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20차. 45.비극의 봄비
비극의 봄비
봄을 그렇게 기다리는 이유는
봄은 얼어붙은 땅에 온갖
꽃을 피우고 있는 전설 있어
봄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네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이
아름다운 꽃들이 미소 짖는 언덕에
너무도 슬픈 날의 봄비가
바람과 함께 찾아왔네
나는 눈을 감고 말았는데
그래도 희망을 있다는 소리
창문을 열고 바라본 하늘
하늘가에는 바람에 날리는 꽃들이
집 잃은 검은 까마귀가 집을 지으려
꽃이 피어있는 앙상한 나무 가지 위에
검은 천을 입으로 물어뜯고 있어
알을 낳으려는 심사인가를 알았네
봄을 기다리는 나에게 있어서
나를 구하려는 꿈을 먹고 있기에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참고 견디어
꽃들이 피어난 땅을 걸어가네!
그날에는 나에게 찾아온 가난도
새 희망의 노래를 부르게 하였는데
봄비가 내리더니 바람이 불교
꽃들이 일시에 떨어지는 비극
봄은 나에게 있어서 슬픔을 주네
봄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들에는 불을 몰고 오는 태양이
땅을 불태우고 있는 황토밭
온갖 오염으로 가득하여 있어
제발 봄이니 비가 왔으면 하는데
막상 비가 오니 이런 슬픔이
내가 머물고 있는 황토방에
봄비는 마구 쏟아지고 있네
비둘기 운명
비둘기가 알을 낳으려고
집을 짓고 있는 나뭇가지
바람이 불어오더니 흔들어
집이 무너지고 말았네
그날을 지켜만 보던 비둘기 아빠
자신에 깃을 뽑아 알을 낳을 집을
교도소 창가에 걸립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비둘기기가 알을 낳았네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비둘기는
안심하고 새끼를 기를 수 있어
그래도 자연이라는 것들은 대지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는 것을
비극의 꽃들
태양이 솟아오른 새벽에
별들이 노래하던 호수
어둠이 열리기를 기다려
산문을 열고 나섰더니
흐르는 눈물이 멈추어
먼 산이 하이얀 꽃바람
꽃 바람이 일어나고 있었네!
꽃들은 금시 갈 길을 잃어버렸네!
하지만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
바람에 날리어가는 그 사이에
꽃바람이 생명의 몸부림 같은 사랑
사랑을 탄생하게 함이라는 꿈
목련화 날린 땅
목련화가 피어나던 날에
그 화려한 옷을 입고
나비라도 날아오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비는 날아오지 않고
바람이 먼저 찾아와서
목련화를 바람에 날려
슬픈 잔칫상을 차렸네
언제 다시 보려는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먹구름이 지나가다가
멈추어 서고 말았네
무참히도 짓밟혀있는 거리
무엇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랴?
아득히 먼 날에 있을 세상
그곳이 이런 모습이라는 것
내 언제나 무심한 일을
기억하려는 것도 잊어버리리
삶에 노래를 부른다 해도
나를 찾지 않는다면 무의미 하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아무런 꿈도 없다면
삶에 대한 미련도 없지만
나는 날마다 날아가는 그런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노래
노래를 부르는 나에게
참나를 찾아야 한다고
나에게 훈계하고 있네
무엇을 그토록 원하는가
깊은 산골에 흐르는 물도
가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만 아래로만 내려가
그러한 자연의 운명 같은
대나무 보다도 더 강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인욕
그것을 벗 삼아 살고 있음이네
빗방울 떨어지거라 떨어져
흘러가는 곳이 없다고 해도
말라버린 풀들이 기다리는데
그곳에는 떨어질 곳이 없는데
산 그늘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산간에 초가 집중 위에 떨어져
그날에는 소리도 없는 빗방울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드네
강가에 피어있는 개나리
나는 너를 바라보고
슬프게 보낸 기나긴 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강물이 흐르다가 멈춘 자리
파란 새싹이 눈을 뜨고
흙먼지를 해치고 나올 때
가장 먼저 장엄하는 개나리
나는 너에게 할 말이 없이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몸
집 잃은 나비도 여기 와선
개나리 꽃에 안기지 않네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은
개나리에는 향기가 없나
나비도 벌도 보이지 않아
꽃이라고 말할 수 없나 보네
기다림을 위하여
기다림을 위하여 사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삶에 희망
산다는 것은 미래에 창을 열고
떠오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이네
날개 없는 새가 있다고 하면
그 새는 하늘을 날 지 못하지만
날개를 달고 날아야 한다는 신념
그것은 바로 미래를 향하는 배
어딘지는 모르지만 가야만 하는
문을 나서는 나그네도 있지만
그래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정성이 깊으면 돌에도 꽃피네
나에게 주어진 기다림은
우리가 처음에 만났던 그날
그곳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언제까지나 생각하는 그리움
그러한 기억이 없다고 하면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고
바위도 푸른 이끼를 피우는
아름다움을 누가 알겠나
산불이 산을 태우네
산에 등장한 불의 악마
너는 누구의 명을 받아
산에 나무를 불태우려나
너에게 불의 악마라고 한다.
