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전역에서 중리역까지
어제 올린 조잡한 계획서에도 나왔지만 경전선 연선에는 정말 많은 역이 있어요. 전체
300여킬로미터 구간중에 이번에 답사하는 구간은 마산의 중리역에서 순천의 순천역까지 138.3킬로미터정도인데, 그 구간에 존재하는
역은 중리, 산인, 함안, 군북, 원북, 평촌, 진주수목원, 반성, 진성, 갈촌, 남문산, 개양, 진주, 내동, 유수, 완사,
다솔사, 북천, 양보, 횡천, 하동, 진상, 옥곡, 골약, 광양, 순천. 다 하여 26개역이나 됩니다. 덜덜~ 대략 5킬로미터마다
하나씩 역이 있는 이유는 슬쩍 말씀드렸는가 모르겠는데, 이 구간이 상당한 교통소외지역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도로교통망이 많이
보완이 되었는데 아직도 양보역같은 곳은 인근에 지나가는 제대로 된 자동차도로가 없어요. 때문에 폐역이 되고도 남았을 지역이지만
폐역이 되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고 덕분에 이번 여행 최대의 위기를 거기서 맞았...--
저 26개역중 영업을 아직
하는 역은 중리, 함안, 군북, 원북, 평촌, 진주수목원, 반성, 진성, 갈촌, 남문산, 진주, 완사, 북천, 양보, 횡천,
하동, 진상, 옥곡, 광양, 순천등 20개인데, 그 중에서 다시 원북, 평촌, 진주수목원, 진성, 갈촌, 완사, 양보, 횡천,
진상등 9개역은 무려 무인역입니다. 무인역에서 타면 여객전무(차장이라고 부르시는)가 발권기를 들고 와서 즉석발권을 해 주죠. 이번
여행에 두 번 해봤... 그니까, 26개의 역을 답사하는데, 그 중에서 6개역은 이미 폐역으로 영업을 안하고, 영업하는 역중에
9개역은 수도권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무인역이라는거죠. 광양에서 순천으로 가는 중에 평화역이라는 폐역이 하나 있었는데, 이곳은
이제 완전히 지구개발이 진행중이라 유적조차도 없어서 답사에서 빼기도 했고...--
뭔가 삘이 오지 않습니까?
21세기 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시골마을에 산골짝골짝을 돌아돌아 들러들러 다니는 고리짝 철도가 하루에 몇편 되지도 않는
열차들을 위해 깔려있고, 거기에 있는 역들은 문 닫았거나 돌보는 사람도 없다는게. 단순히 철도를 보기 위해서 이 곳을 가는게 아닌
이유가 이것이에요. 또한 단순히 자연만을 보러 가는 것도 아닌거죠. 자연만을 볼거면 강원도에 훨씬 좋은곳 많을겁니다. 수도권에도
많을듯. 제가 찍은 사진들 중에도 인상적인 경치같은건 거의 없기도 하구요. 이 답사길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거 같아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일이 별로 없지만, 그 안에서 미묘한 나름의 무엇? 아, 표현력의 한계를 팍팍 느끼는데, 그런
것이 있다라는 것이죠.
