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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가 내놓은 최신형의 럭셔리 쿠페, LC500h를 시승했다. LC500h는 지난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LC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렉서스 LC500h는 렉서스가 고급자동차 전용으로 개발한 최신예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멀티스테이지 THS-II’를 동력원으로 하는 첫 차이기도 하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럭셔리 쿠페, LC500h를 직접 시승하며 SC이래 정말로 오랜만에 선보인 렉서스 럭셔리 쿠페의 매력을 짚어보고자 한다. 시승한 LC500h의 VAT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1억 8천만원이다.
렉서스 LC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면, 그 외모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2016년 디트로이트에 나타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LC의 외관 디자인은 여전히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다. 그 때문에 LC500h는 장소를 불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렉서스 LC와 함께 사람이 붐비는 거리를 지나다 보면, 차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과 손가락이 여느 때보다도 많이 보인다.
렉서스 LC의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은 원안이 된 컨셉트카 'LF-LC'를 바탕으로 했다. 컨셉트카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 디자인은 토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밀어붙인 결과라는 뒷이야기도 전해진다. 렉서스는 LC의 외관 디자인이 그동안 이루어진 금형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카본파이버와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이루어진 LC500h의 외관은 렉서스가 지금까지 만들어 낸 그 어떤 양산차보다도 극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차체 형상은 낮고 넓으면서도 롱-노즈 숏-데크의 전형적인 쿠페 형상을 따르고 있다. 스핀들 그릴은 한층 극단적인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RC부터 시도해 왔던 역삼각형 배치가 돋보이는 3연장 LED 헤드램프가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한층 극단적인 작살촉 형상의 LED 주간상시등도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측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운 21인치의 알로이 휠이 눈에 띈다. 이 알로이 휠의 디자인 역시 현실의 양산차가 아닌, 컨셉트카에 더 가까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C필러 둘레에는 하이글로스 블랙 외장재를 입혀 근래 유행하고 있는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으며, 루프는 카본파이버 패널이 사용되었다. 차체 후방에는 차량의 속도에 따라 전개 및 수납되는 팝업식 리어스포일러가 자리하고 있다. 이 스포일러는 운전자가 임의대로 전개 및 수납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
LC의 인테리어는 외관 디자인만큼이나 놀라움을 안겨준다. 슈퍼카 LFA의 것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스타일의 대시보드 및 계기반 둘레는 온통 고급스런 질감의 가죽과 알칸타라로 둘러져 있다. 또한 대시보드로 이어지는 선을 따라 주름을 새겨 넣고 금속제 핸들을 사용한 도어트림의 디자인도 비범하다. 마감 역시 렉서스의 최고급 차종답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극상의 품질을 보여준다. 순수하게 내장재와 마감 품질로만 따지면 유럽산의 최고급 GT들과 견주어도 손색은 커녕, 몇몇은 능가한다. LC의 실내는 브랜드 내 최고급 쿠페로서의 격조와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껏 드높인다. 렉서스 LC의 인테리어는 지난 2017년, 미국 워즈오토(Ward’s Auto)의 ‘베스트 인테리어 10선’에 오르기도 했다.
LC는 스티어링 휠조차 온통 가죽으로 감싸여 있다. 가죽의 질도 최상이며 손에 잡히는 질감이 우수하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금속의 질감이 살아 있는 시프트 패들이 배치되어 있다. 시선을 조금만 위로 올리면 LFA에서 가져온 듯한 스타일의 계기반이 눈에 들어 온다. 이 계기반은 LFA의 것과 마찬가지로 원형 게이지가 좌우로 이동한다. 원형 게이지가 중앙에 자리하면 운전에 필요한 정보만을 표시하며, 우측으로 이동하면 좌측 정보창을 통해 다양한 주행 정보가 출력된다. LC의 변속기 레버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CT200h와 같은 방식으로 조작하며, 직관적인 조작 환경을 구현하는 차세대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를 채용했다. 실내 일부에는 카본파이버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 보인다.
