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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나리 개나리 /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꺽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들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꺽는다
💙핵심 주제: 죽은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특징: 밝은 봄의 이미지(개나리)와 대비되는 화자의 비극적인 정서를 표현함.
배경: 어린 시절 누이의 죽음이라는 실제 시인의 자전적 경험이 투영됨.
3. 식물 개나리 상식
꽃말: 희망, 기대.
이름 유래: '나리(백합)'와 비슷하지만 질이 조금 떨어진다는 의미의 접두사 '개-'가 붙어 만들어짐.
개화 시기: 주로 3월 말에서 4월 초,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이 특징.
❤️꿈 이야기 / 조지훈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모롱잇길로
꽃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1. 핵심정리
갈래: 현대시, 서정시
성격: 관조적, 환상적, 상징적
제재:꿈속의 풍경 (마을, 꽃상여, 바다)
주제:삶과 축음의 일체감, 혹은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된 세계에 대한 인식
💛특징: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나오는 '액자식 구성' 혹은
수미상관적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꿈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빌려 삶과 축음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색채 이미지(해바라기의 노란색, 바다의 파란색등)와 청각적 심상(닭 울음소리, 피리 소리)을 활용하여 시적 분위기를 형상화했습니다.
'~었다'와 같은 과거형 시제를 사용하여 꿈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사적 진술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빈집속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 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 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 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1.핵심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사색적, 관조적, 성찰적, 비유적
제재: 빈집(마음)
주제 끊임없이 비워지고 채워지는 마음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평온함의 추구
💛특징:
1. 추상적인 대상인 '마음'을 구체적인 사물인 '빈집'에 비유하여 형상화함
빈집'에 들어왔다 나가는 다양한 풍경들(독사, 청
보리발, 전나무 숲 등)을 통해 마음의 가변적인 상태를 드러냄.
2. 감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내면의 정서를 표현
함(시각적 심상 등).
불교적 사유(미륵, 공(꽂))를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줌
.자연물(전나무 숲)의 침묵을 통해 세속의 상처(잔혹한 말들의 세월)를 치유하고 견디는 힘을 얻음
❤️역사(曆史) / 신석정
1
저 하잘것없는 한 송이의 달래꽃을 두고 보드래도, 다사롭게 타오르는 햇볕이라거나, 보드라운 바람이라거나, 거기 모여드는 벌나비라거나, 그보다도 이 하늘과 땅 사이를 어렴풋이 이끌고 가는 크나큰 그 어느 알 수 없는 마음이 있어, 저리도 조촐하게 한 송이의 달래꽃은 피어나는 것이요, 길이 멸하지 않을 것이다.
2
바윗돌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저 애잔한 달래꽃의 긴긴 역사라거나, 그 막아낼 수 없는 위대한 힘이라거나, 이것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내가 찬양하는 것도, 오래오래 우리 마음에 걸친 거추장스러운 푸른 수의(囚衣)를 자작나무 허울 벗듯 훌훌 벗고 싶은 달래꽃같이 위대한 역사와 힘을 가졌기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요,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3
한 송이의 달래꽃을 두고 보드래도, 햇볕과 바람과 벌나비 와, 그리고 또 무한한 마음과 입 맞추고 살아가듯, 너의 뜨거운 심장과 아름다운 모든 것이 샘처럼 왼통 괴어 있는, 그 눈망울과 그리고 항상 내가 꼬옥 쥘 수 있는 그 뜨거운 핏줄 이 나뭇가지처럼 타고 오는 뱅어같이 예쁘디예쁜 손과, 네 고운 청춘이 나와 더불어 가야 할 저 환히 트인 길이 있어 늘 이렇게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요,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1. 핵심 정리
갈래: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성격: 상징적, 의지적, 예찬적, 현실 참여적
제재: 달래꽃
주제: 연대와 화합으로 역사를 이끌어 가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과 저력
💛특징:
소박하고 보잘것없는 자연물(달래꽃)을 통해 민중의 속성을 형상화함
자연 현상(꽃이 피는 과정)을 통해 인간 사회의 연대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함
~것이요', '~것이다'와 같은 단정적인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화자의 확신을 드러냄
시구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시적 상황을 부각함
부정적 현실(얼어붙은 대지, 수의)과 긍정적 생명력(달래꽃, 자작나무)을 대비함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
*혁명 : 화자가 추구하는 가치
*방만 바꾸어 버렸다 : 일상적 삶의 무의미한 변화
*싸우라 싸우라는 말 : 과거 화자의 모습
*헛소리 : 혁명이 실패한 후의 허무함
*어둠 : 혁명이 실패한 후의 좌절감
*모든 노래 : 혁명을 꿈꾸던 열정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 : 과거 화자의 모습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 버리고 말았다. : 혁명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 패배감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 열정이 식은 모습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 현실을 받아들이며 사는 지혜가 생김
*달콤한 의지의 잔재 : 과거 혁명에 대한 낭만적 인식
*쓰디쓴 담뱃진 냄새 : 혁명의 실패로 인한 좌절
*바꾸었지만, 되살아났지만 : 현재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다른 상황이 나타날 것임을 짐작하게함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읽어도 : 과거 화자를 지탱해 주던 것들의 상실, 혁명 과정의 낭만적 정서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 혁명의 실패 이후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자리에 희망이 생겨남. 좌절과 허무의 극복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비판적, 참여적, 희망적
▶어조 :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성찰의 어조
▶주제 : 혁명의 좌절과 환멸감, 그 속에 남아 있는 혁명의 유산
▶특징 :
역사적 현실의 미묘한 변화를 그려 낸 시대성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와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등의 반어
이유 없이 같이 마을 아낀 표현
이해와 감상
4.19혁명으로 독재 정권이 타도되고 시민들은 그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구부에 의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다시 독재 정권이 자리 잡게 된다. 이 시는 1960년 10월경에 지어진 작품으로 4.19의 혁명 정신이 이어지지 못하고 혼란 속에서 국민들이 공포에 질려 있던 때이다.