어째 또 사설이 길어졌네요... 앞서 두편의 사설중에 한편에 이 노선의 개요를 대충 썼어야 하는데... 계획없이 생각나는대로 글을 쓰면 이렇게 시망똥망하는 글이 된다능...--
출
발점이 중리역인 이유는 그래도 설명을 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아 18...) 말씀드렸듯이 경전선은 현재 전 구간이 개선계획이
잡혀있는데, 그 중에서 일부구간은 이미 완공이 되었어요. 인구 100만의 창원권에 KTX를 집어넣기 위해, 마산지역까지는
복선전철을 이미 개통을 했는데, 그 공사가 현재 마산의 중리역까지 완공이 되어 있어요. 제가 매끈한 시멘트 도상위에 콘크리트침목을
깔아놓은 철길을 보러갈 일은 없는거기에, 당연히 공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중리부터 가게 되는거죠... 종점이 순천인
이유는... 경전선은 여러개의 철도들이 부분부분 개통된 것을 연결하여 이르는 말인데, 크게 전남선 구간과 경남선 구간이 있고,
전남선 종점이었던 순천과 경남선 구간종점이었던 진주, 그 사이를 잇는 연결선을 합친거죠. 이 중에서 순천까지의 전남선 구간은
2016년까지 완공이고 진주까지의 경남선 구간이 올해 말에 완공이 됩니다. 그 중간은 확정은 아니고 2015년이 완공예정이라는데,
여기는 이미 열라 공사하고 있어요. 전남선 구간은 삽도 안뜬걸로... 그래서, 나중에 가도 될거 같은 전남선 구간은 빼고 나머지
구간을 답사하는 계획을 세운거죠. 한꺼번에 다 가기엔 돈이...--
진짜 사설은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제가 보고 온 모습들을 올리기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부전에서 중리까지 타고간 무궁화호 1953 열차입니다. 이 숫자는 열차의 편성번호이고, 저 옆에 보이는 7357은 기관차의
일련번호입니다. 부전역 역명판은 안찍어서... 올릴 것도 없고, 부산진구 주민 분들은 부전시장 마실 나가서 보시고 오시면
됩니다~
가야역 사진을 찍는다는걸 깜빡... 부산역으로 연결되는 철도는 크게 동해남부선과 경부선(자잘한 화물선들은 스킵)으로 구분되는데,
이 동해남부선과 경부선을 연결하는 "가야선" 이라는 철도가 있고, 이 가야선상에 부산지역 차량사업소가 있습니다. 당연히 여객은
취급안하지만, 일단 역사도 역명판도 있거든요. 가야역을 지나갈 일은, 부전에서 경전선을 타시는 분들과 서울발 해운대행 경부선
열차를 탈 때 밖에 없기에, 의외로 레어템인데... 올해안에, 부전 - 목포한번 더 타고 그 때 찍어놔야게쓰요. 물론, 인근
주민은 마실나가서 보고 옵...
계절이 계절이고, 요즘들어 경전선 일대가 은근히 언론도 타고 있는지라 이 연선으로
엠티가는 젊은 분들 많더군요. 거기에, 코레일에서는 만 25세 이하 젊은이들에게 7일간 새마을 이하급의 모든 열차를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내일로라는 프리패스를 6월에서 8월간 기간한정으로 발매합니다.(늙으면 죽어야...) 이들을 철덕계에서는
내일'러' 라고 부르는데, 내일러들도 많더근여. 사실 경전선같은 완죤시골벽촌철도 이럴때 아니면 언제 타보겠습니까. 덕분에 제가
여태까지 타봤던 경전선 열차중에 사람이 제일 많았습니다. 경전선영감의 마지막 모습을 많은 이들이 봐준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더군요.
사상역사진을 올린건, 부전역 다음이어서기도 하고, 사상역에 열차가 서는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상일대는 부산서부교통의 허브랄 수 있는 지역이지만 정작 코레일 사상역만은 잉여... 구포가 다 하고 있응께...
이 때는 이미 여행 후반기라 몸도 마음도 헤롱거리던 때라 구포역 사진은 안찍었네요. 대신 화명역 사진 올립니다. 경부선을 타고
부산으로 향하면 부산시내에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일단은 부산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지요. 다만 부산 분들도 이런 역 있는거 모르시는
분들 꽤 있을듯... 완죤 듣보잡 역입니다. 건물만 삐까번쩍함. 역시 경전선 열차들이나 서는 잊혀진 역입니다...
부산의 첫역이 있으면 경남의 마지막 역도 있어야지요. 물금역입니다. 역 이름이 말 물자에 금할 금... 뭐를 그리 극강력하게 금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금지하는 것을 금한다! 열차는 종종 서던디... 양산시에 있습니다.
제 딴에는 경치라고 올렸는데 찍새가 저질이라 사진이 저 모양이 된데에 읽어주시는 여러분과 물금 원동 삼랑진간의 절경들에게 사죄드립니다...
