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가을 오면 / 野花今愛 김영배
내 인생에 가을 올까?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난 아직 청춘의 때를 벗지 않았는데,
난 아직 푸른 꿈을 향해
저 하늘 높이 날아야 하는데,
내 인생에 가을이라니
내 인생에 가을 올까?
설마 그런 날이 올까?
저 노인들 푸른 청춘의 때
설마 있었을까?
아니야, 머리는 희고 허리는 굽고
말은 더듬고 행동은 굼뜨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지 오랜데,
어찌 인생의 봄날 있었을까.
내 인생에 가을 올까?
난 가을이 오면
아름답고 곱게 물든 숲속 걸어야지
평생 마음에 두었던 연인과 함께
지나온 삶의 여정 나누며 숲길 걸어야지.
지나온 날에 쓰디쓴 잔을 마시던 날,
가슴을 후벼 파며 상처 준 그 누구도
잊힌 계절에 그냥 두어야지
내 인생에 가을 올까?
어느새 나도 가을 길 걷는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 자꾸 다가올까.
앞을 바라보아도 자꾸만
젊은 날의 영상이 가로막는다.
고개턱 넘을 때 함께 오다 뒤에 쳐진 친구
앞서간 친구는 어디만큼 오고 가는지
함께 손잡고 평생, 아니 영원토록
곁에 계실 것 같은 어머니,
그 너른 품을 한없이 품어줄 것 같은 어머니!
이제 밤하늘 끝도 없이 반짝이는 별 되고 말았네
좀 더디 가자 하여도 앞서가고
좀 더 쉬어가자 하여도
석양 노을 추임새 삼아 빨리 가자 재촉하니
어쩌면 좋으랴! 내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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