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0년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신분의 제약이 엄격했던 조선 시대, 천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장쇠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왕의 호위무사에 오르기까지의 일대기가 펼쳐지는 성장 소설이다.
나라에서는 늙은 소를 제외한 소의 도살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장쇠의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남몰래 소를 도축하였고, 그 사건이 들통 나 야반도주를 해야만 했다. 도망자 신세로 살아가던 중에 부모가 잡혀가게 되고, 어린 장쇠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으로 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동무였던 육손과 그의 딸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다부진 체격에 힘이 넘쳤던 장쇠는 여느 천민들처럼 굽혀 살고 싶지 않은 마음, 용맹하고 호기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 더 나아가 나라의 녹을 먹는 착호갑사가 되면, 그리 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꿨다.
장쇠는 틈만 나면 활 쏘는 연습을 하였고, 어느덧 장골의 사내가 되었다.
어느 날 어린 단종 임금의 숙부인 병판 대감이 호랑이 사냥을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장쇠네 집에 유능한 사냥꾼인 육손을 데려가기 위해 관군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징집되어 몸을 다쳤던 육손, 그를 대신해 장쇠는 호랑이 몰이꾼으로 자원한다. 병판 대감과 함께 호랑이 사냥을 나서게 된 장쇠. 과연 그는 여기서 자신의 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꿈꾸던 착호갑사가 될 수 있을까?
목차
1. 도망자의 아들 … 6
2. 칼잡이가 찾아온 날… 27
3. 오래된 약속… 43
4. 활을 익히다… 69
5. 호환… 87
6. 착호인, 장쇠… 111
7. 착호갑사를 꿈꾸다… 127
8. 누명… 148
9. 강을 건너는 아이… 165
10. 다시 한양으로… 185
작가의 말... 206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심진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이 전쟁을 끝내고 나라를 하나로 이룬 이듬해인 1976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학생 시절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냈다. 교사가 되고 나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딱히 동화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인지 공모전마다 낙방하기를 4년. 마지막이라고 마음먹고 보낸 동화가 201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여전히 교실에서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아웅다웅 애쓰며 살고 있고, 앞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동물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쓰려고 한다. 장편동화 『조직의 쓴맛』, 단편동화집 『아빠는 캠핑 중』을 펴냈다.
출판사 리뷰
배움이 얼마나 큰 기회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
『강을 건너는 아이』는 꿈조차 제 뜻대로 꿀 수 없었던 백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선 시대, 백정은 갓을 쓸 수 없고, 여자는 저고리에 검은 표시를 해야 했다. 결혼할 때는 가마를 못 탔고, 죽어서도 상여를 못 탔다. 천민이라는 신분에 갇혀 억울하게 당함에도 그것이 억울한 일인지를 몰랐던 사람들. 백정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 배우지 못하기에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함은 아는 이들의 거짓말에 쉬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양반은 지식을 가진 권력자였고, 백정은 휘둘릴 수밖에 없는 희생양이었다. 그 시절 백정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오직 부모의 억울함과 고된 일뿐이었다.
『강을 건너는 아이』는 천민이 어리석은 게 아니라, 어리석도록 만들어진 것임을 이야기한다. 소를 도축하는 아버지와 똑같이 백정이 될 운명이었던 장쇠. 그러나 아버지가 남몰래 소를 죽여 끌려간 탓에 뜻하지 않게도 아버지의 친구였던 육손과 지내게 된다. 그로부터 배우는 사냥 기술, 그것은 장쇠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새로운 운명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강을 건너는 아이』는 배움의 기회가 있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장쇠보다 더 큰 꿈을 꾸고 나아가라고 독려하고 있다.
“활을 배워 볼 테냐?”
- 69쪽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
『강을 건너는 아이』는 천민 장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신분이기에 자칫 우울한 배경이 이어질 것 같지만,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이야기는 긴장감 속에 웃음꽃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
“뭐야? 이제 열둘이라고? 이제부터 누님이라고 불러라. 알겠냐?”
“내가 왜 널 누님이라고 불러? 나보다 키도 작은 게.”
“뭐? 나 너보다 한 살 많거든. 너 눈도 못 뜨고 엄니 젖 먹고 있을 때 난 여기 뛰어다니고 있었다고.”
장쇠는 산속에 살고 있던 복례와 첫 만남을 가지며 나이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인다.
“난 개똥이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할 때 그 개똥이. 이름이 촌스러워야 명이 길다고 아버지가 그렇게 지어주셨어.”
“누가 물어봤냐? 조용히 좀 해.”
착호인이 되어 개똥이를 만난 날, 개똥이는 제 또래로 보이는 장쇠를 보고 반가워 조잘조잘 계속 말을 붙인다.
『강을 건너는 아이』의 장쇠는 이야기 속에서 여러 캐릭터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들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정을 쌓는 모습을 보면, 그때까지의 긴장감이 완화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양반, 천민 할 것 없이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강을 건너는 아이』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위트 있는 대사 등을 통해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이 내 삶을 풍요롭고, 나를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이미지에 친숙한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에 강렬함을 더한 삽화
삽화란 글의 내용을 보완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과 관계되는 인물이나 정경을 묘사한 그림을 뜻한다. 역사동화의 삽화는 그 묘사가 대체로 오래된 이야기라는 바탕 위에 그려지기에 인물이나 배경 등의 느낌이 엇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을 건너는 아이』는 거칠고 투박한 천민들의 이야기가 선 굵으면서도 함축된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분홍, 노랑, 파랑 등의 색으로 가득 채워진 배경 위에 주요 인물이 부각된 단순한 형태의 그림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구조를 독자들이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특히 그림을 가득 채운 색체감이 돋보이는데, 이는 기존 역사동화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컬러들을 과감하게 사용함으로써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역사 동화를 많이 읽은 독자든 아니든 『강을 건너는 아이』를 보면 ‘아, 역사 이야기의 그림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자극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