제
가 한국철도 3경으로 꼽는 곳이 있습니다. 순서는 없지만 1경은 동해남부선의 달맞이길 구간입니다. 물론 달맞이고개 올라가면 볼 수
있지만, 이게 또 열차를 타고 달리면서, 마치 바다위를 떠서 달리는 듯한(철로가 절벽바로 옆을 끼고 바닷가를 달립니다)감각을
느끼는건 또 다른 맛이 있지요~ 2경은 태백선의 산악철도에요. 뭐 스위스의 어마무시한 산악철도들 만은 못하겠지만, 한국에도 이런
곳이~ 하는 느낌을 정말 잘 느낄수 있습니다. 산이 깊기로는 영동선쪽이 좀 더 깊지만, 영동선이 계곡을 따라간다면, 태백선은 산의
중턱을 따라갑니다. 덕분에 환상적인 경치를 볼 수 있죠.
3경이 바로이 경부산 삼랑진 - 물금간의 낙동강
구간이에요. 낙동강이 강폭이 엄청 넓은거야 다들 아실테고 모르시면 사진에서 보시면 됩니다. 킬로미터단위가 넘는 너른 강변을 철길이
따라 달리면서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죠. 뭐, 3번째 사진은 가카의 모에한 자전거 도로같은게 깔려있긴 합니다만... 언제
자전거 타고 부산을 가볼 생각인데, 그 때 저거 타고 가면 편하걸 같긴 합니다.
다시 강조합니다만, 사진을 못찍어서 저렇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좋아여~
삼랑진에서 철길은 경부선과 경전선으로 갈립니다. 며칠뒤 서울로 돌아올 때는 삼랑진역은 지나치지 않습니다. 분기점에서
부산쪽에 치우치거든요. 그러나 이 날은 삼랑진을 지나 경부선을 떠나 경전선으로, 이 여행의 메인스테이지로 드디어 들어갑니다!
왼쪽의 녹색다리가... 이름이 미전선이었던가 낙동강선이었던가 헷갈리는데, 경전선과 경부선을 직결하는 연결선이고, 오른쪽의 철길이 경부선 본선입니다. 이제 완연히 경전선으로 들어섰네요.
기찻길옆 오막살이들은 언제봐도 정겹습니다.
정확히 파악은 못했습니다만... 저게 아마 경전선 삼랑진 - 중리구간을 잇던 구선이 아닌가 싶어요. 낡아보이는게 딱 그래
보이죠? 이 사진은 옆에서 찍었는데, 앞에서 찍었을때는 단선철길이 놓여있기도 했으니 틀림없지 싶습니다. 저걸 타 봤어야
하는데... 철덕취미를 늦게들인걸 저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땅을 치고 후회합니다...
경전선 신선의 첫 역 한림정역입니다. 좋은 곳이겠죠?
이 지역도 상당한 습지, 늪지대인거 같더군요. 창녕의 우포늪처럼 유명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김해시 관광과에 문의해보면 잘
알려주지 않을까 싶네요. 앞은 늪, 뒤는 공장... 뭔가 인상깊어서 찍어봤습니다. 사실은 달리는 기차에서 맘에 드는 포인트 홱홱 다
지나보내고 건진게 이거 하납니다... 엉엉~~
달리는 기차에서 사진찍기 힘들어요... 백원만 주세요...
위에 저래 써 놨는데, 바로 올린 사진이 이렇게 공원으로 개발된 모습입니다...-- 김해시가 푸쉬좀 해 주는 늪지댄가 봅니다.
진영역입니다. 노무현이 떠오릅니다...--
창원 중앙역이네요. 앞에 창원대가 있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더군요.
뜻하지 않게 도촬이 되어버린 창원역 사진.
창원을 지나서 있는 분기선. 진해로 이어지는 철로인거 같아요. 4월에 저 철길을 따라 가면 유명한
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화역이라고 철덕들 사이에선 유명하져. 아, 이건 제가 찍은거 아닌거 아시져? 너무 당연하지만서두... 제가 이런 멋진 샷을 찍을 능력이 있을리가...--
마산역. 마산은 사라졌지만, 마산역은 남았습니다. 다시 나눴으면 좋겠네여. 진해 마산을 돌려내라!
