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키우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소아시아 헬레스폰투스(Hellespontus) 지방의 람프사쿠스(Lampsacus)에 한 젊은 그리스도인이 있었다. 그는 귀족 출신으로 재능의 탁월함과 신앙과 덕에 있어서 뛰어난 성 베드로(Petrus)였다. 트로아스에서 지방총독인 옵티무스(Optimus)는 모든 신자들을 비너스(Venus) 신전 앞에 끌어다 놓고 희생 제물 바치기를 강요하였다. 이때 성 베드로는 용감하게 “당신이 그 행동은 나에게 악명 높은 음란한 여신에게 제사를 올리라고 명령하는 것인데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오. 언급조차 하기 싫은 여신에게 제사를 올리지 않는 것을 당신의 법으로 처벌한다는 것도 놀랍소” 하며 거절하였다.
그 즉시 옵티무스는 그를 바퀴에 매달라고 명령하였고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뼈는 부스러지게 되었다. 순교자는 자신의 눈을 하늘로 향하고 힘찬 표정으로 말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잔인한 폭군을 이길 수 있는 인내를 주셨기에 당신을 찬양하고 감사드립니다.” 흔들리지 않는 성 베드로의 결심을 본 옵티무스는 참수를 명령하였다.
성 베드로의 참수 후 세 명의 다른 그리스도인들, 즉 성 안드레아(Andreas)와 성 바오로(Paulus) 그리고 니코마쿠스(Nicomachus)가 옵티무스 앞에 섰다. 지방총독은 각자의 고향과 종교를 물었고 니코마쿠스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리스도인이오.” 신들에게 제사를 드릴 것을 강요받자 니코마쿠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악마에게 제사를 드리지 않소.” 지방총독은 그를 고문대에 매달고 고문하도록 명령했다. 고통을 못이길 정도가 되자 그는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고 신들에게 제사를 드릴 준비가 되어 있소” 하며 배교하였다. 지방총독은 즉시 그를 고문대에서 끌어내리라고 명령하였고, 그는 제사를 드리자마자 마귀에 의해 사로잡혀서 땅에 넘어져 머리를 찧으며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었다.
16세가량 된 나약한 처녀였던 성녀 디오니시아(Dionysia)는 이 현장을 목격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가엾은 사람! 순간의 안락을 위해 영원한 고통에로 자신을 내던지다니!” 이 말을 들은 옵티무스는 그녀가 그리스도교 신자인지를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제사를 드리지 않으면 매춘을 시킨 후 화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협이 효과가 없자 지방총독은 두 명의 젊은 청년에게 그녀의 순결을 빼앗도록 명령했고 청년들은 그녀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갔지만 너무도 거센 저항에 그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자정을 넘기자 빛으로 반짝이는 젊은이가 나타나 집 전체에 빛을 퍼뜨리며 그들 앞에 섰다. 놀란 두 청년은 성스러운 처녀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녀는 청년들을 일으켜 세우고 겁내지 말라고 하며 말했다. “이분은 나의 수호자이자 보호자이십니다.” 그 청년들은 자신들에게 해가 끼치지 않도록 그녀에게 중재를 요청하였다.
다음날 아침 이교도의 사제에 의해 흥분된 군중들이 지방총독의 집을 에워싸고 성 안드레아와 성 바오로를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거칠게 요구하였다. 군중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지방총독은 그들을 불러내어 디아나(Diana) 여신에게 제사를 드리라고 했다. 그들이 거부하자 총독은 그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구경꾼들에게 넘겨주었다. 구경하던 군중들은 성 안드레아와 성 바오로에게 돌을 던져 죽게 하였다.
성녀 디오니시아는 성 안드레아와 성 바오로를 처형하는 무질서한 소리를 듣자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경비병들로부터 빠져나와 그들이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을 보면서 외쳤다. “당신들과 함께 천국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지금 당신들과 함께 이곳에서 죽겠습니다.” 지방총독은 성녀 디오니시아가 순결을 지키게 된 놀라운 사건과 순교자들과 함께 죽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성 안드레아와 성 바오로에게서 데리고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참수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