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배움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열린 평생교육의 장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지만 학부생으로 출발해 이십대 못지 않은 꿈을 품고서 공부하는 만학도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학에서는 박은경, 송춘복 학생이 이름난 만학도다. 본지는 두 사람이 젊은 세대의 학생을 비롯해 늦은 나이에 수학을 결심한 여러 만학도의 학구열을 고취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서 대담을 진행했다. -편집자 주
임진왜란 김해성 전투 실린 역사책 찾기 어려워
김해향촌사를 연구해 역사 지키는데 힘쓸 것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인문문화융합학부 17학번으로, 올해 나이 만 65세고, 이름은 송춘복이다.
어떻게 우리 대학을 알게 되었나?
원래 김해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부산에서 생활하는데 부산과 가까운 거리인 내 고향 김해를 늘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다시 학업을 계속한다면 인제대학교에 입학 할 생각을 진작에 가지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한 계기는?
내가 부산에 있어도 늘 김해향촌사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게 되면 꼭 김해향촌사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관련된 대학이 김해에 소재한 인제대학교 밖에 없었다. 과거 김해향촌사에 대한 연구를 내 나름대로 하게 되면서 〈경남향토사〉에 글을 몇 편 썼다. 내용은 괜찮은데 학벌도 없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는 애기를 가끔 뒤에서 들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혼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건 별 효과가 없었고, 또 체계적인 글도 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꼭 대학을 다녀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나?
젊었을 때는 주로 공인중개사 일을 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도 병행했었다. 공인중개사들을 위한 강의도 오래 해왔고 동네 사무소나 구청에서 어린이들을 모아 한자를 오래 가르쳐 왔다. 지금도 구청에서 시행하는 독서대학이나 이런 곳에 계절마다 출강하고 있다.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자식이 3명 있는데 아버지가 대학교 간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했다. 사실은 그동안 공부를 계속하기가 어려웠지만, 공부를 너무 하고 싶어하니까 우리 집사람이 학교를 가도록 종용했다. 물론 나도 가고 싶었지만 가장으로서 학교를 다니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았다. 막상 학교를 다니고 나서는 친구들, 지인들 모두가 격려를 해주고 좋아한다.
혼자 공부하는 것과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대학에서 배우는 역사와 관련된 공부들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예전에 향토사지에 썼던 글들이 부끄러울 정도다. 김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시청이나 도서관을 찾아봐도 관련 자료가 별로 없다. 체계적인 논문을 쓰고 싶다. 현재 대학원 진학을 위해 원서를 접수해 놓은 상태다.
수업을 듣거나 과제할 때 힘들지는 않는지?
엄청 힘들다. 합격 했을 때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러놓고 잔치를 열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염려도 있었다. 나는 괜찮은데, 20대 학생들이 나와 같이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불편할까. 또 교수님들이 나이 많은 사람이 앉아 있으면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얼마나 힘들겠나 싶어서 이게 옳은 일인지에 대해 부담과 걱정이 있었다.
이런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나이가 있다 보니까 젊은 학생들보다는 인생살이에 대해 조금 더 안다. 그리고 학과가 인문문화융합학부다 보니까 그동안의 경험이 큰 보탬이 된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옆자리 학우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또 사탕을 줘가면서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학우들과 잘 지내고 있다.
대학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조선시대사 중에서 특히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사건이었다. 우리 역사를 찾아보면 임진왜란 김해성 전투에서 천 명도 안되는 선비들과 성 안의 주민들이 만 천명의 왜적을 상대로 나흘간 버텄다. 그때 수장은 도망가고 없었다. 엄청난 역사적 사실이지만 교과서 어디에도 이런 얘기가 없다. 이 일을 내가 하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서는 안 되는 역사를 어떤 식으로든 지키고 기록하기 위해 논문 한 편이라도 제대로 쓰려고 한다.
대학 구성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말이 있다.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제발 제 때 공부를 마쳐야한다. 제 나이가 되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젊은 나이에 공부를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 나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각자가 어떤 삶에 있어서 공부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 우리 세대는 공부를 많이 못한 세대였다. 반면에 지금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대학이라는 과정을 이수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한 마디라도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려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
첫댓글 대단하시네요... 저희 선친께서도 70나이에 박사학위 취득차 대학원다녀서 여러 신문에 났었는데 옛 생각도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