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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와동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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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읽어주는 신부 스크랩 배지헌] 허구연② "돔구장은 서울에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소피아 추천 0 조회 11 09.12.09 13:0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배지헌] 허구연② "돔구장은 서울에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여기, 갓 구운 뜨거운 감자가 있다. 빨리 먹지 않으면 식어서 맛이 없게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서두르다가는 손을 데인다. 성급하게 입에 넣었다가는 입천장과 혀가 하나가 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문제.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일이지만 섣불리 손댈 수도 없는 난감한 문제. 빨리 해결하려고 서두르다가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는 문제. 이런 문제들을 가리켜 흔히 ‘뜨거운 감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금 한국 야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무엇일까. 바로 야구장 신축 문제다. 낙후된 지방 구장의 신축, 돔구장 건설, 사회인과 유소년을 위한 야구장 건설 등의 문제가 갓 오븐에서 꺼낸 감자처럼 모락모락 김을 내는 중이다. 한시가 급한 문제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손을 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할 일이다. 과연 야구계는 이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껍질을 벗겨, 식기 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허구연 MBC-ESPN 해설위원만큼 잘 해줄 수 있는 이도 없을 것이다. 말로만 야구장 수백개를 짓는 정치꾼들과 달리, 허구연은 실제로 야구장을 지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비를 털어 강진과 캄보디아에 두 개의 야구장을 건립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 그는 야구 행정 전문가로서 수많은 지자체장과 전문가를 만나 대화하고 협의한 경험을 지닌,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겸비한 몇 안 되는 야구인이기도 하다. 지금도 허구연은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으로 한국의 야구 인프라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아래의 인터뷰는 허구연 해설위원과의 인터뷰 중 국내 야구장과 인프라에 관련된 부분만을 따로 추려낸 것이다. <야구라>와의 인터뷰에서 허 위원은 국내 각지의 야구장 건설 진행 상황과 현실적인 어려움, 돔구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해 주었다. 모든 야구팬의 꿈이 어떻게 현실이 되어 가는지, 허 위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 1편에서 계속 ※
☞ 허구연① "야구 인기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보기

왜 캄보디아인가

<야구라>: 강진과 캄보디아 야구장 건립에 사비를 털어 지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진에는 1억원을 희사해서 ‘허구연 필드’를 세웠고, 캄보디아 야구장 건설에는 CF 출연료 전액(4500만원)을 기부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허구연: 제 나름대로의 꿈이 있다면 그런 거예요. 제가 야구를 했고, 야구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니까 제 이름을 건 야구장을 두 개 짓는 겁니다. 국내에 하나, 국외에 하나 이렇게요. 그것으로 죽기 전에 사회에 환원을 하자는 거죠.

<야구라>: 혹자는 그런 말도 하더군요. 한국의 야구 인프라도 열악한데 하필 왜 캄보디아에 야구장을 짓느냐고.

허구연: 우리나라도 이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야구 강국이죠. 올림픽 우승에 WBC 준우승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야구를 전파하고 보급하는 면에서 비교해 보면, 한국과 일본은 비교가 안 됩니다. 일본은 그간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에 야구 관련 지원을 계속 해왔어요. 반면 우리는 기부를 한 곳이 단 하나도 없어요. 우리가 야구를 전파하고 보급한 나라는 한군데도 없다는 거죠.

<야구라>: 누군가가 전해주지 않았다면 한국도 지금과 같은 야구 강국이 되지는 못했을 텐데요.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건 아닌가 싶습니다.

허구연: 우리나라도 그간 받은 것이 많았으니, 이제는 베풀어야 할 때예요. 제가 짓는 구장의 경우, 우연히 3년 전에 프놈펜 왕립대학 교환교수로 있는 김길현 교수한테 얘기를 듣고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글쎄 캄보디아에서 야구를 한다지 뭡니까. 그래서 ‘이건 반드시 우리가 해야겠다’ 싶어서 돈을 대주기로 약속하고 같이 시도하게 된 거죠. 캄보디아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나라입니다. 거기에다 야구장 만들어서 야구선수 키우자는 게 아니에요. 그보다는 야구를 전파함으로써 선각자랄까, 지도자를 만들자는 게 목적이죠. 지금의 캄보디아에서 지도자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에 과거 YMCA를 통해 그렇게 한 것처럼.

<야구라>: 지도자라.

허구연: 이런 겁니다. 캄보디아의 학생들은 생전 음악회, 전시회 같은 것을 본적이 없어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체육, 음악, 미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베토벤, 아인슈타인, 피카소 같은 위인들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몰라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이죠. 우리나라도 전후 1940~50년대 미국 가서 교육받고 온 사람들이 한국을 이끌었듯이, 캄보디아 친구들도 그 중에 누가 지도자가 될 만한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캄보디아에는 애초에 야구라는 게 없으니까... 야구를 하려면 야구장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교실이 있어야 수업을 하듯이. 그러니까 야구장을 만드는 거예요.

