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들어왔습니다. 이승악오름 만보행을 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데 태균이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입니다. 평소답지않게 잘 먹지도 못하고 토할 것 같은지 꽥꽥거리며 화장실을 들락달락거리는데 자꾸 아랫배를 움켜집니다.
아 뭔가 또 신장결석과 관련되서 탈이 났구나 싶은데, 아픈 곳 만져보라고 하니 역시 사타구니 위쪽을 자꾸 가리킵니다. 요로결석이거나 신장 속 삽입된 스탠스의 이탈? 맹장염? 별 생각들이 다 스쳐갑니다.
준이도 감기기운에다 계속 머리를 쥐어짜는 것으로 보아 극심한 편두통이 계속되는 것 같은데 전에 먹였던 케프람은 이런 증세를 없애주더니 오르필은 준이에게 잘 안맞는 모양입니다. 준이 문제도 골치아픈데 태균이까지 가세합니다.
어쩔 수 없이 준이와 완이를 좀 일찍 재우고 태균이를 데리고 제주대학 병원 응급실까지 왔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CT결과를 보니 큰 돌이 신장을 빠져나와 요로를 막고있는데 그것도 세 개나 됩니다. 크기도 작지 않습니다. CT결과를 놓고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것은 제주대학 병원이 서울대병원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아무래도 하던 곳에서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권유인데 참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입니다.
일단 제주대학 병원 비뇨기과에 예약을 걸어놓고 내일 서울대 병원하고 통화한 다음 어떻게할지 결정하겠노라 했더니 기꺼이 그러라고 합니다. 오늘은 진통소염제만 맞고 퇴원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아침에는, 어제 못했던 준이소변 제출하러 나서는데 수산한못에서 바라다보이는 한라산 정상이 코 앞에 선명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마이갓이 저절로 외쳐질 정도의 선명함이자 장엄함입니다. 그야말로 매일 한라산을 알현하는 영광!
오늘은 한라산을 내내 눈 속에 넣으리라 마음먹으며 좀더 가까이 영접하러 나선 길. 1100고지도 좋고 어리목도 좋지만 사람들 없는 이승악오름 등반로도 좋을 것 같아 아예 초입 탐방로부터 걸어보았습니다. 이승악오름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2.4km 거리의 탐방로만 걸었습니다.
준이는 힘들어해서 차 안에서 자라고 하고 셋이서만 다녀왔는데 정작 태균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병원출입이 꽤 적은 저도 과거에 요로결석 증세로 응급실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느낌은 출산진통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 진통이 있었을텐데도 속도는 느리지만 만보행을 다 했으니... 엄마가 참 미안해지는 대목입니다.
응급실에서 일단 퇴원하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두 시. 그 시간에도 준이가 잠 못자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완이가 자기 이부자리에서 그대로 오줌을 싸놓고 준이 이부자리를 독차지하고 있으니 준이녀석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서성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준이침대를 하도 침범해서 준이침대를 완이것으로 만들어 주고, 준이는 따로 매트리스를 깔고 해놓은 것인데 이렇게 해놓으니 침대는 또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어찌 이리 잠자리가 험하고 고약할까요? 자기몫의 매트리스를 만들어주어도 그걸 다 헤집어서 이불난장판을 만들어놓고 결국 준이 자는데 한 귀퉁이에서 자는 모습은 어떨 때는 작은 악마같습니다. 지금은 엄청 잡혔지만 이불덮는 행위 집착때문에 거실에 온 이불을 다 끌고 나오곤 했었지요. 무게이불이 꼭 필요한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매트리스나 요를 무게이불 삼는 촉각추구 욕구해소용 버릇이 이렇게 험한 잠자리 요인입니다. 침대를 주어도 침대커버 밑에 깔아놓은 깔개를 다 꺼내 뒤집어놓곤 해서 아침마다 난장판 침대를 봐야하는 건 한숨나오는 일입니다. 옷은 자꾸 훌러덩 벗으려고 하면서 이불로 (자기것 남것 가리지않고, 이불 요 깔개 매트리스 가리지않고) 자기몸을 자꾸 감싸고 누루게 하는 행동의 연속.
