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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 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요점 정리
지은이 : 박봉우(朴鳳宇)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율격 : 내재율(산문적 리듬)
성격 : 상징적, 격정적
심상 : 시각적, 촉각적
표현 : 우회적 표현, 수미상관의 구조
어조 : 분단 극복을 열망하는 목소리
구성 : 과거 - 현재의 대립적 구성, 수미쌍관적 구성
제 1연 : 분단 현실에 대한 준엄하고 담담한 현실 인식
제 2연 : 불안한 대치 상황의 풍경에서 느끼는 감상(感傷)
제 3연 : 6·25전쟁으로 인한 민족의 피폐하고 불안한 현실
제 4연 : 다시 다가올지 모르는 민족 상잔(相殘)에 대한 공포
제 5연 : 대립과 증오의 현실에 대한 재개탄(再慨嘆)
제재 : 휴전선
주제 : 민족 화해와 분단 극복에 대한 열망. 분단의 비극과 그 극복 의지
출전 : <조선일보>(1956), <52인 시작>(1967)
내용 연구
휴전선(休戰線) : 이 작품은 '휴전선'을 제목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휴전선이 시적 화자의 문제 의식인 분단의 냉혹함과 전운의 긴장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하는 싸늘한 공간이 바로 휴전선인데, 이러한 상징적인 제목을 통해서 한 하늘을 이고 살아가면서도 '끊어진 정맥'을 놓아두고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개탄하듯 전해 주는 것이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국토 분단의 적대적 상황, 불안한 현실.)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불안감)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화산'과 연관된 강렬한 불의 이미지는 이 시에서 가장 중심적인 이미지로, 남북 간의 증오와 불신이 계속될 경우에 빚어질 또 다른 전쟁을 암시한다.) 요런 자세로 꽃(일시적인 평화 상태, 불안정한 상황)이 되어야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요런 자세'는 증오와 불신 때문에 서로를 적대시하는 못마땅한 시인의 주관적인 평가를 품은 시구이다. '꽃'은 아름답지만 연약한 것으로, 불안한 분단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지켜 가려는 존재, 즉 시적 자아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가리킨다.]쓰는가.( '하는가, 하겠는가'의 남도 사투리. 방언) - 긴장감이 감도는 남북의 대치 상황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남북의 비극적인 대치 상황).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조국의 땅덩어리는 그대로 아름다운데, 남북의 같은 민족은 고구려 시대의 웅혼(雄渾)한 민족 정신이나 신라 시대 때의 삼국 통일이라는 그 아름다운 이야기 같은 것은 갖고 있지 못한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하늘은 하나이나 땅은 갈라져 있다)……(남북이 분단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구절이다.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던 6·25 전쟁 직후의 현실에서는 민족 간의 화해에 기초한 통일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말줄임표로 처리한 것이다. )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휴전선) 있었던가. - 팽팽한 대결 구도
모든 유혈(流血 : 피를 흘림. 또는 흘러나오는 피)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여기서는 민족의 핏줄을 상징함)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 가는 이야기뿐인가.('유혈'은 6·25 전쟁을 가리킨다.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은 6·25 전쟁으로 인한 민족사의 쇠퇴와 몰락 즉, 우리의 민족사적(民族史的) 비극을 의미한다. 또한 전쟁의 불안 앞에 있는 조국) - 불안함 속에서 쇠잔해 가는 민족의 역사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분단이 고착되고 민족 간의 화해가 지연될 경우 언젠가는 또다시 닥쳐올 전쟁에 대한 공포를 암시한다.).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겨울을 남, 6·25 전쟁)를 또 한 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죄 없는 겨레)은 시방의 자리('시방'은 남도 사투리로 '지금/여기'의 뜻. '시방의 자리'는 증오와 불신으로 마주 선 이 휴전선의 자리,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 전쟁 발발의 불안감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휴전선에서 의문형 문장 종결의 효과는 시인이 실제로 그러한 의문을 품고 있다기 보다는 스스로 분명한 해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선택된 설의적 수사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문형 종결을 통해서 감정을 가득 담은 노여움과 개탄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수미상관으로 조국의 운명을 강조하고 있음) - 민족의 비극적 현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 국토 분단의 적대적 상황, 불안한 현실.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 '화산'과 연관된 강렬한 불의 이미지는 이 시에서 가장 중심적인 이미지로, 남북 간의 증오와 불신이 계속될 경우에 빚어질 또 다른 전쟁을 암시한다.
요런 : '이런, 이러한'의 남도 사투리.