“정치권, 표 되는 축구장만 지으려 한다”

<야구라>: 허 위원님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초점을 국내로 옮겨 보죠. 야구발전실행위 출범 이후 초기에 가장 역점을 두신 분야는 역시 ‘인프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허구연: 인프라가 제일 가시화될 수 있는 거니까요. 야구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이라든지, 지금 통영에 야구장을 또 짓기로 해서 캠프장을 만든다든지 등등 여러 군데에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또 포항시도 금년 내에 아마 착공을 할 예정인데, 포항시에 만 여명 수용 가능한 야구장을 건설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함평 같은 곳도 야구장이 하나 있는데, 하나를 더 짓습니다. 지금 있는 것도 리모델링을 하고, 실내연습장도 만들고, 숙소도 만들고. 영광이나 여수에서도 야구장 건립을 추진중이구요. 그래서 정말로 프로 팀도 거기 가서 경기를 할 수 있게끔 유도를 하고, 아마추어 팀들이 가서 캠프도 할 수 있게 하고, 또 사회인 야구팀이나 동호인 팀이 시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실행위의 목표입니다.

<야구라>: 사실 경기장 문제는 프로야구도 심각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건 아마야구와 사회인 야구의 경기장 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구연: 지금 야구계에 난제가 한 둘이 아니지만, 운동장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에요.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장만 자꾸 이야기 하시지만, 제가 볼 때 사실 프로 경기장은 비즈니스 차원의 문제거든요. 프로는 제일 급한 게 대구, 대전, 광주 야구장. 그리고 돔구장을 진짜 4만~5만 명 수용 가능한 거 하나 지으면 해결되는 문제고. 진짜 문제는 말씀하셨듯이 아마야구와 직장인야구 경기장이죠. 지금 국민생활체육협희외에 등록된 팀이 3천 3백여 개이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동호인 팀이 6천개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정작 야구할 수 있는 곳은 100군데도 안되는 게 현실이죠. 거의 60:1의 경쟁률인데, 야구팀이 야구장에서 야구하는 당연한 일이 무슨 서울대 가기도 아니고... (웃음) 어쨌든 이 많은 팀들과 유소년 야구가 뛸 장소를 마련해 줘야 되니까, 그게 우선 해결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야구라>: 야구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보면 하나같이 지자체에서 비협조적이라는 하소연이 많던데, 직접 상대해 보니 어떠셨나요.

허구연: 그렇지는 않아요. 현재까지 제가 만나본 지자체장들은 대체로 긍정적이거나 상당히 협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뛰면 우리로서도 그만큼 돌아오는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는 그동안에는 야구계가 지자체장들을 직접 만나서 이해를 시키고 대화할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가서 ‘자꾸 축구장만 짓지 말아달라’고 얘기합니다. 축구장은 굉장히 많으니까 가능하면 축구장도 짓고 야구장도 짓고, 축구장을 지을 때 다용도로 하고 이렇게 해야지 왜 축구장만 짓느냐. 다용도, 다목적으로 하자고 말씀 드리거든요. 그러면 지자체에서도 다 수긍을 하시고 이해를 하시니까. 그런데 문제는.

<야구라>: 문제는?

허구연: 문제는 제도 개선 이런 거는 법을 고쳐야 되고, 조례를 바꿔야 하니까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거죠. 지금 계류 중인 법안도 있고, 그런 걸 일일이 검토를 하고 건의를 하고 하다 보면 제도 개선 쪽에서 여러 가지 해야 될 일들이 많습니다. 크게 보면 야구장 매수 문제도 있고, 그 다음에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해야 될 일들도 있구요. 이런 것들을 많은 분들과 함께 한창 상의하는 중입니다. 곧 가시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야구라>: 정치권에도 아쉬운 점이 많으시겠습니다.

허구연: 그렇죠.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7개월 프로야구 하는 동안 구단 별로 133게임이 열리고, 관중이 600만을 육박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그렇게 사랑 받는 대중 스포츠를 너무 등한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투자를 하는 경우가 어떤 경우인가 하면, 국제대회처럼 외부에 보여주어야 할 때만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이죠. 그건 아니라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스포츠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있는 지방의 국제 대회들을 생각해보세요. 인천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대구 육상대회 그리고 평창에서 열리는 국제대회까지. 한정되어있는 체육계 예산이 다 그쪽으로 쏠린단 얘기죠. 물론 국제 대회를 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예산을 고르게 배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겁니다.

