옥체 편히 보존 하셨는지... 기래도 젤 보고픈 솨람은 역쉬 마빡이 행뉨이라요 보고잡다보고잡다보고잡다보고잡다보고잡다마빡행뉨보고잡다

  • 08.11.15 02:55

    내가 궁금한것은요 나먹통아 님 나오는 사진들을 누가 찍었어요? 삼각대로 찍었다면 얼마나 일이 많을까해서 짐작이 안가요. 그런데 얼굴이 좀 홀쭉해진거 같습니다. (아니면 날씬해졌다고 해야 하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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