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만 3년정도 다니다가
이곳 후기들 보며 삘~ 꽂혀서리
실타프 구매하고, 텐트 구매하면서
조금씩 빽패킹이란걸 준비하려던 차에,
직장 산악부에서 남도 삼백리 트레킹을 간다고 꼬시길래
얼떨결에, 정말, 얼떨결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로서는 죽다 살아온 여행이었는데요,,, @,.@
그 와중에도 여기에 후기 한번 올려보겠다는 일념으로
특히, 85L 공구 배낭과 함께하는 트레킹이라는 테마로
배낭 사진을 좀 찍어 봤습니다.
처음으로 쓰는 글이라 많이 부족합니다.
이쁘게 봐 주세요 ^^
배낭도 없던지라.. 해찬네님께 급 연락해서 85L 배낭을 구입하고
원버너도 사고, 자충 매트도 사고 허둥 지둥 길을 나섰네요.
그렇게 7월 9일 13시경
전남 순천의 해룡와온에서 폭우 속 트레킹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들은 60L 배낭 메고 왔는데, 저 혼자만 85L에 그득 채워서 빗 속을 걸었습니다.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저질 체력임에도 불구하고, 첫날은 그럭저럭 걸을만 하데요.
별량 화포까지 16km...
7월 10일 아침 8시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별량화포를 출발 동화사를 거쳐 낙안읍성까지 34km 코스.
죽을 맛이 더군요...
내가, 왜, 멍청하게 85L 배낭을 가지고 왔을까...
트레킹의 T자도 모르는 내가 원망스럽더군요.
가벼운 롤 매트, 스틱 등등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한지도 깨닿게 되었구요..
어찌 어찌 도착하니 이미 해는 기울었고
하루 종일 비와 땀에 젖은 몸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그래도 함께 간 학생들은 펄~펄~ 하데요.
역쉬 젊음이 좋구나... 느꼈습니다.
조금씩 배낭의 짐을 줄여야 겠다는 생존 본능이 들더군요.
가스도 빨리 소진 해야지 싶어서 커피도 잔뜩 끓여 돌려 봅니다.
젖은 셔츠와 팬티, 과감히 버려 봅니다.
예비로 가져간 배터리도 빨리 없애려 음악도 틀어 놓습니다.
그래도...
배낭의 무게는 좀처럼 줄어들 기색이 안보입니다.. -_-
7월 11일 아침 8시
역시 준비운동과 함께 하루 일정을 시작합니다.
이날은 낙안읍성을 출발해서 고동치와 굴목제를 지나
송광사로 가는 33.5km 코스입니다.
고동산을 넘을 때만 해도 견딜만 했습니다.
임도가 숲길 인지라
푹신하기도 하고, 경사도 완만해서
걸을 만 하더군요.
문제는 송광사로 넘어가는 조계산이었습니다.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의 오르내리막이 사람 잡더군요.
마지막 2시간 남짓의 산행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특히, 가수 김태곤의 '송학사' 라는 노랫말이
계속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메냐....."
.
.
.
차타고 가면 바로 돌아 있을 송광사인데
뭐하자고, 무신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생고생을 사서한단 말이냐....
흐미.. 죽것네...
죽으라는 법은 없더군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도착했습니다.
엉금엉금 기어서 도착한 송광사 앞 식당에서 마신
막걸리와 백김치의 맛은 평생 못잊을 것 같습니다.
7월 12일 아침 8시
송광사를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쌍암이라는 동네로 갔습니다.
그곳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했는데
주인 할머니가 물으시데요,
오늘은 어디서 잘거냐고
그래서,
오늘은 서문성 곽터 부근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잘 예정이라 답하니
일행이 안스러우셨는지
잘 곳 마땅치 않으면 방을 하나 줄테니 저녁에 와서 자고 가랍니다.
이게 왠떡이냐 싶어 코스 급 수정 들어갔습니다.
순천 야생차 체험관과 선암사를 거쳐 성서호를 돌아 오는 코스.
다행히 저녁에 다시 돌아오는 관계로
저는 배낭을 놓고 갔다 올 수 있었는데요,
드디어 공구 배낭을 가져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헤드를 떼어 작은 배낭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지요.
다들 와~~ 하더군요. ㄲㄲㄲ
그러면서, 이사람 저사람 공구 배낭에 관심을 가지며
착용을 해봤는데요,
다들 평이 아주 좋았습니다.
뭐, 저는 잘 모르지만
다른 일행들은 그레고리니 몽벨이니 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낭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공구 배낭의 착용감이 아주 좋다고들 했습니다.
어디서 구입할 수 있냐고 물어들 보길래
당분간 구하기 힘든 제품이라고만 전했습니다. ㄲㄲ
7월 13일 아침 8시
마지막 날이라는 것 만으로도
부담 천배는 덜어 놓은 아침이었습니다.
구례구 역까지 15km 정도를 걷는 일정인데
끝까지 폭우가 쏟아 지데요.