LC의 앞좌석은 등받이와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설계된 본격적인 스포츠 시트로, 상당히 단단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표면을 덮고 있는 알칸타라 소재는 고급스러운 질감과 더불어 몸을 든든하게 잡아주는 데 도움을 준다. LC는 매우 낮은 차체를 지니고 있으며 시트 포지션도 정통파 스포츠 쿠페처럼 낮다. 의외의 일면은 뒷좌석에 있다. 물론 일반적인 세단형 승용차에 비하면 옹색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시트의 설계가 잘 되어 있어, 생각만큼 불편하지 않다. 착좌부를 깊숙이 파내려간 설계와 뒷좌석의 헤드룸을 고려한 상부 공간 덕분에 거주성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다만, 비교적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조성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 트렁크 공간은 작다. 쿠페로서는 대형에 속하는 LC지만, 트렁크 공간은 중형 쿠페인 RC보다도 작다. 체급에 비해 작은 트렁크는 LC에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시승한 LC500h의 동력은 토요타자동차그룹이 자랑하는 최신예 하이브리드 시스템, ‘멀티스테이지 THS-II(Multistage Toyoya Hybrid System-II)’다. 멀티스테이지 THS-II는 고급 자동차 전용으로 개발된 특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종래의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동함은 물론, 더욱 정교해진 제어를 통해 향상된 효율과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멀티스테이지 THS-II는 299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V6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총 159마력의 전기모터, 그리고 독특한 구조의 모터+기어 혼합식의 변속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시스템 합산 359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특히 새롭게 채용한 변속 시스템은 높은 발진 가속성능과 직결감 있는 주행 질감, 그리고 고속 주행 연비를 함께 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이브리드 럭셔리 쿠페 LC500h는 시동 버튼 대신, 전원(Power) 버튼이 있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준비되었다(Ready)는 표시가 점등되며 주행 가능한 상태가 된다. 물론, 배터리의 용량이나 구동계통의 예열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준비되자마자 엔진에 시동을 걸어 예열에 들어간다.
LC500h는 겉보기에는 누구보다도 강렬한 숨소리를 몰아 쉴 것만 같은 쿠페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전원’을 올리고 주행을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정숙하고 불필요한 소리를 내지 않는 쿠페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V 모드 뿐만 아니라 엔진에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도 일관되게 정숙함을 유지한다. 쿠페를 넘어, 럭셔리 세단에도 견줄 수 있을 만한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외부 소음과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승차감은 스포츠 주행을 의식한 탄탄함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하체가 그다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요철이 많은 구간에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노면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허리에 통보하지는 않는다. 단단하고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하는 승차감이지만 허리가 괴롭지 않다. 그리고 낮은 무게중심에서 오는 안정감 역시 인상적이다. 단단하면서도 불쾌하지 않은 승차감은 우수한 정숙성과 맞물려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장거리 주행에서도 몸에 부담을 안기지 않는다.
하지만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고 나면, 이전까지의 평화롭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의 감도가 묵직해지고 하체가 한 단계 더 조여진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전까지 정숙함으로 일관하고 있었던 엔진은 회전수를 높이며 제법 날카로운 음색의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기 시작하면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격앙된 분위기의 엔진 소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며 미끄러지듯 차체가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전기 모터와 4개의 기어로 이루어진 변속 시스템은 총 10단의 변속 레인지를 이용하여 LC500h의 빠른 가속을 돕는다. 엔진의 회전수는 빠른 속도로 치솟으며, 민첩한 변속으로 구동력을 착실하게 전달한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이렇게 빠른 가속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신기할 정도로 긴장감이 적다는 점이다. 쿠페형차체를 지닌 고성능 자동차에서 연상하게 되는 그 어떠한 형태의 분노나 호들갑, 심지어는 일말의 공격성조차 감지하기 어렵다. 엔진의 회전수는 변속 때마다 빠르게 치솟아 오르고 앙칼진 목소리를 내지만, 그것이 운전하는 이의 심적인 긴장감과 부담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상당한 고회전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변속시의 충격이 없는데다, 기어가 맞물려 들어간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운전자가 명령만 내리면 어떠한 호들갑 하나 없이 우아하게 일을 처리해낼 뿐이다. 이는 LC500h가 가진, 유별난 정숙성과 멀티스테이지 THS-II의 동력 전달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속 주행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유지하는 차체 역시 긴장감 보다는 안정감을 더 느끼게 하는 요소다.
