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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외인부대 3...살인병기 외인 부대와 아마튜어 반군의 1: 1 밀림전투 |
(지난호에 이어 계속~)
삽화: 이기원 작가
당연히 전방에 거총을 한 채, 낮은 포복으로 몸뚱이를 끌어내리는 거다. 사위에 연막탄을 터트리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밀림지대에서는 그게 오히려 표적구실을 한다며, 리더가 만류했다. 밀림전투는 도시 게릴라전과 일반 전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적의 위치가 확인되면 조준사격이 아니라 자동응사로 그 일대를 총탄으로 휩쓴다는 거였다.
고무보트도 이미 교전을 확인했고, 전속력으로 해안에 당도했다. 그리곤 고무보트 선미에 달린 기관포로 엄호사격을 해댔다.
침투 조는 엄폐, 은폐물을 찾아 아예 바닥에 밀착한 채, 이동했다.
선두조가 전방에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버티면, 후미 조들은 가능한 신속하게, 후퇴해 자리를 잡았고, 선두조가 빠져나올 때까지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같은 방법으로 밀림전투를 치루며, 산자락 밑까지 내려왔고, 대기조였던 부대원들이 바추카 포를 장전해 산 중턱을 집중 타격했다.
연대지휘부는 치누크를 접선지점에 이미 띄웠고, 공격용 헬기도 함께 출격했다는 타전을 해왔다.
10개조는 2팀으로 나누어 퇴각을 시작했다.
보트 1척당 10명씩 승선해, 다섯 대가 먼저 빠질 때까지 나머지는 해안으로 밀고 내려오는 반군을 저지했고, 나무에 부착해둔 C4타이머가 시차를 두고 연속해 터지자, 선미를 재빨리 돌려 전속력으로 후퇴했다. 산중턱은 시한폭탄이 터지면서 불바다를 이루었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산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그 화염에 상당수 반군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게 유관으로 보일 정도였다.
침투 조 99명이 1Km 평방에 걸쳐 산개한 채로 버티다 지니고 있던, C4 1Kg를 전부 나누어 부착해, 그 일대에 들어선 반군은 전부 산산조각 났던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반군사령부 전체를 날려버릴 만큼, 많은 양의 C4를 소지했던 것인데,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한 셈이다.
먼 바다로 나와 지켜봐도 산 절반에 검붉은 화염이 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접선지점에 치누크가 도착하고, 곧이어 공격용 헬기들이 산 정상을 선회하며, 발칸 포와 로켓포를 쏟아내고 있었다. 짙은 어둠이 반군들의 생명선이었는데, 산 일대에 불이 나자, 그 너머 반군사령부의 형체도 드러났고, 대대적인 소탕이 이루어졌다. 연대지휘부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니카라과에 들여온 모든 공격용 헬기를 총동원,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포탄을 퍼 부었다. 예비탄약이 다 떨어질까, 걱정될 정도였다.
자일을 이용 치누크에 전원 복귀하자, 방향을 틀어 코스타리카 국경선을 타고, 내륙으로 향했다. 우측으로 상당히 먼 지점에 위치한 밀림지대 반군사령부는 불이 번지고 있는 게 목격됐다.
수도 마다과에 도착하자, 연대지휘부는 침투 조를 격려했고, 작전에 비록 실패했지만, 그와 버금가는 효과를 거뒀다며, 포상 휴가를 주었다.
그래봐야 마다과 시내 술집에서 여자들을 끼고 회포를 푸는 게, 전부다.
모 주방은 술도 못 먹으니, 끼일 자리가 아니었다. 술집 한 쪽에 설치된 슬롯머신 다섯 대를 차지하고 코인을 쑤셔 넣고 있었다. 1백 달러를 바꿔 1, 2, 3, 4, 5번까지 다 넣고 레버를 당겼다. 하지만, 슬롯머신을 하는 손님들이 없어서인지 다섯 대 다 코인만 잡아먹고, 토해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니카라과 현지 여인이 곁에서 구경하다 안 돼 보인 모양이다.
“그만해.”
“참견하지 마.”
그가 유창한 스페인어로 짜증을 냈다. 그럼에도 현지 여인은 막무가내였다.
“내가 서비스 잘 해줄 테니까, 차라리 그 돈 나나 줘.”
“웃기고 있네.”
“아이, 참.”
현지 여인은 그의 손을 치마 속으로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나, 섹스 잘해.”
“됐어!”
모 주방은 기겁하고 일어섰다. 중남미 여자들이 얼마나 헤프고, 지저분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4대대 GP 1중대로 돌아온 그는 음악을 틀어놓고,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와 텐트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제 작전이 좀 이상했어.”