뭐, 나중에 들으니 저희가 순천에 있던 기간
400mm 폭우로 사상자도 발생하고 뉴스에서도 난리가 아니었더군요.
암튼 평소로 치면 몇년 동안 맞을 비를 5일 동안 맞은 것 같았습니다.
이번 트레킹을 리드한 산악부 지도교수님이 일정 내내 그러더군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아마도 저를 보고 한 얘기 같았습니다.
앞으로는 평소 체력도 키우고
트레킹이나 빽패킹에 대한 공부도 해서
좀더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애들한테도 듬직한 아빠가 되지 않겠습니까?! ^^
오지캠핑 횐님들도
올 여름,
건강하고 멋진 여행하시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가끔씩 죽도록 고생해보이소 !! 퍽 재미있지않습니까?? ㅎㅎㅎ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군요,, 그렇습니다.마지막 사진에서 평화로운 안식이 보이는군요,
오늘의 추억이 오래갈것입니다.저도 그런 추억이 많거든요,,,
네~ 아주아주 가~끔씩만 고생해보렵니다. ^^ 이산님의 좋은 추억도 공유해주세요~
천근만근 배낭무게에 시달렸을 모습이 상상됩니다. 넘 실감나게 글쓰셔서 댓글남깁니다. 수많은 형용사보다 실감나는 그래서 공감가는 글이 대박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실감나게 느껴주셨다니 황송할따름입니다. 날샌돌이님의 공감 댓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추억이 새록 떠 오르겠네요 ㅎ
당장은 새록새록 추억보다는 피멍든 발가락 통증에 시달리는 중 입니다. +.+
삼백리 트레킹에 성공 하심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왠지 좀 쑥쓰럽네요 ㅎㅎ
오랫만에 후기글 자세히 읽었네요. 넘 실감나고.. 가승 뭉클합니다.
힘든만큼 추억도 오래가고... 또 가고픈 욕망이 생기더군요..고생하셨네요..
글도 너무 잘 쓰셨네요.. 자주 후기 올려주세요...
아잌후, 과찬이십니다. 감사드리구요! 근데. . . 저도 또 가고픈 욕망이 생길까요.. 가도 걱정, 안가도 걱정이네요 +.+ 우선 다음 목표는 오지 정모나 벙개 참가 인데요, 풀사랑님도 함께 하실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습니다! 소중한 경험 후에야 깨달음이 생기더라구요.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라는... ^,.^ 평소 양 손에 스트레스성 습진이 가시질 않았는데, 트레킹 기간 동안 싹 사라졌더군요. 아~~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구나 싶었구요, 그외에도 만세님 말씀처럼 많은 얻음이 있던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은 하셨지만 진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 만드신 것에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셧습니다...
그러게요, 고생한 만큼 짙게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었네요. 표지판님의 격려, 감사히 받겠습니다!
내고장 순천에 오셨군요
흐 흐 흐 생고생할때 물한컵 사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 순천, 참 좋은 고장이더군요.
와온해변-순천만-낙안읍성-상사호-조계산(선암사.송광사)
내고향 순천 전부를 담아 가져가셨군요^^
전 옥천동에 살아요
감히,,, 담아 가져올 수는 없었구요 ^^ 한결같이 친절하신 지역 분들과 짙은 음식 맛을 잊을 수가 없네요. 순천 음식이 원래 그리 맛있던가요... ㅎㅎ
와온해변 / 순천만 / 듣기만 해도 , 읽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옵니다
한떄는 국토종단에 빠져 길위에서 산적도 있는데 지금은 그 떄가 그립습니다 ...
좋은 경험 하고 오셔습니다 ...나도 컴썜님이 다녀온 길을 조만간에 함 걸어봐야 겠습니다
지금은 머 특별히 할일도 없고해서 비박으로 백두대간 종주중입니다
헐~ 비박으로 백두대간을 종주 중이시라구요... 이 폭염 속을 요?? 아무쪼록 건강히 무사히 마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토인님의 멋진 후기, 꼭 기대하겠습니다~
고생하신만큼 오래 남을 추억이내요...산에 못간지 오래되서 몸살날 지경인지라 부럽기만 합니다.
비온산님, 닉넴이 참 묘한 매력이 있는데요?! ^^ 산 좋아하시는 분들, 한 주만 쉬어도 찌뿌둥 하시죠?! ㅋㅋ 조만간 시원~한 계곡 옆에서 편안한 휴식 가지시길 함께 희망해 봅니다~
행복한 트레킹입니다^^ 그 열정 부럽구요~~~
아, 팬다님. 열정이라니요, 머, 얼떨결에 따라 간걸요. 이번 트래킹 함께 하신 분이 농담삼아 말씀하시더군요. 트래킹이란게 힘들어 지칠때 쯤 되면, 되돌아 가자니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걍 목적지까지 가는게 나아 어쩔수 없이 가는거라고.. -_- 제가 딱 그 케이스의 연속이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