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는 말씀 ; 지난 (7회) 때, 어설픈 글이나마 지금까지(7회)는 "도란 도란 대화 방"에 올리든 글인데, 어느 회원님께서 꼬리 글에 이방인지는 모르겠으나, "수필방"으로 옮겨 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시기에 이 방으로 이번 회(8회)부터는 감히 "수필"이라는 글의 명칭까지 달아서 올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 10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탁자 위에는 어느새 빈 소주 병이 셋하고 그리고 아직 다 비우지 않은 반 병쯤 남은 병이 남아있다는 것이, 시간과 그리고 얼마를 마셨는지를, 그리고 얼마큼 취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집안의 분위기는 마치 어느 초상집 과 같이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구요.
나는 지금 내가 무척 취했다는 것을 느끼면서, 풀어진 눈동자를 무겁게 감싸고있는 눈 꺼풀을 가까스로 치켜 들어 Screen창을 다시 처다 보는데, 아무리 취해서 식은죽사발 같이 희미하게 풀어진 눈동자라고는 하지만, 그러나 거기에 비쳐지는 흉측스러운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까무러치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벌서 밖은 어두워지기 시작을 했는지, 유리창은 검게 물들여지는 밖의 색깔과 집안의 조명을 받아 반사가 되어, 마치 검은 먹물 속에 잠겨져 있는 것 같은, 그 속으로 비쳐지는 쭈그리고 앉아있는 내 몰골의 화상이라는 것은, 인간의 상을 이미 멀리 떠난, 차라리 인간이기를 벗어난 어떤 악령이나 아니면 괴기 영화에 나오는 Dracula상이라면 한치의 어긋남이 없게 보였든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나 어떤 생물체라도 시간이 오래 지나고 그리고 그 내구년도(수명)가 다해 가면, 그 모양새는 자연적으로 변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만은, 그러나 모든 생물체가 변한다는 것 뒤에는 반듯이 가치라는 것이 남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면서도 별로 크게 참작을 못하고, 다만, 결과로 돌아온 그런 사실에 탄식만을 삼키며 그리고는 탓으로 돌리면서 회한에 잠길 뿐이지 그 가치의 심각성은 그리 수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앞에 놓고 볼 때,
그레서 지금, 나는 술이 잔뜩 취해오는 기분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내 처해 있는 지금의 처지의 원인을, 그 가치에 대한 심각성이라는 문제를, 여기에서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람이나 물건이나 오래 되어 괴상한 형태로 낡아지면서 쓸모가 없어지면 홀대를 받게 된다고는 하겠지만, 그러나 사람이라는 우리는, 지나온 과정의 따라 고상하게도 또는 추하게도 비칠 수 있을 것이나, 그러나 나는 잘했든 못했든 간에, 나도 한 세상을 이 가정의 일원 속에서 그것도 가장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그리고는 그에 대한 의무랄까, 아무튼 내 생애라는 한 세상에 태어나서 사회에 뛰어든 자체가 외톨이 다 싶을 정도로 아무런 버팀목도 없는 몸으로 가진 험한 일을 마다 않고 오직 가정을 향해 살아 왔다던가,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적으로나,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당면 된 불가피한 사정이나 입장으로나마 무진장 애라도 써봤든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테데, 그렇다면 그 행위의 대한 가치만큼은 자신의 기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객관적인 대우는 물론, 정당하게 인정은 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그러나 이 심각성이라는 문제를 다른 쪽에서 이해를 해 본다면, 나 스스로 도 깨닫지 못한 문제가 혹시 이 가족들이라는 이 식구들에게 끼쳐진 일은 없는지? 이를 다시 요약해서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떤 추한 짓을 경솔하게 한 나머지 원한을 사게 한일은 없었는지?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내 어떻게 했길래 지금 이런 대우를 받게 되였는지를, 그리고 저렇게 비쳐지는 내 화상은 그렇게도 추하다 고나 할까, 또는 무슨 독을 뿜는 악귀나, 아니면 처량한 상으로 된, 恨을 품은 원귀의 상이 되어 일그러져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기에 나는 다시 한번 더 세밀하게 새로운 각도에서, 이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한편의 드라마 같은 생애를 인생살이로 연기한 내 삶이라는 것을 다시 조명을 해 보고 그리고 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든 겁니다.
내 지금의 경우로 봤을 때, 집사람은 그 나름 대로 오해가 생겨서 그렇다고는 하겠지만, 그런데 자식 놈들까지도 모두들 지들 애미한테만 붙은 것 같이, 나한테는 왜? 일언반구도 없느냐는 겁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내 일방적인 생각일지는 모르나, 그러나 지금 하고 들 있는 꼴아지들로 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만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건대, 소위 지들 애비라는 위인이, 연유야 어찌 되었다 하더라도, 벌써 반달이 가깝도록 이렇게 쭈그리고 그리고 죽치고 앉아서 술과 담배만으로 하루하루를 몸살을 앓듯 보내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 그리고 수중에 들어 있다는 것은 축출(?)을 당하든 날 저녁에, 그레도 양심은 있었던지 정초에 지들이 주고 간 단돈 이십만원이 전부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그것 역시 그 동안 제 놈들 비위를 맞추느라고 제 놈들이 까 놓은 어린 것 들에게 이것 저것 사주느라고 이제는 거의 반이나 없어졌는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모르는 척 시치미를 딱 띠고 있느냐는 말입니까?