쓰는가 : '하는가, 하겠는가'의 남도 사투리.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요런 자세'는 증오와 불신 때문에 서로를 적대시하는 못마땅한 시인의 주관적인 평가를 품은 시구이다. '꽃'은 아름답지만 연약한 것으로, 불안한 분단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지켜 가려는 존재, 즉 시적 자아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가리킨다.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조국의 땅덩어리는 그대로 아름다운데, 남북의 같은 민족은 고구려 시대의 웅혼(雄渾)한 민족 정신이나 신라 시대 때의 삼국 통일이라는 그 아름다운 이야기 같은 것은 갖고 있지 못한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을 끝끝내 하나인데....: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구절이다.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던 6·25 전쟁 직후의 현실에서는 민족 간의 화해에 기초한 통일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말줄임표로 처리한 것이다.
모든 유혈(流血)은 ~ 야위어 가는 이야기뿐인가. : '유혈'은 6.25 전쟁을 가리킨다.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은 6·25 전쟁으로 인한 민족사의 쇠퇴와 몰락 즉, 우리의 민족사적(民族史的)비극을 의미한다.
징그러운 바람 : 분단이 고착되고 민족 간의 화해가 지연될 경우 언젠가는 또다시 닥쳐올 전쟁에 대한 공포를 암시한다.
시방의 자리 : '시방'은 남도 사투리로 '지금/여기'의 뜻. '시방의 자리'는 증오와 불신으로 마주 선 이 휴전선의 자리, 남북 분단의 현실.
이해와 감상
1956년〈조선일보〉신춘 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남북이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고 대치해 있는 휴전선의 긴장을 제재로 삼은 것으로, 당시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불안과 긴장과 절망감이 호소력 있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는가'와 같은 설의적 표현을 통해 역사 현실에 대한 지은이의 강한 의문을 표시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더욱 절실히 유도해 내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남북의 자세 변화를 촉구한 시이다. 그런데 이 시의 주제 의식은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새로운 것도 신기할 것도 없다. 요즘에야 남북 정상이 만나고 민족 화해에 기초한 통일 논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6.25를 치른 직후인 1950년대의 사정은 지금과는 현격하게 달랐다. 이 무렵은 철저한 반공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통일관이 유일한 진리로 받아들여진 시기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이 시의 의의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남북의 자세 변화를 촉구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와 같은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이 시가 씌어졌다는 사실 자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대적인 억압을 뛰어넘으려는 시인의 용기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선취(先取)한 시인의 자유롭고 활달한 상상력이다.
아울러, 남북이 증오와 대립의 자세를 고수할 경우 또다시 전쟁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면서 민족의 화해를 위한 자세의 전환을 촉구한 이 시의 예언자적, 선지자적 목소리가 적절한 비유적 형상과 어우러지면서 자아내는 시적 감동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이 시는 6·25 이후 민족 분단의 아픔을 격정적 어조로 표현한 작품이다.
각 연마다 의문사로 종결하면서 안타까움의 심정을 영탄적으로 표출한다. 더구나 사투리를 직접 써서 삶과 밀착된 정서를 대변한 것이 특징이다.
'산'은 국토의 대유(代喩)이며, '얼굴'은 우리 민족을 의미한다. 마주 향한 산과 산은 그대로 국토 분단의 적대적 상황을 뜻한다. 이 분단 상황에서 민족은 분열되어 서로 절실하고 대결한다. 그러한 상황은 민족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것이며, 이 부정 속에서는 언젠가 커다란 분쟁이 일어날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대로 불안 속에 안주(安住)하고 있어서 되는가 하고 안타까워한다.
'꽃'은 연약한 이미지를 주며, 짧은 순간 피었다 결국 지고 마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러므로 '꽃'은 일시적 평화 상태나 그런 불안정한 상황 속에 놓인 한시적인 삶을 뜻한다.
서로 질시(嫉視)하는 음산한 풍경, 이제 고구려인들이 가졌던 진취적 정신은 사라졌는가? 신라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은 이제 없어지고 말았는가? 옛날에는 동족끼리 반목과 질시에만 젖어 있지 않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별들은 흩어져 있어도 하늘은 하나인데, 우리 민족을 품은 조국은 그렇지 못하다. 불안한 얼굴로 살아야만 하는 의미, 그런 이념 따위는 애초에 이 국토 안에 있었던가?
꿈만 같았던 전쟁은 가고, 나무 한 그루도 안심하고 살 수 없는 허망한 공간으로 현실을 인식한다. 우리를 지켜 줄 울타리 하나 없이 모두 알몸을 드러낸 채 불안에 떨어야 하는 상황을 '광장'이라 표상한다. 정맥이 끊어진 것과 같은 역사의 피폐함, 인간성의 상실과 파괴의 상흔(傷痕)은 아직도 가시질 않았는데, 여전히 절망만 존재하는 시대 현실과 삶의 고단함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통탄한다.
