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바라춤)
<웅진산방에서>
이홍사
소리는 소리를 품고 있다
안경알 너머 몸을 푸는
소리의 알맹이
북이 찢어진다
북 등이 운다
번쩍이는 저 소리
바라
소리 속의 소리 손짓한다
하얀 꼬깔 위로 냉큼 올라앉은
바라 소리
소리를 휘감아 던져올리는 허공
속눈썹 속으로 열리는 입
앙다문 입술이 수태하는 무아지경
사뿐 돌아서며 밀어놓은
사바의 소리 질그릇
소리로 찢은 하늘 한 뼘
질그릇 노리개 던져 넣는
저 소리의 그림자
한 어린 소리의 빛깔
가거라
귀가 없는 것들
눈을 내리깔고 초연히
지산 앞들 돌려 휘감은 소맷자락
바라 소리를 마저 휘감아 흩뿌려
염불 소리 속이 깊어졌다
전율 보폭이 넖어졌다
홀연 들판에 내려앉은 하늘
제 몸을 씻고
바라 속에서
소리를 따라 휘감기며
마 하 반 야 바 라 밀 다
북이 찢어진다
바라춤 속으로
하늘이 온전히 다시 길을 열었고
지긋한 부처 눈길에 녹는 춤
스민다
깃든다
염통으로 추는 춤사위
바라춤 속의 소리 한 줄기
펄럭이며 제 귀를 뜯는
소리는 소리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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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이 느껴지는 뜨락
소리 (바라춤)
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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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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