<야구라>: 야구와 축구는 서로 1, 2위를 다투는 인기 종목이지만 정작 투자는 축구에만 편중되는 양상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허구연: 왜냐. 축구장을 짓는 것이 정치권에서 표를 얻는 것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조기 축구회가 있으니까. 반면 야구의 경우는 직장이나 동호회에서 하는 거니까, 야구장을 짓는다는 공약이 바로 표로 연결되지는 못하죠. 한마디로 경기장이 정치적으로 이용이 되고 있는 거예요. 전시행정의 표본이죠. 그렇다고 해서 축구장을 무조건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축구장 지으면서 야구장도 짓던가, 아니면 축구장을 다용도로 지어서 여러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던가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야구도 이동식 펜스, 마운드가 다 있으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는 축구장만 건설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러니 그 외의 종목들은 앞으로도 전망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겠죠. 늘 그런 식으로 표 얻기 좋은 축구장만 짓고 방치해 놓으니, 예산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구요.



“돔구장은 서울에 하나, 지방에 하나면 된다”

<야구라>: 요즘 돔구장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허 위원께서는 여러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돔구장에 대한 소신을 밝혀 오셨는데요.

허구연: 물론 야구인 입장에서 돔구장이 만들어지면 좋은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가 문제죠. 지자체장들과 실제로 말을 나눠보면 그중에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거든요. 제일 돔구장이 필요한 지역은 서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돔구장이라는 게 야구만 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복합 문화공간이에요,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문화행사도 할 수 있는. 그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곳이 서울시인데 정작 해야 할 서울은 안하고 다른 곳에서 하겠다니까 저희들도 의아한 거예요. 진짜 하겠다는 건지 안하는 건지. 이거는 중복투자를 해선 안 되는 일이고, 월드컵 축구경기장처럼 재정에 부담을 줘서도 안 될 문제거든요.

<야구라>: 현재 돔구장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안산, 대구, 광주. 이렇게 세 지역 정도입니다. 여기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허구연: 안산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죠. 시에서 개발권을 주고 연구를 해서 하겠다니까. 그리고 대구는 제가 볼 때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알아봤는데 괜찮아요. 대구시에서도 전문가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 바로바로 수정을 하는 자세가 되어 있고. 김범일 대구시장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는데, 돔구장 후보예정지가 전철역에서 멀다고 셔틀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보다는 차라리 전철을 구장에 연결시키라고 지적했어요. 그걸 시장이 받아들였고. 그 구상대로 하면 대구돔은 전철역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가 되거든요. 그럼 훌륭한 야구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야구라>: 광주의 경우는 얼마 전 출연하신 토론 프로그램을 봤는데, 전화 연결된 시청자 세 분이 전부 돔구장 반대 의견을 내더군요. 정작 광주 시민들은 돔구장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 같아서, 쓴웃음을 짓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허구연: 대구와는 달리, 광주는 지금 그런 부지가 선정이 안 된 상태예요. 포스코가 있지만 여러가지 가 맞아 떨어져야 이익이 나고 할 텐데 실현가능성은 아직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마냥 광주시를 탓할 수 없는 것이 나라에서 이걸 안 도와주니까 시에서도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업자를 데려오고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보니 일 진행도 더뎌지고. 국가에서도 정책적으로 풀어줘야 된다는 거지요. 월드컵 축구장 지을 땐 돈 쏟아 부어 짓고 나서 나 몰라라 하고, 야구장에는 계속 이렇게 무관심하니.

<야구라>: 돔구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돔구장만 고집할 필요도 없을 텐데요.

허구연: 야구는 ‘썸머게임’이에요. 햇볕아래서, 천연 잔디 위에서 바람도 쐬고 땀 흘리면서 하고 보는 게 야구죠. 그리고 돔구장에 쓰이는 인조잔디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사실 선수들 무릎을 비롯해 몸에는 좋지 않거든요. 다만 기후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 경기를 하지 못 할 때를 대비해서,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서 돔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보면 아무래도 제일 큰 도시인 서울에 있어야 하는 게 맞죠. 물론 돔을 짓겠다는 지자체들은 뭐 지자체들 나름대로 계산이 있겠지만요. 거듭 말하지만 돔은 서울에 정말 큰 게 하나 있어야 하고, 지방에 한 두 개 정도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근데 다들 저렇게 하겠다고 하니까요.

