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0년 9월 19일(현지시각), 6.15미국위원회에서 개최된 초청강연회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2년, 민간통일운동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다. 이를 <통일뉴스>(2020.9.25.)에서는 “북 핵보유 전제한 통일운동으로의 전환 필요”라는 타이틀 제목으로 기사화하였다. 이후, 본인은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09)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핵보유를 전제한 자주통일운동을 재차 강조했다.
“(중략) 앞으로는 북의 핵 보유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의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북이 핵을 가졌기 때문에 그 강한 핵 억지력과 지렛대 요인으로 한반도에서 전쟁도 방지하고, 종국에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실현시켜주는 자주·겨레·민족·통일의 핵(강조, 필자)으로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매우 중요해졌다. 근거도 비교적 명확하다. 북 스스로 늘 얘기하듯 자신들의 핵 보유는 동족인 남쪽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무기가 아니라, 미국의 적대정책의 산물이고 미국과의 대결을 끝장내기 위한 전략무기라는 점이다. 또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받듯 북미정상회담을 내올 수 있는 강위력한 수단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바로 이 모든 사실과 인식으로부터 북의 핵은 우리 남측에서 반미자주운동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하등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자신감을 갖고 북의 핵 보유에 기반한 반미자주운동을 힘껏 벌여 나가자.”(<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281쪽 참조)
이렇게 국내 학자로서, 또 통일운동가로서, 그리고 저술가로서 아마도 최초로 필자가 ‘핵보유를 전제한 자주통일운동론’을 주창했을 것이다.
그로부터-본인의 최초 주창으로부터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북은 ‘국가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2022.9.8.)을 채택했다. 결과, 이제는 북의 핵보유가 불가역적이 되고(북미 간 정치협상물이 아니라는 뜻), 이것은 또한 우리 민족에게도 핵을 전제한 자주통일운동과 평화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하게 한다.
2년 전, 필자의 단순한 한 주장이 앞으로는 핵보유를 전제한 자주통일운동론이 정립되어져야 하는 이유가 이렇게 보다 명백해졌다.
1. 북의 핵보유 법제화와 담론적 인식변환 지점
9.9절을 하루 앞둔 9월 8일 북은, 세계 모든 이들이 그 무엇을 상상하고 예측했던 그보다는 훌쩍 뛰어넘는 초강력 태풍을 한방 날렸다. 핵무력 시위-ICBM 발사나 핵실험 등을 예상했던 모든 이들의 예측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제제국면 하에서도 미국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시정연설과 핵무력 법령 채택은 매우 의미가 크고, 북 스스로 규정하고 있듯이, <노동신문>이 9일 보도한 내용이다.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주의건설의 줄기찬 발전과 전진을 확신성 있게 인도하는 전투적 기치이며 원대한 이상과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우리 국가와 인민이 틀어쥐고나가야 할 백과전서적인 혁명문헌, 불멸의 대강으로 된다.”
그 의미로 이번 시정연설과 핵무력 법령 채택 의미를 총론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면 다음과 같게 된다.
(1) 첫째는, 비핵화 담론에 유혹되어져서는 안 된다. 다른 말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비핵화 담론은 이제 영영 설 자리를 잃었다는 말이다. 데자뷰는 2019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난 뒤 북이 내놓은 입장,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미국에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북의 언명과 정확히 일치한다.
3년 뒤 그 언명은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 정책의 법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2022.09.08. 김정은 총비서의 시정연설 내용 중 일부) 이것은 앞으로 북이 미국을 상대로 그 어떠한 형태의 핵협상도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선전포고와도 같고, 백번 양보하여 (미국과의) 핵 정치협상이 있다면 그것은 ‘인류의 핵없는 세계’ 및 ‘모든 제국주의와 대국주의가 사라지는’ 그런 의미에서의 세계 비핵화를 전제하는 핵군축 협상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2) 둘째는, 북의 핵교리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북에서 핵보유는 <노동신문> 9일자 해설에서 밝히고 있듯이 “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관한 법령의 채택은 책임적인 핵보유국, 존엄 높은 자주강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고 우리 혁명의 근본이익과 인민의 안전을 철저히 수호하려는 공화국정부의 자주적 결단과 견결한 국권수호, 국익사수 의지의 뚜렷한 과시로 되며 조선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번영에 이바지하는 믿음직한 법적 무기를 마련한 중대한 정치적 사변으로 된다”고 의미 부여한다.
이것이 법령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 근본 이익(강조, 필자)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전쟁을 방지하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보장하는 위력한 수단이다”(2022.09.08.에 채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령 전문내용 중 일부)로 명시된다.
적어도 2가지 목적이 달성되어야만 핵교리 정책이 변환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하나는 한반도 통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세계의 모든 제국주의적 속성이 제거될 때이다. 이를 선후관계로 보면 북의 핵무력이 한반도 통일을 이뤄내는 강위력한 수단이며, 이 결과에 의해 추동되는 것이 ‘세계의 전략적 안정’이다. 하여 핵무력 사명은 한반도에서의 통일을 강제하고, 그로부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되어 있다.
(3) 셋째는, 북미 간, 혹은 우리 민족과 북미 간 대결에 대한 ‘변화된’ 대결구도에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2022년 9월 8일에 일어난 이 시정연설과 ‘핵무력’ 법령 채택은 앞으로 북미관계가 미국이 백기항복을 하지 않는 한 정치협상, 혹은 평화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도가 원천봉쇄 되었음을 의미한다.
좀 더 해석하면 이렇다. 첫째, 많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싱가포르 북미합의는 완전 파탄 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미국이 북 자신들의 핵보유를 인정한 토대위에서 북미 간 관계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절대 평화적 핵 정치협상은 없다는 것이 이번 법제화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는 의미이다.
둘째, 향후 북미 간 대결은 군사적 대결, 정치적 대결을 넘어선 체제대결, 즉 북의 사회주의체제 대(對) 미국의 제국주의가 맞붙는 전면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음의 언급이 이를 증명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2022.09.08)에서 “사회주의와 제국주의 간의 대립과 투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이는 사회주의 ‘조선’과 제국주의 ‘미국’과의 전면적 체제대결이 불가피하다는 뜻이고, 현실적으로는 북의 반미전쟁, 혹은 반미항전과 같은 뜻이다. 즉, 북은 이 대결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고, 이 의미는 이제껏 존재하는 제국주의, 혹은 대국주의의 모든 패권을 끝장내고 이 지구가 ’새로운‘ 사회주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표현했다.
셋째, 조국통일 3대헌장-조국통일 3대원칙,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에 의한 조국통일을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남측 정권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부화뇌동하여 끝까지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흡수통합과 대북선제공격의 야망을 멈추지 않는 한 군사적 통일에 의한 길도 열어놨다는 매우 중차대한 의미가 있다.
다음의 법령화가 이를 증거한다. 법령 제1장 핵무력의 사명 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전쟁억제가 실패하는 경우 적대세력의 침략과 공격을 격퇴하고 전쟁의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작전적 사명을 수행한다”와 제6장 핵무기의 사용조건 1조부터 5조까지 내용이다.
즉 “1)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2)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3)국가의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4)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5)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서, 이는 명약관화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