이 시는 4.19혁명의 실패 이후 나타나는 화자의 내면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1연에서는 혁명 실패 후 바꿔 버린 방을 보면서 느끼는 화자의 자책이, 2연에서는 그 결과 나타나는 화자의 메마른 삶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핵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독백적, 반성적
제재 : 유랑인의 외롭고 무기력한 삶과 성찰
주제 : 무기력한 삶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
💛특징:
1. 산문적 서술 형태이나, 쉼표를 통해 내재율을 획득함
2. 편지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근황을 드러냄
3. 토속적 소재의 등장과 사투리를 구사함.
4. 독백체의 어조와 토속어의 사용
5. 시상을 전환하여 화자의 심리 및 태도의 변화를 드러냄
❤️설악부(雪岳賦) / 박두진
1
부여 안은 치맛자락, 하얀 눈바람이 흩날린다. 골이고 봉우리고 모두 눈에 하얗게 뒤덮었다. 사뭇 무릎까지 빠진다. 나는 예가 어디 저 北極이나 南極 그런데로도 생각하며 걷는다.
파랗게 하늘이 얼었다. 하늘에 나는 후 입김을 뿜어 본다. 스러지며 올라간다.
고요 하다. 너무 고요하여 외롭게 나는 太古! 太古에 놓여있다.
2
왜 이렇게 자꾸 나는 山만 찾아 나서는겔가? 내 永遠한 어머니.... 내가 죽으면 白骨이 이런 양지짝에 묻힌다. 외롭게 묻힌다.
꽃이 피는 때, 내 푸른 무덤엔, 한포기 하늘빛 도라지꽃이 피고, 거기 하나 하얀 山나비가 날려라. 한마리 멧새도 와 울어라. 달밤엔 杜鵑? 杜鵑도 와 울어라.
언제 새로 다른 太陽, 다른 太陽이 솟는 날 아침에, 내가 다시 무덤에서 復活할 것도 믿어본다.
3
나는 눈을 감아본다. 瞬間 번뜩 永遠이 어린다..... 人間들! 지금 이 땅위에서 서로 아우성 치는 數 많은 人間들이, 그래도 滅하지 않고 오래 오래 世代를 이어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우리 族屬도 이어 자꾸 나며 죽으며, 滅하지 않고, 오래 오래 이 땅에서 살아갈 것을 생각한다.
언제 이런 雪岳까지 왼통 꽃동산이 되어, 우리가 모두 서로 노래치며, 날뛰며, 진정 하로 和暢하게 살아볼 날이, 그립다. 그립다.
핵심정리
▶갈래 : 현대시
▶주제 :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미래 전망
▶특징
자연물에 의미를 부여하여 동경하는 삶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구성
1연 : 설악산에 대한 기본적인 느낌과 정서
2연 : 설악산을 찾는 이유와 관련한 적극적인 의미 부여
3연 : 민족과 인류 역사와 관련된 설악산의 의미 확장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시 전체를 1, 2, 3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중심 서술 대상인 설악산에 대한 화자의 상념이 시상의 흐림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시가 창작된 시기인 일제 강점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유구한 민족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민족적 수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을 노래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길의 노래 / 이기철
내 마지막으로 들 집이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이 아니면 또 어디겠는가
연지새 짝지어 하늘 날다가 깃털 하나 떨어뜨린 곳
나의 마음속 조용한 고향은 바로 거기
바람이 풀잎을 쓰다듬는 소리와 새들의 노래가 어우러지는 곳
하지만 이 세상은 나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현실의 족쇄에 묶여 내 마음은 헤매고 있다
마치 길 잃은 여행자처럼
나는 내 진정한 집을 찾아 헤매고 있다
나의 마음속 고향인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으로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
거기서 나는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기를
이기철의 '길의 노래'는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욕망과 현실의 한계 사이의 갈등을 다룬 시입니다.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의 속박에 묶여 있습니다. 그는 길 잃은 여행자처럼 자신의 진정한 집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이 시는 서정적인 언어와 은유를 사용하여 시인의 내면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은 시인의 마음속 고향이며, 그는 언젠가는 거기로 돌아가 평안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기철의 '길의 노래'는 현대인의 삶의 조건을 반영하는 시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연과의 연결을 갈망하지만, 현실의 요구 사항에 의해 제약받습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 진정한 집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거기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주제: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욕망과 현실 한계 사이의 갈등
표현: 1) 서정적인 표현을 통한 심리 표현, 2) 내적 욕망과 현실적 욕망 사이의 갈등
이해와 감상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의 속박에 묶여 있습니다.
시인은 길 잃은 여행자처럼 자신의 진정한 집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시인은 언젠가는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으로 돌아가 평안을 찾기를 바랍니다.
❤️황혼(黃昏)(<신조선>1935.12) 이육사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게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 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 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내일(來日)도 또 저 푸른 커튼을 걷게 하겠지.
암암(暗暗)히 사라지는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 보다.
*암암히: 기억에 남은 것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하게. 또는 깊숙하고 고요하게. (처음 이 시가 발표된 잡지는 정정(情情)히로 되어 있으나 이를 오식으로 보고 암암히로 교정한 초판본 시집의 표기에 따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가 우세함. 상기는 『육사시집(1946)』 초판본에 따라 표기한 것임.)
핵심정리
▶감상의 초점
이육사 시인의 시는 대개 침울하고 부정적인 분위기로 흐른다. 그것은 아마도 식민지 체제하에서 그가 겪었던 고뇌의 빛깔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 <황혼>에서는 참다운 인간애의 추구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는 황혼이 몰려드는 가운데 시인의 골방 즉 정신의 방을 구원(救援)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자가 처해 있는 배경인 골방과 황혼의 함축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골방은 화자가 처해 있는 밀실(密室)이지만 도피의 공간이 아니고, 번민과 고뇌를 통하여 지구의 반쪽을 내다볼 수 있는 열려진 공간이다. 황혼은 스스로는 사라지면서도 더욱 붉은 빛으로 모든 것을 품안에 안을 수 있는 사랑, 평화, 안식의 시간을 뜻한다.
