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눈부셔. 바위병풍산이 빛을 내네요!”
낙안읍성·벌교 여행 후 순천만 갈대밭 낙조 보며 마무리
전남 순천 금전산(金錢山·667.9m)은 낙안 주민들이 낙안읍성(樂安邑城·사적 제302호)의 수호신이라 부르는 산이다. 낙안읍성 북동쪽에 암팡진 모습으로 솟구친 ‘바위산’ 금전산은 특히 해질녘이면 정면으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빛나 주민들은 ‘큰바위 얼굴’ 같은 성스런 산이라 하며, 그런 풍광을 늘 옆에 두고 살기 때문에 낙안은 늘 평화롭고 주민들 정서가 편안하다고 자랑한다.
11월 초, 금전산은 절정의 가을을 구가하고 있었다. 숲은 오색 빛깔을 띠며 아름답게 빛났고, 기암들은 바위꽃 되어 반짝였다.
산세가 좋은 금전산은 명산답게 명찰도 깃들어 있다. 산아래 태고선원 금둔사는 고려 고찰로 보물 2점이 지금도 남아 있고, 산정 바로 아래 위치한 금강암은 절집의 앉은자리가 동국 제일의 조망대로 꼽힐 만큼 대단하다. 이러한 조망 덕분에 매년 1월 1일이면 새해 첫 일출을 맞기 위해 낙안 주민들까지 오르곤 한다.
이렇게 멋들어진 산세에 부지런히 걸으면 2시간 남짓이면 산정에 올랐다 하산까지 마칠 수 있다는 점(송년산행 때면 전날 밤늦도록 얘기와 술을 나누느라 다음날 제 컨디션을 내기 어려워 짤막한 산행이 어울린다)과 더불어 산기슭에 한 해 동안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이 들어서 있고, 승용차로 20분 남짓 거리에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순천만 갈대밭이 있다는 면에서 송년 산행지로는 적격인 곳이다.
위) 멋진 조망대 역할을 하는 형제바위. 낙안 벌판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아래) 의상대에서 낙안읍성을 바라보는 순천 산악인들. 왼쪽부터 조광래, 정용원, 맹동현씨, 조햇님군, 조승래씨.
“어휴, 눈 부셔. 산이 빛을 내네요. 저것 보세요, 바위병풍 같은 산 전체가 단풍으로 빛나잖아요. 저래서 ‘쇠돈산’이라 부르는 거 아닐까요.”
낙안온천 주차장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는 금전산은 아침 햇살 아래 절정의 가을을 구가하고 있었다. 낙안 들녘은 황금빛과 단풍빛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빛났고, 오색 단풍으로 꽃단장한 금전산은 새털구름 날리는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천상의 세계처럼 돋보였다.
발아래 낙안 평야 펼쳐지는 의상대는 동국 제일의 조망대
오늘 산행에 동행하는 순천 산악인 정용원씨는 취재팀을 만나자마자 금전산 이름은 부처의 500제자 중 ‘금전비구’에서 비롯되었다고 일러준다. 금전비구는 산에서 채취한 약초를 팔아 연명하는 가난한 약초꾼이었는데 석가모니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약초를 판 돈으로 꽃을 사서 공양을 올렸고, 그 갸륵한 정성에 감복한 석가모니가 채약사를 제자 삼고 ‘금전’이라 이름지어 주었다는 것이다.
실상 ‘금전산’ 이름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백제 위덕왕 30년(583년) 금둔사(金芚寺)를 창건한 담혜화상(曇惠和尙)이라 전해진다. 담혜화상은 금전산 곳곳에 솟구친 기암괴석이 500나한을 연상케 하기에 500나한 중 공부를 가장 열심히 했다는 ‘금전’ 비구를 산 이름에 인용했다는 것이다.
“낙안 벌에서 금전산을 바라보면 영락없이 쇠금(金) 자 같아요. 어쨌든 산기슭에서 온천수가 콸콸 솟는 것만 보아도 ‘금전’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산 아니겠어요?”
