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이는 아빠에게 무관심한듯하여도 관심이 있다.
문득 문득 주는 선물은 수첩이거나 스캐치북이거나. 그것들은 아빠에 대한 관심이며 사랑이다.
세월 가면 먹는 나이만큼 육십갑자가 돌아온 때 딸아이는 몽블랑 보헴 베르트 에메랄드, 오닉스 샤프를 내게 선물했다.
써볼만큼 가질만큼 거쳐간 만년필과 샤프의 세월 뒤에 이런 것이 몽블랑 제품 속에 포함되는지도 잊고 살던 마당에.
딸의 관심이 고맙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있으면 자식의 선물이 무엇이든 가슴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른다. 남자는 늙으면 눈물이 되는가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은 책 무라카미 류의 <포스트맨>을 딸이 준 샤프로 베낀다.
전쟁과 평화, 사랑과 미움, 삶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끝없이 이어갈 희망과 절망의 유전인자에 당혹하면서.
포스트맨의 설명은 이렇게 달려있다.

포스트맨
1999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상연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오페라 에서 호세 카레라스에 의해 낭독되었던 무라카미 류의 글에 일러스트레이터 하마노 유카의 그림을 더해 만들어진 책. 전쟁과 학살의 땅의 씌어진, 전해지지 않는 편지를 나르는 주인공의 독백이 투명하고 잔잔한 그림과 함께 우리에게 전쟁과 평화, 생명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소개
- 무라카미 류村上龍
1952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나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중퇴했다. 1976년 첫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 신인문학상과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소설가, 영화감독 외에 공연 기획연출자, TV 토크 쇼 사회자, 라디오 DJ, 화가, 사진작가 등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장편소설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코인로커 베이비스』 『69』 『교코』 『5분 후의 세계』 『러브&팝』 『인 더 미소수프』, 소설집 『달빛의 강』 『토파즈』 『절망이라는 여자와의 섹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산문집 『자살보다 sex』 『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 등이 있다.
- 하마노 유카はまのゆか
197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대학 재학중이던 1999년 우연히 무라카미 류의 책에 삽화를 그리게 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했다.
- 랠프 매카시Ralph McCarthy
작사가, 번역가. 셀린 디옹, 에이스오브베이스 등의 가사를 썼으며, 다자이 오사무, 무라카미 류 등의 작품을 영어로 옮겼다.
- 옮긴이 양억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소크라테스 최후의 13일』 『달빛의 강』 『공생충』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 『포플러의 가을』 『항우와 유방』 『봄의 오르간』 『남자의 후반생』 『나는 공부를 못해』 『코인로커 베이비스』 『69』 『4tee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