이러한 따뜻한 인간애의 터전에서 시인은 수녀(修女), 수인(囚人), 사막의 행상인, 밀림의 토인 등 모든 약하고 괴롭고 외로운 인간들에 대한 참다운 인간애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성격 : 서정적, 상징적
▶어조 : 독백과 기원의 어조
▶제재 : 황혼(黃昏)
▶주제 : 따뜻하고 숭고한 인간애(人間愛).(황혼을 통한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 추구)
▶특징 :
상징과 비유(의인, 직유)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함.
관념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함.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자연물에 대한 화자의 인상을 드러내고 있다.(부드러운을 통해 황혼의 긍정적인 속성을 촉각적 이미지로 드러내고 있다.)
시간적 배경을 활용하여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황혼의 시간을 배경으로 고독한 인간의 삶을 깨닫고 소외된 존재를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
특정한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애정을 보여 주고 있다.(황혼을 청자로 설정하여 정성된 맘으로 황혼을 맞아 들이고 있음)
◎ 약하고 고독하기 그지없는 인간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 절정을 이루는 제4연의 마지막 두 행,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는 육사 특유의 표현 방식으로써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원적인 인간애의 토로이며, 세계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포괄적으로 나타낸 감동적인 대목이다.
구성 :
① 자신과 인간의 처지 인식(제1연)
② 인간에 대한 애정의 갈망(제2연)
③ 애정의 대상 제시(제3,4연)
④ 아쉬움과 내일의 기대(제5연)
💜연구문제
1. 이 시의 시작 동기가 압축되어 나타나 있는 시행을 찾아 쓰라.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2. 1920년대 초기의 낭만파 시인들이 흔히 쓰는 밀실(密室)과 이 시의 ㉠은 의미상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70자 내외로 설명하라.
▶1920년대의 밀실은 도피처로서의 폐쇄적 공간을 뜻하지만, 이 시의 골방은 지구의 반쪽을 내다볼 수 있는 곳으로, 열려진 공간이다.
3. 이 시의 ㉡이 상징하는 의미를 쓰라.
▶현실과 이상 세계의 통로.(죽어가면서 더욱 붉은 빛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
4. 이 시에서 ㉢은 여러 가지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1)그러한 시어들을 찾아 쓰고, (2)그 이미지들이 지닌 공통점을 쓰라.
▶(1) 별들, 수녀들, 수인들, 행상대, 토인들 (2) 이 이미지들은 소외 당하고 고통 받는 존재라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육사의 실질적인 등단작으로 골방에 있는 화자가 청자인 황혼에게 말을 건네는 독특한 화법으로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화자가 처해 있는 골방과 황혼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골방은 20년대 초 {백조} 동인으로 대표되는 감상적 낭만주의 시인들이 일률적으로 추구하던 밀실과 같은 현실 도피의 공간이 아니다. 이 골방은 화자인 시인이 번민과 고뇌의 비극적 자기 인식을 하게 되는 공간이며, 황혼은 식민지 현실 상황의 화자에게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세계이다. 그러기에 화자는 커튼을 걷으며 외부와 차단된 고독감 속에서 안식과 평화의 황혼을 맞아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먼저 이 시의 형태는 5연 20행에, 각 연이 4행씩 조금의 변형도 없는 정형적 형태이다. 이로 미루어 육사의 시 의식이 한시나 시조와 같은 전통적인 시 형태를 현대적으로 수용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연의 시 형태를 시상에 따라 나누면 다음과 같이 3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단락은 1연으로 전제 부분에 해당하며 화자의 독백 형태로 되어 있다. 2단락은 2․3․4연으로 황혼이라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소망을 기원문 형식을 통해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본문 부분이다. 3단락은 5연으로 다시 화자의 독백 형태로 되어 있으며 해결 부분에 해당한다.
1연에서는 이 시의 핵심적 이미지인 골방과 황혼의 대립적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커튼은 황혼의 우주와 골방의 중간 위치에 존재하며 걷고 맞아들이는 화자의 행위에 의해 외부 세계를 그의 내면 세계와 연결시켜 주는 통로 구실을 한다. 이에 따라 온 세상으로 번지고 스며들어 끝없이 확대되는 황혼이 골방으로 비쳐 들어오게 됨에 따라 골방의 폐쇄성은 황혼이 펼쳐진 우주로 개방, 확장될 수 있다.
2연에서는 존재의 외로움을 인식한 화자가 황혼의 손에 입을 맞추던 소극적 행위에서 황혼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에게 / 나의 입술을 보내는 적극적 행위로 변모하게 된다. 이로써 화자는 골방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황혼만큼 확대되게 된다. 그 모든 것이란 바로 3연에서의 별․수녀․수인과, 4연에서의 행상대․토인들로, 2연에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들이 3․4연에 이르면 확실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분명해진다. 이것들은 모두 버림받은 것, 쓸쓸한 것, 외로운 것들로 화자는 그들을 부드럽게 안아 뜨거운 입맞춤을 보낸다. 이렇게 끝없이 확대되는 황혼에 의해 그 외로움이 해소되게 함으로써 화자와 대상 사이에 있는 거리감이 무너지게 되고, 공통된 의미의 동일성으로 화해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화자가 자신이 추구하려는 안식과 평화의 세계를 단지 자신에게만 실현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외로운 것들에게까지 확대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포용성이 바로 육사의 조국애, 민족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며, 나아가 그를 조국의 광복을 위해 처절한 역사 현장 속으로 뛰어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5연에서 우주를 감싸 안은 화자의 포용성과 의지는 황혼의 사라짐, 시간의 유한성에 의해 인간의 꿈과 한계를 일깨워 주고 있다. 황혼이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찾아와 주리라는 확신을 가지면서도, 암암히 사라지는 시냇물 소리 같아서 / 한 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를 것 같다는 우려를 보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안한 현실 상황을 극복하고 안식의 세계로 향하려는 적극적인 저항 의지로 발전함으로써 후일 <절정>, <광야>로 대표되는 항일 저항 문학의 정수를 펼쳐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구의 반쪽이라는 구절은 제국주의의 지배 국가와 피지배 국가로 지구가 양분되어 있던 당시의 국제 정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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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황혼은 밝음이 어둠으로 빨려들고 융합되면서 우주와 대지를 또렷이 인식케 한다. 황혼이란 이미지가 갖는 일반적인 의미로 한정지어 시를 읽자면 그리움이나 안타까움 등이 먼저 묻어날 수 있겠다. 그러나 시인이 시를 쓸 당시의 시대상황과 배경을 살핀 뒤 문맥을 짚어보면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시인은 5월 어느 날 골방의 커튼을 걷으며 황혼에 젖은 바다와 그 위를 나는 갈매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골방에 난 창을 통해 지구의 반쪽까지 내다본다. 아니 어쩌면 이 예사로운 정경은 상상 속의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황혼은 암묵 속으로 사라져가면서도 더욱 붉은 빛을 토해내어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시인은 그것을 크나큰 사랑으로 여기며 자신도 황혼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과 외로운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과 추위에 떨고 있는 감옥의 그 많은 수인들과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와 아프리카 토인들 모든 외롭고 힘든 존재들에게 입술을 보내어 뜨거운 입맞춤으로 포옹코자 한다. 그것은 그저 추상적이고 관조적인 인류애가 아니라 버림받고 의지할 가지 없는 자들에게 보내는 타는 입술인 것이다.