“나도 들었어. 헌데, 반군사령관은 놓쳤다며?”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야. 반군을 지휘하는 놈이 그만한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몇 만 명을 다루겠어.”
모 주방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삽화: 이기원 작가
“사실 너나, 나나 돈 때문에 여기 왔지, 니카라과가 뒤집히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안 그래? 초강대국 미국의 코털을 자극하던지, 불알을 걷어차던지, 알게 뭐야.”
“네 말이 맞다.”
모 주방은 손목시계를 힐끗 대곤 그와 함께 일어섰다.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반군사령부 폭파작전이 실패했음에도 전화위복이 됐는지, 반군들의 거센 침공은 상당히 잦아들었다.
연대 지휘부는 이틈에 반군의 소탕작전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후방 산등성이에 포진했던 다른 중대병력까지 동원해, 밀림지대 수색에 나섰다. 반군사령부와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반군들의 전지배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반군들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고, 이제는 수색에서 매복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반군들이 다시, 밀림지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각 중대 포스트를 거점으로 밀림지대 정중앙 일대에 비트를 파고, 텐트를 쳐서 2인 1조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시간은 외인부대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휘 거점이 파괴되고, 일단 피신한 반군 사령관이 정렬을 재정비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반군들은 일단, 온두라스 국경지대에 은신했다, 지방출신들을 모아 병력증강은 물론, 쿠바로부터 무기수급을 지원받아, 밀림지대 재 장악을 시도한 것이다.
그 동안 비트에서 담배피고, 음악 듣고, 식사도 편히 하다, 어느 날 밤부터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것이다. 부대원들은 바짝 긴장한 채 경계태세에 돌입했고, 방어선 좌측과 우측으로부터 기습공격이 시작됐다.
보고된 바로는 좌측 방어선 맨 끝 1중대 부대원 5명이 야간에 목이 잘렸다는 것이다.
나흘 뒤, 뜸하던 기습이 반복돼, 우측 방어선에 매복하고 있던 인원이 3명이 또 사살됐다는 거다. 폭우가 쏟아지는 시점을 최대한 활용해 말이다.
지난 대 공세 때처럼 인해전술을 쓰지 않고, 외인부대 방어선 전방에 가까이 잠복해 있다, 심야를 틈타 하나씩 제거 하는 전술로 바꾼 것이다. 지뢰를 깔고 철선으로 부비트랩을 만들어 방어선 1백 미터 전방에 설치했지만, 반군들은 그 낌새를 눈치 챘는지, 양쪽 측면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날이 밝으면 반군의 근거지를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삽화: 이기원 작가
그럼에도 야간엔 어디서 나타나는지, 그림자처럼 다가와 부대원을 살해하고 튄 것이다. 미칠 노릇이었다.
반군들은 밀림이 아주 익숙해 지리를 잘 알고, 덤불이나, 나무 밑에 비트를 파고, 숨으면 발견할 수 없다는 걸, 이미 터득한 것이었다.
대대리더가 연대지휘부에 밀림지대 철수를 요청했지만, 안 된다는 것이다. 반군사령부를 저지 함으로서 후방 소도시 침투가 잠잠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희생이 좀 발생하더라도 밀림지대 철수는 불가하다는 거였다.
부대원들은 독이 오르기 시작했다. 반군과 외인부대 싸움이 아니라 1:1 군인 대 군인으로서 맞붙기를 원했던 것이다.
사실, 반군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다. 반군에게 강제로 잡혀 가, 총 쏘는 훈련만 받고, 게릴라전에 투입된 것이었다. 하기는 내전에 휘말린 나라치고, 정규전을 치룰 만한 군인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외인부대원들은 대부분 미군의 셀이나 해병대, 다른 나라 특수부대 출신들이다. 어쩌면 살인이 직업인 셈이다. 그런데, 번번이 당하니까, 부대원 전원이 살기를 품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늘 밤에는 제발 폭우가 쏟아지지 말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특히, 야간에 굵은 빗줄기를 맞게 되면,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기척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디서, 언제 반군이 덮칠지 모른다.
낮에도 부산스레 왔다, 갔다 하면, 그 부대원은 반드시 총알이 바람구멍을 낸다. 탄착지점을 어림해보면 우측 나무 위고, 어느 때는 정면에서
‘피-웅!’
하고 총탄이 날아온다. 반군 저격수도 소음기를 달고, 방아쇠를 당기는 터라, 방향은 어림해도, 어느 지점에서 쏘는지 알 수 없다.