물론 이 신기할 정도의 가속력은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잔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사라진다. 순수한 엔진 최고출력만으로 300마력에 가까운 힘을 내주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고속 크루징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조금이라도 숨을 고르게 해 주면 의외로 빠르게 차 오르는 배터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충전량보다는 소모량이 더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행의 리듬이 끊기게 되는 것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자동차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면, 코너의 진입부터 탈출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멀티스테이지 THS-II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감속을 시도하면 강력한 회생제동을 동반한 즉각적인 제동을, 코너 탈출 시에는 적절한 회전수를 유지하여 뒷바퀴가 흐르는 일 없이 매끄러운 가속 응답성을 제공한다. 마치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진중하고 유기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감각으로 가감속이 연속된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섀시의 든든함과 정교함도 일품이다. 고급 자동차 전용의 최신예 ‘GA-L’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단단한 섀시와 하체, 그리고 낮은 무게중심을 갖춘 LC500h는 쿠페로서는 상당한 덩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이즈 작은 스포츠 쿠페에 근접한 기동력과 조종성을 선보인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운전자의 의도를 정직하게 차체에 전달하고 차체는 발빠르게 그에 상응하는 기동으로 화답한다. 스티어링 시스템(EPS)의 완성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하체는 급격한 기동에서도 안정감을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격한 기동에서도 차체 뒷부분이 쉽사리 흐르지 않고 올곧게 노면을 붙들어 맨다. 전반적으로 뉴트럴을 추구하는 언더스티어 성향이 엿보인다. 스포츠카처럼 팔팔하고 자극적인 움직임이나 상황을 연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코너를 빠르게 달리고 싶다는 운전자의 의지만큼은 충실하게 따라준다. 탄탄하고 진중하며 균형이 제대로 잡혀 골격과 준수한 조작성의 스티어링 시스템, 신기할 정도로 매끄럽고 리듬감 있게 동작하는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LC500h는 서킷은 물론, 일반 도로에서도 남다른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기자는 이미 지난해 LC500h를 서킷에서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서킷에서 보여준 LC500h의 정교함은 일반 도로에서도 이어진다. 유별난 정숙성과 안락함을 놓치지 않은 승차감, 그리고 매끄럽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멀티스테이지 THS-II의 특성이 남김 없이 발휘된다. 이 덕분에 누구보다도 화려한 외모를 지닌 쿠페이면서도 누구보다도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쿠페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면에는 충분히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달리기 성능을 품고 있어, 어떠한 요구에도 착실하게 대응한다. 그야말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가 가져야 할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LC500h가 가진 또 한 가지의 매력은 ‘연비’다. LC500h의 공인연비는 도심 10.5km/l, 고속도로 11.5km/l, 복합 10.9km/l다. 하지만 시승을 통해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조금 달랐다. 도심에서는 교통량의 변화에 따라 8~11km/l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반면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주행을 한 경우에는 평균 14.9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LC500h의 우수한 고속도로 연비는 또 다른 형태의 여유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렉서스 LC500h와 함께한 시간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오묘함’이다. LC500h는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미래지향적인 외모와 황홀할 정도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눈에 보이는 인상만으로는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거친 포효를 내뱉을 것만 같은 스포츠 쿠페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기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조용하고 정중하며, 여유로운 신사의 모습에 어리둥절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신사를 채근하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꽁꽁 숨겨 놓은 재주를 마음껏 펼친다. 그러면서도 운전하는 사람을 쥐고 흔들거나, 진땀을 빼게 하는 법이 전혀 없다. 운전자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퍼포먼스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정통에 가까운 그랜드 투어러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전통과 머나먼 거리가 있다.
이렇게 서로 안 어울릴 것만 같은 요소들이 혼재하고 있는 데서 발생하는 이 오묘함은 LC500h라는 차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LC500h는 렉서스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GT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GT의 모습이란, 타는 이의 위신을 세워주면서도 고속 크루징을 본업으로 하는 정통 유럽식 GT와는 다르다. LC500h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지속적인 고속 크루징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지만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선사한다. 물론, 기본기는 충실하기에 빠른 페이스의 스포츠 주행에도 충분히 어울려주지만 그 과정에서 조차 긴장보다는 여유가 더 느껴지는 신기한 차다.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까지 ‘여유’ 그 자체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렉서스가 생각한 GT의 모습이자, LC500h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