이육사는 1904년 안동에서 태어나 17세인 1920년 대구(남산동 662번지)로 와서 1937년 서울로 이사하기까지 약 17년을 대구에서 살았다. 대구에서의 17년은 그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제강점기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깊게 생각하며 가치관이 굳어진 시기였고 항일운동을 실천으로 옮긴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그는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한 삶을 선택했다. 의열단에 가담하였고 1932년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1기생으로 6개월간 군사훈련을 받았다. 이로 인해 1934년에는 피검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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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의 골방은 1920년대 시인들의 시에 흔히 나타나는 밀실이니 동굴의 폐쇄적인 공간과는 변별되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이상 세계로 나아가는 연결통로인 셈이다. 이 시에서 지구 반쪽의 의미도 당시 제국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피지배민족을 뜻하며 의식의 연대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을 위해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부으며 살고 싶다는 육사의 꿈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하겠다. 그의 시편들에는 조국을 위한 의로운 길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목숨까지 던지겠다는 결의가 횃불처럼 강열하고 날선 바위처럼 비장하다.
실제 독립투쟁으로 점철된 육사의 삶은 그로 인해 10여 차례 옥고를 치루고 모진 고초를 겪었다. 중국과 서울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울에서 검거된 육사는 베이징으로 압송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본헌병의 악랄한 고문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1944년 1월 베이징 감옥에서 마흔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일제 말기 많은 문인들이 변절하여 친일행위를 한 반면 그는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일제에 저항하다가 비록 광복된 조국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예언대로 최후를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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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신의 기저엔 진성 이씨 퇴계 이황의 14대 손이며 모계로는 의병활동을 주도한 선산 허씨 집안의 가풍을 이어받은 지조와 기개도 한몫 했으리라. 그는 문학을 했으나 문학인으로보다는 항일운동가로 실천적 삶을 더 중히 여겼다. 한편 그는 낭만적 현실주의자로서 식민지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민족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패트릭 화이트는 <행복한 계곡>이란 소설에서 “인간은 자신이 겪은 고통의 분량만큼 진보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황교안 대표의 지옥 운운한 참으로 가소로운 발언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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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 애국시인 대구기념사업회가 발족하여 5월 28일(화) 19시 창립총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멀리서 축하의 의미로 이육사의 시 한편을 소개해 올린다.
[출처] 황혼 이육사 / 감상 권순진 (시詩사랑 숨비소리) | 작성자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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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동일한 대상에 대해 다르게 노래한 시인들이 많다. 이육사가 황혼을 오장환과 다른 시각으로 본 것도 시인의 사회적 역사적 조건 및 개인의 감성 차이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육사의 황혼과 오장환의 황혼을 비교하면서 동일한 대상에 대한 시적 화자의 상이한 시각에 대해 분석해 보자
직업소개에는 실업자들이 일터와 같이 출근하였다. 아모 일도 안하면 일할 때보다는 야위워진다. 검푸른 황혼은 언덕알로 깔리어 오고 가로수와 절망과 같은 나의 긴 그림자는 군집의 대하에 짓밟히었다.
바보와 같이 거물어지는 하늘을 보며 나는 나의 키보다 얕은 가로수에 기대어섰다. 병든 나에게도 고향은 있다. 근육이 풀릴 때 향수는 실마리처럼 풀려나온다. 나는 젊음의 자랑과 희망을, 나의 무거운 절망의 그림자와 함께, 뭇사람의 웃음과 발길에 채우고 밟히며 스미어오는 황혼에 맡겨버린다.
제 집을 향하는 많은 군중들은 시끄러히 떠들며, 부산히 어둠 속으로 흐터저버리고. 나는 공복의 가는 눈을 떠, 희미한 노등(路燈)을 본다. 띠엄띠엄 서 있는 포도(鋪道)우에 잎새 없는 가로수도 나와 같이 공허하고나.