불이 악마는 어디로 가려나
너무도 아픔을 주고 있어
너를 물 위쪽에 든 배를 보네
비가 되게 하려는 이유야
산을 태우는 불의 악마는
언제까지 산 싶을 태우려나
여름날에 물을 먹고 자라난
바윗돌에 소나무를 태우나
어젯밤 꿈에
나는 악마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는데
아무리 달아나려고 하여도 몸을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날 수 없는
포로에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네
달려들다가 상처가 나는 것 보다
항복이 오히려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네
저항한다는 것은 소멸하는 꿈이라고
어젯밤 꿈에서 알게 되었네
악마에게 저항하다가 상처가 난 몸으로
산다는 것은 나를 슬프게 하니
나는 나를 버리려고 하는 몸
하지만 나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
소중한 몸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나는 일어나 악마에게 저항하는 꿈
그래도 항복하지 않고 저항한 몸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네
슬픈 계절의 들판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들판을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자유
푸른 초원에서 노니는 몸은
죽음이 다가옴을 모르고 사네
얼어붙은 추운 들판이라고
그날을 감싸 안아 기억하면서도
태어나면 죽어가는 것이라고
그것을 모르고 산다는 슬픔
나에게 주어진 삶의 노래는
석양에 노을이 내려오면
어두운 대지에 나타나는
밤하늘에 별을 생각하네!
밤하늘에 별을 바라보는
그것 하나만이라도 좋아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
죽어가는 고목의 슬픈 몸
그래도 들판에 돋아나는 풀
그런 풀들을 바라보는 것은
슬픈 들판에 날아와 앉아있는
하이얀 백조를 보는 슬픔
어디로 가려는 몸부림이나
아무것도 없는 무지한 삶에
몸부림치며 일어나는 들판
슬픔 계절을 감당해야 하네
추억의 강가에
꽃들이 피어있는 강가에
아름다운 이들은 손에 손잡고
졸졸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한편의 시상에 잠겨있었네!
어둠이라는 것은 나에게
절대로 오지 말게나 하고
새로운 삶에 노래를 부르는
그런 날만 오기를 원했네!
아 나에게 찾아온 것은
추억의 강가에 나룻배
홀로 떠 있어야 하는 날
이처럼 외로운 날은 없네
새벽에 일어나니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 저 멀리에 별이 하나 있어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네
새벽은 나에게 주어진 삶의 시작
이제라도 당당하게 일어나
세상에 위대함을 말하자
내가 나를 알고자 했던 일
그일이 바라 이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주는 삶에 북소리
아무리 험난하다고 해도
구부러진 길 황토 밭길
그 길에 나를 잠들게 하네
늦은 밤까지 차를 마시고
늦은 밤까지 차를 마시고 잔 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태양은
처마의 지붕을 가리고 있었네
벌떡 이러나 밖으로 나갔네
밖에 나가 무심으로 바라보니
바람에 날려버린 꽃들이 떨어져
신음 소리를 내는 모습이니
어쩌나 저들을 구할 방법이 없네
기다려야 하나보다 지난 많은 날을
생성의 날을 기다려야 하나 보다
나를 안고 걸음을 걸을 벗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홀로이네
라일락 꽃 아래 앉아
얼어붙은 대지 위에 오는 계절은
온갖 꽃들을 피우는 화장세계
여기는 바로 정토 세상이라고
나를 잠시 잊어 보려 하네
나라는 그것이 무엇인가?
나를 찾아야 한다고 하니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네
아 라일락꽃 아래 앉아서
아 나를 붙드는 것은 향기
어디에서 불어오는 것인가
두리번거리고 두리번거려도
나는 라일락 향이기에 취했네.
고목아 너는
고목이 버티고 있는 마을 입구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말해
여기에 오려는 이가 누구인가?
어서 말해 보라고 말해 보라고
아무 말도화지 않는다는 고목
아직 올 사람이 오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하는 고목
마을에서는 고목에 축배를
삶에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고목에 꽃이 피는 날을 기다려
그날을 기다리는 것은 행복
기다림이 없다는 것은 불행
2023년4월10일
출처: 불교평화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진관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