1. 호젓한 분위기의 금강암 길 초입부. 2. 금전산 정상. 3. 거대한 바윗덩이가 서로 기대어 만들어진 극락문. 속세와 부처의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정씨는 순천에서 로또 1등 당첨자가 하도 많이 나와 이유를 궁금해하던 터에 금전산과 같은 ‘돈을 부르는 명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금전산 이름이 ‘로또산’으로 변하기도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 주었다.
낙안온천 주차장에서 만난 순천노스페이스산악회 회원 5명과 조승래(부등반대장)씨 아들 햇님(초교 6년)군은 도로를 가로질러 금강암 등산로로 들어섰다. 잡목에 가려 답답하던 산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이 벗겨지더니 등 뒤로 낙안 들녘이 펼쳐졌다.
“정말 넓지 않아요. 남쪽을 빼놓곤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기도 하고요. 저런 지형 덕분에 옛날부터 곡식이 많이 나오는 곳이었대요. 왜놈들이 곡식을 약탈하려고 어지간히 괴롭혔나 봐요. 토성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돌로 성을 쌓았으니 말이에요. 하기야 저렇게 넉넉한 들녘이 있어 이 산이 금전산이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화려한 단풍빛와 새털구름 날리는 하늘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금전산. 앞에 보이는 암봉이 원효대다.
조승래씨는 낙안읍성의 유래에 대해 얘기해 준 뒤 “풍수가들은 낙안온천 뒤편 멀리 솟아오른 백이산과 금전산 북쪽 옥녀봉, 동쪽 불재와 연결된 오봉산·제석산을 전체적으로 ‘옥녀가 장군에게 투구와 떡을 전하기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풀어헤친 옥녀산발형(玉女散髮形)’의 명당으로 꼽는다”며 “낙안읍성 남쪽 평촌리 평촌못이 옥녀의 거울에 해당하고, 이런 풍수 덕분에 예로부터 낙안 고을에 미인이 많이 났다” 알려준다.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쯤 걸었을까, 밑에서 바라보았던 기암지대가 나타나고 바위꽃 위에 올라앉은 금강암(金剛庵) 의상대(義湘臺)가 바라보인다. 벌써 의상대에 올라 가을빛과 조망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금강암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 암봉을 동대(東臺), 왼쪽 암봉을 서대(西臺)라 하는데 동대를 원효대(元曉臺), 서대를 의상대라 부르고 있다. 산행 전 낙안읍성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사로 근무하는 이은호씨는 “낙안주민들은 원효대를 ‘동대바구’, 의상대를 ‘서대바구’라 부른다” 일러주었다.
2층 높이쯤 되는 너럭바위 위에 올라서자 조망은 한층 더해진다. 산아래 낙안온천 뒤로 오금저수지의 코발트빛 물빛은 가을을 집어삼킬 듯 강렬한 빛을 띠었다. 한때 암벽 코스를 내려고 금전산을 자주 찾았다는 광양 산악인 김병석씨는 “오른쪽 원효봉은 암봉 두 개로 이루어져 형제봉이라 불렀는데 암봉 하나가 무너지는 바람에 단독 암봉으로 모습이 바뀌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거 그냥 갈 수 있어요. 술 한 잔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들 햇님군과 함께 산행에 동참한 조승래씨는 낙안 들녘을 한가운데 두고 보성 제2위 고봉인 존제산(704m)에서 조계종과 태고종의 양대 고찰인 송광사와 선암사가 깃들어 있는 조계산(884m)에 이르기까지 호남 명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자 입에 대지도 않는 술을 들먹이며 분위기를 돋운다.
“암릉 산행하기에 정말 좋은 산이에요. 한데 한쪽은 금둔사가 막아놓고 또 한쪽은 식수원을 보호한다고 산행을 막는 바람에 멋진 바윗길이 그냥 버려져 있는 거예요.”
김병석씨는 의상대에서 금둔사 쪽으로 뻗어내린 암릉을 가리키며 “예전에 있던 금둔사 기점 코스뿐 아니라 조망도 좋고 스릴도 넘치는 암릉이 여럿 있는데 절과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산행이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1. 김병석씨가 극락문 직전 나뭇가지에 걸린 염주를 훑고 있다. 2. 극락문을 향해 오르는 순천 산악인들. 3. 산장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금강암.
