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지구
장진기 지음|신국판 변형(양장) 128×187|1도|144쪽
지구는 생명의 마지막 별,
우주적 상상력과 사랑으로 쓴
치열한 문명비판의 시
∥책소개∥
첫 시집 『사금파리 빛 눈입자』에서 빼어난 서정의 세계를 선보였던 장진기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에서 자연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서정의 깊이를 추구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활달한 우주적 상상력으로 생명에 반하는 문명에 대한 첨예한 비판과 고립자로서 살아가는 존재의 슬픔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고립을 피하여 스스로를 유폐하는 자이며 “우주로부터 홀로인/ 나”(「고립을 피하여」), 곧 “고립자”이다. 그는 “백색왜성의 죽은 별처럼/끔벅거리지 않는 눈”으로 “우주를 응시”하며, “골판지 같이 우둘투둘한 운석의 뒷면에” “너를 사랑한다”(「엽서」)라고 쓴다. 외롭고도 슬프다. 아내도 없고 아이들도 없는 그는 “오후에 매실을 따고” “대청마루에 누워” 잠을 자다 일어나 스스로를 “너무 순결하여/혼자 사는 정신”(「독생자」)이라고 노래하는 맑고 푸른 정신의 “독생자”이다.
스스로 우주이며 그 안에 은하를 품으려는 사람. 그래서 그의 시에는 뭇 생명들에 대한 외경이 넘치고, 그 생명을 해하려는 대상에 대한 날카롭고 처연한 분노가 넘친다. 감나무에 남은 홍시는 그에게 유에프오가 되지만, 아이들이 바다에 수장된 세월호는 아랍의 난민선과 동격으로 다가온다.
“가을마당 감나무에/유에프오가 떠 있다”“내가 지구에서 포유류로 사는 동안/은하의 태양계를 방문하여 나를 지키는/홍시 유에프오 등불”((「홍시」 부분).
“난민선이 아프다/세월호처럼 아프다/칠백 명의 아랍 이름으로 아프다” “난민처럼 사는 나도/난민선의 전복이 아프다”(「전복」 부분)
그러니까 그의 분노는 사랑과 한 몸이다. 반전과 반테러, 반핵 등 그가 분노하는 창끝은 날카롭지만 그 창을 쥐고 있는 그의 손과 가슴은 사랑으로 뜨거운 것이다.
광활한 우주 속 푸른 별 지구를 응시하며 지구와 ‘나’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사유가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다. 언어는 바다 깊숙이 그물을 치고 원초적 인류애와 문명 비판을 끌어내고 있다.(윤정모 소설가)” “사람의 사랑이 위대하다는 아포리즘이 깃든 벅찬 절창(김준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천의 글∥
장진기 시인과의 인연은 첫 시집 『사금파리 빛 눈입자』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다. 시인보다 먼저 시와 친하게 되었다. 시편들은 서정이 빼어났다. 시를 보고 처음 눈물을 적셨다. 슬픔을 증유해 시어를 빚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는 앞 시와는 다르다. 사유가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다. 언어는 바다 깊숙이 그물을 치고 원초적 인류애와 문명 비판을 끌어내고 있다. 반전과 반테러와 반핵 등 적극적 서사가 날카롭다.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고 우주와 지구의 관계를 인간의 내면에 끌어들이고 있다. 장진기 시들은 넓은 공간에 떠도는 운석처럼 외롭지만 허망하거나 공허하지 않다. 시리아 난민과 세월호의 침몰을 아파하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다수 기를 고집하는 한반도를 우려한다. 그래서 그의 언어들은 치열하다. 이런 시인이 숨어 있었다. 늦게 발아하는 씨앗이다. 크고 아름다운 시들이 열리는 나무가 되기를 기대한다. 더운 날 내내 땅속에서 앓다가 추운 겨울에 피는 꽃이어도 좋겠다.
_ 윤정모 소설가
그대여/머지않았다/달이 감았던 눈을 뜨지 않는/날은,/우리가 사는 세상에/폭풍이 일고/해일이 넘치지 않아도/내가 없든지/그대가 없든지/홀로 남는 날이 오고 있다(「슬픈 지구」 부분)
대륙과 해양의 판들이 충돌을 하여/폭풍과 해일과 지진과 화산이 인류를 멸망시켜도/지구는 살아남는다(「지구는 생명의 마지막 별」 부분)
시인은 우주의 푸른 별 지구에게 희망을 건다. 우리에겐 지구가 생명의 마지막 별이라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슬픈 지구에게 내일의 노래를 쥐어준다. 지구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결국 사랑이 있는 별이며 사람은 수억 년의 기도로 만들어진 소중한 존재라고 노래한다. 거의 종교적인 그리고 인스피레이션이 깃든 숨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구 멸망의 예언이 나도는 이 시점에서 사람이 소중하며 그리하여 사람의 사랑이 위대하다는 아포리즘이 깃든 벅찬 절창으로 끝을 맺는다. 앞으로 장진기 시인의 시가 더 큰 바다를 향하여 나아갈 것이라는 예감과 확신을 갖게 한다.
_ 김준태 시인
∥저자소개∥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소년기를 고향에서 보냈다. 공부를 잘하고 쌈박질과 달음질을 잘했다. 청년기는 서울에서 보냈다. 명지고등학교를 나왔다. 특활로 조각을 했다. 고려대 국문과를 나왔다. 시 습작을 했다. 졸업하면서 다시 고향에 내려왔다. 어머니 추모시를 『칠산문학』에 발표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을 했다. 반핵을 주도했다. 촛불시위와 걸개시화와 벽시와 가족시 낭송대회와 인사동 영역 시화전 등을 환경운동과 병행했다. 필화 사건이 있었다. 이후 줄곧 혼자 문학을 해왔다. 글이 쌓여 시집을 내야 했다. 2013년에 첫 시집 『사금파리 빛 눈입자』를 냈다. 작가회의 영광지부장, 민예총 지부장을 역임했다.
∥차례∥
4 시인의 말
제1부
13 분화구
14 엽서
16 고립을 피하여
18 나는 독생자다
21 홍시
22 화석에 새기는 우정
24 UFO를 예약하다
27 불면의 비단조
28 대중탕
30 슬픈 지구
32 지구는 생명의 마지막 별
34 연옥
36 멸망
38 별의 거리를 잰다
제2부
41 IS에게
42 IS에 간 아이
44 박애주의 혁명가들
46 은유와 직유
48 재림
50 통합의 불꽃
53 난민선
56 재스민 혁명
58 망각
60 유리창
62 지우개
64 기도를 하자
67 전복
68 바다가 우리를 잡아먹고 있어요
제3부
73 유해 동물
74 나는 사이비다
75 형광 불빛
76 어묵
78 4시 30분
80 시민들이여, 거리로 나섭시다
82 나도 만 원을 내겠다, 탈레반에 헌금을 보내자
84 에프티에이
85 탈레반 병사들에게
88 아름다운 새들의 비상
91 양성자 가속기는
92 반핵가
94 원전지원금 노후시설 교체에 써라
96 팽목항 망부석
98 촛불을 켜고
제4부
101 좋은 시
102 피시방
103 이명
104 양마동
106 서소문 전신전화국
109 사죄
110 아버지 놀이
112 뒷문
114 교문
115 건빵
116 앵화를 그리다
117 죽녹원에 숨다
118 표절
119 폐촌
121 해설 核에 맞서 샅바싸움을 벌이는, 황소의 詩 _ 김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