밀림전투가 정말 지랄 같은 건 첨단장비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적외선 망원경을 소지해도 무용지물이다. 인체열선을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게, 주목적이지만, 밀림엔 동물들이 많아 반군을 식별하기 어렵다. 새들이 푸드득 날아오르면, 반군이 은신한 걸로 오인해 사격을 가해도, 엉뚱한 침팬지들이다.
어쨌든 부대원들 전원은 더 이상 당할 수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대대리더의 허가를 받아 방어선 일대 나무 위 곳곳에 받침대를 만들고, 올라가 경계를 자청했다.
모두 20명이 자원한 것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도 않았다. 생리현상도 다 혼자 처리 했다.
우선 시야가 확보되니까 안심이 됐고, 폭우가 쏟아져도 아래쪽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어, 최적이었다. 더구나 반군 저격수도 나무 위에 은신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이제는 같은 조건이 된 것이다. 동일 상황에서는 외인부대원들이 월등한 솜씨를 발휘한다.
방어선도 일직선에서 W자로 바꿔 틈새를 막았다. 비트 거점을 전후좌우로 배치해 앞, 뒤, 양 옆에서 경계하는 부대원이 아군을 서로 엄호하는 것이다. 그 효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반군은 외인부대 작전변경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이튿날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지자, 정체를 드러냈다. 우측 전방 나무 위에 은신했던 부대원이 빗속에 움직이는 반군 두 명을 발견했고, 무전기로 ‘두꺼비출현’을 알렸다. 그러자 위치를 파악한 지상 2인 1비트 조가 각자 정조준으로 사살했다. 작전변경 후 첫 전과였고, 좌측 후방에서 접근하던 반군 두 명도 발견 즉시 사살했다. 대대리더는 쾌재를 불렀으며, 연대지휘부에 즉각 보고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머리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일주일 째, 아군은 희생이 없었고, 반군은 침투하는 즉시 사살됐다.
그러자 이번엔 날이 밝은 뒤, 나무 위에 매복한 반군이 같은 방법으로 경계하는 부대원을 발견하고, 저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유는 나무와 나무 사이가 너무 밀집돼 탄착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후방 우측 나무 위에 거점을 지킨 부대원이 총구에서 번쩍하는 빛을 찾아 정확하게 타격했다.
지상조가 들어가 시신을 확인하자 짐작대로 쿠바군인이었다. 반군 중에 저격 라이플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척후 조 투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아챈 반군은 시간을 번만큼 확보한 병력과 무기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밀림지대에 거점을 확보한 외인부대를 밀어내려고, 아침부터 공격을 가했다.
외인부대는 당황하지 않고, 현 위치를 고수하며, 방어에 나섰다. 경화기조의 유탄발사기와 박격포, 로켓포, 바추카 포가 반군진영을 타격했고, 나무 위에 포진한 저격병들은 기관총으로 소사했다.
삽화: 이기원 자가
방어선 좌 우측은 물론, 정 중앙으로도 수천 명의 반군이 응사하며, 밀고 들어 왔으나 지지부진했다.
천만 다행인 것은 외인부대가 방어선을 변경하면서 지뢰와 부비트랩을 깔아놨던 게 효과를 본 것이다. 밀림지대여서 지뢰를 깔기도 쉬웠고, 반군이 발견하기도 어렵다. 부비트랩에는 철선을 연결한 수류탄이 매달려있었던 것이다. 방어선 근접거리로 접근하면, C4에 타이머를 장착해둬, 30초 안에 터지게 만들어놓았다.
또 방어선이 뚫리면, 습지 건너에 탱크와 야포, 장갑차는 물론 공격용헬기까지 대기 중이었다.
반군의 1차 대공세는 실패했다.
외인부대에는 전투경험이 풍부한 자원이 많았고, 각종 매설물로 그들의 인해전술을 효과적으로 타격했던 것이다.
2차공세가 시작됐다는 척후병의 무전이 습지너머 대대리더에게 전달되자, 이번엔 야포가 포문을 열었고, 탱크는 동체를 흙 무덤 위에 걸쳐 포신을 치켜들고 불을 뿜었다. 장갑차는 그래도 몸체가 가벼워 습지 건너 밀림지대로 밀고 들어가 위치를 선점한 뒤, 기관포를 작렬했다. 공격용 헬기도 20분 만에 상공에 나타나 발간포를 무차별 난사했다.
반군들은 거꾸로 밀림지대가 덫이 된 것이다. 나무와 넝쿨, 덤불 숲에 은신한 채, 꼼짝하지 못했다. 외인부대 방어선 전방은 후미 진지에서 가격하는 포탄에 쑥대밭이 되었고, 공격용 헬기에서 쏟아 붓는 로켓포에 불타올랐다.