마산역은 코레일의 중요한 거점역입니다. RDC동차와 KTX기관차가 동시에 보이기에 잡아봤어요.
사실 복선화는 마산역까지만 되어있고, 중리역까지는 안되어 있어요. 열심히 복선전철화 공사중인 모습들입니다.
드디어 중리에 도착했습니다. 부전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렸어요.
타고온 열차를 찍어주는건 저 나름의 경의의 표시입니다. 수고했어 촤식~
중리, 이어서 함안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행선판입니다. 드디어 여행의 시작입니다.
중리역 밖으로 나와서 잡은 모습들. 허름한 사진을 찍었지만, 중리역 인근은 마산 외곽의 나름 자리잡힌 시가지입니다. 다만, 제가 저런 허름한 집들을 좋아하는지라...
이
제부터가 본격적인데... 이거 올리는거 의외로 빡쎄네요. 하루에 3개씩 올릴라 그랬는데, 그랬다간 보는 분들 질려서 보지도
않겠... 오늘은 이것만 올릴까 합니다. 이러면 한달도 넘게 걸리는데... 내일부턴 낮에 하나 밤에 하나 이렇게 올리든지
해야게쓰요...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아아 좋은 기차여행이다. 로망이죠 기차여행 하악하악
기차여행이 진짜 뭔가 여행답다! 라는 느낌이 있는거 같아요~
아, 이걸 문화게보다 이미지게에 올리셨으면 더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싶네요.
사진이 많으니 이미지게! ...라고 주장하면 어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뭐 보실 분들은 보시겠죠~ 못 보시면 어쩔수 없고... 제가 제 흥에 겨워 올리는거니, 몇분이 되었든 봐 주시는 것 만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경전선이라... 사실 철도에 문외한인 저같은 사람은 이름만 들어봤지 상당히 생소하긴 하군요(...)
하지만 허름한 오막살이라던가 이런건 뭔가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하는 힘이 있는것 같네요 :)
사실 기찻길옆 오막살이는 시골에서보다 오히려 대도시에서 보이는게 더 멋스럽고 그래요~ 철도와 도로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도로는 사람들이 "보이고 싶어하는 것" 이 그 연선에 있는데 비해 철도는 "숨기고 싶어하는 것" 이 그 연선에 있다는 것이죠. 청량리에서 전철타고 의정부 가는 길에 있는 모습들 같은것 말이죠. 대도시의 휘황찬란함의 이면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게, 철도의 도시내 구간이랄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철도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면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으....제가 진짜 내일로를 못끊어본게 천추의 한이 됩니다.ㅠㅠ
지금은 나이제한 넘어서 안받아줌...ㅠㅠ
같이 울어여...ㅜㅜ
무지 생소한 거지만 뭐랄까 감상에 빠지게 하네요...
그렇지만 직접 타보는거하고 보는건 다르것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긴 합니다만... 제 생각에 꼭 직접 보는게 더 좋다고만 생각지는 않긴 합니다만... 다만 분명한건 "직접 봐야만" 볼 수 있는것은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하지만 철덕이 아님에도뭔가 마음에 오는 게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전 시골에 대한 향수나 추억은 커녕 순수 100%대도시민이라서 --;
과연 이 감상적인 기분은 어디서 온 걸까요.
저 또한 서울생이고 울산(역시 대도시)에서 잠깐 산것 빼고는 생전 도시에서만 살아왔습니다. 감상이라는 것이 어디서 오는가? 라는 부분도 은근 철학적인 질문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일단 지금 님과 제가 공감하는 부분은 적어도 "익숙하지 않아도" 감상은 올 수 있다, 그런 것이 아닐까 싶군요~
이것이야 말로 남자의 로망?? 노망?? ㅋㅋ
아이구 허리야... 마음은 젊은데 몸이 늙어서 힘들었습니다요...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