휴전 상태인 지금은 겉으로는 조용한 듯하지만 언젠가는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고야 말 전운(戰雲)이 늘 감돈다. 지난날 한 번 겪었던 그 참담함을 다시 겪으라는가? 그저 이념의 대립으로 말미암아 생겨 버린 이 불안한 상황을 얼마나 더 지내야 하는가. 우리의 길은 이 밖에는 또 없는가 하고 가슴을 친다.
불신으로 마주한 이 불안한 상황에서 언젠가는 다시 터질 전쟁을 예상하면서 연약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삶에 안주해서 되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이해와 감상2
이 시는 1956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 당선작으로,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의 긴장을 제재로 삼아 당시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불안과 긴장, 절망감을 호소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는가'와 같은 설의적 표현을 통해 역사 현실에 대한 강한 의문을 표시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유도해 내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그 날을 갈망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완곡한 산문 율조의 형식으로 절제되어 나타나 있다.
시인은 전쟁 혹은 비극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피하고 암시적인 시어를 채택함으로써 흔히 분단과 전쟁을 떠올릴 때 흔히 범하기 쉬운 감정의 과잉 분출을 막고 독자들에게 분단이 우리에게 주는 피폐함을 담담하게 상기시킨다. 이 점 역시 위에 언급한 바, 시적 화자의 정서의 노출보다는 감상자의 시적 반응을 끌어내도록 유도한다.
시의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1연을 수미쌍관식(首尾雙關式)으로 반복한다. 이것은 이러한 시인의 우려와 현재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구실을 한다. 휴전과 분단의 상황을 '정맥이 끊어진' 상태, '나무도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하는' 상황으로 묘사하여 휴전선과 분단에 대한 저항적이고 고발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는 이 시는 강대국의 세력 각축과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에서 한민족에게 부과되었던 참혹한 비극을 상징적이고 강렬하게 형상화하였다.
이 시는 산문적 서술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시적 함축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의 구조는 현 분단 상황에 대한 강조와 그것을 타개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분단 상황은 박봉우가 이 시를 쓴 1956년과 현재의 상황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고, 휴전선도 철폐되지 않은 채 그대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시의 생명력과 현재적 가치를 그대로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출처 : 김병국 외 4인 공저 한국교육미디어 문학)
박봉우의 시세계
박봉우는 40여년 가까운 시작 활동을 통해 끈질기게 우리의 분단된 현실과 모순된 현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이른바 참여시를 창작해 냈다. 그의 시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여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1950년대의 전쟁과 폐허, 60년대의 민주 혁명과 군사 독재, 70년대의 산업화와 정신적 빈곤감, 80년대의 민주화 열망 등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시(詩) 속에 담아 냈다. 따라서 그의 시를 통해 현대사를 바라보는 한 시인의 문학적 대응을 읽어볼 수 있다.
박봉우(朴鳳宇)
1934∼1990. 시인. 호는 추풍령(秋風嶺). 전라남도 광주(光州) 출생. 광주고등학교를 거쳐 1959년 전남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였다.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휴전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風景(풍경). 아름다운 風土(풍토)는 이미 高句麗(고구려) 같은 정신도 新羅(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와 같이 그의 시는 분단 조국의 현실을 날카로이 응시하고 고발하는 시 〈휴전선〉으로부터 시작된다.
4·19혁명 후에는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라는 시처럼 타락한 현실에 대한 허무감과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데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현실인식은 시 〈나비와 철조망〉·〈젊은 화산(火山)〉 등을 통해서 분단의 현실을 노래하기도 하며, 〈서울 하야식(下野式)〉에서는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시 〈백두산〉에서는 “무궁화도/진달래도/백의(白衣)에 물들게 하라/서럽고 서러운/분단의 역사/우리 모두를/백두산에 올라가게 하라”와 같이 분단 극복의지로서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는 분단 비극의 시인 또는 통일지향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시로서 저항하다가 불행하게 사라져간 비극의 시인, 불운의 시인으로서 그는 시사에 기록될 수 있다. 전라남도문화상·현대문학 신인상(1962)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휴전선≫(정음사, 1957)·≪4월(四月)의 화요일(火曜日)≫(성문각, 1962)·≪황지(荒地)의 풀잎≫(창작과 비평사, 1976)·≪서울하야식≫(전예원, 1985), 그리고 ≪딸의 손을 잡고≫(思社硏, 1987)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 ≪시인(詩人)의 사랑≫(1988)이 있고, 죽은 뒤에 ≪박봉우집중연구≫(시와 시학, 1993. 겨울호.)로 문학과 생애가 집중 조명되었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