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통신 #39 성 금요일 (4월 2일)
오늘은 성 금요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날입니다.
낮 12시, 성당에서는 모처럼 많은 교우가 성 금요일 주님의 수난 예식과 십자가 경배에 참여하셨습니다.
수난 복음을 읽으며 주님의 십자가 죽음 현장을 듣고 목격했습니다.
장엄기도 안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슬퍼하고 고통받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했습니다.
올해 십자가 경배는 전염증 사태로 주님의 십자가를 만질 수도, 입맞춤할 수도 없이 해야 했습니다.
대제대 앞에 뉜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고 걷는 우리의 마음이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책망가를 부르며, 우리는 이 모든 일이 우리 자신의 배신과 분노, 미움과 교만 때문에 일어난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인하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선포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보라, 십자 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우리는 이 어둠의 성 금요일을 견뎌내며, 구원의 열매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명, 새로운 몸으로 오시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이 침묵의 성 금요일 밤, 저는 예전에도 나눈 적이 있는 웨일스 성공회 사제이며 시인인 R. S. 토마스 신부님(1913-2000)의 시 한 편을 다시 읽으려 합니다.
내일 마지막 통신으로 인사 다시 나눌게요. 주임사제 주낙현 요셉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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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오시네 - R.S. 토마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분의 손에
작은 지구를 들고 있으니.
‘보라’ 그분이 말씀하셨네.
아들은 바라 보았네, 멀리
물을 통과하여, 그는 보았네
타고 남은 땅은 험악한
색깔일 뿐. 빛은 타버리고 말았네
거기서. 딱딱한 껍질을 한 건물들은
그림자를 던지고 있네. 환한
뱀은, 몸을 펼친 강처럼, 밝고
끈적한 점액을 품을 뿐.
민둥성이
언덕 위 헐벗은 나무들은
하늘을 슬퍼하네. 많은 사람은
말라버린 팔을 하늘 향해 펼치네.
사라져버린 사월을 기다리며
십자 가지로 돌아가겠노라고
아들은 그들을 보았네.
그가 말했네,
제가 그곳으로 가게 해 주세요.
원시: R.S. Thomas, “Coming” 번역: 주낙현 신부 (2018)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