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불안에 발행규정 강화로 자금조달 서둘러
현대자동차그룹 "상반기 조달 물량 내달까지 끝내라"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변속기,시트 등을 제조하는 현대다이모스는 지난달 200억원에 이어 이달에는 8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 도래액 중 400억원은 오는 5월 14일이 만기다. 만기가 여유있게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넉 달 전부터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최사채 발행 필요가 있는 계열사는 가능한 2월가지 조달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9일 회사채 1200억원을 발행했다. 1100억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이 목적이고 100억원은 두산중공업에 자재비로 지급해야 할 399억원 중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발행금리는 6.1%였다. 이는 같은 신용등급의 한 제조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조달한 금리보다 무려 2%포인트나 높았다. 최근 회사채 발행이 늪어나자 건설,조선업에 속하는 한진중공업은 이렇게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경기 불투명성이 지속되고 회사채 발행 규정이 까다로워지자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리먼드러더스사태 때 발행한 '회사채 부메랑 효과'로 그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0대 그룹(금융 계열사 제외) 회사채는 약 24조700억원이다. 이 중 36%에 해당하는 8조6600억원이 1분기에 집중돼 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드만큼 녹록지 않자 기업들은 '일단 찍어놓고 보자'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회사채 발행 시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되는 것도 선제적인 자금 조달 수요를 일으킨 중요한 원인이다.
올해 설연휴 직전인 20일까지 2조6500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SK브로드밴드는 5억달러 규모의 해외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해 3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국수력원자력(3000억원),삼성토탈(2500억원),LG유플러스(2000억원),롯데칠성음료(2000억원),유니온스틸(1200억원)등이 대표적이다.
연휴가 끝난 직후에도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회사채 발행에 나서며 연초 발행 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었다. 제일모직(2000억원), 현대오일뱅크(1500억원), 아시아나항공(1200억원), 안화엘앤씨(400억원)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독자신용등급제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 중 아나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안으로 신용평가제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 중 핵심적인 것이 독자신용등급제도다.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 산정 시 기업 자체의 펀더멘털을 독립적으로 평가한 신용평가 등급(독자신용등급, Stand-alone rating)과 외부 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한 등급을 분리해 발표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9년 기준으로 록데건설의 독립신용등급은 BBB급이었다. 그러나 모회사의 신용등급과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공시된 등급은 A+였다. 앞으로는 신용평가회사는 A+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BBB도 같이 공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