금강암 오르는 산길은 바위 타고 하늘 오르는 길 같은 기분을 자아낸다. 능선에서 벗어나 왼쪽 바위골로 들어서자 나무를 깎아 만든 굵은 염주를 엮은 백팔염주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염주를 잡아당길 때마다 염주가 나뭇가지에 걸려 “드르륵, 드르륵” 나는 소리는 괜스레 숙연케 한다.
염주 나무를 지나자 극락문(極樂門)이 나타난다. 거대한 바윗덩이가 기암에 비스듬히 얹혀 바위굴을 형성해 놓은 극락문은 부처 세계로 들어서는 길이었다. 굴을 빠져나가 계단을 올라서자 금강암. 백제 27대 위덕왕 때(577-580년) 검단선사(黔丹禪師)가 창건한 이후 의상이 중수하고 보조국사 지눌(普照國師 知訥·1158-1210년)이 호남제일의 관음도량으로 번창시켰다는 금강암은 한때 당우가 여럿 있었으나 여순사건 때 원통전과 지장전, 산신각 등이 소실된 이후 폐사 상태로 있다가 1992년부터 재건되고 있다는 암자다. 스님 한 분이 머물고 있는 암자라기보다는 산중도인이 머무는 돌집 같은 분위기였다.
“내년엔 산도 더 많이 오르고 건강도 지켜야겠어요”
“부처님 앞에 앉는 게 조금 미안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점심 장소도 없을 겁니다.”
아직 정오가 안 됐는데도 금강암 암자 앞 평상에는 등산객들이 배낭을 풀고 조망을 성찬 삼아 점심을 먹고 있다. 순천 산악인들은 법당 앞보다 의상대가 훨씬 낫다며 자리를 옮긴다.
이제 10년을 조금 넘긴 마애불이 낙안 벌판을 굽어살피고 있는 의상대는 금전산 최고의 조망대였다. 마애불 앞 너럭바위에서는 낙안 벌 주변을 빙 둘러싼 호남 명산 명봉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조망 때문에 의상대 일원이 매년 1월 1일이면 일출 맞이 산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하는가보다.
“게장 한 번 맛봐요. 아마 다른 곳에서는 이런 맛 못 봤을 거예요.”
맛의 고장답게 순천 산악인들 배낭에서는 맛깔스런 음식이 쏟아져 나왔다. 까무잡잡한 간장게장과 돌산 갓김치 등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흐르는 음식이 한 상 차려졌다.
여기에 정성스레 깎아 온 과일이 후식으로 등장하니 모두 대만족. 음식도 맛있지만 주
변 풍광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금강암에 닿기 전 조망바위에서 망설였던 능이술 한 병이 슬그머니 밥상에 올라오고, 한 순배 두 순배 도는 사이 산은 더 한층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년 산행 계획은 어떠세요. 글쎄요, 세월이 더 가기 전에 여러 곳을 다녀야 하는데 생각대로 될지 모르겠네요.”
정용원씨는 몇 해 전부터 틈틈이 해외 트레킹을 즐긴다. 작년과 재작년 히말라야 고쿄 트레킹과 랑탕 트레킹을 통해 고소와 체력에 자신감을 갖은 그는 지난봄에는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해냈고, 얼마 전에는 중국 사천성 명산 스쿠냥도 다녀왔다. 내년에도 가고 싶은 곳이 너무도 많다. 몽골 사막도 가고 싶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와 높은 산도 찾고 싶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순 없어도, 그냥 넋 놓고 보내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일행 중 연장자인 조광래(63)씨는 내년에도 건강 산행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는 젊은 날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살다 보니 165cm가량의 키에 몸무게는 80kg에 육박했고, 공복시 100 이하여야 하는 혈당이 250이 넘어가는가 하면 혈압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운동이 등산이었다. 지금 몸무게는 62kg 안팎에 혈당과 혈압 모두 정상이다. 지금 상태를 잘 유지해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게 조씨의 마음가짐이다.