그렇게 2차공세도 반군은 힘없이 실패했다.
외인부대원들은 반군의 잔존병력을 추격해 정리할 것을 연대지휘부에 타전했으나,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밀림지대 깊숙이 쫓아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피해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반군의 3차 공세는 시원치 않아, 단 하루 만에 물러갔다.
모 주방이 니카라과에 들어 온 지도 벌써 4개월이 됐다. 반군들과 교전을 시작하면 1주일이 금방금방 지나간다.
반군의 공세가 전만 못하다는 판단이 서자, 이제는 밀림지대를 다 뒤져 색출하라는 작전이 하달됐다. 연대지휘부는 반군 색출작전에 투입되기 1시간 전부터, 밀림지대에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고, 공격용 헬기를 띄워 수색작전에 동원되는 부대원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려 했다.
그는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와 한 조가 되어 전방을 맡았다. 4대대 병력 전원이 2인 1조로 산개해 간격을 유지해가며, 샅샅이 훑었다. 덤불은 대검으로 찔러보고, 나뭇잎이 쌓인 곳은 조심스레 기관총을 난사했다. 또 나무 위에도 주의 깊게 살피며, 잔존한 반군병력을 찾아 내려 했다.
오전이 지나 오후 3시가 접어들었는데도 단 한 명의 반군도 색출하지 못했다. 대대리더는 반군들이 아무래도 온두라스 국경지대로 깊숙이 피신한 것으로 판단했다.
외인부대원들은 일단 반군사령부가 있던 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그 동안 너무 강행군을 했기 때문이었다.
1주일 씩 샤워를 못했기에 너도, 나도 지하수를 연결한 수돗가에 줄을 지어 알몸을 드러냈다. 그리곤 음악이 다시 들렸다. 누군가 카세트를 튼 것이다. 레게뮤직이었다. 단순한 리듬이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찌 보면 자메이카와 유사한 정서를 지닌 니카라과 밀림 속에서 레게음악을 듣는 다는 게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초강대국 미국을 향해 거부의 몸부림을 치는 지정학적 처지가 같은데 말이다.
해 떨어지기 전에 전투식량을 배급 받아 모처럼 편안한 식사를 했다. 반군사령부는 나무로 지어진 2층이었지만, 지난번 공격용 헬기 공습에 다 파괴되고, 형체만 남아있었다. 허나, 지하로 연결된 공간이 상당히 넓었는데, 무기와 식량의 잔해가 가득했다.
부대원들은 텐트를 치고, 경계병만 남긴 채 잠을 청했다.
혹시, 기습이 있을지 몰라, 반군들이 만들어놓은 망루에 올라 사주를 살폈다. 2인1조로 2시간 씩 교대하는 터라 깊은 잠에 빠질 수는 없다. 모두 네 곳에서 경계근무를 서기 때문에 각 초소를 맡은 중대원은 대부분 날이 밝기 전까지 전원 투입된다.
사흘 뒤, 연대지휘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밀림지대 거점은 3중대가 맡고, 나머지 인원은 온두라스 국경지대로 이동하라는 것이다. 반군사령관을 체포하든지, 사살하든지, 둘 중에 하나라도 마무리를 지으라는 재촉이다.
결국 1, 2중대가 행군에 나서야 했다.
4중대는 대대캠프에서 탱크와 야포, 장갑차, 그리고 공격용 헬기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1중대는 모 주방과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가 선두에서 밀림을 헤쳐 나갔고, 2중대는 후미를 엄호하며, 전진했다. 완전군장은 상당히 거추장스러웠으나, 그렇다고 내 팽 게 칠 수는 없다. 배낭에 식량과 침낭, 우의, 휴대용정수기까지 들어 있어서다. 이곳 물은 잘 못 먹으면 설사하고, 배탈이 난다. 그래서 식용 수는 반드시 휴대용정수기에 걸러서 마셔야 한다. 필터는 1회용인데, 한 번 쓰면 버린다. 배낭 속에 장시간 보관하면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이다.
계곡을 따라 반나절을 행군했지만, 중대리더들은 나침반과 지도로 진행 방향을 정하고, 계속 이동했다.
연대지휘부는 반군사령관이 온두라스 국경을 넘어 쿠바로 도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타전해 왔다. 수색에 나선 2개 중대 리더와 부대원들이 참조하라는 사항이었다.
야간에도 행군을 지속해, 카리브 해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낮은 산맥 정상에 당도했다. 3Km를 더 가면 온두라스다.
국경선을 넘어도 온두라스는 별 불만을 터트리지 않는다. 국경선을 따라 수비대를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군이 존재하기는 해도 중남미국가들 대부분 그렇듯 경제력이 충분치 않아 대통령궁과 수도 치안관리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는 탓이다.