고향이여! 황혼의 저자*에서 나는 아리따운 너의 기억을 찾어 나의 마음을 전서구(傳書鳩)*와 같이 날려 보낸다. 정든 고삿*. 썩은 울타리. 늙은 아베*의 하얀 상투에는 몇 나절의 때묻은 회상이 맺어 있는가. 우거진 송림 속으로 곱게 보이는 고향이여! 병든 학(鶴)이었다. 너는 날마다 야위어가는……
어디를 가도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는 나날이 늘어나가고, 나는 병든 사나이. 야윈 손을 들어 오랫동안 타태(墮怠)와, 무기력을 극진히 어루만졌다. 어두워지는 황혼 속에서,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보이지 않는 황혼 속에서, 나는 힘없는 분노와 절망을 묻어 버린다. 오장환의 황혼
▶이들 두 시인은 식민지 상황에서 시작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제에 의한 압제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 노력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처한 사회적, 역사적 조건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자연 현상인 황혼에 대해 두 시적 화자가 취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서 흥미롭기까지 하다. 오장환의 시의 경우는 황혼에 역사의 비극적 현실이 배어 있다. 그것은 쇠락과 퇴조 그리고 절망의 빛깔을 지닌다. 이는 황혼이 검푸르게 인식되는 부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과거의 밝은 이미지가 현재의 어두운 이미지로 바뀌어 가는 비극적 전환점으로서의 황혼은 시적 화자의 절망감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이육사의 시에서 황혼은 식민지 상황의 시적 화자에게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세계다. 이는 황혼에게 말을 건네는 시적 화자의 어조에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그러기에 화자는 커튼을 걷으며 외부와 차단된 고독감 속에서 안식과 평화의 황혼을 맞아들이려 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 김종길
차가운 물보라가
이마를 적실 때마다
나는소년처럼 울음을 참았다.
길길이 부서진 파도 사이로
걷잡을 수 없이 나의 해로가 일령일지라도
나는 홀로이니라,
나는 바다와 더불어 홀로이니라.
일었다간 스러지는 감상의 물거품으로
자폭의 잔을채우던 옛날은
이제 아득히 띄워보내고,
왼몸을 내어맡긴 천인의 깊이 위에
나는 꽃처럼 황홀한 순간을 마련했으니
슬픔이 설사 또한 바다만 하기로
나는 뉘우치지 않을
나의 하늘을 꿈꾸노라.
💙
* 천인 : 천 길이라는 뜻으로, 매우 높거나 깊음을 이르는 말.
* 바다 : 고난과 시련의 공간
* 하늘 : 꿈과 이상의 공간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제 : 고난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의지
▶특징
과거현재미래의 시간 구조를 바탕으로 한 시상 전개
대립적 구조(바다↔하늘)를 이용한 시적 의미의 효과적 전달
상하 공간 구조의 대립을 통해 화자의 내면 상황을 선명하게 드러냄
💛이해와 감상
고난과 역경이라는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이상을 추구하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혼자 임으로 고난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자각을 통해 과거의 잘못과 방황을 떨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그러한 현실의 고통을 대면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 상황을 바다 위에서 거친 파도를 만난 구체적 상황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달걀속의 생2 / 김승희
냉장고 문을 열면 달갈 한 줄이
온순히 꽃혀있지,
차고 희고 순결한 것들
아무리 배가고파도
난그것들을 먹을 순 없을 것같애
교외선을 타고 갈곳없이 방황하던 무렵
어느 시골 국민학교 앞에서
초라한 행상아줌마가 팔고 있던
수십 마리의 그 노란 병아리들,
마분지곽 속에서 바글바글 끓다가
마분지곽 위로 보글보글 기어오르던
그런 노란 것들이
(생명의 중심은 그렇게 따스한 것)
살아서 즐겁다고 꼬물거리던 모습이
살아서 불행하다고 늘상 암송하고 있던
나의 눈에 문득 눈물처럼 다가와 고이고
그렇다면 나는 여태 부화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을까,
아아, 얼마나 슬픈가,
차가운 냉장칸 맨 윗줄에서
달갈껍질 속의 흰자위와 노른자위는
무슨 꿈들을 꾸고 있을까,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실에서
입원비 걱정을 하고 있는 우리 가난한 형제들처럼
흰자위와 노른자위도
무슨 그런 절망의 의논들을 하고 있을 것인가
사계절 전천후 냉장고
하얀 문을 조용히 열면
추운 달깔들의 속삭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엄마 엄마 안아쥐요 따스한 품 속에
어미닭에 안기지 못하고 만 달갈들처럼
희망소비자 가격보다 더싸게팔려온
너희들처럼
나도 역시 여권이 분실된 사람
희망의 온도가 차좀 내려갈 때
오히려 절망은 조용하고 초연해지는 것 같지.
💙1.핵심정리
갈래 :현대시,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비판적, 애상적, 감각적, 성찰적
제재 : 달갈, 병아리, 냉장고, 아버지의 병실
주제 : 현대 문명 속에서 규격화되고 상품화된 생명의 비애와 소시민적 삶의 절망감
💛특징:
1. 일상적 소재인 '달갈'과 '냉장고'를 통해 현대인의
삶과 비극적 현실을 환기함
2. '냉장고'와 '아버지의 병실'을 연결하여 생명력을
상실한차가운 이미지를 부각함
3. 촉각적 심상(차고 흰 것vs따스한 것)의 대비를 통해 주제의식을 강조함
4. 화자가 시적 대상(달갈)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연민과 슬픔의 정서를 드러냄
5.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가 절하된 생명의 모습을
희망소비자 가격' 등의 시어로 비판적으로 형상화함.
❤️경이는 이렇게 나의 신변에 있었도다 / 유치환
저물도록 학교에서 아이 돌아오지 않아
그를 기다려 저녁 한길로 나가보니
보오얀 초생달은 거리 끝에 꿈같이 비껴 있고
느릅나무 그늘 새로 화안히 불밝힌 우리 집 영머리엔
북두성좌의 그 찬란한 보국(譜局)이 신비론 푯대처럼 지켜 있나니
때로는 하나이 병으로 눕고
또는 구차함에 항상 마음 조일지라도
도련도련 이뤄지는 너무나 의고(擬古)한 단란을
먼 천상(天上)에선 밤마다 이렇게 지켜 있고
인간의 수유(須臾)한 영위(營爲)에
우주의 무궁함이 이렇게 맑게 인연 되어 있었나니
아이야 어서 돌아와 손목 잡고
북두성좌가 지켜 있는 우리 집으로 가자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감각적, 서정적, 고백적, 성찰적, 사색적, 의지적
주제 :인간의 삶과 우주와의 관계에 대한 성찰.
