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2월의 그믐이 가까운 봄밤.
대청호 산중턱의 H화백님의 초대를 받았다.
평소 와인을 즐기시며 사색적이고 호방한 드로잉과
레고라는 특별한 도구로 대작의 산수화를 그리는 유명화가이시다.
몇 번 이 곳 화실과 집을 방문하면서
매화꽃이 피면 매화꽃 아래서 한잔 하자던 약속이 이루어진 날이었다.
마침 저녁이지만 기온이 올라가 매화꽃 아래에서 마시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가 더욱 반가웠다.
우리는 메화나무 밭에 자리를 잡았고
사모님은 독일식 족발인 슈바이네 학센과 손수 재배한 표고버섯전을 해 오셨다.
사모님은 황병기 선생님께 사사하시고 모 대학에 출강하시는 가야금 연주자이시다.
충분히 디켄팅해 순해진 와인이 매화향과 잘 어우러진다.
저녁 어스름이 몰려오자 매화의 향이 깨어났다.
어둠 속에서 더욱 밝아오는 술과 꽃의 암향들!
어둠으로 벌들이 퇴장하자 별들이 떴다.
청매화원 하얀꽃들의 장막에 둘러 싸여 있는데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천정을 장식한다.
이윽한 밤, 사모님께서 매화꽃을 띄운 따순 차를 내오셨다.
그 연록의 차에 띄운 작고 여린 매화꽃 두 송이.
잎보다 먼저 핀 매화꽃에 새 잎이 돋아 나는 듯했다.
연록의 차가 연초록 매화향의 날개를 편다.
그렇게 시간을 잊고 풍경에 재즈까지 입히면서 즐기는 동안
카메라는 봄 별들과 우리를 기록해 주었다.
자기전 듣기 좋은 재즈; The Blue Room - Chet Baker
< 可 人 송 세 헌 >
첫댓글
梅香 매향 그윽한 봄날,
초대 받은 그 분위기에 취하고 갑니다.
늘 건강 행복하세요 !
모처럼 좋은 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군요
멋진 글을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