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트럼본 연주자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서커스 단이 찾아왔다. 아직 공연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앞자리에 앉아 막이 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비 넥타이를 맨 남자가 뒤뚱
거리며 무대로 걸어나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이 서커스단의 악대를 이끄는 밴드 마스터입니다. 죄송하지만 여러분들 중에 혹시
트럼본을 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서커스단 악대는 트럼본 연주자가 갑지가 그만두게 되어 한 사람을 새로 채용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트럼본을 불 수 있다고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뒤 한 소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얘, 네가 정말 트럼본을 불 수 있니?"
밴드 마스터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더니 트럼본을
받아 들고 악대에 섞었다. 트럼본을 든 소년의 자세가 좀 서툴러 보였지만 밴드 마스터는 곧
악대를 행진 시켰다. 그런데 악대는 금방 큰 혼란에 빠져 버렸다. 소년의 트럼본이 엉뚱한 음을
내었기 때문이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을 잔뜩 찌푸린 밴드 마스터가
악대의 행진을 중단시키더니 그 소년에게 물었다.
"너는 트럼본을 불지도 못하면서 왜 거짓말을 했지?"
밴드 마스터가 꾸짖자 소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제가 트럼본을 불 수 있는지 없는지를 몰랐습니다. 여태까지 한 번도 트럼본을 불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보통 사람들과 달리 뭐든지 해보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결정했던 이 소년의
이름은 바로 훗날 디즈니랜드를 만든 월트 디즈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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