💛특징
1.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가치관이 드러남
2.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함.
3.청유형 표현을 활용하여 시상을 종결함으로써 주제 의식을 강조함
4. 시적 허용을 통해 운율을 형성함
5. 직유법과 돈호법 등의 다양한 표현법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겨울날 / 김광섭
마당에서 봄과 여름에 정든 얼굴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명성이 높던 오동잎도 다 떨어지고
저무는 가을 하늘에 인가의 정서를 품던
굴뚝 보얀 연기도
찬바람에 그만 무색해졌다
그런 늦가을에 김장 걱정을 하면서 집을 팔게 되어
다가오는 겨울이 더 외롭고 무서웠다
이삿짐을 따라 비탈길을 총총히 걸어
두만강 건너는 이삿군처럼 회색 하늘 속으로
들어가 식솔들이 저녁상에 둘러앉으니
어머님 한 분만 오시잖아서 별안간 앞니가
무너진 듯 허전해서 눈 둘 곳이 없었다
낯선 사람들이 축대에 검정 포장을 치고
초롱을 달고 가던 이튿날 목 없는 아침이
달겨 들어 영원한 이별인데
말 한 마디 못하고 갈라진 어머니시다
가신 뒤에 보니 세월 속에 묻혀 있는 형제들 공동의 부엌까지
무너져 낙엽들이 모일 데가 없어졌다
사람이 사는 것이 남의 피부를 안고 지내는 것이니
찬바람이 항상 인간과 더불어 있어서
사람이 과일 하나만큼 익기도 어려워
겨울 바람에 휘몰리는 낙엽들이 더 많아진다
고난의 잔에 얼음을 녹이며 찾는 것은
그 슬픔이 아니요 겨울 하늘에 푸른빛을 띤 봄이다
그 봄을 바라고 겨울 안에서뱅뱅 돌며
자리를 끌고 한 치 한 치 태양의 둘레를
지구와 같이 굴러가면서
눈과 얼음에 덮인 대지의 하루를 넘어서는 해질 무렵
천장에서 왕거미가 내리고
구석에서 귀또리가 어정어정 기어 나온다
어느 날 목 없는 아침이 또 왈칵 달려들면
이런 친구들에게 눈짓 한 번 못하고
친구들의 손 한 번 바로 잡지도 못하고 가리라
💙1.핵심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성찰적, 회고적, 애상적, 의지적
제재 : 겨울날의 이사, 어머니의 부재(죽음)
주제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 가족(어머니)을 잃은 상실감, 시련(겨울) 속에서도 희망(봄)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특징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통해 암울하고 힘겨운 현실 상황 형상화함
1. 이사하는 상황을 통해 삶의 터전이 흔들리는 불안감과
가족 해체의 비애를 그림
.다양한 의태어(총총히, 뱅뱅, 어정어정, 왈칵 등)를 사용하여 시적 상황을 생동감 있게 표현함
2. 어머니의 부재를 구체적인 감각적 이미지(앞니가 무너진 듯)로 표현하여 상실감을 강조함
죽음을 '목없는 아침'으로 비유하여 숙명적이고 돌발적인 속성을 드러냄
❤️설목雪木 / 김남조
나의 마음 속
누구도 모르는 산등성에
한 그루 설목을 가꾸어 왔습니다
나뭇잎 지고
시냇물마저 여위는 가을을
최후의 계절이라 믿었던 어느 그 날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던 사람
떠나고 없음이여
미워하면서 나를 미워하면서
내 옆에 남아줌이 더욱 백 배는
고맙고 복되었을 것을
물방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두터운 철물 같은 고요 속에
나뭇가지 사철 고드름 달고
소스라쳐 위로 설악( 雪 岳 )에 뻗는
백엽보다도 희고 손 시린 이 나무는
역력히 이 나무를 닮고
역력히 이 마음을 닮은
내 사랑의 표지입니다
붉은 날인과 같은 회상입니다
당신이여
불씨 한 줌 머금고 죽어도 좋을
이 외로운 겨울밤 겨울밤
💙1.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서정적, 의지적, 독백적, 관념적
제재 :설목(눈 덮인 나무)
주제 : 이별한 대상에 대한 영원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의지
💛특징
1. 눈을 맞고 서 있는 나무(설목)를 통해 화자의 내면
에 자리 잡은 사랑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
흰색(설목, 백엽)'과 '붉은색(날인, 불씨)'의 색채
대비를 통해 사랑의 순수함과 열정을 강조함
2. 이별한 대상인 '당신 '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음
역설적 표현을 사용하여임과 헤어지기싫은 간절
한마음을 드러냄,
❤️귀고 / 유치환
검정 사포를 쓰고 똑딱선을 내리면
우리 고향의 선창가는 길보다도 사람이 많았소
양지 바른 뒷산 푸른 송백을 끼고
남쪽으로 트인 하늘은 깃발처럼 다정하고
낯설은 신작로 옆대기를 들어가니
내가 트던 돌다리와 집들이
소리높이 창가하고 돌아가던
저녁놀이 사라진 채 남아 있고
그 길을 찾아가면
우리 집은 유약국
행이불신하시는 아버지께선 어느덧
돋보기를 쓰시고 나의 절을 받으시고
헌 책력처럼 애정에 낡으신 어머님 옆에서
나는 끼고 온 신간을 그림책인 양 보았소.