점심 먹고 나니 세상이 더욱 화려해진다. 산은 한층 더 울긋불긋하고 기암마다 부처인양 따스하게 느껴진다. 허재성 기자는 나를 쳐다보며 씩 웃는다. 나는 ‘능이술에 살짝 맛간 부처’ 이제 ‘단풍 신선’이라도 된 양 사뿐 사뿐 걸어 정상으로 향한다. 의상대에서 정상까지는 숲길 따라 약 10분 거리. 돌탑 2기가 세워져 있는 정상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은 별로다. 그래도 숲이 그늘 돼주고, 방풍림 돼주니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밥상 펼쳐놓고 점심을 즐기고 있다.
정상 갈림목(오공재 2.44km, 낙안온천 1.74km, 불재 3.4km)을 지나 불재 능선길로 접어들자 화려한 산세는 사라지고 고즈넉한 숲길로 바뀐다. 벌써 힘을 잃은 나뭇잎들은 길바닥에 나뒹굴고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쓱, 쓱” 소리낸다. 모두 하던 말 끊고 낙엽 밟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왜 궁굴재라 부르는지 알아요?”
궁굴재 갈림목(휴양림 1.2km, 정상 1.1km, 불재 1.3km)에 닿자 먼저 도착한 순천 산악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궁굴재는 능선 일대에서 베어낸 나무를 산 아래로 내릴 때 사면이 워낙 가팔라 짊어지지 못하고 굴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금전산은 이렇게 산이름에서부터 지명에 대한 재미있는 유래가 많다.
산 동쪽 순천-낙안 간 58번 지방도가 가로지르는 불재는 고갯마루 가까이 도를 닦기 위해 굴 속에서 공부하던 처사와 얽힌 얘기가 전한다. 옛날 낙안에서 순천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넘던 군수는 처사가 공부하느라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지 않자 괘씸하게 여기고, 처사를 놀려줄 생각에 밥 짓기 위해 부탁한 불씨를 말꼬리 채에 담아주었다. 활활 타올랐다 꺼지려니 예상했던 말꼬리 채에 담긴 불씨를 아무 문제없이 가지고 가자 처사의 신통력에 감탄, 이후 고개 이름을 불재(火峙)로 부르게 했다는 얘기다.
“다른 얘기도 있어요. 옛날 불재는 아주 험준해서 호랑이뿐 아니라 백년 묵은 여우와 불여우가 자주 나오는가 하면 낮에는 산적들이 들끓어 감히 넘지 못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괴나리봇짐 메고 고개를 넘는 한 나그네를 백여우가 홀려서 죽게 하자 하늘에서 갑자기 불벼락이 떨어져 여우들이 죽었다 하여 이후 불재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어요.”
궁굴재에 모인 회원들은 금전산 내의 지명에 대한 얘기를 나누자 모두 한 마디씩 거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제 오후 불재를 넘을 때에 산세가 깊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듯이 궁굴재에서 휴양림 가는 길 역시 그다지 가파르지 않았다. 오히려 때죽나무, 참나무, 나도밤나무, 서어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들이 오색빛깔을 자아내며 은은하게 빛나는 산길이었다.
휴양림에 내려서자 주변은 더욱 화려해졌다. 단풍나무 은행나무는 울긋불긋 반짝이고 새털구름 휘날리는 가을하늘은 우리를 빨아들이듯 강렬하게 빛났다.
“야, 정말 산이 빛나네요. 내년엔 이렇게 모든 일이 환하게 잘 돼야 할 텐데. 이것 봐라, 시간이 제법 됐는데요. 온천욕하고 낙안읍성에서 꼬막에 막걸리 한 잔 한 다음 순천만까지 가려면 서둘러야겠어요.”
찬란한 가을빛을 받으며 낙안민속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 순천 산악인들은 오후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서둘렀다. 금전산 산행은 온천과 낙안읍성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단다. 거기에 낙조를 맞이하며 지난 한 해를 돌이키려면 순천만 갈대밭도 가야 한다니. 순천 산악인들은 50~60대가 주축을 이루었건만 금전산을 오르내리는 사이 10여 년은 젊어진 듯 활기찬 표정으로 낙안온천으로 향했다.
