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교호 “입실렌티”의 유래와 의미
각 학교나 단체마다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체를 상징하는 구호가 응원이나 학교단합에 쓰는 것은 확실하다.
아래 동영상은 2022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정기 고연전 축구 응원 발췌본이다.
우선 동영상을 보시기 바란다.
1분3초부터 교호가 시작된다.
"고려대 교호 발사!"
“입실렌티 체이홉
카시코시 코시코
칼마시 케시케시 고려대학
두둠칫 두둠칫”
이렇게 계속 반복이다
“교호”라는 명칭으로 고대인들이 대체로 교가 제창 후에 외치는 문구로 근 100년간 모든 고대인들이 외쳐왔다.
그냥 봐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고려대학” 외에는 우리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유래와 의미는 어떠한가?
먼저 처음 나오는 단어 “입실렌티”다
이는 알렉산드로스 입실란티스(1792~1828)로 그리스 독립운동가를 말한다.
두번째로 언급되는 단어“체이홉”은 바로 러시아의 대 문호 안똔 체홉(1860~1904)을 의미한다.
“카시코시 코스코”는 미국의 독립운동가인 타데우스 코시치우슈코(1746~1817)가 변형된 말이다.
“칼마시”는 자본론의 저자 칼 맑스(1818~1883, 독일 철학자)를 가리킨다는 것이고,
“케시케시”는 “계시다”를 빠르게 격음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즉, "입실란티스와 체홉, 코시치유슈코, 칼 맑스가 계시는 고려대학!" 이 된다.
이 교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비판적하고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교호가 시작된 것은 1920년대 초라고 전해오고 있다.
제창자가 당시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 교수 백상규(白象圭, 1883~1955)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백상규는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1924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까지 보성전문학교에서 영어영문학, 경제학, 논리학을 강의한 분이다.
1920년에는 보성전문 경영자인 천도교에서 “開闢(개벽)”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냈고 이 잡지는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은 보성전문 등 지식인과 학생 사회에서 널리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진보는 독립운동의 한 부류였기 때문이다.
3·1운동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었던 시기라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보면,
당시에 입실란티스(Υψηλάντης), 체호프(Че́хов), 코시치우슈코(Kościuszko), 맑스(Marx)를 외쳤던 것이 아주 잘 이해된다.
그런데 공산주의 혁명가 마르크스(맑스)를 아직도 학교의 상징 구호로 계속 힘차게 외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겠지만 당시의 사회상의 모습이라면 이것도 역사와 전통의 한 부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자본론이 금서였던 군사독재정권의 서슬퍼런 시절에도 그 어떤 제제를 받지 않았던 점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칼마시가 칼 맑스를 뜻한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
고대인들도 그 뜻을 모르고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주)
1.체홉 - 체호프
역시 로마자 표기법에 의해 지금은 체호프라고 쓰이지만 이는 영문표기이지 러시아 원어와는 거리가 멀다.
원문을 살려 발음하자면 '첵홉'이 오히려 발음에 가깝지만 당시에는 체홉으로 불려왔고 이것이 변형되어 체이홉이 된것이다.
2.칼 맑스 - 칼 마르크스
Karl Heinrich Marx의 이름을 한국어로 쓸 때, 독일어 표기법에 의하면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라고 쓰는 것이 맞다. 다만 예전부터 '칼 맑스'라고 불려진 까닭에 요즘에도 '칼 맑스'라고 표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어 표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7] '맑스' 표기법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원음과 비슷한 발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Marx'는 모음이 하나밖에 없는 1음절짜리 이름인데 '마르크스'로 표기하면 4음절이 돼버리니 한글 그대로 발음하면 1음절짜리가 원음과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8]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더라도 '관용어'로 쓰이는 외래어의 경우에는 허용해준다는 규칙이 있다. 옛한글을 쓰면 마ᇌ 로 쓸 수 있다.
- 안똔체홉학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