💙핵심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성격 : 회상적, 향토적, 교사적, 자전적
제재 : 고향 방문 (귀향)
주제 :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정,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
💛특징
*화자의 이동 경로(선창가 신작로-집)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색채 이미지(푸른 송백)를 활용하여 고향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직유법(기빨처럼, 현 책력처럼, 그림책인 양)을 사용하여 대상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향에 대한 안도감과 부모님의 늙음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씩의 별 / 이용악
무엇을 실었느냐 화물열차의
검은 문들은 탄탄히 잠겨졌다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랑민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쟈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험한 땅에서 험한 변 치르고
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남도 사람들과
북어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이랑
나눠서 요기하며 내사 서울이 그리워
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 간다 / 저마다 다른 곳에서 돌아오는 유랑민들
푸르른 바다와 거리 거리를
설움 많은 이민열차의 흐린 창으로
그저 서러이 내다보던 골짝 골짝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헐벗은 채 돌아오는 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헐벗은 나요
나라에 기쁜 일 많아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 / 힘들었으나 희망을 지닌 유랑민의 모습
총을 안고 뽈가의 노래를 부르던
슬라브의 늙은 병정은 잠이 들었나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우리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랑민의 기대감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사실적, 묘사적, 감각적, 성찰적, 체험적
▶주제 : 해방의 소식을 듣고 서울을 향하지만 기쁠 수만은 없는 만주 유이민들의 간고(艱苦)한 삶
▶특징 :
이국적 소재를 활용
역설적 발상
선경후정의 시상전개
이해와 감상
일제 무장이민에게 떠밀려 천신만고 끝에 개간한 강남("길림성에서도 가장 험난한 궁벽지" 시인 原註) 땅을 또다시 떠나가야 하는 만주 유이민의 간고한 삶, 조국 해방의 소식을 접하고 급거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제각각 드러누워"(이용악, 같은 시) 서울을 향하는 귀향 유이민의 실상이 위의 시편들에 매우 인상적으로 점묘되어 있다.
💙이해와 감상
일제 무장이민에게 떠밀려 천신만고 끝에 개간한 강남("길림성에서도 가장 험난한 궁벽지" 시인 原註) 땅을 또다시 떠나가야 하는 만주 유이민의 간고한 삶, 조국 해방의 소식을 접하고 급거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우에/ 제각각 드러누워"(이용악, 같은 시) 서울을 향하는 귀향 유이민의 실상이 위의 시편들에 매우 인상적으로 점묘되어 있다.
<추가>
해방 이전 유이민들의 비극적 삶을 주된 제재로 하여 예술성 높은 다수의 작품을 형상화해 내었던 이용악이 해방 이후 갖게 된 관심사는 당연히 고국을 찾아 돌아오는 귀향 유이민들의 걬이었다. 이 시는 바로 해방을 맞아 비로소 고국으로 돌아오는 귀향 유이민의 모습을 통해 해방공간의 또 다른 비애를 보여 주는 작품으로, 화자는 그들 유이민 중 한 사람이다.
유이민들 중에는 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 쟈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 / 험한 땅에서 험한 변 치르고 / 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 남도 사람들과 시적 자아로 형상화된 나라에 기쁜 일 많아 / 울지를 못하는 함경도 사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해방을 맞아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제대로 된 객실을 얻지 못하고 고작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드러누워 서울로 향한다.
💛
갈 때와 마찬가지로 / 헐벗은 채 돌아오는 이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떠 있다. 그 많은 별들 만큼이나 많은 간난과 고초를 겪고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헐벗은 그들의 가슴을 달래 줄 어떠한 미래의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내사 서울이 그리워 / 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 가고 있는 시적 화자에게 이 여행은 앞으로 전개될 해방 정국의 험난한 파고를 예견하게 해 주는 또 다른 유랑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 모두는 서로서로 북어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을 나누어 먹으며 동질성을 확인하지만,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드러누워 있는 모두의 신세는 한결같이 처량하고 애처로울 뿐이다. 이용악의 시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1938)에서 죄인처럼 수그리고 떠났던 그 설움 많은 이민열차의 흐린 창으로 / 그저 서러이 내다보던 골짝 골짝은 여전하고, 고향을 떠날 때나 돌아올 때나, 식민지 치하거나 해방된 조국 하늘 아래이거나, 이들 유이민들의 삶은 헐벗기는 마찬가지이다.
해방이 되어 조국이 환희에 잠겨 떠들썩할수록 그들의 비애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시적 화자는 나라에 기쁜 일 많아 차마 울지를 못한다. 오직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맛보고 점령군으로서 입성하는 총을 안고 뽈가의 노래를 부르던 / 슬라브의 늙은 병정 뿐이다. 그들 유이민 모두는 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제각기 드러누워 한결같이 하나씩의 별들을 쳐다본다. 그들은 희미한 별빛에 기대어 자신들의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제각기의 희망을 찾아보는 것이다. 과연 그들의 해방 조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는 이처럼 어둠과 빛, 유랑과 귀환의 이미지의 대비와, 수미상관식의 구조에 의한 시상(詩想)의 적절한 배치, 그러면서도 흥분하지 않는 감정의 절제를 통해, 해방의 감격 뒤에 놓여 있는 유이민들의 비애를 탁월하게 형상화한, 해방공간의 수작(秀作)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구두 / 송찬호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 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 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보는 것이다
💙1.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사색적, 상징적, 성찰적
제재 : 구두
주제 :일상적 삶의 속박에 대한 성찰과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
💛특징
낯설게 하기: 친숙한 사물인 '구두'를 '새장', '감옥', '배', '새의 육체' 등으로 비유하여 관습적인 인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인식의 전환: 구두를 처음에는 구속의 도구(감옥)로 인식하다가, 나중에는 자유를 향한 매개체(배,새의 육체)로 인식하는 변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유추적 발상: '발'을 '새'에 비유하고, 이에 맞춰 '구두'를 '새장'으로 연결하는 독창적인 비유를 사용합니다.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ㅡ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ㅡ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 ① 시적 대상인 개조개가 맨발을 내밀어 보이는 상황이 제시됨. ② 개조개는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된 소재, 인간의 삶에 대응되는 소재.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 맨발을 내밀어 보이는 상황을 좀 더 구체화함.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맨발을 고난의 이미지로 제시함.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 화자(나)는 대상에 대해 연민의 마음(조문하듯)을 품음.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 ①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는 삶에 대한 시인의 통찰이 담긴 시구로, 시인은 삶에 대한 느림의 철학을 지니고 있는 사람임.