중대리더들은 일단 숙영지를 확보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시각은 새벽 2시였다.
각자 텐트를 치고, 완전군장을 벗어 등에 댄 채, 잠시나마 눈을 붙이고 있는데, 전방에 나갔던 경계병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해와, 2개 중대 전원에게 비상이 떨어졌다. 부대원들은 재빨리 텐트를 걷어 군장에 쑤셔 넣고, 각자 은폐, 엄폐물을 찾아 신속하게 몸을 숨겼다.
알고 보니, 반군의 정찰조가 반군사령부에 거점을 확보한 후, 휴식을 가졌던 외인부대를 관찰하고 있었고, 1, 2중대의 행군을 따라 거리를 두고, 미행한 것이었다.
모두들 등골이 오싹했다.
중대리더들은 1중대 1소대는 좌측, 2소대는 우측을 돌아 수색하라는 것이었다. 2중대 1소대는 나무 위로, 2소대는 전방을 사주경계하며, 전진해 살폈다. 나머지 4개 소대는 후미로 더 물러나, 거총자세를 취했다. 혹시, 반군사령관을 호위하는 친위대가 기습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시간이 넘도록 아무 낌새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계를 풀 수 없어, 수색은 계속됐다.
어느 새 동이 트고 있었지만, 숙영지에 집합을 명령할 수 없었다. 반군진영에 인접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된 것이다. 부대원간의 의사전달도 무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수신호로 했다.
중대리더들은 척후 조를 온두라스 국경선까지 들여보냈지만, 반군진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부대원들은 모두 허탕 친 거 아니냐고, 투덜댔다가도 일단 교전을 피할 수 있었다는데, 안도했다.
1중대리더가 연대지휘부와 무전을 주고받았다. 캠프포스트 1이 지목한 지점에 반군들이 없다는 보고와 향후 작전을 하달 받았다.
온두라스 산악지대로 피신한 것 같다는 판단이었는데, 연대지휘부는 현 지점에서 대기하라는 지시였다.
할 수 없이 다시 숙영지를 확보, 각자 텐트를 쳤고, 군장에 기대 휴식을 취했다.
헌데, 조금 전까지 말짱하던 태양이 먹구름에 가려지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대원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우의를 걸치고, 텐트를 거둬 군장에 끼운 채 엄폐, 은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아니나 다를까, 온두라스 국경선너머에 비트를 파고, 은신해있던 반군들이 기습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교전이 벌어졌다. 숫자는 몇 안 되는 것 같은데, 로켓포와 박격포를 쏘아댔다.
모 주방은 나무 밑 둥지에 몸을 숨기고, 정신 없이 응사하는데, 뭐가
‘쑤-익!’
하며 머리 위를 스쳤다. 그리곤
‘악!’
하는 비명과 함께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 대원 얼굴이 사라졌다.
사화ㅣ 이기원 작가
로켓 포탄이 그를 직접 타격한 것이다. 거의 반년을 생사고락을 같이한 파트너였을 뿐 아니라, 너와 나는 아주 먼 선대엔 같은 핏줄임을 강조하자 무척 좋아했었는데, 졸지에 사망했다. 경황없이 우지기관총을 난사하는 모 주방의 등 위로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 몸뚱이가 풀썩 엎어졌다. 그리곤 찢겨진 목 줄기에서 검붉은 피가 뒤늦게 꾸역꾸역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의 몸뚱이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난 피를 뒤 집어 쓰며, 나무 등거리에 기댄 채 꼭 끌어안았다. 자기 때문에 죽은 것 같아서다. 녀석이 앉고, 자신이 서 있었다면, 로켓 포탄은 자기 얼굴을 후려쳤을 것이다.
너무 황당해 눈물도 안 나왔다. 얼마간 장대 같은 소나기성 폭우가 그치자 거짓말처럼 반군의 기습도 멈췄다. 장대 같은 빗줄기를 뚫고 핑! 핑! 날아다니던 총알도 뚝 끊겼고, 갑자기 정적이 감돌았다. 등골이 오싹할 만치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 우거진 나무들 잎사귀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뼈마디 시릴 정도로 고요를 깰 따름이다.
중대리더들은 부대원의 피해상황을 확인했는데, 다른 인원은 다 멀쩡했으나 정말 재수 없게, 인디오 혈통 멕시코 계만 사망한 것이다. 이제 막 서른이었는데 말이다. 부대원들 모두 어이없어했다. 겨우 40분간 벌어진 교전에서 죽다니 말이다. 더구나 얼굴을 로켓포에 맞아서...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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