모닥불이 아름다운 ‘풀밸리’ 펜션·민박
낙안민속자연휴양림 부근 계곡에 위치
낙안민속자연휴양림 관리소 아래 위치한 풀밸리(pool valley) 펜션·민박은 가을빛이 곱고 금전산 주변에서 드물게 캠프파이어가 가능하고, 숙소가 모자랄 경우 캠핑도 가능한 민박펜션이다.
풀밸리 펜션 계곡 가에 피워놓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취재팀.
휴양림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용소계곡과 금전산 동릉 상의 고갯마루인 불재에서 발원한 불재계곡 물줄기가 합쳐지는 계곡 가에 자리잡은 풀밸리 펜션·민박은 수려한 암반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숲이 적당히 우거져 있는 데다 펜션 바로 아래 저수지 가에 억새가 우거져 있는 등, 자연미가 넘치는 곳이다. 현재 방 6개에 지나지 않지만 내년에 계곡 건너 공터에 12개 객실로 꾸며진 3층 펜션이 지어질 계획이다.
풀밸리를 이용할 경우 10명 미만의 인원은 펜션에서 다리 건너 공터나 펜션 아래쪽 저수지 가 공터에서 캠프파이어가 가능하고, 인원이 많을 경우 펜션 위쪽 주차장에서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다. 땔감은 대여섯 명이 한두 시간 땔 수 있는 양을 1만원씩에 준비해 준다.
객실 이용료 2인용(1실) 비수기 3만 원·성수기 5만 원, 4인용(2실) 평일 4만 원·주말 5만 원·성수기 7만 원, 5인용(1실) 평일 5만 원·주말 6만 원·성수기 8만 원, 단체방(15인용 1실 + 노래방) 비수기 20만 원·성수기 25만 원. 단, 화장실 겸 샤워장은 각 방마다 갖추고 있으나, 단체방 외의 객실 이용자들은 공동 취사장을 사용해야 한다.
문의 양경민 061-754-3178, 010-6611-2080, www.풀밸리.kr.
낙안읍성에서 벌교 방향으로 1km쯤 떨어진 도로변에 위치한 뚤방도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숙소로, 방 2칸과 거실로 이루어진 전통한옥을 25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방 한 칸의 경우 평일 5만 원, 주말 7만 원, 독채 경우 주중 20만 원, 주말 25만 원을 받는다. 널찍한 마당에서 캠프파이어가 가능하며 사전에 부탁하면 캠프파이어용 땔감을 준비해 준다. 독채 사용 경우 무료로 제공하며, 인원이 적을 경우에는 실비만 받는다. 문의 016-613-3404, 016-655-3132. cafe.daim.net/seokho60.
[ 산행 길잡이 ]
하산까지 2~3시간이면 끝나는 가벼운 산행 코스
금둔산 산행 코스는 대략 네 가닥이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낙안온천에서 금강암을 경유하는 코스이며, 용소계곡에 위치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에서 궁굴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이들도 많이 있다. 또한 정상 남동릉 상의 고갯마루인 불재 코스나 서쪽 오공재에서 종주산행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이들 네 코스 중 금강암 코스를 왕복하는 등산인이 가장 많고 금강암 코스로 정상에 올라선 다음 궁굴재를 거쳐 휴양림이나 불재로 내려서는 산행도 많이 한다. 2시간30분. 오공재 코스는 네 코스 가운데 가장 완만하게 이어져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다. 식수는 금강암에서 구할 수 있으나 산행 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차량은 낙안온천 주차장이나 휴양림 정문 주차장에 대놓을 수 있다.
교통
서울→순천 용산역에서 순천행 전라선 열차가 1일 14회(06:50~22:45) 운행한다.
무궁화호 약 5시간10분, 2만3,500원, KTX 약 4시간40분, 3만4,800원.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에서 1일 25회(06:10~24:00) 운행. 4시간30분, 일반 2만400원, 우등 3만400원, 심야우등 3만3,400원.