바람이라도 쏘이고 오라고 단돈 몇 만원이라도 쥐어준다면, 만만한 친구라도 만나서 요즘의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리고 사회의 공기가 어떻고 지난 세월이 어떠했고 국제정세가 어떻고 그리고 누구 집 할망구는 어떻고 하면서 몇 잔의 소주라도 넘기면서 몇 시간 횡설수설로라도 떠들다가 오면, 그레도 조금은 마음이 풀어지기라도 할 텐데, 어째서 어느 놈 하나 거들떠 보질 않느냐,는 말입니다.
나는, 그레도 사내 놈들은 군에 가서 있을 때만 하더라도, 지들 배 곯고 고생 할까 봐, 매주는 아니지만, 그레도 평균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추나 더우나 그 먼 일선에까지 찾아가서 용돈도 주고,
그리고 딸 놈들에게도 무슨 여행을 가서 몇 일씩 있게 될 때에는 준 용돈이 모자랄까 봐, 안달을 하는 집사람의 성화에 못 이겨서도 그렇고 해서 추가로 부쳐주기도 한두 번이 아니고, 그리고 어쩌다가 점심 도시락을 안가지고 갔을 때에는, 제 애미의 말대로 밖에서 사 먹는 것은 신에 차지 않는다고 해서 도시락 배달도 그 바쁜 틈을 내서 해 주었는데, 이런 잡다 라 한 일까지 그렇게 열심을 다 했다고 보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정말 인생은 허무하다더니 내 지금의 경우로 본다면, 허무 속에 공허함 까지 곁들어져서, 이제는 자식이건 뭐건 간에 모두가 다 소용이 없는, 아니 오히려 유해물질 밖에는 되질 못하다니, 그렇다고 사회에서나 아니면 국가에서나마 말뿐이지 어디 늙은이들에 대한 대책은 고사하고 박대 투성이니, 이 나라 이 가정을 위해 정말 이 나라에 이 땅에 태어나서, 그러데로 일조를 기하면서 일생을 바쳐서 희생을 했다면 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날리는 분진만한 대가도 없으니, 이거 어디 애써 살아온 가치는 어디 가서 찾는다는 말입니까? 더욱이 길거리에 나가도 무슨 더러운 걸레를 보는 것 같이 모두들 피하기만 하는데,…………..
그레서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있는가? 아니 인생이란 무엇 때문에 태어나서, 무엇 때문에 살다가 그리고는 무엇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그 곳을 향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그리로 왜? 달음박질을 친단 말인가? 도대체 이곳은 무엇이고 저곳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곳에 살면 어떻고 저곳에 살면 어떻다고 이리도 재촉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어떠면 갈 때 올 때 없어서 하찮은 이 집이나 찾아온 것 같은, 저 철없고 불쌍한 어린 녀석들, 철이 없어도 한참 없는 녀석들이지, 어쩌자고 이 나라 이 집을 택했단 말인가? 좀 잘사는 나라 잘 사는 가정 그리고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복지 국가에, 그것도 거짓도 없고 위선도 없으며 불성실과 속임수와 사기와 그리고 흉측한 모략과 불신이 없는 나라,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이런 흉칙스런 일만 뒤범벅이 된 이 험악한 이 나라를 왜? 택했는지? 정말 올 때 갈 때가 없어서 이 나라 이 집을 찾았는지? 아니면 그 중에서도 뭐, 한 구석이라도 볼 것이 있어서 찾아 들었는지?
이 왕이면 재벌집의 외동 아들이 되었건 딸이 되었건, 또는 좀 먼데기는 하지만, 중동의 어느 석유왕가에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데, 이리로 오기 전, 거기 그 본향이라는 곳의 인사 담당에게 뭐 잘못 뵌 것은 아니 였는지? 그레서,……….. 이리로, 이 집으로 쫓겨 나듯 온 것은 아닌지?
나는 겨우 이런 철없는 녀석들이나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 대꾸나 하다가, 그것도 재롱이라는 것에 재미라는 것을 보면서 눈을 감을 때만 기다리라는 말인가? 그런데 눈을 감으면 어디로 갈 것인데,…….. 이승에서도 갈 곳이 변변히 없는 몸인데, 눈을 감는다고 갑자기 갈 곳이 생긴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허기야 가기는 한번은 가야 할 곳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
(다음으로 이어 보겠습니다)
첫댓글 횡설수설님!정말 화술이 대단하십니다. 마치 누애가 실을 뽑듯이 술술 끝없는/ 수평선을 날아드는 갈매기떼같은 사연 부럽습니다. 잘읽고 감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