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가 좋아요♡
강지화
2학기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음악 수업에 관심을 보이는 3학년 녀석들. 수업 시작 한참 전인데도 교실 앞 복도에서 줄을 서느라 바쁘다. 서로 먼저 음악실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오늘은 어떤 수업일까?’ 궁금증이 이는 걸까? ^^
3학년 아이들은 노래 부르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름답고 예쁜 노래 가사에 맞추어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노래를 하는 날은 더욱더 신나게 노래한다. 마치 병아리들이 합창하는 모습을 닮았다. 어떤 순간에는 ‘바라보기도 아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을 하나 가득 메울 때면 허전했던 내 마음도 기쁨의 환희로 가득 차오른다. 천사들이 내려온 것만 같다.
오늘은 장구 수업하는 날.
장구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많이 긴장되었다. 예전에 장구 연수를 여러차례 받아보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 장구를 좀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려면 어떻게 수업을 전개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수업 계획을 이렇게도 짜보고 저렇게도 짜보고 궁리를 많이 했다. 다른 수업에 비해 교재 연구를 2~3배는 더한 느낌이다.
동기 유발로 사물놀이 장구의 ‘휘모리’ 연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빠른 장구 연주 영상을 감삼하면서 연주자의 손이 보이지 않는다고 감탄의 연발이다. 장구에 익숙한 녀석은 장구 치기를 흉내 내어 보기도 한다.
이제 본 수업!
장구의 구조와 연주법을 공부하는 시간이다. 이론 설명에만 그치지 않고, 실물 장구를 가지고 수업했다. 평소에는 맨손 수업이 많은데 실물 악기를 가지고 수업을 하니 한층 흥미를 보인다.
장구의 울림통, 조이개, 채편과 북편 그리고 2개의 장구채(궁글채와 열채)를 살펴보았다. 그런 후에 장구의 구음(입장단) – 덩, 덕, 쿵 – 을 배웠다. 그런 다음 구음을 연결해서 “쿵덕” “쿵덕쿵” “쿵덕쿵덕” 등으로 이어서 장구채로 연주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더욱 흥미를 보이며 수업에 몰입했다.
교사의 시범에 이어 아이들 연주 차례가 되었다. 서로가 먼저 해보고 싶다고 손을 든다. 매우 흥미롭고 진중한 자세로 돌아가며 연주했다. ‘왼손과 오른손을 혼동하는 아이’ ‘몸보다 마음만 앞서서 헤매는 아이’ ‘리듬감이 좋아서 교사의 구음에 따라 척척 연주해 내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이다.
구음 연주에 이어 < 덩-덕 쿵덕 쿵-덕 쿵덕 >의 소리를 내는 자진모리 장단을 배우고 연주했다. 조금 서툰 연주이지만 그 어떤 수업 못지않게 몰입하며 배움에 임한다.
그다음 주 수요일. 1주일이 지났다. 햇살이 따사롭다. 가을 하늘은 높고 가을 단풍은 울긋불긋 그 화려함이 절정을 이룬다.
오늘은 장구 2번째 수업이다.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가볍게 복습했다. 그리고 오늘은 전래 동요인 ‘꿩 꿩 장서방’ 노래에 맞추어 장구 장단을 쳐보는 시간이다. 장단만 따로 칠 때는 제법 따라서 하지만 노래에 맞추어 반주 장단을 치자니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들은 박자를 놓칠세라 열과 성을 다해 집중하여 연주한다. 처음에는 대중가요에 익숙한 아이들이라 전래 동요 ‘꿩 꿩 장서방’의 가사와 장단 등을 낯설어했다. 그런데 장구 장단을 배우고 전통 장단의 흥을 느끼면서는 더욱 흥미를 보이며 노래하고 장구를 연주한다. 대견할 따름이다.
교사 주도적 수업이 아닌 아동 참여 수업이어서 흥미도 더 높고 즐거운 수업이 된 것 같다. 우리의 전통 악기를 낯설어하거나 꺼리지 않고, 친근감 있게 대해줘서 내심 기뻤다. 이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서 국악을 널리 알리는 인재들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업 마치기 5분 전이면 한 달에 한 번씩 교과서에 없는 아름다운 동요 한 곡씩을 배우면서 부르고 있다. 이번 달 동요는 ‘달팽이의 하루’이다. 매일 학교와 학원에 쫓기듯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쉼’을 느끼게 하고파서 이달의 동요로 선정했다. 아이들은 느린 속도의 곡이지만 공감하면서 예쁘게 노래 부르며 수업을 마쳤다.
썰렁했던 음악실이 아이들의 배움 열기로 매우 훈훈해졌다. 내 마음도 온기로 가득해진다. 퇴근하는 발걸음이 오늘은 무척이나 가벼울 것 같다.
*휘모리 장단 : 판소리나 산조 장단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급하게 휘몰아 부르거나 연주하는 장단.
첫댓글 제목을 장구 수업으로 바꿔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마치 병아리들이 합창하는 모습을 닮았다. 어떤 순간에는 ‘바라보기도 아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을 하나 가득 메울 때면 허전했던 내 마음도 기쁨의 환희로 가득 차오른다. 천사들이 내려온 것만 같다.
다녀가신 흔적 감사합니다^ ^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구 수업의 글을 잘 끌고 갔습니다. 준비하신 선생님과 따라가는 아이들의 모습요..그리고 잘마친 수업.
독자가 느끼는것은 이것입니다. 선생님은 기쁨의 환희 이고요..독자도 선생님 같은 기쁨의 환희를 더 느끼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이 담긴글 잘 읽었습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