촉각방어와 추구를 오래 방치한 결과입니다. 완이와 비슷한 행동을 내 아이가 아직도 한다면 정말 큰 맘먹고 싸워야 합니다. 옷 자꾸 훌러덩 벗고, 목도리 장갑 모자 양말 등 일체 가능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압박을 추구하여 사람품 안으로 자꾸 들어오거나 혼자 자세를 취하지 않고 남의 무릎에 앉기, 자꾸 기대기, 이불집착 등 이건 앞으로도 더 커질 문제행동의 표본들입니다.
완이 집에 다녀오면 이런 행동이 더 심해지는 것은 완이의 촉각추구 행동을 다정하고도 사랑을 갈구하는 행동으로 오인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옷벗는 것 자제시켜야 한다라고 권유하면 '아휴 집에서는 못벗게 해요. 여동생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어요' 이렇게 답변이 오니 대화가 더 안되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안 그런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지난번 만났을 때, '사람품에 파고드는 것은 애정행동이 아니라 해결하지 못한 촉각추구의 해소'라고 자세독립을 시켜야한다고 강조하니 '아 사랑표현이 아니었네요'하고 놀랍니다. 사랑표현은 특정 가까운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무나에게, 처음본 사람에게조차 그걸 시도하는 건 촉각추구 욕구가 도를 넘어선거죠. 특히 완이는 처음 만난 사람들은 자기를 귀여워하고 신체적 안김을 허락 해주기에 더 심해진 경향까지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빨리 이런 감각추구의 행동들을 인식하고 구분하며 대처해야 하는데 늘 단편적인 대화 밖에 안되니 또 걱정입니다. 저는 늘 설득하고 감각문제를 알려주려하면 '해야죠!' 하고 결의를 보이지만 언제나 상황은 제자리! 원석이 참 괜찮은 아이인데 결국 아무런 가치가 없을 뿐더러 두껍게 흙이 견고해진 원석으로만 남을 것 같아 또 걱정입니다.
태균이 때문에 한바탕 온 밤을 애태우고 집에 와서는 또 완이걱정. 문득 준이도 내가 어떻게 해주려고 하기보다 돌려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태균이가 자꾸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라는 회의가 들어 준이누나에게 문자를 작성하다 다 지워버리고.... 준이 생각하면 또 마음이 아립니다. 준이는 돌려보내더라도 준이집에서의 대책까지도 다 준비시켜놓고 보내야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이번 서귀포 주간활동센터를 통해 우선 급한 한 가지 준비를 실험해 봐야 할 것입니다. 담주 월요일이 첫 등원인데 그 날 태균이 제주대 병원 진료가 잡혔으니 이건 또 뭘 의미할까요? 정말 하루하루가 파란만장합니다.
내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것! 그게 알고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제가 몇년전 제대병원에서 침샘돌 꽤 큰거 3개 꺼냈습니다.
제대병원에서 수술해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왠지 인턴들이 요란하게 움직일듯 싶어요. 제대병원은 교수의사샘이 수술 집도하고 하루 한번은 직접 환자 보러 오시더라요.
태균씨 얼마나 아팠을까요? 어지간하면 참고 정 아프면 표시하나 봅니다.
준이씨 경우 집에 가면 관찰자인 저의 입장에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바르게 관찰 식별하는 가족이 없음 어쩌나? 하는 거죠.
대표님은 벌써 오르필이 안 맞을 수도 있겠구나 짐작 하시는데, 무발화 준이씨가 약물이 바뀔때마다 그 약이 맞는지 의사는 완전 모를꺼고 가족도 관심 깊게 안 두면 모를꺼고, 그 문제가 가장 끔찍하네요.
혹시 돌려 보내시게 된다면 그 부분과 소통할 수 있는 가족을 찾아서 도움 주셨음 해요. 여동생이라도...
참 난감합니다.
완이는 본가에서 별 문제 없다면 굳이 귀가를 서두르지 않는지 수수께끼입니다. 조금이라도 행동수정이 되기를 바래서겠죠.
태균씨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저는 설대병원에서 두 번의 수술에도 결석을 그케나 많이 남겨 둔 것에 화가 날려 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렇겠죠마는..
대표님, 무탈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