광주→순천 유스퀘어터미널에서 20분 간격(05:30~23:00) 운행. 1시간10분, 6400원. 문의 062-360-8114.
부산→순천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21회(06:30~21:40) 운행. 2시간40분, 1만1,900원. 문의 1577-8301(ARS).
순천→낙안읍성(불재·자연휴양림 경유)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순천역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61·63번 순천교통·111번 68번 동신교통 시내버스가 1일 16회(05:55~21:10) 운행(낙안읍성에서 낙안온천까지 약 1km). 40~50분, 1,100원. 순천교통 061-753-6266.
드라이브코스
승용차를 몰고 접근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061-754-6371)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들목을 빠져나와 857번 지방도를 따라 남하하면 선암사 입구와 율치·오금재를 넘어 낙안읍성으로 내려선다. 선암사 8km(입구 삼거리 2km), 낙안읍성 20km.
낙안민속자연휴양림 산림문화휴양관.
숙박
금전산 산행기점에 위치한 낙안민속자연휴양림은 숲속의 집 3동과 산림휴양관이 숙박시설의 전부이지만 시설이 깔끔하고 주변에 명소가 많아 인기가 좋은 곳이다. 낙안팔경 중 하나인 용추수석(龍湫水石) 부근에 야영데크 17개와 취사장이 조성돼 있으나 11월 1일부터 연말까지는 산불예방을 위해 이용이 금지된다.
전통기와지붕을 인 산림문화휴양관은 4인용(8실, 비수기·주중 3만2,000원/성수기·주말 5만5,000원)과 7인용(3실, 5만원/8만5,000원) 객실 11개로 구성돼 있고, 휴양관 뒤편 숲속에 자리한 숲속의 집 6인용(3동)은 4만 원/7만 원의 요금을 받는다. 야영데크 4,000원.
예약은 인터넷 산림청 국립휴양림관리소 홈페이지(www.huyang.go.kr)에서만 가능하다. 7, 8월 성수기는 추첨식이며 나머지 달에는 전달 1일 오전 9시부터 예약을 받는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는 경차 1,500원, 중·소형 3,000원, 대형 5,000원(숙소 이용시 입장료·주차료 무료). 문의 관리소 061-754-4400.
낙안읍성 내에는 우리의 옛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민박집이 약 30호 있다. 2~4인용 방 한 칸 3만원 안팎. 단, 오후 6시 이전에 읍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을 내야 한다. 낙안읍성 홈페이지 참조 www.nagan.or.kr.
맛집(지역번호 061)
낙안읍성 관광단지 내의 선비촌 떡갈비정식과 새꼬막.
낙안읍성민속마을 관광단지에 위치한 선비촌(754-2525)은 퓨전 음식으로 인기 있는 음식점이다. 된장찌개와 게장, 홍어에 연어뱃살 튀김, 새우요리, 돼지고기 편육, 호박찜, 샐러드로 차려지는 정식 1만 원, 떡갈비정식 1만9,000원, 굴비정식 소 1만5,000원·대 3만 원, 대감정식(4인 기준) 15만 원, 새꼬막 한 접시 1만 원.
낙안읍성 관광단지의 고향보리밥(754-3419)은 6,000원짜리 보리밥 백반정식에 고사리, 버섯, 도라지, 게장, 갈치젓에 벌교 꼬막에 이르기까지 한 상 꽉 채워 내놓는 음식점이다. 갈치조림백반 1만 원(2인 이상 주문 가능), 게장백반 1만 원.
볼거리
낙안온천 | 금전산 금강암 코스 기점에 위치
지하 830m에서 솟는 ph9.75 농도의 자연온천수만을 사용하는 낙안온천은 수소이온 농도 10.1의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양이온인 중탄산나트륨·게르마늄·유황 성분이 함유돼 있어 항암 및 노폐물 제거 효과가 있고, 비만 및 물리치료와 피로회복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폴리페롤 성분의 녹차온천탕도 운영한다.
낙안온천.