“야구장 건립, 생각만큼 큰돈 들지 않아”

<야구라>: 좌석도 다들 3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규모로 크게들 짓겠다고 하는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허구연: 포항시에서 지금 착공하는 게 만 천 석 정도 됩니다. 제가 포항시를 높게 보는 것은, 야구인 들의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죠. 충고를 듣고는 아예 전면적으로 설계를 바꾸었습니다. 다른 지자체장 들도 설계 사무소만 의존하지 말고 야구인들 얘기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포항야구장이 앞으로 좋은 선례가 될지도 몰라요. 보기에 좋고, 기능적인 야구장으로요. 기존 국내 야구장들은 항상 일본식으로 홈 플레이트 뒤에 기록실, 아나운서실, 장내방송실이 있는 형태였잖아요? 그런데 포항은 미국식처럼 VIP 스탠드 가 홈플레이트 뒤에 있는 형태거든요. 획기적이죠. 미국 리글리 필드처럼 담장을 벽돌로 설계했고. 얼마나 멋지겠어요.

<야구라>: 상상이 갑니다. 프로 구장보다 더 예쁜 구장이 만들어질 것 같네요. 그런데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몰라서 제대로 못 했던 거라면, 이제부터라도 알려주면 될 텐데요.

허구연: 그래서 KBO 진흥위원회에서 책을 만들고 있어요. 한국의 간이야구장, 리틀 야구장, 정규야구장, 돔구장 등을 유형별로 설계도나 공사기간, 방법 등을 소개하고 여태껏 기능적으로 부족했던 점들도 써 놓는 거죠. 설계사들이 그걸 몰라왔으니까 지금까지는 자기들 임의대로 해왔던 거예요. 이 책을 연말 전에 배포를 하려고요. 그럼 좀 달라지겠죠. 제가 지방 가서 보면, 공무원들이 야구장 지을 때 제일 먼저 본부석부터 짓습니다. 돈이 달려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야구장 지으면 돈이 엄청 드는 줄 알아요.

<야구라>: 사실 일반인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구장 짓는 걸 피라미드나 바벨탑 쌓는 일처럼 여기는 게 보통인데요.

허구연: 한번은 함평, 영광군수 와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분들이 깜짝 놀랍디다. 왜냐면 동호회 야구장 건립이 축구장 짓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몰랐던 거죠. 10억 정도면 지을 수 있는데 생전 처음 듣는 얘기니까요. 왜 몰랐겠습니까. 야구계에서 진작 알려줘야 했던 사항들인데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지자체에서는 야구장을 짓는다면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야 하는 줄 알고 필요 이상의 돈을 쓰고 그랬다는 거죠. 공무원들도 그렇지만 우리 야구계도 노력이 없었죠. 이건 야구계가 크게 반성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라도 실행위원회에서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으니까, 저희로서도 의미도 있고 보람이 있는 일이죠.



“프로야구는 내년이 고비”

<야구라>: 앞에서도 말씀하셨지만 허 위원께서는 앞으로 프로야구의 전망을 마냥 장밋빛으로만 보지는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세요?

허구연: 우리 프로야구는 올해 관중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앞으로 더 도약을 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는 게 내년이라고 봐요. 게다가 내년에는 월드컵 축구도 있기 때문에 야구계로서는 쉬운 한 해는 아니에요. 사실 아무리 야구인들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흑자 내기도 어렵고 관중을 더 동원하기도 어렵잖아요. 예를 들어 삼성과 한화, KIA와 히어로즈가 전부 4강에 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그 구단들이 마케팅을 잘 하고 매일 만원사례를 이루더라도 구장이 대구, 대전, 광주구장이니 관중 동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금년만큼은 도저히 될 수가 없잖아요.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빨리 탈피를 해야 되겠죠. 그게 제가 볼 때는 한국 야구의 가장 큰 숙제다. 또 야구계 전체가 노력하고 자기희생도 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야구라>: 축구는 월드컵이 있는데 비해, 야구는 당분간은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이벤트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허구연: 내년에 광저우에서 아시안 게임이 있긴 합니다. 많은 관심을 받는 국제경기니까 우리가 꼭 우승을 해야겠죠.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라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현재로선 아시안 게임밖에 없으니까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해야죠. 그것도 내년 야구계의 관건 중 하납니다.

<야구라>: 내년 시즌 프로야구에서 달라져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허구연: 지금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야구장 장기 임대 문제, 세제상의 걸림돌 등이 해결이 날 겁니다. 그래서 운동장이 신축되고 하면, 본격적인 프로 스포츠 산업으로서 야구단이 운영되는 시발점이 되지 않겠나 기대합니다. 또 하나는 유영구 총재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이 클린 베이스볼이니까. 클린 베이스볼이라는 것이 팬들이 야구장에 왔을 때 뭔가 산뜻하고 질서도 잘 지켜지고 야구가 매끄럽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거니까요. 야구계 전체가 힘을 모아서 정말로 인기만 좋은 스포츠가 아니라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라>: 끝으로 야구팬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영상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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