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범주들
Ⅰ. 궁극자the Ultimate의 범주(3개) : 일one, 다many, 창조성creativity
Ⅱ. 존재Existence의 범주(8개) : 현실적 존재자actual entity, 파악prehension, 결합체nexus, 주체적 형식subjective form, 영원한 대상eternal object, 명제proposition, 다수성multiplicity, 대비contrast.
Ⅲ. 설명의 범주(The Categories of Explanation)(27개)
Ⅳ. 범주적 제약Categoreal Obligation(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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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범주적 제약(Categoreal Obligation) 9개 중 (2), (3)
(2) 대상적 동일성의 범주(Category of Objective Identity) : 현실적 존재자의 만족의 대상적 여건에 있어서 어떠한 요소도, <만족>에 따르는 요소의 기능에 관한 한 중복될 수 없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여기서도 <만족>이라는 술어는 과정에 있어서의 완결된 국면인, 완전히 결정된 하나의 복합적 느낌을 의미한다. 이 범주가 표현하고 있는 바는 각 요소가 아무리 복합적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일관된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논리학은 자기 일관성(self-consistency)에 대한 일반적 분석이다.
(3) 대상적 다양성의 범주(Category of Objective Diversity) : 현실적 존재자의 대상적 여건에 있어서의 가지각색의 요소에는, 그 만족에 따르는 요소들의 기능에 관한한 어떠한 <합체(合體, coalescence)>도 있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합체>란 여러 요소가 그 다양성에 속하는 대비를 갖지 않으면서 절대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행사하는 가지각색의 요소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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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
{범주적 제약 (2)} : 대상적 동일성의 범주(Category of Objective Identity)
“현실적 존재자의 만족의 대상적 여건에 있어서 어떠한 요소도, <만족>에 따르는 요소의 기능에 관한 한 중복될 수 없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여기서도 <만족>이라는 술어는 과정에 있어서의 완결된 국면인, 완전히 결정된 하나의 복합적 느낌을 의미한다.”
현실적 존재자가 외부의 대상들을 자기의 내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순응 국면이고, 둘째는 보완 국면이고, 셋째는 만족 국면이다. 순응 국면은 대상들을 모조건 수용해야 한다. 보완 국면은 대상들을 주체적 지향에 맞지 않는 것은 배척하고, 주체적 지향에 맞게 수정해서 받아들인다. 만족 국면은 대상들을 자기 안에서 만족스럽(보기 좋)게 배치를 끝낸 상태이다.
“이 범주가 표현하고 있는 바는 각 요소가 아무리 복합적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일관된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논리학은 자기 일관성(self-consistency)에 대한 일반적 분석이다.”
배치가 끝난 상태에서 각 요소는 제각각 일관된 기능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마치 인사이동 후 업무분장이 완성되면 모든 구성원들에게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 것과 같다. 이때 구성원의 업무가 중복되어서는 안되고. 주어진 업무끼리 충돌이 일어나서도 안된다. 중복되거나 충돌이 일어나면 그 조직(주체)이 지향하는 목표달성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인사배치가 잘 된 경우에, 각 구성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에 일관되게 기능하면 그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에 가까워진다. 이때 일관성(一貫性, consistency)은 ‘모순 없음’을 의미한다. 이때의 모순 없음은 양립 가능성을 말한다.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사이에 모순 없이 양립가능해야 제대로 기능하게 된다. 이것을 자기-일관성이라고 하며, ‘모순이 없음’, ‘시종일관’, ‘조리정연’ 등으로 불린다.
{범주적 제약 (3)} : 대상적 다양성의 범주(Category of Objective Diversity)
“현실적 존재자의 대상적 여건에 있어서의 가지각색의 요소에는, 그 만족에 따르는 요소들의 기능에 관한한 어떠한 <합체(合體, coalescence)>도 있을 수 없다.”
만족에 있어서 대상에 속하는 모든 요소는 제각각 고유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그 기능은 다양하다. 인사배치가 끝난 상태에서 업무가 시작되면 모든 구성원들은 조직 속에서 제각각 맡은 바 역할로서 다양하게 기능한다. 이때 혼자도 할 수 있는 일을 둘 이상의 구성원들을 함께 묶어서 하도록 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것은 ‘릴레이 경기’에서 미치 ‘2인 삼각’을 만들어 뛰는 것과 유사하다.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원리를 모든 유기체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족에 따르는 요소들의 기능에 관한한 어떠한 합체(合體, coalescence)도 있을 수 없다.” 합체란 ‘둘 이상의 것이 합쳐져서 하나가 되거나 그렇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인간 세계 뿐만 아니라 모든 현실적 존재자(유기체)들은 만족에 이르러 모든 구성요소들을 배치할 때 효율적으로 하기 때문에 합체를 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합체>란 여러 요소가 그 다양성에 속하는 대비를 갖지 않으면서 절대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행사하는 가지각색의 요소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에서도 만족에 이르는 과정에 두 개 이상의 요소를 하나의 패턴으로 묶는 대비(對比, contrast)를 한다. 합체는 구성요소를 합쳐서 줄이는데 비해 대비는 새로운 구성요소를 만들면서 다양성이 증가한다. 대비는 존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면 명제(命題, proposition)도 하나의 대비이다.
명제는 대상의 구성요소인 ‘결합체’를 ‘주어’로 하고, 또 다른 구성요소인 ‘영원한 대상’을 ‘술어’로 해서 만들어진다. 주-술 형태의 패턴으로 탄생한 명제는 느낌의 유혹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그리고 나아가 고등유기체에게 판단의 자료로서의 기능도 하게 된다. 거기에 비해 합체는 이러한 대비를 갖지 않으면서 하나의 구성요소가 할 수 있는 동일한 기능을 행사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축소시킨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별이 보고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에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방이 방 한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 가을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꾸어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