② 보통의 경우는 깜짝 놀라서 발을 재빨리 거두어 갈 것 같은데, 개조개는 느림의 자세를 지녔음.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 ① 여기서부터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로 바뀌는 의미가 있음. ② 삶의 여정도 느리게 흘러왔을 것이라고 함.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 만남과 이별 또한 느리게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함.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 인간의 삶 또한 고난(맨발)의 연속일 것이라고 함.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슬픔을 견디는 모습을, 새를 연상하며 헤아려 봄.
*아 하고 집이 울 때: 가난으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어하던 때(배고픔)를 형상화함.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 ① 탁발은 스님이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는 일 뜻. ② 생계유지(生計維持)를 위해 몸부림침.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몹시 가난한 상황(가난의 냄새가 풍기는 모양)을 의태어와 비유를 사용하여 생생하게 제시함.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 ① 감탄사를 두 차례 사용하여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안타까움을 효과적으로 나타냄. ② 배고파 울던 아이들이 아버지가 얻어다 준 양식을 먹고 잠잠해짐.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연민적, 비유적.
▶주제 : 어물전 개조개의 맨발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 개조개의 맨발을 통해 떠올린 인간의 삶에 대한 상념.
▶특징
추측의 어조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시적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는 의인화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음성상징어를 활용해 가난한 상황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함.
개조개의 삶을 통해 고난을 인내해 온 인간의 삶을 형상화함.
비유적 표현을 통해 관찰한 대상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밖으로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를 통해 개조개가 맨발을 내밀어 보이는 모습을 빗대고 있다.)
후각의 시각화가 나타나고 있다.(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화자의 정서를 보여 주고 있다.(개조개가 맨발을 내밀어보이는 모습과 그 후 발을 거두어 가는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따라서 개조개에 관심을 갖게 되다가 연민을 느끼게 되는 화자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측의 어조를 사용하고 있다.((으)ㄹ 것이다,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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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어물전에서 우연히 보게 된 조개를 차분히 관찰하면서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을 담아낸 시이다. 화자는 조개의 맨발에서 삶의 의미를 유추하여 인간의 삶과 등가(等價 같은 값이나 가치)의 관계로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개조개의 맨발과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맨발은 껍데기를 열고 바깥으로 내놓은 조개의 속살로,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부르튼 맨발은 죽은 부처의 맨발과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다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가장의 맨발과 연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상의 흐름은 가장의 지난(至難 지극히 어려움)한 삶이 부처의 맨발 수행과 같은 고귀한 행위라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조문하듯 건드려 본 살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느림이라는 속도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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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화자는 개조개의 발을 보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 가장의 발을 떠올린다. 개조개의 부르튼 맨발은 가장의 힘겨운 한평생과 대응된다. 개조개가 움막 같은 몸속으로 천천히 발을 거두는 긴 시간 동안 맨발이었듯, 가장도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홀로 삶의 슬픔과 어려움을 맨몸으로 견뎠을 것이다. 그 결과 가족들은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맨발은 고귀한 삶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동면하는 곤충의 노래 / 이용악
산과 들이
늙은 풍경에서 앙상한 계절을 시름할 때
나는 흙을 뚜지고 들어왔다
차군 달빛을 피해
둥글소의 앞발을 피해
나는 깊이 땅속으로 들어왔다
멀어진 태양은
아직 꺼머첩첩한 의혹의 길을 더듬고
지금 태풍이 미처 날뛴다
얼어빠진 혼백들이 지온을 불러 곡성이 높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의 체온에 실망한 적이 없다
온갖 어둠과의 접촉에서도
생명은 빛을 더불어 사색이 너그럽고
갖은 학대를 체험한 나는
날카로운 무기를 장착하리라
풀풀의 물색으로 평화의 의장도 꾸민다
얼음 풀린
냇가에 버들이 휘늘어지고
어린 종다리 파아란 항공을 시험할 때면
나는 봄볕 짜뜻한 땅 우에 나서리라
죽은 듯 눈감은 명상—
나의 동면은 위대한 약동의 전제다
💙핵심정리
1
갈래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성격 : 의지적, 상징적, 저항적, 미래 지향적
제재 : 곤충의 동면
주제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현실을 견디며 미래(광복)를 준비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의지
💛특징
동면하는곤충'을 화자로 설정하여 당대 지식인의
내면과 의지를 우의적으로 표현함
겨울(현실)'과 '봄(미래)'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주제 의식을 부각함
동면을 단순한 도피나 잠이 아닌, 미래를 위한 능동적인 준비와 단련의 과정으로 재해석함
감각적인 시어(시각, 촉각, 청각)를 활용하여 시적
상황을 생생하게 형상화함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1.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권유적, 성찰적, 비유적, 치유적
제재 : 벚꽃 그늘
주제 : 세속의 짐을 내려놓고 자연(빛꽃 그늘) 속에서 얻는 진정한휴식과 생의 회복
💛특징
'~보렴', '~벗어 놓고' 등의 유사한 통사 구조와 시어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주제를 강조함
*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여 독자에게 화자의 생각을
부드럽게 권유함
* 직유법('햇살처럼', '구름처럼', '새의 날개처럼
등)을 활용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상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함.
*일상의 무겁고 고달픈 삶과 자연속에서의 가볍고 순수한
삶을 대비시킴.
❤️오월의 환희 / 김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 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대로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을 가득 부어라.
이깔 나무 - 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가리니...
💙1. 핵심정리
갈래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성격 : 관념적, 종교적, 예찬적, 상징적
제재 : 오월의 그늘(신록)
주제 : 오월 신록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대한 예찬, 신의 은총에 대한 감사와 안식
💛특징
* '그늘 '이라는 시어를 일반적인 어둠이나 부정적 이
미지가 아닌, 밝음을 드러내는 매개체이자 긍정적
소재로 인식하였습니다.
* 추상적인 관념(밝음, 진리)을 구체적인 형상(그늘,
옷)으로 시각화하여 표현하였습니다
* 빛'과 '그늘'을 대립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로 설정하여 신의 은총(밝음)의 충만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냈습니다
*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연 현상에서 절대자의 섭리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