현재 시욕장으로서 1층 남탕, 2층 여탕, 3층 식당으로 운영되며, 입욕시간은 05:30~21:00(연중 무휴), 요금은 5,500원(단체 5,000원)이다. 문의 061-753-0035, www.naganspa.co.kr.
신음소리 나게 하는 절경, 순천만 갈대밭 낙조
선암사~낙안읍성~벌교 잇는 ‘태백산맥’여행길
순천만 갈대밭은 늦가을부터 연말이면 탐승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해질녘이면 갈대밭을 가로지른 데크 길은 낙조를 감상하려는 탐승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용광로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둥근 해가 갈대밭을 붉게 물들인 뒤 첨산 너머로 떨어지는 풍광은 가슴이 아릴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나 청둥오리와 같은 철새들이 석양을 배경으로 무리 지어 날아오르기라도 하면 탐승객들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순천만 대대리 포구 갈대밭에서 맞이하는 낙조.
북으로 5.4㎢의 빽빽한 갈대밭과 남쪽으로 22.6㎢의 광활한 갯벌로 이루어진 순천만 연안습지는 2003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2006년 1월 20일 연안습지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이후 2008년 6월 16일 국가지정 문화제 명승 제41호로 등록된 명소다.
낙조는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다. 순천만자연생태관에서 아치형 목교를 건너 1.2km 길이의 데크길을 따르노라면 석양의 높이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는 갈대밭 속에서
첨산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갈대밭과 갯벌을 S자로 가르며 흐르는 물길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순천만 최고의 낙조 풍광을 보려면 용산 전망대에 올라야한다. 데크를 따라 10분쯤 걸으면 물길을 가로지른 둑이 나오고, 둑길을 5분쯤 걷다가 산길로 올라서면 조망데크가 조성된 용산 전망대에 올라선다. 생태체험관에서 용산까지는 2.7km 거리로, 왕복 1시간30분쯤 걸린다.
갈대밭을 탐승하는 방법은 도보 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쉼터에서 맑은물 관리센터~낭트정원을 경유해 쉼터로 돌아오는 갈대열차(4.8km)는 09:40~17:20(12:00~13:00 제외) 운행한다. 탑승인원 54명, 40분, 1,000원. 대대포구에서 순천만 S자 갯골을 따루며 갈대밭과 갯벌을 탐승하고 철새를 관찰하는 생태체험선은 1일 5회 운행하며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정원 32명.
순천만 갈대밭은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료는 받는다. 소형 2,000원, 중형 3,000원, 대형 5,000원. 문의 순천만자연생태공원 061-749-3006, 749-4007
금전산 산행과 순천만 낙조 여행은 선암사~낙안읍성~벌교 여행을 함께 엮어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이 코스는 선암사 태생인 조정래씨의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명소를 잇는 여행코스다.
목포와 순천을 잇는 2번 국도 주변을 제외한 지역의 등산인들은 호남고속도로나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금전산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이때 금전산까지 거리가 가장 짧은 IC는 승주 나들목으로 857번 지방도를 따라 약 20km 거리다.
첫날 오후 승주 나들목을 빠져나와 선암사를 답사한 뒤 금전산 기슭에서 지내고, 둘쨋날 오전 9시 전후 산행에 나선다면 정오경에 하산을 마치고 이어 낙안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낙안읍성 주변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은 뒤 순천만 낙조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볼거리
선암사 태고종 본산 선암사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승선교(보물 제400호) 외에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대웅전(보물 제1311호), 동부도(보물 제1185호)와 북부도(보물 제1184호), 대각암 부도(보물 제1117호) 등 문화재가 많은 고찰로도 이름 높지만 ‘신선들이 내린 바위’라는 절 이름답게 절집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선암사 가는 길은 산골 마을 여행이나 다름없다. 온갖 형상의 거목이 숲을 이룬 진입로는 황톳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더욱 호젓하고, 승선교(보물 제400호)와 강선루를 지나고 삼인당 연못을 거쳐 조계산 정상을 바라보며 일주문을 들어서면 고찰답게 많은 절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가운데 토종매실나무인 선암매(천연기념물 제488호)가 곳곳에 자리잡고, 절집과 절집을 잇는 돌담길은 깊은 산속의 마을길을 걷는 듯 정겹게 느껴진다.
