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
“시는 쉬워야 한다”
그는 시는 쉬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 마음에 깊게 가 닿을 수 있는 간명한 시가 필요한데, 요즘 시들은 너무 장황하고 난해하다”고 했다. 시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사랑받는 시의 예로 들었다. “우리 국민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다수 국민은 ‘향수’를 노래로 기억하지 시로 기억하지 않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노래가 쉽고 친근하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한국인은 열정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1980년대에는 문학 이외에 자기 표현의 수단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통로가 생겨 그 수단이 많아져 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통로’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동영상은 그 디지털 통로 중 하나다. 그는 “동영상을 통해 시와 노래가 하나가 되는 지점이 모색돼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음유시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TV에 음유시인이라고 불리는 가수들이 많이 나오던데요? 우리 가수인 루시드 폴이라는 분도 그런 분인 것 같고.” 최 교수는 그들이 넓은 의미에서의 시인이라고 강조했다.
“치유는 시의 선물”
최 교수는 ‘치유’로서의 시의 기능을 강조했다. “몇 년 전 시 창작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시를 써보라고 했어요. 한 여학생이 나와 자신이 지은 시를 칠판에 적다가 그만 엉엉 울더라고요.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몇 달간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학생이 칠판에 적은 시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별의 시’였다. 최 교수는 학생을 말없이 토닥였다.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던 학생은 이후 활기를 되찾았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게 되고, 상처가 객관화된다는 것은 면역이 생겼다는 뜻이죠. 표현할 수 있는 상처는 이미 상처가 아닙니다.”
최 교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것이 시”라고 이야기한다. 가장 기쁠 때 혹은 가장 슬플 때 사람의 입에서 절로 나오는 것이 바로 시다. 절정의 순간의 환희나 비탄은 장황한 소설로는 표현되지 않는다. “얼마 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미국 보스턴대 졸업식 연설에서 ‘하루 한 시간만 스크린에서 눈을 떼라’고 했다죠? 저는 거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요. 스크린에서 눈을 뗀 그 한 시간 동안 시를 읽거나 시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그러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