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회의 쇄신을 요구하면서 21일 단식정진과 기자회견을 통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 설조 스님(전 개혁회의 부의장, 법주사 운영위원장)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하고 있다.
8월 19일 설조 스님은 미디어붓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머물고 있는 법주사 내 토굴 응주헌(應住軒)을 비우라는 압박을 법주사 몇몇 사람들에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8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종단을 향해 최종 입장을 표명하기 직전 법주사의 핵심 간부가 응주헌으로 찾아와, (스님이) 자꾸 그러시면 스님에 대한 괴문서가 돌지 않겠느냐”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설조스님.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설조 스님은 “나처럼 강성으로 소문난 사람에게까지 이렇게 압력을 가하는 것을 보면 우리 종단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말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심지어 나와 가까운 스님이나 권속을 통해서까지 압박성 발언을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조 스님은 이와 관련 14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괴문서에 대해 전혀 개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설조 스님은 “종단 돌아가는 흐름을 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종단 최고 책임자의 위세에 눌려서, 그에게 밉보이면 뭘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에 종단을 쇄신을 하지 못하면 이 종단은 도저히 회생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추락할 수밖에 없으며, 이 종단이 정상적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종정이나 바르게 살아오신 원로들이 나서서 야단도 치고 바로잡으라고 호통을 쳐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으니 큰 일”이라고 토로했다.
설조 스님은 “군중의 힘으로 쇄신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종정이나 원로, 종단의 책임 있는 중진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스님은 이어 “이대로 가면 결국 군중집회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교단에 큰 혼란이 있고, 정작 세부적인 쇄신안이 나오기 힘들어서 종단의 개혁과 정상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거듭 종단의 책임 있는 원로들의 역할을 촉구했다.
스님은 특히 “지난 해 원로회의 소위원회에서 한 원로의원이 대처승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한 ‘이판승-사판승’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가 다른 한 원로의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철회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대처승 제도 도입도 심각한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다수 다른 원로들이 이 경천동지할 제안을 듣고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개탄했다.
설조 스님은 “어떤 압박이나 협박이 들어와도 종단을 바로잡기 위해 원로회의를 쇄신해야 한다는 나의 원력은 흔들림이 없다”며 “이유는 이 일을 교단에 대한 나의 마지막 봉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