입장료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600원. 주차료 경차 1,000원, 승용차 2,000원. 문의 061-754-5247.
낙안읍성 선암사 입구에서 율치에 이르기까지는 상사호반으로 길이 이어진다. 상사호반 도로는 늦가을 정취도 뛰어나고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날 적에는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로서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낙안읍성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특히 6·25 이후 많은 훼손을 가져왔으나, 1983년 성과 마을(동내리, 남내리, 서내리)이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면서 1984년부터 4년에 걸쳐 복원작업이 완료되었다.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낙안읍성.
읍성 안에는 토속음식과 찻집 외에 마을 주민들이 경작한 각종 곡물을 내놓는 장터와 화덕에 쇠를 달궈 부엌칼과 호미 등 농기구를 만들어내는 대장간, 목공예 체험장, 전통가옥 체험장, 처마 밑 담뱃가게 및 장난감 가게 등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집들도 여럿 있다. 초가지붕에 눈 맞추고 돌담길을 벗삼아 걷는 재미만으로도 찾을 만한 곳이다. 매표소 지나 동문으로 입장했다 빠져나올 때는 서문에서 성곽길을 따라 남문을 거쳐 빠져나오도록 한다. 읍성과 금전산 조망이 일품이다.
관람시간 09:00~17:00(12~1월), 관람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문의 061-749-3347, www.nagan.or.kr.
벌교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면 벌교 이름이 유래한 홍교(虹橋·보물 제304호)부터 찾는 게 순서다. 옛날 고깃배가 홍교 부근까지 오가던 시절 뗏목을 연결해 다리를 놓았으나 비가 오기만 하면 끊겨 애를 먹였다. ‘벌교(筏橋)’란 바로 이 ‘뗏목다리’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뗏목다리는 하도 자주 끊겨 단교(斷橋)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벌교역 부근의 해산물 시장은 청정 갯벌로 알려진 벌교 일원에서 나온 온갖 해산물이 계절에 따라 나오는 곳이다. 11~12월에는 꼬막이 주류를 이룬다. 11월 초 현재 새꼬막은 1kg당 5,000원, 참꼬막은 1만 원에 거래되었다.
태백산맥문화관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기 위해 보성군이 2008년 11월 완공한 태백산맥문화관은 1층과 2층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위치 벌교시외버스정류장 부근. 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09:00~17:00(동절기, 하절기에는 09:00~18:00). 매주 월요일과 설날·추석 당일에는 휴관. 문의 061-858-2992, tbsn.boseong.go.kr.
맛집(지역번호 061)
벌교읍내에는 겨울 제철음식인 꼬막 전문집이 수없이 많다. 어느 집을 들어가든 결코 후회하는 일 없다는 게 벌교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중 불교원조꼬막식당은 꼬막정식(1만5,000원)만 내놓는 꼬막 전문식당이다. 제일회관 857-1672.
벌교 시장 안의 순창 해물탕(857-1549)은 벌교 일원에서 잡아낸 해산물을 푸짐하게 탕으로 끓여내놓는다. 해말탕 소 3만원·중 4만원·대 5만원, 장어탕 5,000원, 짱뚱어탕 5,000원. 홍교 부근의 벌교우렁집은 민물우렁을 이용한 음식전문집이다. 우렁 무침과 삶은 꼬막이 곁들여진 우렁탕이 나오는 우렁꼬막정식 1만3,000원, 우렁탕 7,000원, 청국장 7,000원, 우렁무침 1만5,000~2만5,000원.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차장 주변에는 식당가가 형성돼 있다. 그중 들마루(741-5233·www.fnf.com)는 궁중오리요리로 순천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점이다. 궁중오리요리 바비큐 4만원, 주물럭 5만원, 바비큐+호박밥 6만 원, 호박밥 2만 원, 만수무강(바비큐, 1마리 주물럭 300g, 호박약밥) 7만 원, 바닷장어 1인분 150g 1만5,000원, 짱뚱어 1만 원.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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