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동생이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짐을 싣고 완도에 들어갔다가
완도특산이라고 전복을 1kg 사서 택배로 보내왔다.
제법 손바닥만게 8~9마리가 됐다.
날씨가 더워서 상하지 않을까 염려를 했으나
스티로폼 박스 속에 얼음을 채우고 비닐 봉지에 넣었더니
한 이틀 지나도 전복이 살아 있었다.
그중에서 네 마리를 껍질을 까서
남비에 넣고 15분정도 삶았다.
(마누라는 경산에 직원 모친 초상에 문상 가고 없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보니 술이라곤
김빠진 막걸리 밖에 없었다.
도마 위에 전복 네 마리를 놓고
부억칼로 잘게 썰었다.
부엌서랍에서 초장을 꺼내
종지에 부었다.
마늘도 껍질을 벗겨 잘게 썰었다.
막걸리를 사발에 부어 한 잔 쭈욱 들이키고
젓가락으로 삶은 전복 조각을 한 점 초장에 푹 찍어
입안으로 밀어넣으니 쫄깃쫄깃한 육질이
맛이 그만이다.
예전엔 전복이 참 비쌌다.
어르신이나 돼야 여름에 보양식으로 전복죽을 한 숟갈 얻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살기도 많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양식이 돼서 가격이 많이 싸졌다.
내가 배를 처음 타고 미국 롱비치에 갔을 때였다.
하역인부들이 파업한다고 외항에서 한 일주일 대기를 했다.
낮에는 라이프보트를 내려서 항구앞에 있는 방파제에 갔더니
방파제를 쌓은 큰 돌멩이에 전복이 새까맣게 올라붙어 있었다.
스크레이퍼를 들고 전복을 한 푸대 잡아와서
선실 목욕탕 해수조에 살려 두고 매일 저녁 몇마리씩 삶아서
술안주를 했다.
당시에 그 비싼 전복을 원도 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